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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시대의 여행자를 위한 안내서: 인공지능의 시대, 인간을 다시 묻다_book review

sjc014 2018. 10. 10. 04:08


인공지능 시대의 여행자를 위한 안내서: 인공지능의 시대, 인간을 다시 묻다


  책 『인공지능 시대, 인간을 다시 묻다』는 저자 김재인이 서울대학교 철학과에서 개설한 “컴퓨터와 마음” 강의를 글로 옮긴 것으로 알파고에서 시작된 인공지능에 관한 관심이 상업적 관심으로 옮겨간 오늘날, 다시 한번 인공지능이 무엇이며, 인간은 무엇인지 철학적으로 질문한다. 인공지능 시대, 저자가 던진 질문은 ‘고전적으로’ 느껴지기도 하는데, 플라톤과 데카르트, 흄과 니체를 지나 기계가 생각할 수 있는지 묻는 튜링의 오랜 질문을 다루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가 1장에서 밝히고 있듯, 모든 질문은 질문에 답하는 것보다 그 질문을 구성하는 기본 개념들이 더 중요하다. ‘기계가 생각할 수 있을까’에 답하기 전에 기계는 무엇이고, 생각은 무엇이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은 답을 알려주는 책은 아니다.


  1장의 제목 <기계가 생각할 수 있을까?>는 인공지능 연구의 시작으로 간주되는 튜링의 1950년 논문 “계산 기계와 지능 Computing Machinery and Intelligence”의 첫 문장이기도 하다. 튜링이 던진 이 질문은 인공지능을 논의할 때 매우 중요하다. 튜링은 생각한다는 것에 대해 바로 정의하지 않고 튜링 테스트라고도 불리는 모방 게임을 제안한다. 이 테스트는 컴퓨터가 인간을 얼마나 잘 흉내 낼 수 있는지 즉 인간을 얼마나 속일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튜링은 심문자 10명 중 3명 이상이 대화하는 상대가 컴퓨터인지, 인간인지 헷갈리면 그 컴퓨터가 생각한다고 볼 수 있다고 보았다. 2014년 유진 구스트만(Eugene Goostman)이라는 프로그램이 최초로 튜링 검사를 통과해 논란이 되기도 하였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13세가 소년일 경우라는 전제를 설정했다). 반면 미국의 언어학자이자 철학자 존 설(John Searle)은 정말로 기계가‘이해’라는 것을 하는지 의문을 ‘중국어방 가설’을 통해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저자는 가장 감성적인 언어라고 할 수 있는 시를 느끼고 이해하지 못하면 인간 자격이 없는 것인지 되물으며 이해하고 생각한다는 말이 얼마나 모호한지 역설한다. 

  이렇게 1장에서는 생각과 기계에 관한 기초적인 질문을 통해 의문을 제시했다면, 2장에서는 수학, 논리적 관점에서 인공 지능을 이해하기 위한 기초를 다진다. 인공지능 개발과 연구에서 사용되는 알고리즘, 기계 학습을 이해하기 위한 개념들을 소개한다. 인공지능 연구의 교과서라고 불리는 『인공지능: 현대적 접근방식 Artificial Intelligent: A Modern Approach』의 저자 스튜어드 러셀(Stuart Russell)과 피터 노빅(Peter Norvig)이 정의한 인공지능, 지능적 에이전트를 알기 쉽게 설명한다. 그러나 이 책이 다루고 있는 논의가 얕은 것은 결코 아니다. 예컨대 2장에서는 예쁜꼬마선충 로봇(C. Elegans, 인간이 모든 뉴런 정보를 알고 있는 첫 동물이자 유일한 동물)을 통해서 역공학/공학을 다루며 인공지능이 불러일으킬 윤리적 문제를 짚어낸다. 


 1장과 2장이 인공지능에 대한 직접적인 문제를 다루었다면, 그 이후의 장들은 철학적 문제에 더 집중한다. 3장과 4장에서는 마음과 생각에 대해 확장적 사유를 시도하고, 5장과 6장은 플라톤과 데카르트의 철학 문헌을 소개한다. 책의 후반부에서 소개하는 다소 어렵고 딱딱한 철학을 읽으면서 ‘이게 인공지능과 대체 어떤 연관이 있는걸까?’라는 의문이 들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은 우리가 쉽게 정의했던 ‘마음’이나 ‘생각’ 혹은 ‘연민’이나‘이성’ 등 이 무엇인지 다시 질문하며 과거의 철학자, 공학자, 뇌 과학자, 인지 과학자, 생물학자가 이를 어떻게 정의하였었는지 그 과정과 이유를 설명한다. 특히 3장의 마지막에서는 기계가 무엇인지 질문을 던지며 인간과 사회를 포함하는 의미로 기계를 확장한다. 결국 낯설게 보았던 인공지능 같은 기계도 하나의 체계 안으로 들어온다. 


“알파고가 바둑 대결에서 승리한 일, IBM 왓슨이 의료 서비스를 개시한 일, 인공신경망을 적용함으로써 구글 번역의 품질이 대폭 향상된 일이 있었고 더 최근에는 인간과 포커 대결에서 인공지능이 승리해 화제가 되었습니다. 인공지능 로봇 변호사 두낫페이가 승소한 일도 있었고요. 새로운 알파고는 이제 스타크래프트 게임을 학습하고 있다고도 하지요. 이 모든 사건들이 관심을 끌었던 건, 그동안 인간만이 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고유한 일을 인공지능이 해냈다는 점 때문입니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요? 인간 고유의 영역이란 무엇일까요?”[각주:1]


모리츠 코르넬리스 에셔(Maurits Cornelis Escher), <그리는 손 Drawing hands>, 1948


  “인간 대 기계의 대결이 아니다. 기계를 가진 인간 대 기계가 없는 인간의 대결이다. 

데이터와 직관력은 말과 기수와 같다. 당신은 말을 앞지르려 노력할 필요는 없다. 당신은 말을 탄다.” 


마지막 7장 <무엇을 어떻게 학습할까?>에서 저자는 도밍고스의 말을 인용하며 인공지능 시대에 대비하여‘창조성’을 배워야 한다는 것으로 결론을 내린다. 하지만 저자는 다소 뻔한 결론에 수긍하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던지길 바란다. 이 책은 인공지능 시대에 살아갈 (또는 이미 살고 있는) 우리들을 위한 나침반 같은 책이다. 인공지능의 기초가 되었던 수학, 기술, 그리고 철학의 길이 저기-- 있으니 찾아가 보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이 책은 답을 알려주는 책은 아니다. 결국 그 길을 걸어야 하는 건 독자의 몫이다. 


p.s. 그런 의미에서 저자가 인용한 책을 정리하여 소개한다. 본문의 <인용출처>에서 언급한 책이며, 번역서가 있는 경우는 번역서를 적었다.

인용 페이지는 본문 368~371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함께 읽으면 좋은 책


그레고리 베이트슨, 『마음의 생태학』, 박대식 옮김, 책세상, 2006.

더글러스 호프스태터, 『괴델, 에셔, 바흐: 영원한 황금노끈』, 박여성, 안병서 옮김, 까치, 2017.

르네 데카르트, 『성찰』, 양진호 옮김, 책세상, 2011.

스튜어트 러셀, 피터 노빅, 『인공지능: 현대적 접근방식』, 류광 옮김, 제이펍, 2016.

움베르토 마투라나, 프란시스코 바렐라, 『앎의 나무』, 최호영 옮김, 갈무리, 2007.

존 스튜어트 밀, 『자유론』, 서병훈 옮김, 책세상, 2005.

페드로 도밍고스, 『마스터 알고리즘: 머신러닝은 우리의 미래를 어떻게 바꾸는가』, 강형진 옮김, 비즈니스북스, 2016.

플라톤, 『파이드로스』, 조대호 옮김, 문예출판사, 2016.


Dawkins, Richard. The selfish Gene, Oxford University Press, 2006.

Gross, Richard. Psychology: The Science of Mind and Behavior, Hodder Education 7th edition, 2015. 

Maturana, Humberto and Varela, Francisco. Autopoiesis and Cognition: The ealization of the Living, Dordrecht, Boston, London: D. Reidel Publishing Company, 1980.

Searle, John. Mind, Brains and Science, Cambridge: Cambridge, MA: Harvard University Press, 1984.

Turing, Alan. “Computing Machinery and Intelligence,” In Mind Vol. LIX, No. 236, October 1950.




글. 최선주 [앨리스온 에디터]

  1. 본문 p.115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