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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부터인가 미디어아트 전시는 현란한 테크놀로지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 부응해야 했다. 과학관에서나 체험할 수 있던 기술을 전시를 통해 경험하는 지금의 관람자에게는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미디어아트는 기술지향적인 작품을 대상으로만 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기술을 이용함에도 미학적으로만 드러날 뿐, 기술 자체는 숨는 경우도 많다.

지난 2월부터 최근까지 진행된 토탈미술관의 ‘일상의 반영(Daily Refelctions)’전에서는 매우 단순한 기술이나 아이디어를 통해 일상의 모습을 반영하기도 했다. 일본미디어아트페스티벌의 수상작 중 일부 작품들과 앨리스온 어워즈 수상작 및 몇몇 한국 작가들이 추가되어 기획된 이번 전시는 코이치미술관의 켄지 우에다 큐레이터와 토탈미술관의 신보슬 큐레이터가 공동으로 기획·진행하였다. 일상의 반영이라는 전시명에서도 알 수 있듯, 전시는 ‘반영’이라는 큰 틀을 가지고 오늘날 미디어아트가 보여주는 세상을 담았다. 더불어 몇 개의 키워드를 바탕으로 동시대 한국과 일본의 미디어아티스트들의 얘기를 풀어간다.

 

[거울: 모방과 반복을 통한 구분 아닌 구분]

먼저 ‘거울’ 키워드로 전시에 소개된 작품은 미나세 쇼의 <I/F>, 양원빈의 <Speceies Series>, 마쓰시마 슌스케의 <Voice Portrait> 등을 꼽을 수 있다. 자연 그대로의 모방이나 반복을 통해 나타나는 이미지는 때로는 섬뜩하기도 하고, 일상의 물체와 구분되지 않기도 하다.

 미나세 쇼,< I/F>, 2008

일본의 미디어아트 작가 미나세 쇼의 <I/F>는 지구 인구가 800억을 넘어서는데 반해 몸짓의 수는 비교도 되지 않게 적다는 점에 착안하여 유사한 몸짓을 동물과 인간이 공유하고 있는 영상을 보여주었다. 대형 스크린 속 클로즈업 된 얼굴 이미지는 관람자를 압도하고, 곧이어 나오는 동물의 모습과의 비교는 언캐니한 느낌마저 들게 한다. 인간이 실제로 자신의 모습과 너무도 같은 유사체, 즉 거울 이미지를 보면서 두려움을 느낀다는 자크 라캉(Jacques Lacan)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작품 속 이미지들을 통해 작가는 관람자에게 질문을 던졌다.

 

양원빈 작가의 <스페이스 시리즈-세그니시터 컨티누스>에서는 일상의 쓰레기 로봇들과 마주할 수 있었다. 삶의 철학적 측면, 로봇, 자동화 시스템과 같은 인공적인 도시환경의 사회적 풍경을 연구하는 작가는 <스페시스 시리즈>를 통해 도시 생태계의 숨겨진 문제를 로봇 생물과 그들의 출현, 적응, 진화의 역사를 통해 탐구한다. 망가진 우산, 커피 컵, 신문치 뭉치 로봇들은 실제의 반영을 넘어 실제의 물질 자체를 이용해 만들어졌다. 또한 움직임 역시 바람에 날아가는 쓰레기를 연상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일상의 환경을 로봇을 통해 전시장에서 다시 한 번 경험하며 환경의 문제까지 고찰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양원빈, <스페시스 시리즈>, 2012                                         

 

 [운동, 정지: 움직임의 포착]

‘운동이나 정지’라는 키워드로 묶을 수 있는 작품들로는 히라카와 유키의 <Frozen Leaf>, 하이브의 <아이리스> 등이 있다. 모든 유기체는 운동과 정지의 반복되는 순환을 가지고 있다. 그 순간을 포착하여, ‘움직임’ 자체에 집중하는 작가들의 작업을 살펴볼 수 있었다.

히라카와 유키, <Frozen Leaf>, 2012

히라카와 유키의 <Frozen Leaf>는 운동과 정지의 경계에서 마치 정지된 것 속의 운동을 보여주는 효과를 내는 작품이다. 잎의 표면에 녹는 얼음을 기록한 영상은 본질적인 시간의 의미에 기초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잎의 선 하나하나가 크게 확대되어 보이기 때문에 얼핏 보면 추상 작품을 보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작가 히라카와 유키는 특정 장소나 물건에서 움직이지 못하는 특유한 독립체에 관심을 갖고 사진, 영상 작업을 주로 하고 있다. 특히 우리 사회가 오늘날 직면하는 주요 문제를 드러내는 자연현상과 에너지의 변환을 다루고 있는 작가였다.    

 하이브, <IRIS>, 2012

하이브의 <IRIS>는 관람자의 움직임에 따라 반응하는 인터렉션 작업이다. 눈의 홍체 기능의 움직임을 모방하여 개별 패널 안의 원에 움직임이나 정지가 만들어내는 이미지가 전체적인 큰 형상을 구성하게 된다. 빛의 양을 조절하는 이 기술은 과거 단순한 정보 전달을 위해 사용되었던 하프톤(Halftone)을 현대기술로 재구성한 것이다. 가장 기본적인 움직임을 패널의 움직으로 전환시키는 작업은 관람자에게 흥미를 유발하기에 충분했다. 그룹 하이브는 기술과 예술, 실험 등의 아이디어를 구현하며 제품, 건축 등의 산업영역과의 융합을 시도하고 있다.  

 

[사운드: 움직임의 소리, 일상의 소리]

‘사운드’ 키워드에는 한윤정&한병준의 <손끝 소리>, 앙드레 마에노의 <Th*****-어떤 사운드 장치>, 전형산의 <Irregistable perception #6> 등이 있었다. 흔히 사운드아트라 하면, 기계적 사운드를 연상하게 되는데, 그러한 선입견을 깨는 전형산 작가의 작업부터 인간의 신체에서 파생할 수 있는 사운드까지 다양한 작품들이 소개되었다.

 

 한윤정&한병준, <손끝 소리>, 2012-2013

앨리스온 어워드의 수상작가인 한윤정&한병준 작가의 <손끝 소리>는 지문을 소리로 변환하여 인간의 정체성 자체에 대해 연구하는 작업이었다. 지문은 우리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물리적 지표이지만 우리가 그 모양새를 인식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관람자는 자신도 모르는 선의 움직임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자신만의 ‘지문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된다. 작품이 어느새 관람자의 신체에 까지 그 미디엄을 확장하는 경험을 느껴볼 수 있는 것이다.

역시 마찬가지로 앨리스온 어워드의 수상작가인 앙드레 마에노의 <Th*****-어떤 사운드 장치>는 자연과 사물의 소리 등 음향 발생의 원리로 경로를 재탐색 후 역설계하는 방식을 취한다. 아날로그 방식을 새롭게 재현한 이번 작품은 회화, 드로잉부터 퍼포먼스와 사운드까지 넓은 영역을 포괄하는 작가의 스펙트럼을 면밀히 보여주는 듯 했다. 천둥소리를 구현한 작품은 관람자가 직접 연주할 수 있는 새로운 자연의 세계를 들려준다. 우리는 이미 그 소리를 어디서 익숙하게 듣던 소리로 생각하거나, 녹음해 둔 소리가 들리는 것으로 착각할 수 있다.  그러나 직접 구현하는 새로운 창조물, 그 순간 바로 ‘지금’만 기억할 수 있는 소리는 관람자에게 더 새로운 의미로 다가왔을 것이다.

                                                          앙드레 마에노, <Th*****-어떤 사운드 장치>, 2011

 

[사회적 반영: 팝아트에서 소셜미디어까지]

‘사회적 반영’의 키워드로는 김가람의 <버진 캔디 프로젝트>, 이준의 <보이스 피싱>, <바틀로직스-나무>, 방&리의 <프랜드십 이즈 유니버셜> 등이 있었다. 작품들은 그 의미를 지층에 숨기고 자연스레 말을 건네는 듯 했다. 미디어(media)가 가진 소통의 측면을 강조하며 접근할 수 있었던 작품들은 주제 그대로 사회에 대해 회심의 일침을 던지고 있는 듯했다.

  이준, <보이스 피싱>, 2014

이준의 <보이스 피싱>과 <바틀로직스-나무>작업은 현대사회의 기득권층이 자신의 이익에만 집중하여 사람들이 진실을 보지 못하도록 매체를 통해 가리는 상황을 들춰냈다. 주로 자연-인간-사물의 네트워크의 상호작용에 관심을 갖는 이준은 나무, 물고기, 병 그리고 게임 등을 이용하여 이들 삼자의 다양한 관계성과 이들의 동맹이 만들어내는 복잡다단한 현상을 작품으로 만들어낸다. 작품의 구현 방식에서 은유적, 혹은 직설적인 표현을 동시에 볼 수 있어 흥미로운 이 작업은, 설득력 있는 작가의 언어에 대해 고민할 기회를 제공한다 



 방&리, <프랜드십 이즈 유니버셜>, 2013

방&리의 <프랜드십 이즈 유니버셜>은 캐네디(John F. Kennedy)의 연설과 연결된 대형 디지털 폰트 작업으로 전자 신호를 통해 글자의 조명이 켜짐과 꺼짐 반응을 한다. 부조리한 상황이나 모순된 개념을 바탕으로 한 프로젝트의 주제는 역사적 자료와 허구적 속성, 소셜 미디어의 상황을 통합하여 재해석한 설치로 반영되었다. 설치는 범세계적인 네트워크의 확장과 관련하기에 과거와, 현재, 또 미래를 아우르는 보편적인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방&리의 의견에 어느 정도 동조할 수 있었던 작업이었다.

 

미디어아트가 그 흥미의 요소에 하이테크놀로지의 사용을 두었다고 보는 이도 있다. 또한 번쩍번쩍하지 않으면 미디어아트라 부를 수 있는지에 의문을 품기도 한다. 이번 전시는 그러한 생각들이 테크놀로지의 열망에 대한 편견일 뿐이라고 말해주는 듯하다. 우리는 이미 일상이 미디어이다. 프리드(Michael Fried)가 미니멀리즘을 두고, 이미 우리 세계는 모두가 리터럴리스트(literalist)라 말한 것처럼 이제 우리 세계는 모두가 미디어아트의 다양성을 경험하고 있는 샘이다. 따라서 일상의 반영이 미디어아트를 통해 가능한 일은 더욱이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전시는 미디어아트가 나아가고 있는 길에 대해 다시금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주지 않았을까.

   

전시정보

□ 제 목: Daily Reflections

(재팬 미디어아트 페스티벌과 함께 하는 한-일 미디어아트 교류전)

□ 기 간: 02.20 (목) – 03.09 (일)

□ 장 소: 토탈미술관 www.totalmuseum.org

□ 큐레이터: 신보슬, 켄지 우에다

□ 작가: 방앤리, 구글 맵스 8비트 팀, 켄이치 하기와라, 한윤정, 하이브, 유키 히라카와, 전형산, 켄수케 센보 & 토모히코 하야시,

김가람, 이 준, 신지로 마에다, 앙드레 마에노, 파라모델, 서정희, 마츠시마 슌스케, 미나세 쇼, 유리 스즈키, 양원빈

□ 주최: 문화청, 일본정부

□ 주관: NHK International Inc.

□ 협력: 앨리스온

 


글. 이진(앨리스온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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