당신이 이곳에 발을 들여놓게 되면, 바깥의 시간과 공간에 익숙해있던 감각의 주파수를 조금 고치는 편이 좋겠다. 전시장이라는 장소의 아우라 때문이 아니다. 작가의 프로세스에 근접하기 위함도 아니다. 다만, 이곳을 찾은 이상 좀 더 즐기는 편이 낫지 않을까? 한눈에 둘러볼 수 있을 넓이의 전시장 내부는 어떤 일관성이나 이야기를 발견하기 쉽지 않다. 규칙적인 기계음과 벽면에서 흐르는 영상 - 색감은 다양하지만 고립된 채 흐릿한 빛을 발산하는 - 작품들은, 아직 멀쩡하지만 이젠 너무 나이가 든 누군가의 장난감을, 어쩌면 버려졌는지도 모를 장난감을 닮았다. 그렇기에 오히려 이 작품들은 언제나 현재적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이들은 군중을 닮았다. 작가로부터 변형되어 분리된 군중. 관객은 그 무리의 일원이 될 수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