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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위대한 신발명들이 예술 형식의 기술 전체를 변화시키고 또 이를 통해 예술적 발상에도 영향을 끼치며

나아가서는 예술 개념 자체에까지도 놀라운 변화를 가져다주리라는 것을 예상하지 않으면 안된다."


폴 발레리(Paul Valery), 『예술론집』 중 「편재성의 정복」에서



위의 언급은 프랑스의 비평가이자 사상가인 폴 발레리(Paul Valery)의 주장이자, 벤야민이 자신의 유명한 에세이인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을 여는 글로 인용되어 현재까지도 회자되고 있는 문장이다. 예술이 기술에 영감을 주고 기술이 예술적 발상을 결정하리라는 이러한 상호-침투적 예견은 현재의 시점에서 보자면 동시대 예술의 근간을 구성하는 (과학 기술과의 융합) 당연한 요소로 치부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당위(두 장르의 융합에 관한)를 넘어 현실의 구체적 예술 형태들을 들여다보자면, 거창하게 느껴졌던 예술과 기술, 더 나아가 과학과의 융합이라는 시대의 화두는 그 초라한 면면을 감추기가 어렵다. 더욱이 기술을 넘어 인류의 가장 근원적인 영역을 파고드는 과학 분야와의 융합의 경우, 그 경계가 모호하여 예술의 범주 속에서 이해되지 않는 경우도 존재한다. 현재의 인류는 분명 그 필요성과 융합의 의의를 이해하고 있지만 그 결정적 지점에 도달하지 못한 채, 목적지 어딘가에서 맴돌고만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술과 과학(기술) 융합이라는 화두가 시대를 넘나들며 다른 모습으로 되풀이되듯 나타나는 까닭은 무엇인가? 또한 예술의 개념과 범주가 과거와는 상이하게 변화하고 있는 현재의 시점에서도 이러한 구분이 여전히 유효한 경계로서 인식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미 우리는 각 단어의 어원들('Scire', 'Techne', 'Ars')을 애써 되새겨보지 않더라도 매스미디어를 통해 다양하게 제시되는 각 장르간의 연결성 덕분에 그들의 상관관계에 관해서는 일정 수준 이상으로 이해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상황에서라면, 현재까지의 (융합의) 시도를 살펴보며 그러한 시도들이 놓쳐버린 무엇인가를 찾아보는 것이 더욱 유효한 방법일 수 있을 것이다. 더욱이 시도 자체가 빈번하게 진행되지 못했던 국내의 경우, 두 장르가 지닌 근본적인 이질감을 탓하기에 앞서 현실 속에서 나타났던 문제들을 점검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1. 배경 및 토대


1991년, 예술의 전당, <제 3의 미술, 테크놀로지전>

국내의 경우, '예술과 과학의 융합'이라는 화두는 지난 2000년부터 지속적으로 주장되어온 정책 기조이자, 문화-예술-교육을 아우르는 통섭적 지침이었다. 기존의 예술 관련 부처인 문화관광부(현 문체부) 넘어 정보통신부(미래부), 교육부 등 다양한 정부 부서들은 국가의 미래 비젼의 주요한 쟁점 중 하나로서 해당 주제를 현실적인 현안 사업으로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예술 분야에서도 과학 기술에 입각한 새로운 미디어와 융합한 '(뉴) 미디어아트'는 이러한 시대의 흐름을 함께 도모하기에 매우 적절한 장르이자 용어였고, 이에 다양한 미디어아트 페스티벌 및 전문 기관 등이 설립되기에 이르렀다. 1991년 예술의 전당에서는 '제 3의 미술' <테크놀로지展>이 개최되었고, 1995년에는 제 1회 광주 비엔날레의 특별전으로 백남준 작가가 기획한 <정보예술展>이 선보여졌다. 1990년대 후반에 들어서는 '시네마테크 빛', '문화학교', '필름포럼' 등 대안적 영화 아카데미와 시네마테크가 연이어 설립되었으며, 97년 부산국제영화제를 시작으로 퀴어 영화제, 여성영화제, 인권영화제 등이 시작되기도 하였다.


2000년, 미디어시티 서울 2000 (현재 : 서울 국제 미디어아트 비엔날레) 개막식 모습


21세기에 접어들어 국내의 상황은 급격하게 변모한다. 특히 21세기를 알리는 2000년에는 과학 기술의 융합 및 미디어와 결한한 새로운 예술과 관련된 다양한 시도들이 줄지어 나타나게 된다. 첫 포문을 연 것은 아트센터 나비(Artcenter nabi)였다. 미디어아트에 집중한 예술 공간인 아트센터 나비는 200011일 개관했다. 일본의 ICC(Inter Communication Center)가 1997년 개관한 것에 비하여 3년가량 늦은 출발이었지만, 아시아의 뉴 미디어아트 관련 기관으로 국내외의 기대를 모으기에는 충분했고 SK 본사건물에 위치하여 현재까지도 SK가 주력하고 있는 통신 기술 분야와의 융합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또한, 여성, 소수, 대안 축제를 표방한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Nemaf)이 시작된 년도도 2000년이다. 특히 서울을 중심으로 국제 비엔날레가 개최되었는데 현재까지도 운영되고 있는 '서울 국제 미디어아트 비엔날레 (미디어시티 서울)'이다. 2000년 9월 2일에 오픈한 이 행사는 송미숙 총감독의 지휘아래 '도시 / 0과 1사이'라는 주제로 무려 4개월간 진행되었다. 또한 '부산국제아트페스티벌'(이후 '부산국제비엔날레로'로 이름이 바뀜)의 경우에도 다양한 비디오/미디어 예술 작품들을 소개하는 국제적 행사로 자리잡게 된다.


2008년, 2001년 이후 건립추진 7년만에 개관한 백남준 아트센터(NamJune Paik_Art Center)의 전경


2000년 이후 국내에서는 새해 벽두부터 시작된 이러한 변화에 민첩하게 반응하는 움직임들이 나타났다. 흥국생명 빌딩에 위치한 미디어아트 전문 갤러리이자 교육 아카이브 공간인 '일주 아트 하우스(ilju-Art house)'를 비롯하여, 2004년에는 인천 주안 지역을 중심으로 한 '주안미디어문화축제(JuMF)', '의정부 국제미디어아트 페스티벌(2005)', '비트폼 갤러리 서울(Bitform Gallery Seoul, 2005)', '대구국제 뉴미디어아트 페스티벌(Daegu Internation New Media Art Festival, 2007)', '백남준 아트센터(NamJune Paik_Art Center, 2008)' 등이 그것이다. 



2. 2000년대 중반 이후 : 본격적인 융합적 시도 전개

그러나 위에 열겨한 일련의 시도들은 다분히 예술과 기술, 그 중에서도 '예술'에 상당 부분 무게중심이 놓여있는 형국으로 진행된 것들이다.즉, 과학의 영역까지 아우르는 융합의 모습이라기 보다는 예술을 주된 요소로 전제하고 새로운 테크놀로지에 대한 관심이 표명된 차원으로 봐야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본격적으로 과학과 예술의 융합의 토대가 된 움직임들은 2000년 후반, 과학 기술에 대한 관심을 중점적으로 내세우며 설립된 기관 및 페스티벌 등으로 보는 것이 적절할 듯 하다. 특히, 국내의 국공립 과학관, 과학기술부 및 과학창의재단(과학문화재단) 등의 주최로 만들어진 과학축전, 엑스포(Expo)와 지속적인 관심을 표명한 미술관들의 시도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큰 창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 2016년 9월 6일 정보 업데이트 하였습니다.


위 이미지는 2004년부터 현재(2016년 7월)까지의 국내의 예술과 과학의 융합을 표제어로 진행되었던 전시 및 프로젝트/프로그램들을 목록화한 것이다. 기본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국내의 유관 기관 및 매체를 통하여 금번 주제와 연관있는 프로그램들을 조사해 본 것인데, 조사의 과정 중에 우선적으로 인식된 국내의 상황은 역시나 관련 정보의 기록이 부족하고 그 기록에 대한 접근성이 매우 취약하다는 사실이다. 이는 이번 앨리스온 커버스토리의 주제에만 해당하는 문제가 아닐 것이기 때문에 그 심각성이 더욱 도드라진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전국의 유관기관 및 미디어를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리 많은 수의 표본 집단을 찾아내기가 어려운 상황임을 밝히는 바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의 상황에 관하여 의미있는 발자취를 찾아볼 수는 있었다. 앞서 열거했던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의 흐름을 기반으로 2004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예술-과학의 융합을 화두로 내세운 전시와 프로그램 등이 다수 등장했다. 특히나 예술과 과학의 융합은 서로 분리된 (분리되었다고 믿어져왔던) 영역에 관한 교류/융합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시간을 전제한 지속적인 흐름이 중요하다. 위의 표에서 붉은 색으로 표기된 프로그램들은 2년이상 지속적으로 진행된 전시/프로그램이기 때문에 보다 면밀한 관찰과 연구가 필요한 프로그램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글. 유원준 (앨리스온 편집장) / 자료조사 및 정리 : 김경원, 최선주 (앨리스온 에디터)


* 2부에서는 국내의 예술과 과학의 융합 흐름에서 지속적으로 진행되어온 프로젝트/프로그램들을 간단히 살펴볼 예정입니다.


* reference

예술과 기술_ 그 이원(二元)적 공존과 결합

http://aliceon.tistory.com/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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