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미디어아트 전시

무엇이 ‘미디어 피플’을 축제로 이끄는가?_exhibition review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10. 17. 11:30

   
요즈음 들어‘미디어 피플(media people)’이란 말을 종종 쓰게 된다. 미디어 아트의 폭 넓은 스펙트럼 만큼이나 미디어 아트와 어떤 식으로든 관계를 맺고 남다른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들 역시 다양하다. 미디어 아트 작가, 큐레이터, 공학자, 관련 이론가와 교수는 물론이고 넓게는 디자인, 영화, 광고, 음악, 공연, 애니메이션, 게임 분야의 사람들까지 미디어 피플은 미디어 아트, 넓게는 미디어 문화와 각각의 방식으로 연결되어 있다. 공통분모를 가지면서도 서로 다른 관심과 관점을 가진 미디어 피플은 각자의 축을 중심으로 다른 미디어 피플과의 긴밀한 네트워크를 구축하며, 미디어 아트 행사들은 이렇게 미디어 피플 사이의 다양한 축을 중심으로 발전해간다. 따라서 미디어 아트 관련 행사들이 점차 전문화되고 소규모화되며 다소 마니아화되는 인상을 주는 것은 어떻게 보면 자연스러운 흐름일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미디어 피플의 관심을 한데 담고 새로운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다면 그런 축제는 성황을 이룰 수 밖에 없을 텐데, 그 대표적인 예가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페스티벌(Ars Electronica Festival)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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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9월 초가 되면 많은 미디어 피플이 오스트리아 린츠로 몰려든다.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페스티벌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이번이 첫 방문이기 때문에 전년도와의 비교는 힘들었지만 3박4일 동안 아르스 일렉트로니카의 구석구석 살펴보고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보고 즐기면서 이곳 축제의 시스템과 운영상의 장단점을 파악해 보고자 노력했다. 왜냐하면‘Goodbye Privacy’라는 흥미로운 주제와 관련된 다양한 심포지엄과 워크숍, 그리고 다양한 작품들, 즉 페스티벌의 내용적인 부분만큼 인상적이었던 것이 바로 페스티벌의 구성과 운영 방식 자체였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수많은 미디어 피플을 매년 오스트리아 린츠라는 작은 도시로 이끌 수 있는 힘은 26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구축하고 다듬어온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페스티벌의 안정적이고 체계적인 시스템에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닌 듯 싶다. 따라서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페스티벌 2007에 관한 리뷰 첫 번째 이야기는 이곳에서 축제가 어떻게 구성되며, 이들이 어디까지를 미디어 아트로 상정하고 수용하며 축제의 장 안에 담아내는지를 소개할 것이다. 또한 미디어 아트 행사의 전문성과 대중성을 확보하기 위한 이들의 전략과 노력, 그리고 그것이 어느 정도의 성과를 이루어냈는가에 초점을 맞추도록 하겠다.

먼저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페스티벌의 가장 큰 특징이자 강점은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센터라고 하는 미디어 아트 전문 기관에서 행사를 주관함으로 인해 안정성과 전문성이 확보된다는 데 있을 것이다. 국내의 많은 미디어 아트 행사들이 지속성을 담보하지 못했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행사들이 제 집을 갖지 못한 채 임시 조직에 의해 치뤄졌기 때문일 것이다. 미술관과 같은 기관에서 행사를 주관할 경우 사정은 나아지겠지만, 미디어 아트 분야에 대한 이해나 전문성이 결여된 미술관에서 기획하는 미디어 아트 행사의 경우 한계는 마찬가지로 드러나기 마련이다.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페스티벌은 미디어 센터라는 지붕아래 Future Lab이라는 미디어 연구소에서 예술가와 공학자, 프로그래머들의 지속적인 연구와 협업을 통해 탄생한 작품들, 매년 새로운 미디어 아트를 발굴하는 수상하는 PRIX Ars Electronica를 통해 소개된 작품들, 그리고 해마다의 전시 주제에 따라 초청된 작품들은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페스티벌의 폭을 꾸준히 넓히고 풍부한 수용력을 가진 행사로 점진적으로 발전시켜왔다.



전시의 구성은 크게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Future Lab의 프로젝트를 통해 만들진 작품이나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센터에 소장된 작품을 전시하는 Ars Electronica Center전과, Prix Ars Electronica 수상작을 소개하는 Cyber Arts전, 올해의 주제인 ‘Goodbye Privacy’와 연계된 주제기획전 Second City와 그 안에 포함된 Pixel Space전, 그리고 매일 밤 많은 미디어 피플들을 흥분과 열기 속에 빠뜨리기 충분했던 사운드 퍼포먼스로 구성되었고, 여기에 애니메이션 페스티벌과 미디어아트 전공 대학과의 연계로 이루어진 Campus 2.0전시까지 진행되었다. 그야말로 풍성한 행사다. 미디어 아트라고 이름 붙여질 수 있는 모든 범주의 작품들과 논의들을 담아내겠다는 포부가 충분히 느껴졌다. 이런 노력에는 일장일단이 있겠는데, 내가 작업하고 있고 연구하고 있는 작품이나 연구의 범주와 전혀 다른 작업들과 연구들을 접하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고 현시점의 치열한 논의들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진다는 것은 아르스 일렉트로니카의 매력중의 매력이 아닐 수 없겠다. 단 가능한 모든 것을 담으려는 노력이 모든 섹션들이 최고의 수준의의 전시를 보여주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 디지털 영상이나 애니메이션으로 특화된 다른 페스티벌의 비해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의 경우 별다른 특색이 엿보이지 않았고, 주제전이라고 할 수 있는 Second City전은 너무 많은 기관과 개인작가들의 출품작들이 다소 연결성 없이 흩어져 있다는 인상을 주기도 했다. Campus 2.0의 경우 neoanalog라는 흥미로운 주제를 선택했지만 학생들의 작품에서 찾을 수 있는 신선함이나 창의성은 찾기 어려웠다. 반면 Cyber Art전의 경우 인터렉티브 아트, 하이브리드 아트 등 각각의 미디어 아트 범주에 따른 특성을 잘 보여주는 돋보이는 작품들이 전시되어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고, 심포지엄 프로그램을 통해 수상 작가들의 작업에 관한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고 논의해 볼 수 있었던 것은 가장 흥미로운 시간중의 하나였다. 예술작품과 그렇지 않은 미디어 연구나 개발의 경계를 살짝살짝 오가는 작품들로 가득한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센터전 역시 관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기에는 충분했다.
  


다음으로 아르스 일렉트로니카를 포함한 일정 정도의 규모를 가진 전시라면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전문성과 대중성의 조화를 이곳에서는 어떻게 해결하려 노력하는가에 주목해보았다. 미디어는 점차 일상화 되고 미디어 아트 작품이나 이론에서 첨예하게 다뤄지는 이슈들 또한 실은 미디어의 등장으로 인한 일상의 변화들로부터 출발하기 마련이지만, 이것을 논의하고 작품화하는 집단은 매우 전문화된 집단이 되기 마련이다. 그래서인지 미디어 아트 행사들은 점점 더 전문가 집단의 행사로 변모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어느 행사든 규모가 커지기 위해서면 재정적인 지원이 필요하게 되고 이것을 시정부나 방송사 등으로부터 얻는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역시 오직 미디어 피플들만을 위한 페스티벌이 아닌 일반인들의 호응을 얻을 수 있는 행사를 만드는 것을 숙제를 안고 있을 것임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대중성의 확보고 오직 펀딩의 문제에만 결부되는 아니며, 이번 전시 주제인 ‘Goodbye Privacy’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과 같이 web 2.0시대의 새로운 미디어 유저들의 미디어 문화를 형성하고 중심을 차지하고 있는 오늘날, 미디어 전시가 대다수의 일반인의 호응을 얻지 못한채 마니아적인 이벤트로 그친다는 것은 분명 문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페스티벌은 다분히 전문화된 행사임이 틀림없기 때문에, 다양한 방법들을 통해서 대중들을 축제에 참여시키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다양한 전시와 행사들이 도시 곳곳에서 펼쳐지도록 구성함으로써 도시 전체에 축제의 분위기를 조성하고, 도심 한 가운데 무심코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을만한 이동식 무대를 설치하여 일반인의 참여를 유도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기도 했으며, A day in a city 란 제목하에 아르스 일렉트로니카의 행사들을 안내에 따라 투어하도록 한 프로그램들 또한 진행되었다. 이러한 노력들이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두었는지는 알 수 없다. 단 이들이 행사의 내용적인 부분에 기울이는 노력만큼 그들의 콘텐츠를 많은 관객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전략을 세우고 진행하는 것에도 에너지를 아끼지 않는다는 점은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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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페스티벌의 전체적인 구성과 시스템이 가진 특징들을 살펴봄으로써 이 행사가 많은 미디어 피플들의 사랑과 관심을 받는 행사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 살펴보았다. 하지만 아무리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추었다 하더라도 그 안에 담기는 내용이 흥미롭지 않고 시의 적절하지 않다면 행사는 성공을 거두기 힘들 것이다. 이어지는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페스티벌 리뷰 두 번째 이야기에서는 ‘Goodbye Privacy’라는 전시 주제와 이번 페스티벌에서 화두였던 ‘Second Life’에 대한 논의가 어떻게 전시되고 논의되었는가를 중심으로 소개하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