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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소리를 찾아서

Samson Young : Songs for Disaster Relief World tour



지난 29일부터 56일까지 홍콩 M+파빌리온에서는 삼손영(Samson Young)의 월드투어 개인전 <Songs for Disaster Relief>가 열렸다. 57회 베니스비엔날레 홍콩관 작가였던 삼손영은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홍콩에 대한 의문점을 설치, 드로잉, 퍼포먼스 등을 통해 표현하는 작가다. 특히 그는 자신을 사운드 아티스트라 소개하는데, 이는 사운드를 매체로 다루는 작품뿐만 아니라 자신의 작품 대부분의 주제가 사운드 자체에 집중되어있기 때문이다. 홍콩에서 열린 이 개인전은 베니스비엔날레의 귀국보고전으로, 베니스비엔날레의 아르세날레(Arsenale)에 설치되어있던 그의 작품과 이후 M+에서 제작지원한 작품을 한 자리에 만나볼 수 있는 전시다.

    

Palazzo Gundane (homage to the myth-maker who fell to earth), 2017, animation stills, 3D renderings, field work documentation_전경 

<Palazzo Gundane>은 어두컴컴한 공간을 둘러싼 커텐과 공간을 밝히는 스탠드들, 둘러싸인 커텐에 투사되고 있는 영상과 TV, 각종 오브제들 사이로 누군가 떠들어대는 소리로 시끄럽게 가득 찬 공간이다. 하지만 수많은 오브제들 중 잡음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소리를 가진 영상이 눈에 띈다. 영상 속에 등장하는 인물은 <Do They Know It’s Christmas?>를 열창하는데, 그의 목소리가 이상하다. 마치 바람소리와 같은 목소리로 노래하는 그는 눈 내리는 하얀 들판에서 크리스마스를 외치고 있는데, 신이 태어났다는 축복의 크리스마스를 노래한다기엔 그의 목소리가 너무도 구슬프다. 가성도 아니고 미성도 아닌 전혀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그의 소리는 마치 소리를 잃은 사람처럼 느껴진다. 게다가 영상이 비춰지는 커텐에 새겨진 “Make A Brighter Day, Make A Better Day”와 같은 희망적인 텍스트는 이 공간 안에서 텍스트가 의미하는 바와 같이 희망을 얘기한다기엔 너무도 비극적인 목소리로 공간을 아이러니하게 메우고 있다

     


We Are the World, as performed by the Hong Kong Federation of Trade Unions Choir, 2017, Filming documentation



목소리를 잃은 사람은 이 한 사람뿐만이 아닌 것 같다. ‘We Are the World’를 합창하는 중년의 홍콩 사람들을 담은 <We Are the World, as performed by the Hong Kong Federation of Trade Unions Choir>은 목소리를 내지 못하지만 희망과 열정이 가득한 그들의 합창이 상반되는 아이러니한 작품이다. 합창이란 여러 사람이 모여 다른 선율로 하나의 노래를 부르는 것인데, 이 작품에서는 같은 선율로 속삭이듯 합창을 하고 있다. 이 합창단 외에 그들을 이끌고 있는 한 지휘자가 있는데, 그녀는 뒷모습만으로 등장해 그녀가 누구인지 도무지 알 수 가 없다. 이 미스터리한 합창단은 지휘자에 따라 ‘We Are the World’를 처음부터 끝까지 약 5분간 합창하는데, 이들의 합창이 비정상적인데도 지휘자는 열정의 지휘를 멈추지 않는다. 게다가 지휘자는 희망찬 얼굴을 한 합창단의 눈빛에 부흥이라도 하듯이 혼신의 지휘를 선보이는데, 그녀는 이 이상한 합창이 들리지 않는 걸까? 아이러니한 합창의 후반부에 들어서면 이 이상한 합창의 실마리가 풀린다. 바로 그녀는 헤드셋을 끼고 지휘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눈 앞에 목소리를 잃은 사람들의 소리가 교회와 같은 공간을 가득 메우고 있지만, 정작 지휘자의 귀는 헤드셋에 출력되는 다른 소리에 집중하고 있다. 누군가의 지휘에 따라 혼신을 다해 부르는 이 노래는 안타깝게도 지휘자에게 들리지 않는 무의미한 진동으로 흘러가버린다.

 

이 두 공간에서 들려주는 노래의 원곡인 Band Aid<Do They Know It’s Christmas>USA For Africa<We Are The World>는 대부분 한번쯤은 들어본 익숙한 노래들이다. 이 중 <Do They Know It’s Christmas>는 기아문제로 어려움에 처한 에티오피아에 경제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만들어진 자선노래였는데, 1984년 당시 이 곡은 유명한 영국 출신의 가수들이 대거 참여했던 프로젝트였다. 곡은 발매 3주만에 300만장이 팔려나가는 흥행을 이루었고, 이 프로젝트를 추진했던 밥 겔도프는 노벨 평화상 후보에 오르기까지 했다. 그리고 이후 마치 유행처럼 <We Are The World>와 같은 자선의 목적을 가진 곡들이 대거 등장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렇게 흥행한 노래는 점점 흥행이 고조되면서, 시간이 지나면서, 국경을 넘으면서 노래가 가지고 있었던 본질적인 목적이 점점 사라져갔다. 이제 자선을 위한 노래는 더 이상 자선의 의미가 아닌 음악산업으로 변질되었고, 음악이 지닌 의미는 온데간데 없어지고 단지 멜로디만 경제적 가치로 남아 국경을 넘나들고 있다. 삼손영은 이러한 자선노래와 홍콩의 역사문화적 문맥을 연결지어 작품으로써 직설적으로 편곡해 관객에게 보여준다. 그가 <Palazzo Gundane>의 공간에서 보여준 공사현장과 희망적 텍스트 그리고 구슬픈 노래는 더 나은 내일을 위한 희망적인 목적은 이미 없어진, 누군가의 이익을 위해 세워지는 콘크리트 홍콩도시에서의 비극을 보여주는 것 같다. 또한 <We Are the World> 마찬가지다. 우리가 익히 들었던 노래의 본질적 의미는 사라지고 흥행만을 위해 남은 노래는 껍데기에 불과할 뿐임을 작가는 관객에게 상기시키고 있다



ARILLON, 2018, Yamaha disklavier player piano (prepared with personal documents, books, ink on book covers,. silk screen on paper, MTR ticket, tobacco leaf, life bread wrapping, and videocassette), 3D-printed object, custom composition



소리는 사람만 가지고 있는 게 아니다. 삼손영의 <ARILLON>은 정해진 시간에 따라 피아노가 연주되도록 피아노를 개조한 작품이다. 하지만 피아노가 연주될 수 있다기엔 피아노 선과 해머 사이에 책, 비디오테이프, 종이, 비닐과 같은 것들이 마치 이물질처럼 끼여 있다. 자연스럽게 피아노소리를 예상했던 관객은 피아노가 내는 기괴한 소리에 눈을 돌리는데, 피아노의 선율을 방해하는 이 오브제들은 ‘DO THEY KNOW IT’S CHRISTMAS?‘라고 적혀있거나 ’To Our Friends’, ‘The Music between us’라고 적혀있는 것들이다. 동선 상 가장 마지막에 놓여있던 이 작품은 자선곡들이 발매된 이후 만들어진 비디오테이프, 카세트테이프, , 뉴스, LP등의 상업적 목적을 지닌 것들에 비판을 보여주고 있다. 자선의 목적을 가졌던 아름다운 선율의 음악은 오브제들로 인해 본래의 목적을 잃은 채 괴이한 소음만을 만들어 내며, 앞서 본 목소리를 잃은 사람들보다 더욱 직설적인 방식으로 관객에게 당황스러움을 자아낸다.

 


삼손영은 이 전시의 키워드를 ‘Charity singles’라 말하는 데, 이를 직역하면 자선하는 마음으로 낸 노래라는 뜻이다. 자고로 자선이란 남을 불쌍히 여겨 도와주는 데에 의미가 있다. 이러한 자선의 의미를 작가는 뒤돌아보면서, 당시 역사적문화적 상황과 문맥을 통해 만들어진 자선노래가 어떤 과정을 통해 만들어졌고 또 어떤 방식으로 존재하고 있는 지에 대해 살펴보고 있다. 1980년에 들어 홍콩에서는 영국, 미국 대중음악(Pop-music)의 유입으로 음악산업이 급부상하였고, 이를 따라 많은 홍콩가수들이 그들(영국, 미국 혹은 일본까지도)의 음악을 리메이크 했다. 그 중에서도 작가는 특히 미국인들로 구성된 USA For Africa<We Are The World>Band Aid<Do They Know It’s Christmas?>와 같은 자선노래가 홍콩에서 리메이크되어 불려지는 것에 대해 주목했다. 흥행된 자선곡은 국경을 넘어오면서 받아들이는 나라의 문화적 시각에 기반한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편곡된다. 하지만 편곡을 주최하게 되는 과정에서 자본의 문제는 빠질 수 없다. 또한 이것은 자선곡의 본질적인 의미뿐만 아니라 편곡될 음악의 흥행요소를 고려하게 한다. 하지만 이렇게 노래가 편곡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자본의 문제와 자선의 목적은 충돌하기 마련이고, 결국 자선곡이 가지고 있었던 본질적인 의미는 차차 흐려지고 만다. 작가 삼손영은 이렇게 음악이라는 소재를 통해 역사문화적 상황이 만나는 마디에서 생겨나는 오류에 대한 의문점을 가지며 사운드 아티스트로서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

 

삼손영이 태어나고 자란 홍콩이라는 도시는 같은 아시아라기엔 너무도 이국적인 곳이다. 중국과 영국의 전쟁으로 꽤 긴 시간동안 영국의 땅으로 그리고 영국의 체제에 따랐던 홍콩은 지금은 다시 중국에 반환되어 아시아라는 명칭을 가지고 있지만, 시간이 길었던 탓일까 여전히 다양한 문화와 다양한 언어가 뒤섞여있는 곳이다. 이렇게 다양한 문화가 뒤섞인 만큼 홍콩이라는 도시는 정체성 또한 뒤섞여있다. 중국과 영국이라는 강대국에 의해 리메이크 되어 온 역사를 가진 홍콩이라는 도시는 본래의 의미를 잃어버린 한 곡의 멜로디와 같다. 그래서 작가는 홍콩이 존재하는 본디 의미를 찾기 위해 노래한다. 자선하는 마음으로 담은 <Songs for Disaster Relief>에서도 같은 맥락으로써 삼손영이 바라보고 듣는 사회를 향한 그의 선율이 담긴 답가를 들을 수 있는 전시였다.

 

삼손영 홈페이지 : http://thismusicisfalse.com/




. 정서연 (앨리스온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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