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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미디어아트는 어떠한 함수관계를 가질까? 미디어아트로서 대변되는 새로운 미디어를 활용한 예술 장르들은 어떠한 공유 지점에서부터 확장되고 있는가?

앨리스온 12월호에서는 대중 영화에서부터 미디어 퍼포먼스, 미디어아트를 넘나들며 활동하는 김태은 작가를 만나보았습니다. 지난 2005년 3월 본지를 통해 인터뷰를 진행한 바 있는 김태은 작가는 이후 보다 더 다양하고 확장된 영역에서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가 들려주는 생생한 최근 작업과 영화 이야기 속으로 함께 들어가보시죠^^

Aliceon: 안녕하세요. 김태은 작가님. 오래간만에 뵙는 것 같습니다.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는지 그리고 최근 근황에 관해서 간단하게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김태은 : 네, 반갑습니다. 앨리스온처럼 알차게는 보내지 못했지만 난지 스튜디오 작업실 이사했고 상하이 비쥬얼퍼포먼스 공연 잘 마쳤습니다. 올 연말 시나리오 탈고 할 작품 하나 있고 새롭게 개발할 시나리오 작업도 시작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는 내년도 계획 세우고 정리하면서 나름대로 분주하게 지내고 있지요^^

Aliceon: 김태은 작가의 경우, 최근에는 '미디어 아트'와 '영화'라는 두 가지의 키워드를 가지고 접근하게 되는데요. '시각예술'이라는 공통분모를 제외하고서라도 다양한 표현 방법을 실험하고 있는 작가의 입장에서 두 개의 분야가 지닌 유사점과 상반점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

김태은 : 미디어 아트와 영화는 흔히들 미술과 영화를 비교하는 두 영역에 비해 좀 적극적인 편인데, 그 이유는 바로 움직임과 매체가 가진 시간성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은 보이는 대상과 비슷한 움직임을 가지고 있음으로 인해 현실과 닮은 에피소드들이 자연스럽게 드러나고 전파되기 때문인데, 이러한 현실과의 유사성이 바로 두 영역이 가지고 있는 유사점이 될 것입니다. 반면 상반점이라고 한다면 아무래도 시네마와 갤러리의 공간적 아우라가 주는 차이점이 가장 클 것입니다. 또 현실적으로 미디어 아트에 비해 영화는 상업구조와 밀접하게 연동되고 있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영화는 미디어 아트와 동일한 타임베이스의 구조로 이루어져 있지만 아직까지는 문학에 가까운 서사구조로 이해되고 있으며 일방향의 보여지는 편집(montage)이 주가 되는 반면 미디어 아트는 서사구조가 갤러리, 씨어터, 야외 등 다양한 부분에 따라 능동적으로 변화가능한 다양성을 띄고 있으며 영화의 일방성 시각이미지 전달과 다른 쌍방향이 가장 큰 특징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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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ceon: 예전부터 영화와 관련된 무대미술과 영상 작업을 해오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한 점에서 2005년에 연출하신 <애인>의 경우, 본격적인 대중?영화로의 행보를 보여주신 것이라고 볼 수 있겠는데요. <애인>이라는 작업에서 보여주려 하신 점과 의미는 어떠한 것이었나요?

김태은 : <애인>은 원래 데뷔하려고 하던 시나리오가 아니어서 본격적인 대중영화의 행보까지는 아닙니다. 하지만 대중영화가 가진 구조를 공부하기엔 (특히 한국) 좋은 기회였던 것 같습니다. 제가 영화 쪽 일을 시작하게 된 것이 1994년인데 (시간이 참 덧없게 느껴지는 순간..) 영화연출도 그 때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미술이라는 장르의 연장으로 보는 편이 좋겠군요. 어차피 미술작가들도 자신의 작품을 열심히 연출하는 연출가 이니까 말입니다. 그렇다고 볼 때, 영화는 아직 더 찍어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는 답을 드리고 싶습니다. 지금 개발 중인 시나리오에 조금씩 미디어 아트의 개념을 넣어보고 있는데 (그렇다고 SF영화는 아니랍니다) 상업영화라면 아무래도 대중적인 코드를 무시할 수 없어서 자본을 다량 보유하시고 계신 친구분들과 많은 조율과 협상이 필요합니다. 현재는 지금 그 갈래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내용은 다음 작품을 찍으면 좀 더 확실해 질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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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ceon: 이야기를 조금 더 확대시켜보죠. 최근까지의 작업들을 관찰해보면, 미디어 설치 작업에서부터 사운드와 결합된 새로운 퍼포먼스 작업, 대중(상업) 영역에서의 뮤직비디오, 영화 등등 굉장히 넓은 활동의 스펙트럼을 보여주고 계시는데요. 이렇게 다양한 영역에서의 작업을 지속하시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또한, 그러한 다(多) 영역의 작업을 통해 개인적으로 목표하는 것이 있다면요?

김태은 : 처음부터 작정하고 일을 시작한 것은 아닙니다. 누구나 그렇듯 졸업 후 갈등, 진로에 대한 고민 등을 해결해 온 것의 궤적이 아닐까 합니다. 전시를 하려면 처음엔 자기 자본이 필요하고(전시지원작가의 반열에 오르기 전) 졸업 후 회사에 취업하는 과도 아니었고(서양화과) 해서 고민하던 중 당시 제가 생산하는 이미지를 좋아했던 영화쪽과 손을 잡게 된 것입니다. 일단은 그 판단이 현실적 결정이었고 그것이 자꾸 몸집을 불리다 보니 연출가와 미술작가를 병행하는 거겠지요.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다양한 영역의 작업을 통해 무언가를 이루려 하는 명분은 없습니다. 지금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해서 할 뿐이고 지금 나이에 뽑아 낼 수 있는 것들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주변 가지들이 정리될 거라 생각합니다. 무엇인가 정의내리고 분류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저의 정체성에 대해 많은 의구심을 갖는 편인데 알고 보면 미디어 설치나 사운드 퍼포먼스, 영화 모든 것들이 조금씩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좀 더 넓게 본다면 뚜렷한 카테고리는 보이지 않더라도 대략의 영역설정은 될 것으로 봅니다. 저도 그런 쪽으로 대답을 많이 하는 편이구요. 할 수 있다면 최대한 양질의 작업을 통해 제가 하고 있는 작업들 간의 네트워크 형태는 어떤 것이 가능한가?, 그것들 간의 결합은 어떻게 가능한가?, 서로간의 공통된 인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좀 더 욕심을 부린다면 제가 관계하고 있는 시각장르들을 횡으로 관통할 수 있는 그 무엇인가를 찾는 것입니다. (지식이 완성되는 순간이 될 수 있을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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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ceon: 네. 사실은 작업을 보면, 말씀하신대로 시각 장르를 횡단?하는 어떠한 공통된 지점들이 느껴집니다. 그럼 전시 이야기를 좀 해보지요. 2006년과 2007년 장소를 바꾸어 2번의 개인전을 진행하셨는데요. (<Double Exposure>展 _ver.1은 Triad New Media Gallery. Ver.2 Goyang Art Studio) 간단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김태은 : 전시에서 다루었던 이중노출에 대한 관점은 하나와 또 다른 하나에 관한 개인적 관심사입니다. 어릴 적 코피터져라 공부했던 바둑 문화생 시절을 회상하면 하루가 바둑판과 네모난 천정을 보는 것 두 가지로 나뉜 적이 있지요. 일어나 바둑을 두고 저녁이 되면 그대로 누워 자는 그런 반복적 생활을 일 년 남짓 했던 적이 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바둑에서의 흰 돌과 검은 돌이 이러는 전쟁의 하모니도 두 개의 관계에서 비롯되고 있었네요. 첫 번째 개인전에서는 보이는 현상과 착시의 문제를, 두 번째 개인전에선 보이는 공간과 허구의 공간의 관계를 다루었다면 세 번 째 개인전 <Double Exposure>展에서는 자연과 인공화된 현실의 상대적 역학관계를 다루고자 했습니다. 회전과 반복, 왕복 운동 등 단순한 움직임과 변화되는 물체들, 바람과 해의 움직임의 자연운동과 이를 인공적인 움직임으로 흉내내는 작업 등이 선보였습니다. 대체적으로 두 가지의 분류는 현실과 비현실로 나뉘는데 알베르티가 회화론을 통해 언급한 ‘회화는 세상을 바라보는 창‘의 개념이 작업에서 주된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세상과 나 사이에 있었던 창은 지금 회화를 넘어 세상보다 큰 존재, 현실보다 큰 또 다른 현실로 커져있다는 것이며, 큰 현실은 너머의 현실을 보지 못하게 가리게 됩니다. 이중 노출은 이러한 관점들을 소재로 너머의 현실을 바라보는 방법들에 대한 이야기를 했던 전시였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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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ceon: 2007년작 <Circle Drawing>은 관람객들에게 복제 레코드 판을 직접 돌려보게 함으로서 각자가 지닌 자신의 기억 속의 '소리'를 추적하게 만드는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관람객들의 행동을 유도함에 있어서 우선시 하는 요소가 있다면요? 그리고 실제의 오브제와 가상의 오브제를 대치시켜놓은 것은 어떠한 의미인가요?

김태은 : 앞서 말씀 드린 현실을 가린 또 다른 현실에서 시작된다고 봅니다. 레코드 판이 돌아가면 소리가 날 거라 생각하지만 그림만 그려지고 소리는 나지 않습니다. 소리를 내보려고 열심히 손잡이를 돌려 회전시켜 보려 하지만 돌리면 돌릴수록 그려지는 선의 개수만 증가되게 됩니다. 어느 덧 자신이 레코드 판과 같은 형태의 라인을 반복적으로 그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레코드 판과 바늘, 그리고 회전운동 이 모든 것이 단순한 선을 그리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고 그것은 원의 형태로 남겨지게 되지요. 소리에 대한 관념을 이런 방식으로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오디오 비쥬얼의 문제이기도 한데, 소리를 귀로 듣지 않고 움직임과 그려지는 라인을 보게 하려는 의도였습니다. 현실 실제 레코드판이라 할 수 있구요. 비현실은 그려지는 원과 그리는 사람의 반복 행위까지 포함 시킬 수 있다고 봅니다. 회전운동과 그려지는 선은 모두 현실에서의 레코드판에 대한 저 너머의 현실을 표현한 것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사과 본질의 색은 빨강색이 아니라 부정합니다. 사과의 반사된 색일 뿐이고 사과 본질의 색은 빨강색을 제외한 나머지 색이라 할 수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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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ceon: 2007년작 <Unwrap A Building>의 경우, 자연적 요소들에 의해 변화하는 건축물의 모습을 컴퓨터와 기계 장치들을 통해 시뮬레이션 해보고 있습니다. 이러한 물리적 장소 및 오브제들에 관한 가상적 상징화 작업이 지닌 의미를 알고 싶습니다.

김태은 : 보이는 것 너머에 존재할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요소들. 보이는 것과 관련하여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호기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호기심은 가설을 낳고 가설은 표현의지를 자극합니다. 이러한 표현의지의 결과로 제가 가져온 것은 기계장치입니다. 그것들은 최첨단의 장비가 아닌 매우 단순하고 아날로그의 물질들입니다. 작가는 이 과정에서 좀 더 단순하면서도 전달력이 뛰어난 언어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데 이 부분이 저에게는 무척 어렵고 많은 공부를 시키며 무지에 대한 실패 및 실험들을 거쳐야 합니다. 상징화 작업이 바로 이러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첨단 장비들은 점점 그 능력을 뛰어나게 하고 민감해져 가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이런 장치들의 즉각성을 멀리하려 하고 있습니다. 창의성과 상상력을 위해 소리 없는 책이나 몇 자 안 적힌 시의 의미를 더 가까이 하고 싶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제 작업에 있어 상징화 작업은 오브제를 단순화시키고 무력화 시키는 방향으로 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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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ceon: 앞으로의 작업에 관한 계획 및 일정은 어떠하신가요?

김태은 : 본다는 것과 인간이 느끼는 감성의 문제, 인간의 상상력이 어떻게 변질되고 사건을 만들어 내는지에 대해 재미난 생각들을 하고 있습니다. 사건들을 만들어 내는 것이 참 재미난 작업인거 같다는 생각이 세삼 듭니다. 이 작업들은 지금 새로 임대받은 난지 스튜디오에서 대부분이 만들어 질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내년(2008)에 상하이에서 개인전이 있습니다. 그게 가장 큰 준비가 될 거 같구요, 곧 영화작업이 가시화 되면 다시 첫발을 내딛는 과정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크게 이 두 가지가 향후 일정이 될 것입니다. 그 후의 미래는 아직 잘 보이질 않네요. 워낙 가시거리가 짧은 탓에 먼 미래는 생각하지 않으려 합니다.

질문해주셔서 나름대로 작가로써의 존재를 다시금 곱씹어 본 계기가 되었네요. 언제나 감사드립니다. ^^

Aliceon: 여러가지 질문에 성심껏 답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좋은 작업 기대하겠습니다.


Interviewer: 유원준(앨리스온 디렉터, postmaster@aliceon.net)


* 김태은 작가의 첫번째 앨리스온 인터뷰 보기
* 김태은 작가 홈페이지 : http://iir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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