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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이트큐브 공간으로의 게임의 진입은 이제 놀라운 일이 아니다. 시각예술은 작품의 ‘상호작용성(interactivity)’에 주목하고 이를 예술 표현의 한 양식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각주:1] 더불어 뉴미디어 시대의 도래와 함께 게임은 활발한 상호작용성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미적 가능성을 한껏 발휘하고 있다. 이 시점에서 게임이 예술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당장 이렇다 할 결론을 내리기는 애매하지만 뉴미디어 아트라는 구체적인 예술 장르의 게임성을 분석하면서 게임과 예술의 경계를 꼼꼼히 살피고 있는 유원준의 책 『뉴미디어아트와 게임예술』이 도움이 된 것은 분명하다. 저자는 먼저 게임의 인식 변화에 대한 이야기로 논의를 시작한다. 초기 게임은 단순한 오락, 유희로 치부되었으나(어린 시절, 부모님 눈을 피해 오락실 앞을 서성이던 것을 기억하는가!) 이제는 미술관, 박물관 등의 전시 주제가 될 법한 감상, 경험의 여지가 있는 문화 예술 콘텐츠로 도약하고 있다. 기실 게임의 높아진 위상에도 불구하고 게임을 예술적 범위에서 이해하기 위해서는 정당한 전제를 필요로 한다. 본문은 크게 4장으로 나뉘어 게임의 근본적 요소들이 가지고 있는 예술과의 연결성과 게임을 구성하는 요소들이 내포하는 예술적 가능성을 세밀하게 다루고 있다. 다소 어렵게 느낄 수도 있는 각 장의 논의들은 놀라울 만큼 많은 예시들과 함께 거론되고 있어 독자들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저자의 논점에 다가갈 수 있다.

   사람마다 ‘게임’에 대한 이미지가 다를 수 있지만 모바일 게임이 상용화된 요즘, 플레이하기 쉬운 모바일 게임을 화두로 1장을 소개해볼 수 있겠다. 지하철에서 모바일로 게임을 하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음은 물론이고, 모바일 게임 덕에 헤어진 연인의 ‘초대’ 메시지를 받는 해프닝도 흔히 일어난다. 게임은 즐겁기 위해 한다. 어려운 게임보다 쉽고 단순한 게임이 모바일 게임 상위 순위를 석권하는 이유는 게임에서만큼은 스트레스를 받고 싶어 하지 않는 인간의 심리 때문이 아닐까? 더불어 소셜 게임은 내가 알고 있는 사람과의 경쟁 심리를 유발하여 게임을 지속하게 만든다. 이 밖에 게임이 가지는 여러 속성들은 ‘놀이’의 맥락과 쉽게 연결 지을 수 있다.

   제 1장 공유의 전제에서는 ‘놀이’에 대한 여러 담론을 통해 게임과 예술의 놀이적 공통점을 추출해내고 있다. 커피 류의 음료가 에스프레소 샷을 공통 재료로 각기 다른 맛과 향을 내는 것처럼 ‘놀이’를 공통으로 예술과 게임이 각자의 특성을 발전시켜왔음을 읽어낼 수 있다. 아무리 속성이 같다하더라도, 그 모양이 너무 다르면 쉽게 그 같음을 인정할 수 없다. 예술의 표현 방식의 변화가 게임과 예술을 연결하는 결정적 역할을 했음은 부정할 수 없다. 과학 기술이 발달하면서 예술이 가지는 함의는 기술의 발전만큼이나 혹은 그 이상으로 넓어졌다. 저자는 제 2장 기술의 발달에서 예술과 과학 기술의 만남이 집적된 ‘뉴미디어 아트’ 장르를 지목하여 구체적 예시들을 통해 접근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접근은 2장의 다섯 번째 소제목 ‘매개와 재매개, 이미지 세계로서의 게임: 예술과 게임, 시뮬라크르를 말하다.’ 였다. 저자가 지적한대로 예술과 게임 모두 ‘가상세계’를 바탕으로 한다. 우리 삶에서 이미지는 매우 주요하게 적용된다. 예술의 이미지가 현실을 넘어서듯, 게임의 이미지는 현실세계 이상의 영향력을 가진다. 기술의 발달이 현실세계 너머의 지점을 고민하게 만들 듯, 예술과 게임 모두 생산, 유통, 소비의 전 과정에서 현실 그 이상의 함의를 포괄하게 된다. 게임을 하다보면 종종 게임이 제공하는 그래픽이나 사운드에 감탄할 때가 있다. 현실보다 현실 같고, 현실보다 더 아름답기에 넋 놓고 빠져들 수밖에 없는 세계가 게임 속에 펼쳐진다. 아름다운 회화 작품을 보고 그림 같은 저 곳에서 살고 싶다고 이야기 하듯, 누군가는 게임 세계에 그려진 아름다운 섬에서 살고 싶다고 이야기 할 수 있을 것이다. 제 3장 예술과 게임의 확장에서는 예술의 특성과 게임의 여러 장르적 속성을 연결 지으며 예술과 게임의 논의를 구체화 시킨다. 저자는 알고리즘 아트, 인터랙티브 아트, 사운드아트, 앱아트, urban screen 등의 뉴미디어 장르를 구체적 게임 사례와 연결시켜 독자들이 확장된 영역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그 맥락을 따라갈 수 있게 도와준다. 뉴미디어아트에 대한 지식이 없는 사람이라도 게임의 속성을 통해 해당 장르를 이해할 수 있거나, 예술적 준거들을 통해 게임 및 미디어의 속성을 이해할 수 있게 만들기 때문이다.

   오락실에서 줄을 서서 게임을 하던 유년은 지나고, 불과 십몇 년 만에 장소에 상관없이 스마트 폰을 가지고 언제든 게임세계를 탐닉하는 오늘을 살고 있다. 제 4장 현재의 예술, 미래의 게임에서 저자는 ‘공간성’과 ‘시간성’의 경계에서 벗어난 예술과 게임에 대해 논의한다. 게임은 예술이 될 수 있는가?라는 서두의 질문은 곧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에 우리가 접할 ‘예술’이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하게 한다. 책을 읽기 전에도 ‘게임은 예술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해 고민했다. 구체적 예시를 떠올리기도 했지만, 결국 피상적 결론만을 낼 수 없었는데 『뉴미디어아트와 게임예술』를 통해 조금 더 체계적으로 고민할 수 있게 되었다. 저자가 책의 말미에 던진 질문으로 리뷰를 매듭짓고자 한다. 예술과 게임은 구별되어야 하는가? 아니면 예술과 게임이 근본적으로 구별되는 것인가?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한 번쯤 생각해 볼 수 있는 지점이다. 



글. 공다솜 [앨리스온 에디터]



목차



저자 소개


유원준

저자 유원준은 미디어아트 에이전시 더미디엄(THE MEDIUM)의 대표이자 미디어문화예술 채널 앨리스온(ALICEON)의 디렉터다. 현재 경일대학교 사진영상학부 특임교수다. 중앙대학교, 한국예술종합학교, 홍익대학교 등에 출강하고 있다. 홍익대학교 예술학과 대학원에서 “디지털매체 뮤지엄에 관한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오스트리아 다뉴브대학교(DANUBE UNIVERSITY)에서 미디어 아트의 역사에 관해 연구 중이다. 문화관광부 광복60주년 행사팀장과 아트센터 나비 교육팀장, 제8회 주안미디어페스티벌 디렉터를 역임했다. 주요 관심 분야는 현대 예술과 뉴미디어 아트, 게임 아트 등이다. 특히 새로운 기술 미디어를 통한 인간의 경험과 지각의 확장에 관심이 있다. 기술미학연구회,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의 운영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게임과 문화연구』(2008, 공저) 등이 있다.



  1. 대표적 예로 MoMA에서 기획한 "Talk to Me (2011)", 세계 최대 박물관인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의 “The Art of Video Games(2012)”를 들 수 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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