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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미디어 이론의 기원은 1950년대의 해럴드 이니스Harold Innis와 마셜 맥루한Marshall McLuhan의 저작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레프 마노비치가 주장하는 것은 뉴미디어의 논리를 이해하려면 컴퓨터 과학으로 눈을 돌려한다는 것이다. 마노비치는 현대 사회에서 미디어를 프로그래밍 가능한 것으로 특징지을 수 있는 ‘새로운 용어, 범주, 조작방식’이 생성된다고 주장한다. 이를 기반으로 소프트웨어 연구가 필연적으로 등장할 수 밖에 없는 배경과 함께 이 책을 시작한다. ‘미디어 소프트웨어’란 미디어 개체나 환경을 만들며, 그것과 상호작용하는데 이용하는 프로그램을 일컫는다. 마노비치는 1990년대 후반에 개발된 시각 미디어의 발전 과정과 이 안에서 구현되는 새로운 미학을 세 가지의 개념을 통해 설명한다. 바로 미디어 혼종화media hybridization, 진화evolution, 그리고 심층적 리믹스deep remix다.

마노비치는 책 1부에서 ‘미디어 소프트웨어의 발명’을 다루며, 앨런 케이가 미디어를 통해 획득할 수 있었던 영속적 확장성을 다시 한번 환기시킨다. 마노비치가 바라보는 사회 문화의 가장 큰 틀은 제록스PARC에 근무(1970-1981)했던 앨런 케이(Alan Kay)의 시각미디어 비전에서 시작된다. 케이는 오늘날 볼 수 있는 일상적인 미디어 컴퓨팅의 패러다임과 테크놀로지를 체계적으로 구현했던 선구자 중 한 명이다. 마노비치는 자신이 구술하는 시기의 미디어를 ‘메타미디어’라고 규정하며, 기존의 미디어에 대한 시뮬레이션과 아직 발명되지 않은 미디어를 포괄한다. 즉, 현대 뉴미디어의 언어는 소프트웨어의 논리에 따라 변화가 이루어지는 것으로 이해된다는 것이다. 마노비치는 케이가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래를 발명하는 것이다”라고 말한 예견을 계승하여 기존 미디어의 변혁을 통해 새로운 미디어가 펼쳐지는 현상에 모든 관심을 기울인다.  


새로운 미디어를 규정하려는 시도를 갖고 있음에도 마노비치는 ‘메타미디어’나 ‘모노미디어’라는 용어로 미디어의 변화를 특정 개념에 종속시키지 않으려 노력한다. 대신 미디어들의 ‘혼종화’ 현상에 주목하는데, 이 혼종화란 구체적으로 각기 다른 미디어에 속해 있던 기술이나 도구가 소프트웨어로 전환된 이후의 단계를 말한다. 이 때 혼종적 성격은 '심층적 리믹스' 과정을 선행한다. 마노비치는 1980년대 음악문화에서 주로 사용되던 '리믹스'라는 용어를 미디어 지형으로 확장시킨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마노비치가 책에서 기술하는 미디어 세계 전반은 소프트웨어 채택이 가져오는 효과가 아니라, 소프트웨어 기반의 작업흐름이 현대 ‘미디어 디자인’에 미치는 효과에 더욱 치중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책 후반부 소프트웨어의 미디어 디자인을 다루는 부분은 그가 강조하고자 했던 디자인의 변화를 통해 사회 문화적 흐름을 구체적으로 독해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마노비치는 책의 2부에서 현대의 미디어에 내재될 수밖에 없는 이런 혼종성을 강조하며, 소프트웨어 동작을 구체적으로 다루는 3부를 통해 실질적인 사례 분석을 이뤄낸다. 마노비치는 '애프터이펙츠'가 출시된 1993년부터 1999년까지를 체코의 한 혁명의 네이밍에 영감을 받아 '벨벳혁명'이라 일컫는다. 책의 전반부에서 치밀하게 분석했던 미디어의 변주들은 ‘애프터이펙츠’부터 ‘모션그래픽’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통해 실질적인 미디어 구현을 설명해주게 되는데, '움직이는 이미지'가 어떻게 미디어 언어로서 진정한 혼종물을 구성하고 있는지를 기술하는 방대한 부분들은 시각적인 측면에서 누구보다 강점을 가진 미디어 이론가로서 마노비치를 가능하게 만들어준다.   

하지만 다양한 사례 적용과 미디어의 정체성을 파고드는 고유한 시각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한계 또한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마노비치는 소프트웨어 전체를 관통하는 시각이 아닌, 시각적 문화에 편향된 논리의 근거를 명료하게 설명하지 못한다. 다시 말해, 그가 돌파하려는 미디어의 변주와 소프트웨어 언어들의 분석은 이런 매체 해석 방식이 과연 유효한 의견들인지 반문하게 만든다. 이를 테면, 어도비의 대표 프로그램인 포토샵을 유용한 사례로 서술하고 있지만, 이 기술이 현재 소셜네트워크시스템처럼 빠르게 변화를 거듭하는 미디어 시대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 거시적 맥락에서 적용되는 부분이 다소 부족하다. 다시 말해 그가 펼치는 가능성들은 문화분석학에서 미디어의 역할이 주체적으로 다뤄지기보다, 시각 디자인적인 구성들을 보충하는 요소로서 기능한다는 생각을 버릴 수 없게 만든다.

마노비치는 자신이 그리는 미디어 기술의 변주를 설명하기 위해 다윈의 진화생물학 관점을 활용한다. 미디어 종의 진화를 다루며 루이스 메난드Louis Menand를 인용하는 부분은 그가 생각하는 미디어 종의 미래가 압축적으로 드러나는 부분이기도 하다. 루이스 메난드는 다윈 이전의 과학자들이 이상형으로 종을 간주했다면, 다윈은 변이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한다. 이 ‘변이’라는 관점은 마노비치가 소프트웨어 시대의 미디어를 20세기 이미지 미디엄의 파생물로 보는 관점을 더욱 명확하게 그려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노비치에게 선행되어야 할 다음 단계는 이 변이라는 관점이 새로운 미디어 파생물을 통해 어떻게 사회 문화의 전반적 현상을 맥락화시키는지에 대한 충분한 이론적 고찰일 것이다. 



글. 윤나리 [앨리스온 수습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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