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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5년 캘리포니아의 산라파엘(San Rafaël)에서 태어난 크리스챤 마클레이(Christian Marclay)는 스위스의 제네바에서 성장기를 보냈으며, 1970년대 말에 미국 보스턴을 거쳐 뉴욕에 정착했다. 30여년간 주로 퍼포먼스와 비디오를 통해 음악과 소리가 시각화되는 과정을 연구해온 마클레이는 국제미술무대와 아방가르드 음악씬에서 동시에 주목을 받으며 독자적인 작업세계를 구축해 오고 있다. '보고있는 것을 들을 수 없는가'라는 의문에서 시작된 마클레이의 공감각적 세계의 탐험은, 철저한 대립항 속에 놓여져 있는 시각/청각의 결합을 목적으로 한다. 악기와 앨범쟈켓, 카세트테이프, LP판과 턴테이블 등 이른바 소리를 물질화시키는 오브제와 더불어, 영화에서 찾아낸 파편화된 컷들도 마클레이 작업의 중요한 소재이다. 프랑스에서도 마클레이의 공감각적인 표현에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2007년에는 파리 시테드라뮤지크(Cité de la musique)에서 현대미술가의 전시로써는 최초로 대규모의 회고전이 개최된 바 있으며, 지난 5월 프랑스북부 브르타뉴지방의 도시 헨느(Rennes)에서는 마클레이의 사진전<Snap!>을 중심으로 콘서트와 다양한 학술회의가 열렸다. 뉴욕, 로스엔젤레스, 리스본 등의 대도시에서 발견한 소리를 연상시키는 이미지들을 기록한 이 미공개 사진들은 마클레이 작업세계의 근간을 이루는 소리와 도시에 대한 시선을 보여준다. 



제네바에서 미술을 공부한 후 1970년대 말 뉴욕으로 왔을 당시, 마클레이가 가장 관심을 가지고 있던 것은 비토 아콘치(Vito Acconci)가 보여주었던 몸을 이용한 퍼포먼스와 펑크음악이었다. 아카데믹한 음악교육이 전무하다시피했던 마클레이는 당시 주류를 이루던 전통적인 아트씬의 외부에서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던 뉴욕 언더그라운드 문화에 자극받았으며, 음악과 퍼포먼스를 접목시키는 실험을 본격적으로 전개하기 시작했다. 특히 존 존(John Zorn)과 엘리엇 샤프(Eliott Sharp), 데이빗 모스(David Moss), 그리고 소닉유스(Sonic Youth)와 같은 실험음악을 탐구하고 있던 뮤지션들과의 만남은 마클레이에게 즉각적인 영향을 주었다. 



마클레이는 소닉유스의 기타리스트 리 레이날도(Lee Ranaldo)와 함께 <Wichita Vortex Sutra : Allen Ginsberg(Artemis Records, 2004)>, <Music for stage and screen(Les disques du soleil et de l'acier, 2004)>, <Vancouver Ambients(Important Records, 2006)>, 그리고 써스턴 무어(Thurston Moore), 리 리에날도와 <Funk shit up(Victo,2001)> 등을 발매했으며 뤽페터(Luc peter)의 다큐멘터리영화 <Record player(2000, 42분)>에서는 엘리엇 샤프, 디제이올리브(DJ Olive), 에릭엠(Erik M), 그리고 소닉유스와 협연하는 콘서트장면을 볼 수 있다. 
1981년 결성된 이후 모든 정형화된 것들에 도전하며 소음으로 향한 모험을 지속해온 소닉유스는 단순히 카리스마로 대표되는 록밴드가 아니라 각종 예술분야를 아우르는 어떤 아이콘으로써 인식되어가고 있다. 1996년에 설립한 소닉유스 고유의 레이블 SYR(Sonic Youth Recording)에서는 강한 개성의 실험음악노선을 전개하고 있다. SYR에서 발매된 음반들 중 네번째앨범 <Goodbye 20th Century>에는 소닉유스와 함께 윌리엄 위넌트(William Winant), 짐 오루크(Jim O'Rourke), 다케히사 코즈기(Takehisa Kosugi)등을 비롯하여 마클레이도 참여했다. 
소닉유스가 결성되었을 당시 언더그라운드씬에서는 펑크의 변형에서 비롯된 노웨이브(No Wave)가 주목받고 있었다. 70년대 말 뉴욕 다운타운에서 생성된 노웨이브는 벨벳 언더그라운드(The Velvet Underground)와 같은 60년대 록, 프리재즈 그리고 50년대의 윌리엄 버로우즈(William S. Burroughs), 알렌 긴즈버그(Allen Ginsberg)와 같은 비트제네레이션(Beat generation)에 지대한 영향을 받고 태어났다. 소닉유스는 윌리엄 버로우즈의 음반 <Dead City Radio(1990)>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바 있다. 은유적으로, 소닉유스는 SYR에 의해 녹음된 첫번째 앨범의 제목을 아나그라마(Anagrama)라고 이름지었다. 이는 단어의 철자를 변형하고 재조립하여 전혀 새로운 의미의 또다른 단어를 만들어내는 아나그람(anagramme)이라고 하는 단어놀이에서 따온 것으로 독립레이블 설립이후 그들이 모색하려고 하는 음악적연구의 방향을 암시해준다. 



잭 케루악(Jack Kerouac), 알렌 긴즈버그와 함께 비트 제네레이션의 대부로 불리우는 윌리엄 버로우즈는 1978년, 작가이자 화가인 브라이언 가이즌(Brion Gysin)과의 협작으로 <The Third Mind>라는 책을 출판했다. 이 책에서 버로우즈는 무작위로 잘라낸 문장을 이어붙이고 재구성하여 완전히 새로운 글을 탄생시키는 테크닉인 Cut-up를 비롯하여, Fold-in, Permutations(문장내 단어들의 순서를 뒤바꾸는 테크닉)등의 새로운 글쓰기방식을 고안해내었다. <The Third Mind>가 보여준 이러한 문학적실험은 일직선상의 사고방식에서는 도달할 수 없는 새로운 접합을 가능
케 한다. 애초에 사진이미지의 회전으로 발생되는 환영을 이용한 눈요기감에 불과했던 영화가 예술의 한 장르로써, 그리고 읽기의 대상으로 인식된 것은 몽타쥬개념이 정립된 후의 일이다. 미술분야를 비롯하여 다른 예술장르들이 흡수한 가장 특수성이 강한 영화적 성질은 바로 몽타쥬효과이며, 버로우즈가 시도한 글쓰기 방식도 이러한 영화적성격의 하나로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마클레이가 추구하고 있는 노선은 더욱 분명해진다. 퍼포먼스와 조각, 데셍, 사진과 설치 등 그의 작업에 등장하는 테크닉은, 이른바 소리와 음을 자르고 이어붙인 콜라쥬의 형태를 취한다. 파편화된 소리 그 자체, 또는 음악적 오브제들은 마클레이에 의해 재조립되고 결국 새로운 창조물로 탄생된다. 파리 시테드라뮤지크(Cit
é de la musique)에서 지난해 3월9일부터 6월24일까지 열린 마클레이의 회고전 <Replay>는 지금껏 그가 실험해온 다양한 음악적 연구의 결실들을 충실하게 소개해주고 있다. 생소한 형태의 콘서트 홀로 변모된 시테드라뮤지크에 소개된 작품들이 보여주는 것은 악기연주에 무지한 마클레이가 찾아낸 또다른 연주방식 - 소리의 콜라쥬를 통한 작곡과 음악작품의 생성과정이다. 
마클레이는 아트프레스(Art Press)와의 인터뷰에서 음악이 가지고 있는 일시적인 성질, 그리고 디스크가 이러한 음악에 부여한 지속성에 대해 언급했다. 사진이 찾아낸 현실의 자국효과처럼, 디스크는 시간과 함께 흐르는 소리를 고착하고 그것의 자국을 남기기 위해 존재한다. 마클레이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음악 그 자체보다는 바로 물질화된 음악이다. 80년대에 마클레이는 주위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것들을 가지고 "소리"를 창조해내자는 계획에 몰두해 있었다. 디스크의 천국인 미국에서 그는 LP판의 표피를 긁거나 깨는 등 공격적이고 파괴적인 접근을 시도하거나 (Gestures, 1999, 설치, 동시에 영사되는 4개의 비디오, 9분), LP판을 입으로 뜯고 (Fast Music, 1982, 비디오, 21초 부클), 또는 그것을 깨부수는 것에서 소리를 생산해내었다 (Record Players, 1984, 비디오, 5분). 펑크의 열정과 즉흥성 속에서 성장한 마클레이는 결국 파괴하는 행위를 작곡의 과정으로 유입시켰으며, 소음을 불완전한 것이 아닌, 완결된 어떤 것으로써 제시하고자 했다.

소리를 만들어내는 도구인 악기 또한 마클레이작업의 중요한 소재이다. <Guitar Drag (2000, 비디오영사, 14분)>는 앰프에 연결된 전자기타를 트럭에 연결하여 텍사스의 사막에서 이리저리 끌고다니며 생성되는 소음을 이용한 곡의 생성과정이다. 다시말해, 이것은 마클레이가 고안해낸 또다른 기타치는 방법이라 할 수 있다. <Ghost (I don't live today) (1985, 비디오, 5분)>는 1982년에 직접 개발해낸 포노기타(Phonoguitare, 턴테이블에 끈을 메달아서 목에 걸고 돌아가는 디스크를 손으로 디제잉할 수 있는 악기)를 가지고 연주한 비디오이다. 마클레이는 실제로 포노기타를 가지고 여러차례 공연을 했다. 



그러나 마클레이는 자신을 뮤지션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가 선보인 음악은 비쥬얼아티스트로서 생산한 작업들의 연장선상에서, 어떤 병행이나 첨가의 성질을 띄는 것일 뿐이다. <Records 1981-89 (orchestra, 1997)>는 새로운 소리를 탐구해온 마클레이의 음악적 실험을 모아놓은 명반이다. 수개의 턴테이블로 집에서 녹음된 이 음반은 그가 취한 음악적오브제들이 어떻게 변형되고 재창조되는지 보여준다. 또한 독특한 성격의 오마쥬인 마클레이의 첫번째 솔로음반 <More Encore(1988, ReR에서 2004년 재발매)>는 쇼팽(Fr
édéric Chopin), 루이 암스트롱(Louis Armstrong), 존 케이지(John Cage), 마리아 칼라스(Maria Callas), 지미 헨드릭스(Jimi Hendrix), 그리고 세르쥬 갱즈부르(Serge Gainsbourg)등의 곡을 소리나는 재료로써 다루며 완전히 재편곡한 것이다.  



또한 마클레이는 소리의 생성을 위해, 영화를 무궁무진한 원천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Video Quartet(2002, 네개의 비디오영사, 14분)>는 탁월한 몽타쥬기법을 바탕으로 탄생시킨 매우 색다른 비디오작품이자, 마클레이에 의해 작곡된 음악이다. 마치 음표처럼 사용되고 있는 파편화된 영화의 컷들은 완전히 새롭게 편집되어 나란히 늘어선 4개의 스크린위로 영사된다. 라스베가스의 룰렛이 벌이는 소음에서부터 피아노와 하프, 군악대와 재즈음악은 서로 뒤엉키고 충돌하며 예기치 않던 조합을 창출해낸다. 또한 <Telephone (1995, 비디오, 7분30초)>은 영화 속에 표현된 전화기를 둘러싼 동작과 반응들을 모아 편집한 작품이다. 캐리그란트, 맥라이언, 숀코넬리등이 전화벨이 울리기를 기다리고 '여보세요'라고 말하거나 수화기를 내려놓는 행위들은 빠른리듬을 가지고 편집되어 있다. 마클레이 특유의 재기발랄한 몽타쥬테크닉은 타란티노의 펄프픽션, 브라이언 드 팔마의 스카페이스, 카메론의 터미네이터 등에서 가지고 온 컷들로 구성된 <Crossfire (2007, 비디오, 8분30초 부클)>에서도 나타난다. 관객은 마치 서바이벌게임 속에 들어온 듯, 총성을 울리거나 총부리를 겨누고 있는 영화컷들이 영사되고 있는 4개의 스크린에 둘러싸인다. 마클레이의 이러한 작업들을 통해 영화이미지들은 본래 그것이 소유하고 있던 서사적인 구조와 그 맥락을 잃어버리고 완전히 파편화되었으며 또한 몽타쥬에 의해 변이를 일으키고 결국 재생산된다. 결국 마클레이에게 주위의 모든 것은 파편화의 대상이며, 파편화된 것들은 하나의 음이고, 또한 그 음들은 그것의 본질을 잃고 끝내 재조립된 파편의 일부로써 다시 태어난다. 


Rennes에서 열렸던 마클레이 콘서트사이트
http://www.myspace.com/noclubbin

references
Art press n°309 (2005/2)
Beaux-arts magazine n°273 (200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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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ea 2008.10.09 17:3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콘서트 동영상을 보니 그 어렵던 청각의 시각화도 조금은 손에 잡힐 듯 하네요 좀 더 많은 작품을 접할 곳이 없어서 아쉽습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