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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지난 2016년 발행된 커버스토리 <예술과 과학의 융합 : 2016년 한국, 예술과 과학은 융합하고 있는가? _1, 2>에 이어지는 기사로, 2012 ~ 2015년 대전에서 진행된 아티언스 대전 2~5회에 참여했던 예술가 및 과학자를 인터뷰하고 이를 정리한 글입니다. 앨리스온은 지금까지 아티언스 대전에 참여한 참가자(팀) 약 30팀 중 5팀의 예술가+과학자(머머링프로젝트+박세진, 임동열+박종철, 박형준+김완두, 김지수+류충민, 지하루&그라함 웨이크필드+정하웅)에게 서면으로 공통된 질문을 드려 인터뷰를 요청했습니다.



앨리스온에서는 커버스토리 “예술과 과학의 융합” 주제 아래 국내를 대표하는 예술·과학 융합 지원사업인 <아티언스 대전>을 조명하고자 한다. ’아티언스 Artience = Art(예술) + Science(과학) + Audience(대중)’의 의미를 담고 있는 아티언스 대전은 예술과 과학, 그리고 대중의 융합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다. 초기의 일회성 페스티벌 형태의 행사 체계로부터 발전을 거듭해 지난 2015년 사업에서는 예술가-과학자 협력 프로젝트 ‘아티언스 랩’, 아티언스 대전의 지역적, 문화적 확장을 위한 프로젝트 ‘아티언스 랩+’, 아티언스 대전의 학술적·정책적 담론 형성을 위한 ‘아티언스 포럼’, 청소년 대상 예술·과학 교육 프로그램 ‘아티언스 캠프’, 한 해의 아티언스 대전 과정 및 결과물 공유를 위한 ‘아티언스 오픈랩’이 운영되었다. 2016년 올 해 사업에서 역시 2015년 프로그램에서 일부 프로그램이 통합되고 세부 프로그램이 강화되는 등 변화가 있다.


아티언스 대전이 국내 다른 예술지원사업과 차별되는 점은 사업 내 예술가와 과학자가 정해진 기간 동안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지속해서 교류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중점적으로 지원한다는 점이다. 매년 초 아티언스 대전 사업은 공모를 통해 선발된 작가들에게 이들이 계획 중인 작품과 연계성이 있는 여러 과학자를 만날 수 있게 해주고, 이 중 작품과 연관성이 높은 과학 분야 전문가를 찾아 예술가와 매칭(Matching)하고 협업할 수 있도록 한다. 아티언스 대전은 국내 독보적인 과학 자원을 보유한 대전의 지역 콘텐츠를 개발하고자 (재)대전문화재단이 주관하여 2011년 신설한 이래, 한국표준과학연구원, 한국기계연구원, UST(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 카이스트 CT대학원 등과 협력하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대전광역시, 대덕넷 등이 후원하여 추진되었다. 아티언스 대전은 특히 대전 소재 국가출연연구기관과의 교류로 대전 내 예술‧과학 분야 타 유사사업과 차별화를 도모하고자 하였다. 본 기사에서는 특히 이러한 아티언스 대전 사업에서 자발적으로 공모에 지원하여 선발됨으로써 예술과 과학 융합 작품 제작의 실질적 주체가 되는 예술가와, 아티언스 대전을 통해 각각의 예술가들과 만나고 수개월에 걸쳐 협업한 과학자들을 함께 인터뷰 하였다. 이를 통해 예술가 및 과학자들이 아티언스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협업 과정과 이러한 협업이 이들 각자의 활동 영역에 미친 영향을 알아보고자 했다. 또한 사업의 주체가 되는 이들 예술가 및 과학자들이 생각하는 아티언스 대전 사업에 대한 리뷰를 앨리스온 독자들과 함께 공유하고자 한다.



아티언스 대전 연혁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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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언스 대전 사업 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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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_ 아티언스 대전 "예술가가 과학자를 만났을 때"


예술가 + 과학자 공통 질문
Q1. 작업에 관한 질문:
과거 작업 및 활동 소개 / 지원동기 / 프로그램 참여가 작업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Q2. 예술가-과학자 협업 과정에 관한 질문
: 예술작업에서 과학적 개념 또는 표현 방식에 대한 연구와 구현 과정 / 소통방식
Q3. 사업에 대한 질문
: 사업에 대한 인상 / 지원목적 달성에 효과적이었는지 / 한계점


Murmuring Project + 표준과학연구원 박세진 박사
인터뷰 ① _ 아티언스 대전 "예술가가 과학자를 만났을 때"


머머링프로젝트,  시원지수(Cool Index),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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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머링프로젝트(Murmuring Project)  https://www.facebook.com/MurmuringProject
/

머머링프로젝트(Murmuring Project)는 <아티언스 대전> 2012, 2015 2회 참가자이다. 박상준, 백창현, 손경환, 이윤건, 이진규로 이루어진, 어떤 한계를 실험하기 위해 만들어진 시각예술 프로젝트 팀이다. ‘표준과학’이라는 용어에 주목하여 시원함의 표준에 대해 고민하다 아예 시원지수를 직접 만들었다. 2015년 여름, 이들은 ‘시원함’이란 어떤 것인지 궁금해 한다. 덥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이들은 각각의 개인이 느끼는 시원함을 측정하기 위해 구체적인 지표를 만들기로 했다. 머머링 프로젝트의 이번 전시는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의료융합측정표준센터 외 여러 과학자를 만나 조언을 구하고, 이를 ‘나름대로’ 종합하여 '시원지수'를 도출하는 과정을 담았다.


Q1. 작업에 관한 질문

머머링프로젝트(Murmuring Project)는 친분이 있는 몇몇 예술가들을 주축으로 ‘어떤 한계를 실험’하기 위해 만들어진 시각예술 프로젝트팀입니다. 여기서 '어떤 한계'는 아마추어(Amateur) 집단으로서 마주하게 되는 벽 같은 것인데, 전문 지식의 결여와 부족한 자본으로 인해 발생하는 한계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우리의 일관된 목적은 멤버들이 동의한 취미에 가까운 주제들을 프로젝트라는 형태로, 개개인의 동기를 끌어내어 ‘의외로’ 열심히 다루는 데에 있습니다. 다시 말해, 머머링프로젝트는 아마추어로 남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견지한 채, 다양한 목적 지점과 부족한 능력 사이의 괴리를 체험해 내는 동호회 형태의 집단이라고 할 수 있어요.


머머링프로젝트, 일촉즉발의 순간들로 이루어진 삶은 전체적으로는 왜 지루할까 – trailer -, single channel video, 2012

2011 년 10월, 머머링프로젝트는 <물리적 한계(Physical Limits)>라는 주제로 성층권에서 우리가 사는 지구를 촬영하는 스페이스 벌룬 프로젝트(Near Space Balloon Project)를 진행했습니다. 이 작업의 목적은 우리의 한계 안에서 관측할 수 있는 최대의 우주가 어디까지 인지 알아보고자 하는 데에 있었습니다. 관측용 카메라가 내장된 손수 만든 비행체는 5.7m/s의 속력으로 상승비행하며 지상으로부터 30km까지 올라가 푸른 지구와 검은 우주, 작렬하는 태양을 찍는 데 성공하고 땅으로 떨어졌어요. 우주에 대한 막연한 호기심에서 시작된 이 프로젝트로 우리는 운 좋게도 2012년 대전문화재단에서 진행하는 아티언스 프로젝트(Artience Project)에 참여를 제안받았습니다. 재단은 우리에게 새로운 비행체를 제작할 수 있는 약간의 지원금과 협업 가능한 과학자를 소개해 주었다. 우리의 경험과 과학자가 손수 제작한 날개가 더해져 한층 업그레이드된 비행체로 두 번의 비행을 했으나 모두가 열망했던 결과를 얻지 못했어요. 그렇게 우리의 ‘새로운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 실패하지 않을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은 깨졌다. 우리는 결과보고전에서 이 세 번의 비행을 통해 얻어진 성공과 실패의 결과물을 인간의 인생 여정에 빗대어 편집한 영상으로 전시했습니다.


머머링프로젝트, {placeholder} – 외계인의 부제 -, single channel video, 2014
머머링프로젝트, 본격 동네 외계인 게임북, 사랑과 우주전쟁 – 여름편 -, 출판물, 2014

작업의 6할을 운에 맡긴 마치 모험같았던 이 경험은 작업 방향을 성공할 리 없는 전제에 대해 계획적이고 신중하게 접근하는 우리를 기록하는 것으로 정리되었습니다. 이러한 태도를 보여주는 첫 작업으로 ‘외계인’을 소재로 삼아 <인식의 한계(Conscious Limits)>를 실험했어요. 우리는 외계인에 대한 수많은 괴담을 수집하여 인터넷 방송을 하고, 외계인을 찾아다니기도 하며, 천문・우주・SF전문가들을 만나 외계 생명체와 외계 문명에 대한 그들의 견해를 묻는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우리는 타자로서 존재하는 외계인을 증명하기 위해 좌충우돌하며 계속해서 방향을 수정해 나가지만 결국 한계에 봉착하고 말았어요. 이 모든 과정을 담은 게임북 <사랑과 우주전쟁 – 여름편 ->과 다큐멘터리 영상 <{Place Holder} – 외계인의 부재 ->에서 우리는 프로젝트의 한계와 실패에 대한 변명을 늘어놓았습니다.


머머링프로젝트, 시원지수 데이터북(Cool Index Date Book), 출판물, 2015

외계인을 찾아다니며 ‘성실하게 실패하는 방법’을 고민했던 머머링프로젝트는 2015년 아티언스 대전으로부터 또 한 번 사업 참여 의사를 묻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담당자는 프로그램의 기획 상 작업의 과정을 도큐멘트할 수 있는 팀을 찾고 있었고, 머머링프로젝트가 2012년 아티언스 참여 후 어떠한 방식으로 발전해 나가고 있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어요. 이후 2015 아티언스 랩 투어에서 우리는 한국표준과학연구원과 한국기계연구원을 돌아보다 표준이라는 것에 관심을 가지고 불쾌지수를 보완할 수 있는 <시원지수(Cool Index)>라는 것을 만들어보기로 했습니다. 시원지수의 목표는 개인 편차와 계속해서 달라지는 주변 상황을 고려해서 스스로가 느끼는 시원함을 원하는 시기에 언제든지 확인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시원지수를 계산하는 공식을 만드는 데 있어서 팀 내부에서 합의를 보지 못한 채 전시를 오픈했어요. 이 모든 과정은 깃허브(github.com)와 트렐로(trello.com)를 이용해서 기록하고 한 권의 데이터북으로 만들었습니다.

Q2. 예술가-과학자 협업 과정에 관한 질문
머머링프로젝트가 이제까지 만났던 과학자 분들은 대체로 그 분야의 권위자들이었고, 과학자로서 맡은 프로젝트가 많았기 때문에 공동작업의 진행은 힘들었습니다. 대신 아낌없는 조언을 해주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조언은 “그런 거 하지 말고...”와 “이건 너무 가정의 가정이다.”였어요. 과학자들의 시선에서 우리의 작업은 증명할 가치가 없는 유사 과학에 지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어떤 과학자는 우리의 시원지수에 대한 전시를 보고 “검증은 했는가?”라고 물었어요. (검증을 했겠는가!) 또 시원지수 데이터 북을 보던 과학정책 관련 학과의 박사과정 대학원생은 꼭 이공계에서 쓰는 ‘연구노트’ 같다고 했고요. 그들은 이것을 잘 정리하면 하나의 논문이 된다고 했어요.

하지만 머머링프로젝트는 과학적 접근방법을 우리의 작업에 투영하려 한 것은 아니며, 그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합니다. 우리의 입장만 단편적으로 얘기하자면 머머링프로젝트가 시원지수를 만드는 과정에서 보여주고자 한 것은 과학적 근거와 정밀한 실험을 통해 실생활에 적용 가능한 지수를 만드는 것은 아닙니다. 또한 외계인을 찾는 데에서도 정말 외계인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 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이러한 농담 같은 얘기에 진지하게 접근해보고 그 타당성을 찾고자 좌충우돌하는 우리의 모습을 기록함으로써 그 한계를 명확히 하는 데 있습니다. 전시장에 설치된 결과물은 언제든 수정될 수 있는 표면적인 모습일 뿐이고, 중요한 것은 우리가 아직 만들어내지 못한 영역, 그 영역을 만들기 위해 우리 스스로가 걸어온 길을 기억하기 위한 기록에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작업을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 과정이나 태도라고 주장 할지라도 어딘지 모르게 껄끄러운 부분은 남아있습니다. 그것은 아마도 머머링프로젝트가 과학도 예술도 놀이도 아닌 애매한 위치에 있으며, 우리가 추구하고 있는 ‘과정’에는 실패한 것들도 포함되어있어 정제된 하나의 결과물을 기대하기가 힘들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것이 우리가 추구하고자 하는 아마추어리즘(Amateurism)적인 열정과 한계라고 하겠습니다. 우리는 ‘껄끄러운 영역’에서 자신들을 불완전한 상태에 놓고 새로운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으며 계속 미끄러지고 실패할 만한 실험을 할 것입니다. 물론 이것은 가장 비경제적인 일이 될 테지만 말이죠.

Q3. 사업에 대한 질문
아티언스 대전은 대전이라는 지역이 가진 과학 인프라를 활용해 예술 분야와 융합을 꾀하는 프로그램으로 자리를 잡았고, 과학에 관심을 가지고 작업하는 많은 작가가 지원하고 있습니다. 매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프로그램의 시작에는 랩 투어가 있어요. 랩 투어는 과학에 대해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던 예술가들에게 구체적인 모습을 제시합니다. 머머링프로젝트는 랩 투어에서 우리가 과학에 대해 몰랐던 부분을 많이 알게 되었고, 작업에 대한 많은 영감을 얻었어요.

하지만 아쉽게도 과학자에게 예술가를 소개할 자리는 상대적으로 미미합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대전문화재단은 한국표준과학연구원, 한국기계연구원과 MOU를 체결하고 사업을 진행하지만, 그 결과가 참여 예술가의 결과물을 발표하는 ‘전시’에 많은 비중이 있기 때문에 과학자가 직접 참여할 자리는 그리 많지 않아 보입니다. 결국, 아직까지 아티언스는 그 이름에서 풍기는 이미지와는 달리 문화·예술 영역에서 바라본 과학과 예술처럼 보입니다. 이 부분을 녹여내고 과학과 예술이 손잡게 만드는 것이 아티언스를 만들어가는 모든 사람의 숙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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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연구 박세진 박사
현재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미래융합기술본부 책임연구원으로, 인체치수데이터센터 센터장을 맡고 있다. 인간공학, 감성공학 분야에서 활발한 연구 활동을 펼치고 있다.


Q1. 작업에 관한 질문
제 연구는 근본 대상이 ‘사람’입니다. 전공으로 보자면 인간공학. 감성공학 분야이지요. 사람에 대한 기본적인 형태 측정(키, 몸무게, 팔길이, 허리 둘레 등의 정적인 치수와 3차원 형상 측정), 심리와 생리 등에 대한 측정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람이 사용하는 모든 것(물건, 도구, 기계, 환경, 시스템 등)을 사람이 사용하기 편리하게 만드는 인간공학, 그리고 사람의 감성을 정량적으로 측정하여 제품이나 환경, 시스템 등이 안락하고 쾌적하도록 느낄 수 있도록 설계하는 감성공학입니다. 요즘은 자동차 시트 커버지 종류에 따른 탑승자들의 온열 쾌적감 향상 연구, IoE(Internet of Everything : 초연결 사회) 기반의 고령자 건강 모니터링 기술개발 등의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과학기술이 대중에게 얼마나 가깝게 다가가고 있을까? 학생들이 이공계를 기피하는 현상을 과연 누가 어떻게 풀 수 있을까? 세종대왕께서 한글을 창제하시고 과학기술로 백성의 삶을 풍요롭게 하셨듯이 우리는 그렇게 다가갈 수 없을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던 중 아티언스 프로그램이 하나의 솔루션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엄마의 손을 꼭 잡은 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에 비친 과학기술의 신기하고 신비스런 광경, 평소 궁금해 하던 유사한 생각들이 이곳에 와서 “아하, 그렇구나! ” 하며 자기 무릎을 탁 치는 희열, 이런 것들을 진솔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 이러한 것들이 과학과 예술의 융합 그리고 과학과 예술이  대중 속으로 쏙 들어가는 일이겠지요.

아티언스 대전에 참여하면서 연구에만 몰두가 아니라 내가 하는 모든 것들을 일반 국민이 쉽게 이해하고 각자의 생활 속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까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전 보다 더 많아졌고 그런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Q2. 예술가-과학자 공동작업 과정에 관한 질문
제 입장에서 ‘융합’이라고 하면 과학이나 공학을 사람의 윤리, 휴머니즘에 관련된 고민과 연결 하는 이공계가 중심이 된 융합입니다. 아티언스 프로그램처럼 예술가들이 먼저 나서서 과학적 접근을 끌어 들이려는 상황이... 가능 할까? 의문이 많이 들었죠. 그런데 이번 과정을 보면서 인문사회나 예술이 의문을 던지고, 과학적 접근이 뒤따르는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어떻게 보면 일반 사람들에게는 예술이 의문을 던지고, 과학적인 접근을 하는 것이 더 재미있게 다가갈 것 같았습니다. 사실 이러한 결과물들이 한 번에 큰 발전과 엄청 위대한 것을 만드는 것은 아니지만, 일상 안에서 예술과 과학을 재미있게 느낄 수 있다는 것과 그것이 첫 발걸음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일상생활에서 느꼈던 의문을 가지고 접근하는 것이 더 와 닿게 하는 것 같아요. 어려운 과학 지식을 쉽게만 만들지 않고 말이죠.

과학·기술분야 융합연구는 수동적인 관계가 많습니다. 기존의 융합연구들은 참여연구원들이 다양하게 구성이 될 순 있어도 역할이 다 정해져 있기 때문에 그저 요식행위가 될 가능성이 많죠. 그래서 진짜 융합이라고 논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런 아티언스 프로그램의 예술과 과학의 연결은 진정한 융합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Q3. 사업에 대한 질문
홍보를 더 적극적으로 했으면 합니다. 여러 매체를 통해서 조금 더 활동적으로 국민들에게 다가간다면 많은 사람들이 더 즐길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특히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많은 아이들이 많이 보고, 듣고, 느끼는 창의적인 생각을 하며 자라는, ‘내가 어렸을 때 이런 경험을 했었지...’라고 기억 할 수 있는 ‘공동의 기억’을 만들어 갈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되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그렇게 사람들의 인식 속에 들어가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기존의 전형적인 홍보가 아니라 예술과 문화가 먼저 제안을 했던 것처럼 일상의 의문을 던지는 멘트로 소통을 한다면 일반 사람들이 “뭐지?” 하는 호기심을 더 가지게 되지 않을까요? 아이들 뿐 아니라 어른들도 궁금해 하도록 하는 홍보 방식에 대한 고민이 좀 더 필요할 것 같습니다.


임동열 + 한국기계연구소, KAIST 기계과 박사과정 박종철
인터뷰 ② _ 아티언스 대전 "예술가가 과학자를 만났을 때"



임동열,  Machinimal (Tree of Life),  2015

* 더 다양한 작품 이미지 보기


임동열  http://dongyeol_lim.blog.me
임동열은 <아티언스 대전> 2012, 2015 2회 참가자이다. 기계를 해체하여 동물과 합치된 기계의 모습을 재현하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굉장한 현실감을 선사하는 작품으로 2012 아티언스 프로젝트에 참여한 이후로 연구기관과의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2015년에는 연구원에서 실험에 사용되는 ‘날것의 기계’들을 분해하여 현존하는 동물의 상태로 변환하는 등 좀 더 직접적인 접근을 시도했다.


Q1. 작업에 관한 질문
아티언스 대전 사업에서 기계를 해체하여 동물과 합치된 기계의 모습을 재현하는 ‘머시니멀(Machinimal)’이라는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본 작품은 이전까지는 단순히 규정된 하나의 가설의 완성을 보여주는 식으로 표현하는 구조분석 단계에 머물렀다면, 앞으로의 작품에서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기계가 어떠한 과정을 통해 Machinimal로 변모되는지에 대한 과정 설명에 중점을 두고 작업을 진행하려고 합니다. 쉽게 말하면 이전에는 Machinimal의 결과물을 재현해 내었다면 이제는 기계가 Tune-in이라는 과정을 어떻게 거치게 되며 그것을 거침으로서 나온 결과물이 Machinimal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시작과 끝을 보여주는 단계에서 시작->중간(Tune-in)->끝 이라는 좀 더 세분된 표현 방식을 채택하는 거예요. 이를 통해 작품 개념에서 더욱 탄탄한 당위성을 가지고 관람자와 소통할 수 있는 작품이 되어 가길 바랍니다.

Tune- in의 과정은 인간과 기계 사이의 공간과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인식 구조가 변모되는 것을 말합니다. 처음에 기계를 구입하여 사용할 때에 사용자에게 수많은 단순 기계로서 인식되는 단계에서 그것과 함께하는 공간과 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점차 기계로서가 아닌 어떠한 생명을 가지고 있는 생명체로서 대하게 되는 인식구조의 변모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Tune-in의 주파수를 동조한다는 사전적 의미처럼, 기계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주파수와 그것을 소유하고 사용하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주파수가, 함께하는 시공간의 흐름에 따라 점차 동조되어 간다고 파악하고 접근하는 것입니다. 이것을 리서치라는 방식을 통해 수많은 사람들이 자기가 소유한 자동차, 핸드폰, 시계 등에 애정을 가지면서 변화하는 인식을 가감없이 보여주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결과물 Machinimal을 보는 사람들에게 왜 내가 타고 다니는 자동차, 항상 소유하고 다니는 핸드폰 등이 단순 공장에서 찍어내는 기계가 아닌 하나의 의미를 가진 생명체가 되는지 보다 분명한 설명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요.

아티언스 대전에서 한국기계연구원과 협업하기로 최종 결정을 하고 난 뒤에 많은 연구실을 방문했습니다. 각각의 연구실들은 특정한 목적을 두고 세팅되어 있는 기계들과 컴퓨터들로 넘쳐났어요. 보여지기 위한 기계들이 아닌 목적성을 가지고 최적의 형태로 구성되어 있는 연구실의 기계들은 나에게는 마치 해부되어 있는 무언가처럼 보였죠.
이러한 경험을 통해 내 작품에서 드러나던 정형화 된  기계(자동차, 오토바이)를 벗어나 좀 더 날것의 느낌이 나도록 기계를 표현하게 되었습니다. 연구실의 테이블을 그대로 가져와 동물의 뼈와 내장, 핏줄 들로 변환시켜 연구실이지만 마치 해부학실 같은 느낌이 나는 장소로 탈바꿈 시켜 작업을 진행했어요.
아티언스 대전 사업 이후, 앞으로는 좀 더 넓은 범위의 기계들과 동물의 합치를 꾀하고자 합니다. 아직 원자력 연구소 및 몇몇 방문하지 못한 연구소에 많은 작품의 소스가 될 만한 연구들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향후 그 곳들을 방문한 뒤 연구실을 모태로 한 새로운 작품 연작을 기획 중입니다.

Q2. 예술가-과학자 협업 과정에 관한 질문
사실 예술작업에서 과학적 개념은 새로울 것이 없는 하나의 주제입니다. 예술가들은 늘 새로움을 추구해 왔기 때문에 그 시대의 가장 발전된 형태의 과학은 오브제로서 혹은 새로움의 주제로서 끊임없이 차용되었습니다.

아티언스 대전의 경우 새로움은 예술과 과학의 융합 그 자체가 아닌 그를 끌어 내는 방식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전까지 있었던 융합은 늘 주와 종의 관계 속에서 존재해 왔어요. 이는 사실 가장 편리한 방식의 융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주가 되는 분야의 연구원/예술가가 기획하고 종이 되는 예술가/연구원이 서포트를 하는 형태가 되는 거죠. 하지만 아티언스 대전에서는 좀 더 적극적으로 주종관계를 없애고 대등한 출발 선상에서 협업을 이룰 수 있도록 유도하고 많은 프로그램을 기획 했다는 점에서 기존의 다른 사업과 차별점을 둘 수 있습니다.

Q3. 사업에 대한 질문
아티언스 대전이 기획했던 과학과 예술의 융복합이라는 큰 주제에서 다양한 기획과 의도를 가지고 접근했던 점에서 신선함을 느꼈고, 좀 더 발전된 형태의 융복합을 추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티언스 대전을 통해 작업 중 새로운 시각에서 기계를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지게 되었고 넓은 의미의 과학 그리고 기계라는 개념 자체가 확장될 수 있었어요. 많은 연구실과 현장은 일반인으로서는 평소에 접하기 어려웠어서 실제로 경험하며 작업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또한, 과학자들이 예술작품을 바라보는 시각이 일반인 그리고 예술가들과 다른 부분들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과학자분들은 예술 작품에 대해 일반인보다 좀 더 분석적으로 접근하려는 태도를 보였고, 본인들이 보고 느끼는 바를 결국 자신들이 연구하는 분야와 연결해 감상하는 모습을 보였어요. 이 또한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다양한 부분에서 만족스러웠지만 다만 결국 결과물이 전시라는 형태로 드러나게 되는 부분에서 아쉬움이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끊임없는 회의와 협업을 거쳤음에도 마지막에 모든 결과물이 예술가의 손을 통해 작품으로 완성되다 보니 앞서 이야기했던 주종관계의 파괴가 쉽사리 형성되기 어려운 지점이 있었어요.
좀 더 장기적인 프로젝트로 진행하여 결과물을 꼭 전시가 아닌 다른 새로운 형태로 전환할 방법을 모색한다면 진정한 의미의 과학과 예술의 융복합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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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계연구소, POSCO 성형연구그룹 박종철 박사
현재 POSCO 성형연구그룹 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2012년 아티언스 프로젝트 당시 KAIST 기계과 박사 과정 중 참여하게 되었다. 연구 분야로는 석사 과정에서 3D프린팅 기술개발을, 박사 과정에서 금속성형 기술개발을 연구했다.


Q1. 작업에 관한 질문
석사과정은 3D 프린팅 기술개발, 박사과정은 금속성형 기술개발에 관한 연구를 수행했습니다. 3D 프린팅 기술은 최근 몇 년 사이 이슈가 되어 많이 알려졌는데, 처음 접한 것은 2007년 석사과정을 시작하면서부터였어요. 지도교수님이 3D 프린팅 기술을 국내에 처음 도입한 권위자였기에 관련 연구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박사과정 연구분야인 금속성형은 자동차 등의 운송수단의 경량화 및 연비문제가 이슈입니다. 가볍지만, 강한 금속 소재에 대한 요구가 있었어요. 그래서 새로운 금속소재가 개발되어도 이를 적절한 모양으로 성형할 수 있는 기술의 개발이 필요한데, 이러한 공정기술을 개발에 관한 연구를 수행했습니다.

부족한 점이 많아 대학원 생활이 힘들었습니다. 적절한 컨디션 조절이 필요했었고, ‘Toastmaster’라는 발표 모임에 가입하게 됐어요. 대전이다 보니 연구원을 비롯한 정부기관의 다양한 배경을 가진 분들이 회원으로 활동했어요. 모임을 통해 외향적인 성향을 발전시키던 중 회원 한 분이 저를 좋게 보시고 아티언스에 대한 정보를 주셨습니다.

그러고 나서 아티언스 대전에 참여하게 된 이유는 호기심에서였습니다. 예술은 어떤 과정일까, 예술가는 어떤 생각을 할까, 내가 어떤 도움이 될 수 있을까가 궁금했어요. 새로운 것들을 경험해보는 것에서 나름의 즐거움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해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아티언스 대전 참여가 연구 활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진 않은 것 같습니다. 임동열 작가님과의 교류를 통해 간접적으로 제 창의성이나 새로운 영감을 형성하는 데 영향을 받았을지는 모르겠지만, 정량적인 또는 직접적인 영향은 잘 모르겠어요. 아무래도 세부적인 연구분야와는 다른 부분들에 대해 협업을 해서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Q2. 예술가-과학자 공동작업 과정에 관한 질문
막연하게 가지고 있던 예술가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습니다. 예술가는 몽상가 같은 비현실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을 것 같고, 경제성과 같은 현실감각은 부족할 것 같다고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전적인 착각이었어요. 임동열 작가는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개념에 대해서 구체적인 대상을 머릿속에 정확하게 그리고 있었고, 이를 구현하고 제작하기 위한 과정들에 대해서는 대략적인 계획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 대략적인 제작 계획을 구현하는 과정에서 저의 역할은 구현 및 제작에 있어서 기계적인 메커니즘과 기계의 세부 스펙들을 산출하는 정도였어요. 작가는 하나를 이야기하면 열을 이해했고, 일정 시점을 지나서는 작가 본인이 알아서 제작을 했습니다. 특히 우리 팀에서 적용하고자 했던 3D프린팅 기술이 대중화되진 않았었고(당시 2012년), 재료는 상당히 고가였기에 본 기술을 적용하기가 쉽지 않았어요. 하지만 염려했던 비용 문제들을 3D프린팅 기술 없이 작가가 아이디어를 내어 세세한 부분들을 아주 효율적으로 제작했습니다. 부끄럽게도 문제해결의 접근방식에 있어서 오히려 많이 배웠습니다.


Q3. 사업에 대한 질문
대전은 한국의 대표 과학 도시로, 수많은 과학자와 공학자들이 거주하고 있습니다. 기존에 가진 이미지와 인적 인프라의 강점을 살려 예술과 접목 시킨다는 아이디어는 아주 참신한 것 같습니다. 또한 사업을 통해 제작된 예술작품들은 대전 시민들에게 많은 볼거리와 생각할 거리를 제공했다고 생각해요. 대전 시민들을 비롯해 방문객들은 큰 문화적인 혜택을 받은 것 같습니다. 아티언스 대전에 대해서 긍정적인 인상을 받았습니다.

또 한 예술가와 공학자들 간의 접촉할 기회를 의도적으로 만들어 줌으로써, 이 사업이 시작하는 단계라는 면에서 어느 정도의 시너지 효과가 있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예술작품을 만드는데 공학자 또는 과학자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점이 많이 들었어요. 그렇지만 프로젝트 진행과정에서 임동열 작가에게 몇 가지 기계적인 메커니즘을 설명하면 그를 바탕으로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들을 알아서 추려서 스스로 구현했습니다. 협업 공학자로서 작품 제작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는 볼 수 없지만 개념을 구현하기 위한 약간의 도움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작가님의 생각은 또 다를 수 있겠지만…) 서포팅 한다는 측면에서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생각합니다.

한계점은 잘 모르겠습니다. 단지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점은 작가님과 더 적극적으로 교류하지 못했던 점이 아쉬웠습니다. 제한된 서포팅 뿐만 아니라 좀더 큰 틀에서, 예를 들면 초기 작품 컨셉에 대한 아이디어 개발 등의 과정에 참여할 수 있었다면 좋았을 것인데…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박형준 + 한국기계연구원 나노자연모사연구실 김완두 박사

인터뷰 ③ _ 아티언스 대전 "예술가가 과학자를 만났을 때"


박형준,  Drift, Drop, Disappear, 2013

* 더 다양한 작품 이미지 보기


박형준  www.jun-park.net
박형준 작가는 2013 아티언스 프로젝트의 초청 입주작가이다. 한국기계연구원의 나노자연모사연구실과 함께 협업을 진행하였다. 박형준 작가는 이전에도 독일연구소와 협업을 진행해 본 경험이 있어 어떠한 연구소라도 협업이 가능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아티언스 프로젝트에 꾸준히 관심을 보였던 나노자연모사연구실을 선택했는데, 몇 번의 랩 미팅을 통해 연구실이 '물'에 관심이 있음을 알고 아티언스 프로젝트의 작업 테마로 '물'을 선정하였다.


Q1. 작업에 관한 질문
지난 2012 년 독일 뒤셀도르프 대학병원 방사선과에 의뢰하여 ‘나는 인공물이다.’ 라는 제목의 작업을 진행하였습니다. ‘우리 몸 안에 영혼이 존재하는가’ 라는 스스로의 질문을 풀어나가기 위해, 제 몸 전체를 MRI (자기공명촬영장치) 를 이용해 촬영하였고, 이렇게 얻어진 신체 데이터를 바탕으로 다양한 설치 작품을 전시하였습니다. 본 경험을 토대로 2013년 대전 아티언스 프로젝트에 초청 되어, 4개월간 연구소 내에 머물면서 협업을 이루어 나갈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연구소와 다시 한번 협업 할 수 있는 프로젝트 였기 때문에, 흥미를 가지고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한국기계연구원-나노자연모사연구실’ 과 매칭이 되어, 예술가로써의 아이디어를 제안하기 보다는, 과학자 분들이 연구소에서 실제 실험하고 있는 과제를 통해서 작업의 영감을 도출하려 하였습니다. 당시 연구소 내에서는 물(수증기) 에 대한 주제로 활발한 연구가 진행중이였는데요. 실험실 내부를 자주 방문하여 관찰하고, 연구원 분들과 다양한 의견을 주고 받으면서, 제가 생각하는 수증기에 대해서 설치 및 퍼포먼스의 형태로, ‘떠다니다,떨어지다,사라지다’ 라는 제목의 작업을 제작하였습니다. 아티언스 대전 프로그램을 통해서, 이전에는 제가 가진 아이디어로 연구소를 찾아다니며 작업을 하였다면, 본 프로젝트 에서는 연구소에서 다루고 있는 아이디어에 저의 생각을 더해서 표현해 볼 수 있는 경험이 되었습니다. 

Q2. 예술가-과학자 협업 과정에 관한 질문
그동안 독일 대학병원 방사선과, 한국기계연구원 그리고 카이스트와 협업을 통해서 지난 4년간 많은 과학자 분들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를 가졌는데요. 예술가와 과학자 간의 소통방식에 있어서, ‘무언가를 상상한다’라는 지점에서 공통점을 많이 찾을수 있었습니다. 상상한 아이디어를 물리적인 공간에 실현해 내기위한 연구과정 역시 예술과 과학의 유사한 점이라 보여집니다.
과학적 개념을 통한 예술의 표현방식은 주로 기술을 통해서 이루어 집니다. 또한 기술은 그것을 다루는 예술가와 과학자 간의 공통 언어라고 생각됩니다. 다양한 기술 중에서 저는 이미지 기술을 주요 표현수단으로 다룹니다. 그 동안 작업재료로 다루었던 MRI 나 비디오, 컴퓨터 코드 같은 것들은 모두 이미지를 표현하기 위한 기술 방식들이며, 저에게 이미지 기술은 마치 상상한 것 을 종이에 처음 스케치 하는 과정처럼 직관적인 표현방법 으로 다가옵니다. 과학자들 역시 연구과정에서 현미경이나 컴퓨터 시뮬레이션 같은 이미지 기술을 자주 다루기 때문에, 이는 서로 소통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Q3. 사업에 대한 질문
아티언스 대전은 대전의 과학적 인프라를 통해, 예술가와 과학자들이 자유롭게 만나 의견을 교류할 수 있는 점에서 흥미로웠습니다. 제가 참여했던 2013 년의 경우 4개월간 진행되었는데, 기간이 다소 짧았던 점이 아쉬웠습니다. 예술가와 과학자라는 서로 다른 영역의 사람들이 모여 의견을 나누기 위해서는, 여유로운 시간을 가지고 다양한 시도를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협업의 결과물을 예술전시의 형태로 보여지는 면에 있어서, 예술과 과학분야를 함께 다룰수 있는 관련 전시 전문가와 비평가들의 도움으로 사업의 내용적 완성도를 높이는 면도 꾸준히 모색해 봐야 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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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계연구원 나노자연모사연구실 김완두 박사
김완두 박사는 기계공학을 전공하였으며, 한국기계연구원 나노자연모사연구실 영년직연구원으로 근무 중이다. 현재 대한기계학회 수석 부회장, 국제자연모사심포지움 회장,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 겸임 교수로도 활동 중이다.


Q1. 작업에 관한 질문
저는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한국기계연구원 한 직장에서 34년째 근무해 오고 있습니다. 2000년대 초반까지는 주로 전통적인 기계산업 분야인 핵심 기계류 부품의 일류화 및 품질 고도화 달성을 위한 연구개발에 참여해 왔습니다. 이후 2005년도부터는 미래지향적인 융복합기술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국내에서 처음으로 자연모사공학기술의 개념을 도입하여 관련 분야의 연구개발을 이끌어가고 있습니다.

자연모사기술이란 자연 생태계의 여러 현상과 살아있는 생명체의 기본 구조, 원리 및 메커니즘에서 영감을 얻어 공학적으로 응용하는 융합기술로서, 자연으로부터 작품의 영감을 얻는 예술가의 작업에 공감하는 부분이 많아 아티언스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여러 작가분과 교류를 하게 되었습니다.

아티언스 대전에서 다양한 예술가와의 만남을 통해 공학자의 시각에서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감성적인 측면과 국민 공감형 기술 개발의 중요성에 대해 깨닫게 되었고, 공학자와 예술가의 교류와 만남을 통해 서로에게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Q2. 예술가-과학자 공동작업 과정에 관한 질문
자연모사연구실의 여러 가지 연구 테마를 예술가분들에게 소개하던 중에 박형준 작가는 공기 중의 습도에 따라 솔방울이 벌어지는 원리와 안개 속에서 물을 만들어 내는 기술에 대해 큰 관심을 보였어요. 우리는 자연모사기술을 이용하여 고효율 제습기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예술가의 감각적인 측면을 고려하여 다양한 디자인을 검토했고, 작가는 실험실에서 얻는 아이디어를 작품 구상에 반영했습니다.
 
예술가와의 긴밀한 소통을 위하여, 두세 달 간 연구원의 기숙사에 입주하여 매일 연구실에 출근하여 작가의 작품 활동과 공학자의 연구 활동을 공유했습니다.


Q3. 사업에 대한 질문
아티언스 대전은 2011년 국내에서 최초로 시도된 과학과 예술이 융합되는 대표적인 프로젝트로서 대전시에서 선도해 나갈 수 있는 사업입니다. 창조적 마인드의 과학자들과 실험적인 예술가가 공동으로 만들어가는 본 융복합 사업의  ‘아티언스’는 관객이 함께 참여한다는 의미로서 청중(오디언스)까지 포함된 복합어로서 해를 거듭할수록 많은 사람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며, 다양한 작품이 선보이고 있습니다. 

아티언스 사업은 비록 과학자와 예술가의 협업을 통한 작품 활동이지만, 전적으로 예술가에게 주도권과 책임이 맡겨져 있습니다. 따라서 공학자는 지원 및 조언 등의 역할만 주어지다 보니 동등한 입장에서의 작품 활동에 참여하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진정한 의미에서의 과학과 예술이 한 몸체가 되는 작품을 창출해 내기 위해서는 공학자와 예술가가 동등한 입장에서의 활동을 할 수 있는 여건 조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김지수 +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류충민 박사
인터뷰 ④ _ 아티언스 대전 "예술가가 과학자를 만났을 때"


김지수,  식물과의 대화, 2015  

* 더 다양한 작품 이미지 보기


김지수  * 2016 대전태미예술창작센터(http://www.temi.or.kr) 3기 입주작가
김지수는 2015 아티언스 대전 참여작가이다. 식물도 소통한다는 과학적 사실을 예술가답게 증명한다. 김지수는 일상에서 흔히 보는 식물의 감각 세계에 대한 상상을 과학적 사고와 실험으로 표현한다. 광합성 원리에서 영감을 받아, 활발히 움직이는 엽록체와 씨앗의 발아과정을 촬영하고 이를 드로잉과 설치로 표현하는 예술가의 실험실을 보여준다. 작가는 식물이 감각하는 시간과 인간이 느끼는 시간의 상대적 차이를 통하여 생명의 소중함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Q1. 작업에 관한 질문
저는 생명현상이나 생명체에 대한 관심을 작업으로 표현해 왔습니다. 이것은 다양한 동식물을 직접 키우고 관찰하던 오랜 습관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인간의 삶과 여러 생명체가 서로 공존·공생하며 생명의 그물처럼 얽혀 있는 내용을 드로잉, 사진, 꼴라주, 회화, 설치로 표현해 왔는데 최근 몇 년간은 식물의 감각 세계에 대한 내용을 바탕으로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최근 몇 년간 식물에 대한 작업을 진행하던 중 작업과정이 책이나 상상만으로는 뭔가 부족하다고 느꼈는데 우연히 읽게 된 책과 신문기사를 통해서 꼭 만나고 싶었던 과학자가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과학자와 협업하면서 작업지원을 받을 수 있는 아티언스 대전 프로젝트를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되었고 다행히 만남을 원했던 류충민 박사님과 인연이 되어 더욱 즐겁게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아티언스 대전을 통한 과학자와의 만남으로 책으로만 접하던 식물에 대한 내용과 실험을 직접 보고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이것은 이전 작업의 추상적인 개념과 이미지에서 좀 더 구체적으로 변화하였고 앞으로의 작업의 방향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또한, 아티언스 때 인연이 닿은 박사님과 지금도 만남을 이어가며 협업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식물의 감각과 소통에 대한 보다 확장된 내용을 대전 테미예술창작센터에 입주하여 작업하고 있고, 올 9월에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불확실성, 연결과 공존> 기획전에서 선보일 예정입니다. 

Q2. 예술가-과학자 협업 과정에 관한 질문
우선 저와 류충민 박사님의 공통 관심 분야인 식물의 소통에 대하여 대화를 시작하였습니다. 주로 이메일과 연구소 실험실에서 대화하며 직접 실험에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연구소 주변을 산책하는 것과 다른 연구원들과 소통하는 것도 아주 즐거웠습니다.

이렇게 식물과 식물, 식물과 세균의 교감에 대하여 이야기와 실험을 이어가다 보니 식물과 사람의 소통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식물의 소통에 대한 내용은 정말 흥미진진한 내용이었습니다. 식물의 소통을 이야기하려면 식물의 감각에 대한 내용이 빠질 수 없는데 식물은 사람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감각을 갖고 있습니다. 다만 인간과 다른 기관인 수용체를 가질 뿐이죠. 식물의 감각에 대한 내용을 시각예술로 표현하는 작업은 결코 쉽지 않지만, 사람들의 건조한 감성에 촉촉한 수분을 공급하는 즐거움과 생명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주는 의미가 있는 작업입니다.

Q3. 사업에 대한 질문
대전은 예술가가 과학자를 만나기에 최적화된 도시입니다. 아티언스 대전은 과학에 관심이 있는 예술가에게 비교적 여유로운 도시에서 다양한 연구를 하는 과학자를 만날 수 있기 때문에 과학자와 예술가를 잇는 다리역할을 하기에 충분한 프로젝트라고 생각합니다. 작가로서 아티언스 대전 참여는 원하는 작업을 진행하는데 매우 효과적이었고 더불어 좋은 인연을 많이 만났습니다. 

한편 문화재단의 사업이다 보니 담당자가 자주 바뀌고 담당자에 따라 프로그램의 형식도 많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아티언스 대전은 다른 분야의 과학자와 예술가의 매끄러운 연결이 쉽지가 않고 그 중간에서 조율하는 담당자의 역할이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과학에 관심 있는 예술가와 예술에 관심 있는 과학자가 더욱 편안하고 자유롭게 대화하고 만날 수 있는 환경이 제공된다면 더욱 좋겠습니다. 예술가가 일방적으로 과학자의 도움을 받아 예술작품을 제작하는 것이 아니라 과학에 영감을 줄 수 있는 예술가들도 많이 생겨난다면 서로 공존공생하는 관계가 충분히 이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고 저 또한 그러한 예술가가 되고 싶은 바람입니다.

+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류충민 박사
현재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슈퍼박테리아연구센터 센터장으로 근무하고 있으며, University of Science and Technology 겸임 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Q1. 작업에 관한 질문
저는 주로 식물과 미생물의 대화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대화는 사람같이 소리로 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화학 물질에 의한 대화를 말합니다. 미국에서 박사 학위를 하는 동안에는 세균이 내는 냄새를 식물이 인식해서 식물이 다른 병원균에 대한 저항성을 가진다거나 식물이 잘 자라게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혔습니다. 제가 냄새에 관심을 두게 된 동기는 어렸을 때부터 세상을 채우고 있는 다양한 냄새에 민감했을 뿐만 아니라 대학 때 읽었던 '향수'라는 책에 큰 감명을 받은 것입니다. 냄새로 사람의 마음을 조정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약간 황당하게 보이지만, 보이지 않기 때문에 의미 없게 느껴지는 냄새가 그런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상상이 재미 있었습니다.

생각보다 식물학에서는 이런 냄새나 화학물질에 의해서 식물-식물과 식물-미생물과의 상호작용이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사실 인간 간의 대화에서도 소리에 의한 의사소통이 반도 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어서 다양한 화학적 신호들이 우리가 모르는 가운데에도 오고 갈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런 분야를 계속 연구하며 논문을 내었고 그 결과가 미국에서 발간한 “What a plant knows”라는 책에 소개되었는데, 국내에 “식물은 알고 있다”라는 책으로 번역하면서 제가 감수를 하게 되었습니다. 마침 당시 아티언스 대전에 참여하고 계셨던 김지수 작가님께서 관련 기사를 검색하다가 저를 찾으신 것 같습니다. 우연한 만남이었지만 작가님과의 대화를 통하여 예술과 과학이라는, 오랫동안 떨어져서 이제는 전혀 다르게 느껴지는 두 분야가 상당히 많은 부분에서 공통점을 가지고 있고, 서로에 대한 이해를 통하여 새로운 방향으로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았습니다. 과학이라는 것이 원래 논리 실증주의를 바탕으로 해서 실험으로 증명된 가설만 받아들이고 그렇지 않은 것은 과학의 범주에 넣지 않는 것인데, 예술은 이러한 ‘증명’이라는 것을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에 과학자들이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예술은 미학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아야지 과학의 프레임으로 바라본다면 그 오브제의 해석 범위를 너무 제한시켜 버리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작업을 통하여 ‘예술로 과학보기’와 ‘과학으로 예술보기’를 해 봄으로써 화석화되어가는 저의 생각을 조금이나마 무르게 할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Q2. 예술가-과학자 공동작업 과정에 관한 질문
앞서도 언급했지만, 과학과 예술이라는 것이 각자 다른 안경을 끼고 서로를 바라보기 때문에 초기에는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제일 먼저 부닥친 부분이 서로의 언어가 달랐다는 것입니다. 같은 단어라도 과학과 예술이 부여하는 의미가 달라 한참 만에 서로의 다름을 이해한 적이 여러 번 있었습니다. 덧붙여 과학이 너무 세분되다 보니 일반인들이 사용하지 않는 너무 많은 전문 용어를 사용하고 있었고, 이 전문 용어와 그 개념들을 이해하는데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다행히 작가님께서 빠르게 이해하시고 많은 관심을 보여 주셔서 큰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작가님과 공동 작업을 하는 동안 가장 중요한 소득은 과학 속에서 과학을 보는 것이 아니라 예술이라는 매체를 통해서 과학 밖에서 과학을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물속의 고기는 물을 보지 못하듯이 우리가 어떤 대상 속에 있을 때는 그 대상의 진면목을 보기 힘들 경우가 많습니다. (미국 유학생활 중에 대한민국을 그래도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던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예술은 증명할 필요가 없는데 계속 증명을 하려고 하는 저 자신을 보면서 사고 체계가 내 삶에 얼마나 중요한 것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사실 과학이 재미있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아름답다’고는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작가님이 찍어 주신 식물 사진과 설치 미술을 통해서 “내가 전공하고 있는 과학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더 중요한 변화는 실험실에 같이 실험하는 학생들의 변화입니다. 작가님과 학생들과의 대화에서 ‘다르게 생각하기’에 대해 배운 것은 아티언스 작업을 하면서 덤으로 얻었던 보물입니다.


Q3. 사업에 대한 질문
작가님 말씀으로는 생각보다 예술에 대하여 개방적인 과학자가 많지 않다는 것에 약간 놀랐습니다. 과학과 예술이라는 것이 오래전에 같은 시작점에서 출발한 것은 중세 르네상스의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잘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서양에서 출발한 과학은 원래 분석을 통해서 그 원리를 이해하는 방법론을 취합니다. 하나하나 해체해서 가장 중요한 것을 찾아내어 ‘이것 때문에 자연현상이 일어난다’고 일반화시켜 버립니다.

이번 아티언스 대전 최종 전시회에 참석하면서 내가 하는 과학이 예술과 만날 때 일반 대중에게 어떻게 보일 수 있는가를 알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다른 작가님들의 작업들도 보면서 너무 재미있고 기발해서 한참 동안 작품 앞에 서 있었습니다. 예술이 과학이 될 필요는 없고, 반대로 과학이 예술이 될 필요도 없지만, 작업을 계속 진행하면서 별개의 두 개의 분야가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둘이 다시 만나서 새로운 융합을 이루는 장면들을 만들게 해준 아티언스 대전 기획팀에게 감사드리며 계속해서 이런 시도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과학자와 예술가의 거리를 좁히는 좀 더 충분한 시간이 주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해봅니다.


지하루&그라함 웨이크필드 + KAIST 물리과 정하웅 교수

인터뷰 ⑤ _ 아티언스 대전 "예술가가 과학자를 만났을 때"


그라함 웨이크필드&지하루,  Endless Current, 2014

* 더 다양한 작품 이미지 보기


그라함 웨이크필드&지하루  www.grahamwakefield.net  http://haru.name
그라함 웨이크필드&지하루는 2014 아티언스 프로젝트에 참여하였다. 그라함 웨이크필드는 철학 및 음악, 소프트웨 어 엔지니어링 등 다양한 분야를 섭렵한 예술가이자 컴퓨터 과학자이다. 2007년부터 지하루 작가와 ‘Artificial Life(인공 생태계)’라는 작품을 발표해왔다. 이는 인공생태계로 컴퓨터 계 산을 통해 구현한 복잡계 세계이며 자체적인 물리학과 생물학적 법칙을 지닌다. 이번 아티 언스 랩에서는 KAIST 정하웅 교수와 복잡계에 대한 영감어린 대화를 통해 작품세계를 보다 심화시켰다.


Q1. 작업에 관한 질문
그라함 웨이크필드와 지하루는 생명과 복잡계란 주제로 Artificial Natures (a form of computational generative art creating artificial life ecosystems as immersive environments) 예술연구 및 창작을 실천하는 팀으로 2007년부터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Artificial Natures는 컴퓨터 계산에 의해 생성되며, 몰입적이고 상호작용적인 환경 안에서 자체의 물리학과 생물학적 법칙을 가지는 자연과 같은 세계를 예술작품으로 구현하고자 하는 프로젝트입니다. 현재 Artificial Natures 작품은 세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어요; 하나는 인공 생태계를 Interactive sand box 형식의 Mixed Reality로 표현하는 Archipelago (2012, 2014~) 작업입니다. 다른 작업으로는 큰 규모의 몰입 프로젝션 또는 HMD Virtual Reality로 표현하는 Endless Current (2014~) 작업이 있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형태는 S자 또는 곡면의 스크린을 만들고 볼륨 센서를 통해 관객의 Virtual Self가 인공생태계의 구성요소로 작용하는 Time of Doubles (2011, 2015~) 작업이 있습니다. 우리는 현실과 자연에 대한 우리의 이해와 숙고를 재료로 그 잠재성을 구현하여 결과적으로 우리가 인식하는 세계를 확장하는 문화적 생산에 기여하고자 합니다.  
http://artificialnature.net

아티언스 대전 프로그램에는 대전 KAIST와 여수예울마루에서 진행된 ‘생명은 아름답다’ 전에서 발표했던 Endless Current 를 보다 발전시키는 프로젝트를 진행했어요. 특히 체험방식에서 기존 여러 면으로 구성한 스크린 또는 벽에 투사하던 방식을 몰입형 HMD 디바이스인 Oculus Rift DK2로 옮겼으며 DK2에서 구현이 안 된 Head Tracking과 동작을 통한 상호작용으로 (NUI: Natural User Interface) 몸짓을 통해 작품 속의 세계를 내비게이션하도록 구성했습니다 (with 6 DoF: 6 Degrees of Freedom). 작품 내적 요소로는 여수예울마루전에서 처음으로 추가된 지형에 Feedback System 을 적용하였고 이외에도 시스템의 세부적인 부분의 업데이트와 안정화가 이루어졌습니다.      

아티언스 대전에서 실무를 담당하신 이주하 감독과 이다영 매니저가 대전 KAIST와 여수예울마루에서 진행된 ‘생명은 아름답다’ 전에 저희가 발표한 Endless Current 작품을 보고 연락을 주셨습니다. 이후 몇 번의 미팅과 연락을 했었고, 그때마다 열정이 대단하신 분들이라는 인상을 받았고 설명해 주시는 아티언스 대전이 여타 사업과는 다르게 예술과 과학간 공간적인적물적 교류에 매우 꼼꼼한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에 사업에 긍정적인 생각을 하게 되어 참여하기로 했습니다.


아티언스 대전에서는 지원이 워낙 꼼꼼히 이루어졌기 때문에 그만큼 전방위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중에는 단기적인 것도 있고 2년이 흐른 지금도 진행되는 장기적인 영향도 있습니다. 우선 단기적이고 직접적인 면에서 워크숍, 인터뷰, 서류기록 등을 통해 작품을 정리해서 발표하는 기회가 많고 피드백을 받을 기회가 많았습니다. 또한 작가 한 팀당 약 800만 원의 작품 지원금이 있어서 이 지원금이 아이디어를 빠르게 실현토록 하는 든든한 도구가 되어 주었습니다. 게다가 작가 활동비까지 포괄적으로 지원하는 매우 합리적이고 유연한 지원금 제도를 운용하였는데 실제로 작품활동을 더욱 능동적이고 집중적으로 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처음에 말씀드린 것처럼 교류와 워크숍을 통해 과학자와 연구원들을 멘토로 또 관객으로 만날 수 있었던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큰 도움이 되었지만, 이 부분은 보다 장기적으로 영향이 지속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 영향이 점점 더 커지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


Q2. 예술가-과학자 협업 과정에 관한 질문
저희는 아티언스 대전에서의 저희의 경험에 대해서만 한정을 지어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우선 예술가로서 과학자와의 소통이 너무나 즐거웠습니다. 그 전에는 그런 생각을 특별히 해보지 않았었는데 이 두 직업이 매우 비슷한 점이 많은 직업군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아마도 ‘지적 호기심’, ‘합리적인 사고’, ‘아름다움과 순수에 대한 추구’라는 점에서 그러하지 않았나 생각하고요. 예를 들어 작품에 대해서 질문을 해주실 때 저희가 만들면서 고민을 많이 했던 부분, 계속 노력하고 있는 부분들을 물어와 주시고 영감을 주셔서 대화가 즐겁고 생산적이었습니다. 짧은 만남이어서 그런지는 모르지만, 저희에게 예술가와 과학자의 만남은 소년과 소녀들이 만날 때의 순수한 즐거움과 긴장감이 있는 그런 종류의 행복한 것이었습니다. 이런 기회가 지속하면 소통을 통해서 작품이 많이 발전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저희 작업은 저희가 과학자를 직접 만나 소통하기 훨씬 전에 시작한 것입니다. 그 시작은 기본적으로 한 분야 안의 폐쇄성에 대한 답답함과 세상을 다르게 보게 하는, 특히 깊게 보게 하는 새로운 안목과 지식에 대한 호기심이 그리고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 대한 솔직한 반응과 세심한 관찰 등 여러 가지가 연쇄 반응한 결과였습니다. 최근의 지난 세기는 인간이 모든 관심을 인간에게 퍼부은 시대라고 생각합니다. 덕분에 우리는 우리에 대해 몰랐던 많은 것들을 알게 된 면은 있으나 인간이 자신을 스스로 세상의 중심으로 여기게 된 점에서는 인류의 정신적 성숙이란 과제에는 실패했다고 생각합니다. 환경문제를 포함해 이것으로 야기되는 많은 Global Scale의 문제들이 있습니다. 저희는 인간이 중심이 되지 않는 예술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그런 면에서 과학은 언제나 우리 자신을 포함한 자연을 객관적으로 기술해왔습니다. 인공 생명학에서 생명현상을 정보의 조직으로 보는 것은, 관련 과학의 발전과 그 발전을 받쳐준 기술 그리고 그 기술을 비약할 수 있게 한 컴퓨터라는 뉴미디어의 발전이 있어 나올 수 있었던 가설일 것입니다. 그렇지만 인공 생명학이라는 과학은 예술적으로 우리 자신에 대한 주관적 신화화를 걷어내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현대의 컴퓨터는 연산 기제와 감각 기제가 합쳐져 뉴미디어가 되었고 이것은 그런 이유로 지성을 가진 생명체의 은유로도 사용되기도 합니다. 저희는 관심을 늘 경이를 느끼던 자연으로 돌려 자연의 작동방식을 감각적으로 구현하고자 하였고 여기서 자연의 작동방식에 대한 이해는 Ilya Prigogine, Humberto Maturana & Francisco Varela, D’Arcy Thompson 등을 포함한 많은 과학자의 저술을 통해서 도움을 받았습니다. 다만 자연은 아주 복잡하기 때문에 그 안에서 방향을 잡고 도식화를 통해 요소를 추리고 그것이 어떻게 관객에게 작용해야 하는 지, 전시의 시공간적 해석 등은 저희가 진행하였고, 정해진 작동기제를 감각기제로 변환하는 것은 컴퓨터 그래픽스나 비젼 등의 기술 도움을 받았습니다. 보통은 논문, 책, 인터넷 커뮤니티의 도움을 받아서 진행하고 깊은 명상의 과정을 거쳐야 하므로 이런 종류이 작업은 Slow Art 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아무튼 아티언스 대전 이전에는 여러 과학자와 마음으로 소통을 해왔다면 아티언스 대전에서는 실제로 만나 뵙고 대화를 하게 된 것이어서 저희에겐 놀랍도록 기쁘고 유익한 경험이었습니다. 저희는 예술가로서 과학자가 일하는 영역이 궁금하고 가치에 공감하고 또 늘 고마워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저희 작업에 구체적으로 어떻게 복잡계 과학이 작업의 형식과 내용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는 아티언스 아카데미에서 약 한 시간 이십 분 정도의 프리젠테이션을 통해 전달 했었습니다.

Q3. 사업에 대한 질문
우선 아티언스 대전에서의 협업은 놀라울 정도로 많은 관계자-사업을 진행하시는 스텝과 참여해주신 과학자, 협조해주신 연구원-이 열정과 애정을 가지고 협업을 진행했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예술가와 과학자 사이의 공간과 시간의 겹침을 한정적인 사업 기간 동안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을 중심으로 아티스트 레지던시, 랩 투어, 워크숍 등을 통해 최대한 늘려 서로의 상호작용을 끌어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물론 덕분에 참여자 모두 바쁜 일정을 소화해내야 했었고 풀타임 교수로 일하고 있었던 저희 팀의 경우 일정이 겹치는 경우가 많아 좋은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못하진 않을까 싶어서 많이 아쉬웠었습니다. 실은 그런 이유로 그 해의 아티언스 대전의 참여를 미룰까 머뭇거리고 있었는데, 아티언스 대전 측에서 유연성 있는 진행으로 저희 작업 근접 분야의 과학자와 협업을 주선해주셨기 때문에 바로 참여를 결정하게 되었었습니다. 그때 소개받은 분이 국내 복잡계 과학계의 권위자이신 카이스트 정하웅 교수님이셨고요. 복잡계를 적용한 융합적 예술작품을 2007년부터 만들어 왔지만, 글이 아니라 실제로 복잡계 학자를 만나 저희 작품에 대해 대화를 해보는 것은 처음이라 저희로서는 너무나 신이 나고 흥분되었습니다! 물론 긴장도 되었고요. 아티언스 대전 측에서 저희 작품에 대해 리서치를 하시고 정 교수님께 연락을 취해 만남을 주선해 주셔서 무척 고마웠고 또 아티언스에 깊은 신뢰가 생겼습니다.

정 교수님과의 미팅은 정말 신이 났었고, 작품을 보여드리고 직접 작품에 관해 설명을 하면서 그동안 저희가 정말로 고민하던 부분들(미술계나 일반관객과는 소통하기 힘들었던)에 대해 실컷 얘기하고 의견을 듣고 하는 것들은 그동안 간지럽던 부분들을 긁어주는, 외로워서 메말라가던 부분들에 유기 비료를 잔뜩 뿌려주는 느낌이었습니다. 이후 정교수님이 복잡계 학회를 소개해 주셨고 저희도 복잡계 심포지엄에 가서 학회 발표를 듣고 식사모임까지 따라가 김범준 선생님 등 여러 다른 선생님들도 뵙고 많은 얘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심포지엄에서는 신경계의 Small Network 등 다음 작업에 적용하고 싶은 새로운 지식과 영감을 얻을 수 있었고요. 다만 이 경우는 바로 작품에 적용할 수는 없지만 다음 프로젝트에 어떻게 적용할 지를 지속해서 생각하고 있습니다.

복잡계 학회뿐 아니라 워크숍에서 만나 뵌 과학자 선생님 중 이명현 선생님은 아티언스 이후의 전시에도 찾아와 주셨고, 다음 해 소백산 천문대에서 열린 아시아 태평양 이론물리센터에서 주최하는 2박 3일 일정의 APCTP 과학 커뮤니케이션 포럼강연 워크숍에도 초대해주셔서 정말 즐겁고 유익하게 강연을 진행하기도 참가하기도 하면서 정말 다양한 지식과 영감, 무엇보다도 작업에 대한 깊은 대화를 통해 긍정적인 창작의 힘을 얻을 수 있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외에도 과학 도시 대전이 가지고 있는 여러 자원이 있어서 대전시립미술관과 카이스트를 중심으로 좋은 워크숍, 세미나 등을 아티언스 대전의 매니저와 함께 듣고 좋은 논문도 나누며 사업이 끝난 지금도 서울로 옮겨 교류를 지속하고 있어서, 저희는 아티언스를 아직도 행복하게 누리고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티언스 사업의 한계점이라면, 아티언스를 배출하는 것이 단기적으로 될 수 없는 만큼 영구센터의 형태를 갖추었으면 하는데 기간이 한정된 프로젝트였다는 점을 가장 큰 한계로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가능하다면 과학 도시의 영구 센터로 잠재력을 지닌 목마른 젊은 아티언스들이 찾아와 스스로를 키워나갈 수 있는 산실이 되었음 합니다. 나아가 다른 도시의 비슷한 프로젝트와 연계해 국내 과학문화의 융합 창작과 연구에 든든한 연결점이 되는 것도 희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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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물리학과 정하웅 교수
한국과학기술원 물리학과 정하웅 KAIST-지정석좌교수는 ‘복잡계 네트워크’라는 새로운 연구 분야를 개척하며 주목을 받았다. 현재는 물리학, 사회학, 경제학, 미래인터넷, 생물정보학 등에서의 다양한 학제간 연구를 통해 21세기의 과학의 연구 주제로 떠오르고 있는 복잡계(Complex Systems)의 이해에 관해 연구 중이다. 많은 학술 논문 발표뿐만 아니라 과학기술 앰배서더로서 네트워크 과학에 대한 대중강연을 활발하게 펼치며 물리학의 저변확대에도 힘을 쏟고 있다.


Q1. 작업에 관한 질문
제 연구 분야는 통계물리학, 그중에서도 복잡계에 대한 주제를 네트워크 과학과 빅데이터를 이용해 주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복잡계란 다양한 구성성분들이 상호 작용을 통해 연결되는 시스템인데, 생각해보시면 세상의 거의 모든 것들은 복잡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결국, 조금 과장되게 설명해 드리면 저희 연구실에서는 세상 거의 모든 것을 연구한다고 할 수도 있지요. ^^)

미시적으로는 세포들과 생화학물질들이 연결된 생명현상부터, 신경세포 뉴런들의 연결인 뇌(Brain), 보다 넓게는 여러 사람들이 얽혀사는 사회, 동식물 등 다양한 생명체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는 생태계인 지구까지 연구합니다. 또한 현대 IT시대의 주역인 컴퓨터의 연결로 이루어진 인터넷과 사물인터넷 등 연구의 대상은 매우 많습니다. 세상을 이루고 있는 모든 것들이 저희 연구실의 연구 대상이라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특히 복잡계 연구 분야는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컴퓨터와 IT 분야의 발전에 힘입어 복잡계의 뼈대를 이루고 있는 네트워크와 빅데이터 분야가 각광을 받으면서 더욱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사회, 생명현상, IT 분야의 복잡계들이 가지는 보편적인 구조적인 특징을 밝히는 작업을 했으며, 최근에는 다양한 분야에서 쌓이고 있는 빅데이터를 분석하여 공통적인 특성을 정량적으로 찾아내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네트워크 위에서 전염병이나 소문이 어떻게 퍼져나가는지, 그 전파를 결정지는 중요 요소가 무엇이며 그들의 수치적인 특성은 어떠한지를 찾아내기도 하며, 빅데이터 분야에서는 특히 데이터나 조선왕조실록, 위키피디아의 문서들을 전수분석하여 시대·시간 별 변화의 숨겨진 특성들을 찾아내고 분석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아티언스 대전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2014년 사업 담당자였던 이다영 매니저분의 소개로 지하루&그라함 웨이크필드 작가분을 만나게 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제가 예술 분야에 대해서는 워낙 기본도(?) 없는지라 많이 망설이고 주저했었는데, 작가 분들을 만나 뵙고 이미 작품 ‘Artificial Life’를 통해 인공생태계를 컴퓨터로 코딩하고 그래픽으로 심하게(?) 멋지게 구현하고 계신 모습을 보고는 컴퓨터 코딩이 익숙한 제게 예술 창작영역에 대해서 새롭게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복잡계 연구에서 종종 다루던 진화와 관련된 ‘Life Game’을, 흔히 보던 단순한 네모난 픽셀들의 반복적인 움직임이 아니라, 실제 생명체와 비슷하게 생긴 다양한 모양을 가진 그럴듯한 여러 생명체가 이리저리 헤엄치고 날라다니며 머릿속에서 상상하던 인공생태계의 모습으로 노트북 화면에서 구현되는 것을 감상(?)하면서 감동을 받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사실 지하루&그라함 웨이크필드 작가분들에게 제가 초기에 기여한 부분은 거의 없다고 보셔도 될 것 같습니다. 저희 연구실과 만나기 이전에 충분히 훌륭한 인공생태계를 구현하고 계셨고, 첫 만남에서는 제가 오히려 어떻게 이런 것들을 안정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지 거꾸로 열심히 물어보며 제 과학적인 호기심을 충족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예를 들면 여러 방정식으로 이루어진 생태계를 컴퓨터 시뮬레이션하면서 겪게되는 가장 큰 문제가 시스템들이 매우 복잡하게 꼬여있어서, 조금만 잘못하면 중간에 가상 생명체들이 안정적으로 움직이지 못하고 말도 안되는 행동들을 하기가 십상입니다. 즉, 초기 조건과 방정식의 숫자에 매우 민감한 비선형 방정식의 ‘Chaotic’ 한 결과를 보여주기가 쉬운 것이지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지하루&그라함 웨이크필드 작가분들의 결과는 너무나 안정적이고 아름다운(?) 모습을 지속적으로 보여줘서 어떻게 그 특이점을 찾아내고 구현하셨는지를 한참 질문했던 생각이 나네요. 물론 부단한 노력과 경험, 그리고 뛰어난 통찰력이 뒷받침되어서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물론 두 작가분이 이과적인 배경이 전혀 없지는 않으셔서 가능했으리라 봅니다.

대전 아티언스 참가를 계기로 제 연구에 받은 영향이라고 하면 일단 예술 분야에서 과학의 역할이 생각보다 크게 직접 관련된 부분이 있다는 점을 깨달은 점이고, 또한 더 구체적인 영향으로는 저희 연구실에서 진행해오던 미술 회화작품의 빅데이터 분석에 대한 도움을 받을 수 있었던 점입니다. 지하루&그라함 웨이크필드 작가분들께도 도움을 받았지만, 이다영 매니저님의 역할도 매우 중요했습니다. 이다영 매니저님께서 저희 연구 후반부에 참여하셔서 저희 2014년 ‘Sci. Rep.’ 논문을 더욱 가치있는 논문으로 만드는데 커다란 도움을 주셨습니다. 덕분에 저희 논문이 ‘Nature’를 비롯한 여러 매체에 풍성하게 소개되는 기회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Q2. 예술가-과학자 공동작업 과정에 관한 질문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지하루&그라함 웨이크필드 작가분들께서는 저를 만나기 이전부터 이미 복잡계의 중요한 연구주제인 생태계, 좀더 엄밀히는 ‘Artificial Life’를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표현한 인공생태계를 작품으로 구현하고 계셨던 터라, 과학적 개념 또는 표현방식에 대한 협업을 직접적으로 했다고 말씀드리기 참 어렵습니다. 오히려 제가 많이 배우고 감탄한 경험이랄까요?
다만 복잡계가 가지는 특성 중 하나인 ‘Chaotic’ 한 부분과 다양성을 나타내는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복잡계 비선형 동역학을 공부하면서 배운 내용을 통해 조금은 도움을 드리지 않았을까 조심스럽게 말씀드려 봅니다. 또한 두 작가분과 계속 얘기를 나누며, 자연스럽게 제가 현재 부회장을 맡고있는,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이 모여 복잡계에 대한 연구를 하는  한국복잡계학회(www.complexity.kr)를 소개시켜드렸습니다. 작가분들은 관련 학술대회와 세미나에서 발표도 하시고 다른 연구자들을 만나시면서 좀 더 많은 정보를 얻으셨을 것이라 생각할 수 있습니다. 굳이 제 역할을 표현하자면 이다영 매니저분처럼 예술계와 복잡계학회를 연결하는 매개자(Linker)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겠지요.

작가 두분과의 소통방식에는 전혀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이 또한 아티언스 대전 사업의 특이한 부분이라고 생각되는데요, 제가 다른 많은 사례를 보지는 않았지만, 아티언스 대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시는 예술가분들은 어느 정도 과학에 대한 지식과 이해가 있으신 것으로 판단되었습니다. (물론 아티언스 대전 사업 자체에 관심을 가지셨다는 자체가 예술가분들의 능력을 나타내고 있긴 합니다) 대전아티언스의 다른 발표 작품 전시회와 발표회를 가보기도 했는데, 놀라울 정도로 공통적인 관심사를 편하게 얘기할 수 있어서 소통의 문제는 두 연구자 간에 관심 분야만 맞는다면 전혀 어려울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Q3. 사업에 대한 질문
사실 맨 처음 아티언스 대전 사업에 대해 다른 매체(인터넷/신문/이메일)를 통해 전해 들었을 때는, 과연 과학자와 예술가의 협업이 아티언스 대전 사업에서 (막연히) 추구하는 이상적인(?) 목표까지 잘 진행이 될까 하는 의구심이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 연락을 받았을 때 선뜻 참여하기 주저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간접적이나마 참여를 해보니 과학자와 예술가 사이에 꽤 많은 공통점이 있음을 알았고, 그를 통해 다양한 연결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제가 연구하는 네트워크에서 링크의 존재가 보인다고 표현할 수 있겠습니다) 제가 모르던 부분에 대한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고 저희 동료 복잡계 및 통계물리 연구자들에게 작가분들을 소개하고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고 하는 편이 낫겠네요. 아직도 지하루&그라함 웨이크필드 작가분들은 제가 소개해 드린 한국복잡계학회 워크숍에도 참석하시며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습니다.

저같은 경우 사업에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참여를 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참여 목적의 달성여부를 말하기는 어렵지만, 뜻하지 않은 계기로 많은 예술가들을 소개받고 만날 수 있었고, 덕분에 저희 회화작품 빅데이터 분석의 연구에 엄청난 전문적인 조언을 받고 협업을 할 수 있어서 (실제로 저희가 현재 투고 중인 논문은 서울시립미술관 선승혜 박사님과 공동으로 작성하기도 했습니다) 아주 커다란 도움이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목적하지는 않았지만 아티언스 대전 사업 덕분에 든든한 협업자 그룹을 알았다고나 할까요?

굳이 한계점이라면 우리나라 대부분 연구지원사업처럼 지속적인 사업이 되지못하고 일회성에 끝난다는 것이 많이 아쉬운 것 같습니다. 예산 지원 문제도 그렇겠지만 예산을 떠나서라도 뭔가 지속적으로 ‘Follow-up’이 되는 틀을 갖추었으면 하는데, 매년 새로운 공모를 통해 새로운 사업지원에만 집중하는 듯 합니다. 예전 사업들에 대한 관심을 조금 더 지속해서 가져주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있습니다.
물론 당해 사업 참여 이후에도 작가와 과학자들 사이에 개인적으로 소통을 하고 협업을 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그래도 구심점이 되는 무언가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는 연구사업 진행에서 커다란 차이를 나타내곤 하는 것을 종종 보아왔기 때문에 지속할 수 있는 사업 지원을 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지금까지 만나 본 아티언스 대전의 아티언티스트들의 반응은 전반적으로 맨 처음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긍정적이었다.  애초에 사업 참여자들의 만족도가 높지는 않을 것이라 예상했던 까닭은 대다수 예술분야 연간 지원사업에서 사업 기간 중 5개월 내외의 작품 제작 기간동안 새로운 작품 결과물을 도출해 내야만 하는 부담감이 예술가들에게 상당한 압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티언스 대전에서는 특히 예술가-과학자 매치업 프로그램을 통한 제작 과정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협업을 위한 소통의 과정 또한 부담감에 가중이 될 수 있는 부분이다. 서로 통하면서도 다른, 예술과 과학 분야의 전문가가 만나 소통하는 방식에 적응하는 과정만 해도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한데, 짧은 기간 내 소통에 적응하고 효과적인 예술-과학 '융합'까지 실현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것이다.


이번 인터뷰에 참여한 아티언티스트, 특히 사업 참여의 주체가 된 대다수 아티스트들이 역시 이러한 한계점에 공감하고 있었으며 보다 장기적인 협업 관계를 통한 내실있는 예술-과학 융합 작업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1년으로 한정된 사업 기간을 연장하거나, 연간 사업이 종료된 이후에도 당해 사업 아티언티스트들이 지속적으로 교류할 수 있도록 하는 팔로우업 프로그램에 대한 요구가 있었다. 

또한 예술가가 주도하여 예술-과학 융합 작품을 제안하고 과학자가 관련 과학지식을 제공하고 조언을 주는 형태의 매치업 프로그램에서, 예술가 입장에서는 작품에 대한 관심도가 높은 반면  과학자의 작품에 대한 관심도가 상대적으로 낮을 수 밖에 없는 구조 속에서 아쉬움을 가지고 있었다. 과학자 역시 예술-과학 융합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예술가에 의한 작품 기획에 한정된 매치업 프로그램에 대해, 과학자가 주도적으로 과학-예술 융합을 제안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어 있지 않은 점에 아쉬움을 가지고 있었다. 이렇듯 예술가뿐만 아니라 과학자가 주체가 될 수 있는 과학-예술 융합 기회에 대한 요구는 예술가-과학자 서로에게 실질적인 유익을 가져다 주는 기회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아티언스 대전 사업은 2011년부터 시작해 올 해로 6년을 맞이한, 국내 예술-과학 융합 사업 중 장기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몇 안되는 대표적인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대전의 과학 자원을 활용한 프로그램으로, 지역 특성화 사업으로써도 의미를 가지고 있지만 여전히 사업에 대한 인지도가 관심있는 전문가에 비해 예비 예술가 및 과학자인 학생이나 일반인 관람자에게는 높지 않은 현실이다. 또한 서울에 밀집된 예비·전문 아티스트가 대전 지역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대전 지역 문화예술 저변 역시 아직은 낮은 편이다. 대전문화재단에서 주관하는 아티언스 대전 외에도 대전의 대표적인 과학문화 사업으로 국립중앙과학관, 대전시립미술관 주도의 다른 사업들도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 사업 간 협력체계는 미비한 상황이다. 아티언스 대전의 효과적인 PR을 위해 이들 다양한 예술-과학 특성화 사업의 주체 간 네트워킹을 통한 확산 효과 또한 고려해 볼 만 하다.


사업에 대한 여러 한계점에도 불구하고, 인터뷰에 참여한 예술가와 과학자들은 아티언스 대전에서 발견한 다양한 장점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으며, 공통된 한계점을 공유하고 개선하기를 바라면서 앞으로의 사업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또한 이미 사업이 종료되어 현재로서는 아티언스 대전 참여에서 물러난 작가와 과학자들은 이번 인터뷰에 대해 지난 사업에 대한 의견을 공유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었다. 아티언스 대전을 통해서 이렇듯 '예술가가 과학자를 만났을 때', 한 가지 분명한 점은 수많은 아티언티스트들이 '예술과 과학의 융합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희망을 제시해 주었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아티언스 대전은 예술과 과학의 융합을 위해 '어떻게'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인지를 지속적으로 고민하면서 앞으로 더욱 발전해 나아가길 기대해 본다.



글 및 인터뷰 진행. 김아름(앨리스온 에디터)


[Refer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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