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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Story_TAG 12. 예술과 과학의 융합 : 과학과 함께 한 예술의 외연 확장 그리고 바이오아트 _4

aliceon 2017. 3. 29. 19:36


과학과 예술, 예술의 외연 확장

레오나르도 디 세르 피에로 다 빈치(Leonardo di ser Piero da Vinci).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과학과 예술을 이야기하며 통섭과 융합을 떠올릴 때 곧잘 이용하는 대명사이다. 그는 과학자이고 기술자이며, 의사이고 예술가였다. 그야말로 우리가 이야기하는 과학과 예술에 대한 통섭과 융합의 화신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다 빈치라는 존재는 인간의 규격을 넘어섰다고 밖에 말할 수 없을 정도의 사람이었기 때문에, 그리고 오늘날의 인간의 지적-감정 영역의 분야들의 지식과 방법론이 너무나도 세분화, 집적화 되었기에, 한 인간이 여러 분야에 대한 전문가가 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럼에도 우리는 지속적으로 예술과 과학의 만남과 교류를 이야기한다. 이는 과학과 예술 둘 사이의 공통점이 존재한다는 생각, 그리고 이 둘이 함께하며 나타날 수 있는 생산적인 지점 혹은 함께 해야만 한다는 절박할 수 있는 시대적인 요구 때문일 것이다. 


과학과 함께 하는 예술은 어떤 것이 있을까. 단지 과학의 용어나 과학적 소재를 다룬다고 과학과 예술의 만남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지나치게 간단하고 편협하다. 과학과 예술은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함께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내용을 가시화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않다. 무엇을 과학이라고, 과학의 영역과 모습이라고 할 것인가에서부터도 형태가 명확하지가 않다. 아니쉬 카푸어(Anish Kapoor)의 <공허(Void)> 시리즈를 빛의 반사와 흡수라는 광학 원리를 들어 물리 예술이라고 부르기는 애매하다. 이브 클라인(Yves Klien)이 그만의 독특한 청색을 만들기 위해 화학적 방법을 이용해 창조한 클라인 블루(Klein Blue)를 화학 예술이라고 부르기도 어렵다. 이들은 과학적인 탐구를 진행했다기보다는 과학적 지식을 기반으로 자신이 목적한 무언가를 만들어내거나 성취했다. 즉 기술적인 관점에서 작업을 진행한 것이다. 20세기 이후 과학과 기술이 정부 주도의 관리 하에 편입되고, 과학에서 기술로의 전환에 대한 시간이 가속되면서 발생한 '과학'과 '기술'이 아닌 '과학기술'의 이해 때문에 상황은 더더욱 모호하다. 이런 모호함을 조금이라도 가까이 다가가 구체화하기 위해서 주제나 방법에 대해 핵심적 부분을 과학과 함께 하는 예술의 예를 찾아본다면, 여러 과학 분야 중에 독특하게 그 이름과 방법이 비교적 명확하게 예술과 결합한 용어이자 형태가 있다. 바로 바이오아트(Bio Art)이다.



정보에 근거한 바이오아트(Bio Art)


바이오 아트라는 용어를 최초로 정립한 사람은 브라질 출신의 미술가 에두아르도 카츠(Eduardo Kac)이다. 카츠는 지난 2000년, 프랑스 국립작물재배연구소(Institut National de la Recherche Agronomique)와 함께 어둠 속에서 자외선을 받으면 녹색 형광빛을 발산하는 일명 ‘형광토끼(GFP 토끼)’ 알바(Alba)를 탄생시켰다. 알바는 유전자 중에 색체정보가 왜곡되어 체내 색소가 결핍된 알비노 토끼로, 카츠와 연구진은 이 토끼에 발광 해파리에서 추출한 형광 유전자(GFP, green fluorescent protein)를 주입하여 특정 파장의 빛을 쬐었을 때 형광색을 내게 했다. 이 ‘연구’는 실용이나 연구목적이 아닌 미적인 목적이며 과정이었고, 실험실에서 유전자코드 조작에 의해 만들어진 최초의 예술 작품이었다. 


카츠는 연구소와 작가의 협업 결과물인 알바를 미술계에서 발표하며 스스로 상당한 논란과 관심의 중심에 섰다. 동물보호단체의 비난을 의식하는 한편 창작과 생산 주체의 문제 등의 이유로 연구결과를 그에게 넘기지 않았던 연구소와 작가간의 분쟁으로부터 생명의 모든 것이 결국 유전자에서 비롯된다는 유전자 환원론에 대한 비판과 우려, 인간이 생명을 다루는 범위에 대한 문제 등 다양한 인문 사회적 논란이 발생했다. 바이오 아트는 접두어 'bio'가 밝히듯 생명과학의 대상과 기술, 방법을 이용한 근래에 나타난 새로운 예술 형태이다. 생명 그 자체를 다루는 예술인 바이오 아트는 기존 예술이 다루지 않았던, 과학에서 다루던 주제나 대상을 시작 지점이자 중심으로, 작업과정 중에 생명공학기술과 방법론을 사용한다. 과학과 예술을 오가는 모습으로서 최초의 예술은 아니지만 생명체를 다루면서 등장하는 윤리적 문제를 제기하기에 중요하게 인식된다. 


오늘날의 생물학은 유전체학(Genomics)과 생물 정보학(Bioinformatics), 분자의학(Molecular Medicine)이 주류를 차지하고 있다. 이 흐름은 1940년대에 출발한 분자생물학(Molecular Biology)과 그 연원을 함께 한다. 분자생물학의 태동과 정보학(Informatic Theory와 Cybernetics)의 시작 시기가 같고, 분자생물학이라는 용어를 정립한 위버(W. Weaver)가 정보론자였다는 점에서 유전자를 정보로 바라보며 유전자 정보가 기록된 DNA를 해석하여 이를 수정할 수 있다는 분자생물학은 시작부터 정보론적 관점을 지니고 있었다. 이러한 시각은 인간의 생물에 대한 이해를 한층 높이며 바이오 아트의 태동의 기초가 되었다. 그리고 바이오 아트는 생물학에서의 정보론적 관점의 가능성과 위험성을 함께 탐구하며 그 논의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고 또한 예술의 범위 또한 확장시켰다. 이러한 바이오 아트의 카테고리 안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생물과 생물학을 다루는 작품들을 살펴보자.



개인정보에 대한 생물학적 제언, 헤더 듀이 해그보그 (Heather Dewey-Hagborg)의 Stranger Visions


전시장의 벽에 사람의 얼굴이 설치되어 있다. 얼굴색과 비율은 실제 인간의 그것과 거의 비슷하다. 이 얼굴은 몸통이나 머리카락 등의 부가정보 없이 오로지 ‘얼굴’ 그 자체만 가지고 있다. 얼굴 아래에는 길거리에서 주웠음직한 담배꽁초와 머리카락과 이들을 발견한 장소에 대한 사진과 주소 등의 정보가 놓여 있다. 2015년 아르스 일렉트로니카(Ars Electronica)의 <하이브리드 아트(Hybrid-Art)> 전시에 설치된 작품 <Stranger Visions> 의 모습이다. 이 작품은 미국 출신의 작가 헤더 듀이 해그보그의 프로젝트입니다. 과학-예술간 연구 기반의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그녀는 길이나 공원, 화장실 등 공공장소에서 수집한 머리카락과 타액 등에서 추출한 DNA정보를 토대로 누구인지 알 수 없는 ‘그들’의 모습을 재현했다.


그녀의 이 바이오 아트 작업의 첫 시작은 본인의 상담코너(therapy session) 대기실이었다. 대기실에서 차례를 기다리던 그녀가 문득 시야에 잡은 것은 벽에 걸린 그림의 유리 틈새에 끼어있던 머리카락 한 가닥이었다. ‘이 머리카락은 누구의 것일까’ 에서 시작된 관심은 ‘나는 이 머리카락 한가닥으로 한 사람의 어디까지를 알 수가 있을까’ 라는 질문으로 확장되었고 곧 그녀의 작업이자 연구주제가 되었다. 그녀는 거리를 돌아다니며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라텍스 장갑과 핀셋, 수거용 백 등을 이용해 우리 주위의 장소에서 담배꽁초나 껌의 타액, 머리카락, 손톱 등의 샘플들을 수집했다. 그리고 이렇게 수집한 인간의 유기조직들을 자신의 연구실로 가져와 DNA를 추출하는 과정을 진행했다. 이 단계는 본격적인 생물학 실험의 과정이다. 용매로 단백질을 녹이고 원심분리기를 거쳐 DNA를 분리하고 이를 증폭하고 분절한 뒤 전기영동 등의 과정을 거쳐 각 DNA 부위가 가지는 정보들, 예컨데 피부색, 눈 색깔, 성, 코의 크기 등을 분석하여 이를 예측 이미지로 조합한 후 3D 프린터를 이용하여 출력했다.  


그녀는 작업 진행 과정에 있어 법의학적 DNA 표현형 분석법(Forensic DNA Phenotyping, 이하 FDP)을 사용했다. 일반적인 과학수사기법으로 사용하는 DNA 분석은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증거물의 DNA와 용의자 DNA의 일치 여부를 확인하여 수사에 적용하는 방식이다. FDP는 기존의 DNA분석의 약점인 수집한 DNA와의 ‘비교대상’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약점을 극복하여 단지 수집한 사람의 조직만으로 그 사람의 외형을 도출할 수 있다. 현재 이 방식을 통해서 눈동자색, 모발색은 비교적 정확한 예측이 가능하며 피부색과 눈, 미간, 코, 귓불 등 각 지점간의 거리와 높이 등의 얼굴형태의 경우 정확성을 높이는 단계에 있다. 


그녀는 과학적 엄밀성에서 다소 떨어져 작가로서의 상상력을 발휘한 결과물로서의 완성된 얼굴을 만들어내었다. 무심코 눈에 띈 ‘이 머리카락의 주인이 누구일까’ 라는 단순한 질문에서 시작한 작업은 과학적 엄밀함과 예술적 상상력을 넘나드는 과정을 통해 한 개인이 스스로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유전정보가 수집되고 이를 통해 발생할 수 있는 감시와 검열이라는 섬뜩할 수 있는 문제를 드러냈다. 인터넷에서의 개인정보 수집과 감시, CCTV와 인물데이터베이스를 통한 위치추적이나 감시와 같은 기존의 감시검열 이슈가 육체적, 생물학적인 영역에서도 벌어질 수 있음을 암시한 것이다. 



길베르토 에스파라자(Gilberto Esparaza)의 자동 광합성 플랜트 ‘Plantas Autofotosinteticas’


길베르토 에스파라자는 오늘날의 도시의 환경, 그 중에서 오염에 관심을 가지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2015년 아르스 일렉트로니카의 Hybrid Art 부문에서 골든 니카(Golden Nica)를 수상한 <Plantas Autofotosintéticas>는 일종의 격리생태계 바이오스피어(Biosphere)이자 생체정화기, 그리고 발전 시스템이다. 중심의 구형 자립생태계와 주변부의 기둥형 생체 필터기둥으로 구성된 이 작업은 오염 하수를 정화하는 시스템이다. 생체 필터기둥에는 오염물질을 신체대사에 이용할 수 있는 원생동물과 박테리아, 조류들이 채워져 있으며 이들 오염물질을 통해 진행하는 신진대사에서 발생하는 전류를 모은다. 각 기둥에서 모인 전류는 중앙에 조성된 생태계 구로 모여 스파크 형태의 빛을 만들어내고 이는 구 안의 조류가 광합성을 할 수 있게 한다. 광합성을 통해 자라나는 조류는 구 안에서 서식하는 또 다른 박테리아나 새우의 먹이가 되며 구 안에서 또다른 정화 및 대사작용이 일어나며 이는 다른 기둥에 영향을 끼친다. 이러한 피드백은 에너지를 순환시켜 작업 전체의 생태계를 유지할 수 있게 한다. 이 모든 활동은 중앙의 구에서 주변부의 필터 기둥으로의 물의 순환을 만들어내며 작업의 모든 구조가 순환하여 생태계를 형성한다. 이러한 일련의 흐름은 오염에 대한 데이터를 모을 수 있으며, 이 시스템을 통해 오염된 물이 또 다른 에너지원으로 활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증강된 팔 시리즈(Augmented Hands Series), 골란 레빈(Golan Levin), 카일 맥도날드(Kyle Mcdonald),크리스 서루(Chris Sugrue)


증강현실은 단순히 내 눈 앞에 홀로그램이나 이미지가 떠서 어떤 사물이나 풍경에 대해 정보를 전달하는 것 이상의 가능성을 지닌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무언가를 우리 눈 앞에서 뒤흔들어 우리의 현실을 뒤틀고 증강하여 다른 감흥을 전달할 수 있다. 다양한 미디어아트 작품을 통해 국내에서도 잘 알려져 있는 골란 레빈은 2014년 카네기멜론대의 Frank-Ratchye STUDIO와 함께 생물학적 신체에 대한 색다른 증강현실 작업을 선보였다. 작품 구조물 안에 손을 집어넣으면, 작품은 그 손을 스캔하고 변형한 결과물 영상을 실시간으로 보여준다. 작품을 통해 관람자의 손은 휘거나 손가락이 커지고, 마치 프렉탈 구조물처럼 손가락 끝에 작은 손가락이 무수하게 생겨난다. 관람자는 화면에 비춰지는 자신의 신기하고, 괴이하고, 생소하고 두렵기까지 한 모습을 보면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생물학적인 '나의 신체, 나의 손'에 대한 관념을 혼란스러워하면서 동시에 재차 생각해보는 기회를 가지게 된다. 


화성을 아쿠아포밍하기!(Aquaforming, Mars!), 마르쿠츠 베를리(Markuz Wernli), 사라 다허(Sarah Daher)


작가 마르쿠츠 베를리와 디자이너 사라 다허가 함께 한 작품 <화성을 아쿠아포밍하기!>는 인간의 소변을 이용해 식물을 자라게 하는 생화학 실험 프로젝트이다. 우리는 인간을 위한 화성 환경 변화 컨셉인 화성의 지구화, 테라포밍(terraforming)을 고안하고 상상했다. 작가는 그러한 '적대적 환경의 지구화' 대신 물을 매개로 인간과 박테리아, 식물 사이의 수평적 관계와 커뮤니케이션을 전제로 하는 아쿠아포밍을 고안하여 화성과 지구를 잇는 다른 시각을 표현했다. 물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명 현상에 필수 불가결한 요소이다. 우주 진출을 위한 여러가지 과학적 시도들의 시각이 인간에 대해 적대적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우주의 지구화에 맞춰져있었다면, 이들은 다른 관점에서 접근하면서 ‘인간’에 대한 틀을 벗어나 더 자유로운 사고로의 확장을 주문한다.


Rawr!, A study in sonic skull, 커트니 브라운(Courtney Brawn), Sharif Razzaque(샤리프 라자크)


1억년 전 지구에 살았던 공룡의 울음소리는 어땠을까. 이 작품은 이런 지극히 과학적이고 예술적인 물음에서 출발한다. 작가는 백악기에 서식했을 것이라 추정되는 코리토사우르스의 두개골 화석을 CT스캔했다. 그리고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두개골 내부 구조와 비강의 구조를 분석, 두개 내 특성과 부피 등을 계산해내는 고생물신경학에서 사용하는 엔도캐스트(endocast) 기법을 이용하여 공룡의 두개구조를 예측, 실제 모델을 만들었다. 관람자가 흉강에서 두개골로 올라오는 목 부위의 빨대를 통해 두개골로 공기를 불어넣으면, 두개골 내 구강의 고체구조 자체와 내부의 빈 공간을 통해 떨림이 조율되어 완성된 소리가 전시장을 울리게 된다. 과학과 예술이 공유하는 인간 본연의 호기심에서 출발하여 구조를 실현해나가는 과학적 방법, 그리고 사이 사이의 여백을 채우는 예술적 상상력을 통해 1억년의 간극을 넘어 우리는 공룡의 울음소리를 우리 귀로 들을 수 있게 되었다.



생물학과 예술이 만나 예견하는 교차로


매체이론가 플루서는 90년대에 생물에 대해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했다. ‘왜 개는 아직 붉은 점에 푸른 털을 가지고 있지 않으며, 왜 말은 아직 저녁 초원 위로 형광 색채를 발산하지 않을까 … 우리는 또한 우리 자신의 프로그램에 따라 식물과 동물의 종을 창조하는 것을 상상케 하는 테크닉을 습득해 왔다 … 우리가 선택만 한다면, 이러한 발전들이 합쳐져 농경은 거의 사멸한 계급인 농민들로부터 토끼처럼 번식하며 먹성이 좋은 예술가들의 손으로 옮겨질 수 있을 것이다.’ 생물에 대해 새로운 미학적인 관점을 제시한 그의 예견대로 바이오 ‘아트’가 등장했고 유전자가 코디네이팅된 애완동물 ‘서비스’가 눈앞에 놓여있다. 또한 우리의 유전적 질병 가능성을 예견하고 - 또는 선고받는 - 개개인의 유전자에 맞는 약품을 생산하여 처방하는 개인 유전자 분석 의료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는 것이 오늘이다. 


인간은 생명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과 시각에 눈을 떴다. 물론 이렇게 유전자를 하나의 정보로 보면서 수정 가능하다는 태도는 위에서 언급한 유전자 결정론이나 인간중심주의적(anthropocentric) 이기주의 등의 치명적이고 위험할 수 있는 윤리적 문제를 동반한다. 우리는 예술이라는 한 방법을 통해 가능성을 상상함과 더불어 극단적인 선을 넘어 파멸을 향하거나, 너무 겁을 내어 과거를 답습하는 표류 모두를 상상하며 또 다른 방향을 설정하여 나아갈 수 있다. 예술, 그리고 미디어 아트가 당대의 기술을 원 사용 방법과 전혀 다른 목적 또는 형태로 사용하는 전유의 모습을 띄는 것, 그리고 이런 과정을 통해 전혀 다른 의미를 드러내거나 숨어있던 무언가를 이끌어내는 모습을 통해 그 방향을 체현하고 있다. 근래의 바이오아트가 생물학적 관점과 기술을 이용하여 생명체의 설계도인 DNA가 가지는 의미를 오늘날의 사회 구도에서 탐구하여 근거있는 상상력을 더해 표현하는 독특한 모습을 보여준 것처럼 말이다. 


위의 작업들은 각각 생물학적인 방법론, 생물학에 근거한 주제, 생물학을 토대로 만든 기술적 구조 등 다양한 형태와 진행 방법을 보여준다. 이들은 과학 분야에서 사용하는 도구를 사용하고, 그 방법을 따르며, 소재를 가져오고, 주제를 시작한다. 이 예술 작품 모두가 공통적으로 공유하는 것은 생물학적인 '상상력'이다. 과학, 그리고 과학적 방법론은 명료한, 그리고 완전한 구조와 절차를 통해 모두가 납득하고 인정할 수 있는 객관성을 확보한다. 우리가 어떤 분야에서 가지를 뻗어나가는 방법은 차근차근 점진적으로 나아가지만, 그런 과정중 뛰어넘을 수 없는 벽에 맞닥뜨릴 수 있다. 이를 넘는 것은 일종의 비약인 '상상'이다. 논리적으로 설명되기보다는 논리를 넘어선 어떤 번득임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역사 속에서 종종 관측된다. 견실한 객관성과 비약을 지닌 상상의 공존. 이것은 지나친 단단함과 튼실한 경계 위에서 동작하기는 힘들다. 느슨하고 그렇기에 자유로운, 끈을 그저 살포시 잡고 있는 것이 이들의 관계를 가능케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강하게 잡아당기면 당연히 놓치고 연결은 끝이 나지만 살포시 잡고 있는 것만으로도 건너편의 온도를, 떨림을, 느끼고 반응하며 감응할 수 있는.





참고영상


Rawr!, A study in sonic skull


증강된 팔 시리즈(Augmented Hands Series)


허대찬(aliceon edit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