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미디어아트 전시 202

디지털 나비효과전_exhibition review

매체예술의 등장은 단연 디지털의 발달 이전에서도 그 흔적을 되새겨 볼 수 있을 것이다. 전화와 타자기 그리고 축음기 및 팩스, 전광판 등이 초기에 발달되었을 때, 많은 예술가들은 그러한 다양하고 새로운 미디어를 통해 작업을 진행시켜 왔다. 하지만 컴퓨터에서 생산하기 시작한 디지털 이미지는 그 이전의 이미지 생산방식과는 확연히 혁신적이고 존재방식 또한 기존의 시각이미지와도 달라졌기에 이제는 “달라졌음”에 대한 언급보다는 어떻게 구분될 수 있을까 혹은 작가들은 오늘날의 디지털 기술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자신의 작품과 어떻게 연결 짓는가에 대한 부분에 관한 집중이 부각되고 있다. 만약 매체, 즉 미디어가 컴퓨터 이전의 모든 예술에서 사용되었던 기술들을 포섭할 수 있는 개념이라면, 오늘날에 다시금 크게 부각되고 ..

자유로운 수인_김태은展 : Bird Strike_exhibition review

당신이 이곳에 발을 들여놓게 되면, 바깥의 시간과 공간에 익숙해있던 감각의 주파수를 조금 고치는 편이 좋겠다. 전시장이라는 장소의 아우라 때문이 아니다. 작가의 프로세스에 근접하기 위함도 아니다. 다만, 이곳을 찾은 이상 좀 더 즐기는 편이 낫지 않을까? 한눈에 둘러볼 수 있을 넓이의 전시장 내부는 어떤 일관성이나 이야기를 발견하기 쉽지 않다. 규칙적인 기계음과 벽면에서 흐르는 영상 - 색감은 다양하지만 고립된 채 흐릿한 빛을 발산하는 - 작품들은, 아직 멀쩡하지만 이젠 너무 나이가 든 누군가의 장난감을, 어쩌면 버려졌는지도 모를 장난감을 닮았다. 그렇기에 오히려 이 작품들은 언제나 현재적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이들은 군중을 닮았다. 작가로부터 변형되어 분리된 군중. 관객은 그 무리의 일원이 될 수도 ..

선전공화국_The Republic of Propaganda : 김기라展_exhibition review

내게는 ‘김기라’라는 이름을 들을 때마다 즉각적으로, 그리고 비자발적으로 떠오르는 어떤 강력한 기억, 또는 충격의 느낌이 있다. 이러한 기억, 충격은 그의 2002년 작 과 연루된 것이다. 은 김기라가 비디오 캠코더를 들고 29층 아파트 옥상까지 올라가 그것을 난간 아래로 그러니까 저 아래 땅바닥으로 내던지는 방식으로 제작한 것이다. 곧 나-캠코더는 협소한 아파트 계단을 올라가고 다시 중력의 법칙에 따라 땅바닥으로 떨어진다. 클라이맥스는 그것이 떨어져 땅과 충돌하는 순간이다. 여기서 나는 내 머리가 땅에 부딪혀 깨지는 것 같은 아픈, 너무 아픈(!) 충격을 받는다. 그것은 모든 나의 충돌의 경험들, 이를테면 높은 철봉에서 떨어져 턱이 깨졌던 일, 전봇대에 머리를 박고 눈살이 찢어졌던 일들과 한데 엮여 나..

‘thisAbility vs. Disability’ : 창의적 감각으로 장애를 만나다 _exhibition review

시각이 아닌 다른 감각의 확장을 통한 미술의 체험은 최근 미술계의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여기 새로운 감각의 발견으로 장애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는 전시가 토탈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마샬 맥루한에 따르면 모든 미디어는 인간 신체의 확장이다. 인간은 본래 시각, 청각, 미각, 후각, 촉각의 오감을 지니고 있다. 미디어의 발달은 잠재되어있던 인간의 오감을 자극하여 시각중심의 사고로부터 벗어나 감각의 경계를 확장시키고 있다. 이 전시는 테크놀로지 중심인 기존의 미디어 아트 전시와 주제 면에서 지향하는 바가 다르다. 미디어 아티스트이자 이번 전시를 기획한 독립 큐레이터 전병삼씨는 그간 매체 예술이 새로운 매체에 대한 관심이나 기술적인 측면에 집중되어 사회, 정치적인 이슈들을 간과했음을 지적한다. 그는 미..

빌비올라의 두번째 방한_TRANSFIGURATIONS_exhibition review

빌 비올라 Bill Viola. 백남준과 더불어 비디오아트를 미술의 반열에 올려 놓은 누구도 부인치 않을 당대의 비디오 작가, 미디어 작가이다. 그는 작업활동의 시작을 비디오와 함께 했으며, 그 비디오와 함께 지금까지 30여년 이상을 꾸준히 인간 존재에 대한 탐구와 지각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왔다. 지난 2003년 개인전으로 국내에 첫 모습을 선보인 이후 2008년 두 번째 개인전으로 다시금 그의 작품 세계를 우리에게 선보이고 있다. 국제갤러리 신관 전 관에서 진행되고 있는 전시는 크게 두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1층에서는 2007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선보였던 에 속한 혹은 부분 작업들이 각 디스플레이 상으로 나뉘어 전시되고 있으며 2층에는 2001년 제작된 이 5개 스크린을 통해 전체 공간을 차지하며..

Designing Sound Sculpture,김병호 개인전_exhibition review

미디어아티스트 김병호는 판타지를 디자인한다. 그에게 판타지는 인간의 욕망임과 동시에 인간 컨트롤에 의한 것이다. 생명을 지닌 일체의 것들 속에 판타지가 존재한다고 믿는 그는 인간의 욕망을 부단히 각색, 조정, 배합한다. 따라서 욕망이 강렬할수록 판타지는 정교하게 레디메이드화되어 상품의 분위기를 유발하게 된다. 김병호의 작품은 욕망의 재현이 아니라 결과다. 욕망하되 컨트롤할 수 있다는 그의 시각은 미디어를 다루는 과정에도 그대로 흡수된다. 디지털시대에 미디어는 단순한 도구를 넘어 사고의 일부를 이끈다. 우리의 사고가 컴퓨터프로그래밍에 따라 가변적이라는 사실은 새삼스럽지 않다. 그러나 김병호는, 미디어는 인간의 도구며 따라서 전적으로 인간의 컨트롤 하에 있어야 한다고 단언한다. 이런 도구적 관점에서는 미디어..

2008년 대안공간 루프 미디어 아트 교류전_exhibition review

“나는 이 처음의 계획을 단념하고 대신에 하나의 측면에만 집중하기로 결정했다. 여기 사용했다시피, 총체예술작품의 개념은 모든 예술의 종합synthesis의 일반적인 언급, 그 이상의 것을 포함한다. 이는 무엇보다 관객들을 감싸고 완전히 그 신체를 흡수하는 실재 혹은 가상의 세계를 창조하는 것의 근원적인 노력을 가리킨다. 이러한 관점에서 총체예술작품은 밖에서 보여 지는 상황이 아니고 관람자가 그 안에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의 성격은 관람자가 직접적으로 행동하고 볼 수 있는 것과 그것안의 누군가의 존재 방식에 관한 참여의 본성에 의지한다. 몰입의 많은 가능한 방법들이 있지만 그것들은 모두 공간적으로 유한한 상황들을 가정 한다”. Florian Rötzer, "The Virtual Body", ZKM(e..

정흥섭 개인전 <Loading>_exhibition review

'Loading'이란 단어는 컴퓨터를 사용하는 요즘 사람들에겐 익숙한 단어이다. 자료를 컴퓨터 온라인상에 업로드 하기도 하고 다운로드 하기도 하고. 처음 정흥섭의 개인전 제목이loading이라고 들었을 때에도 아마 컴퓨터 매체를 이용하여, 이미지를 업/다운 로딩하는 것을 보여주는 작업이 되겠구나 정도로 생각하였다. 하지만 전시장에 들어서서 마주하게 된 것은 영상이미지와 함께 전시장 바닥에 놓여진 종이 작업들이었다. 정흥섭의 이번 전시 작업은 컴퓨터 화면 속의 이미지를 ‘실제 세계’로 로딩해보면 어떨까라는 단서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보통 이런 문제를 다룬다고 하면, 컴퓨터 상의 이미지가 현실 세계에도 영향력을 발휘하는 가상현실(VR)이나 증강현실을(AR) 생각하기 쉽상인데, 정흥섭이 생각하는 것은 그런 ..

On-Air, 김아타 개인전_김석중의 김아타 되기, 철학의 작품 되기_exhibition_review

마오쩌둥의 머리가 점차 사라져 툭 하고 부러졌을 때 아마 서양 사람들의 마음은 서늘했을 것이다. 그들에게 한때나마 마오쩌둥은 우상이었으니까. “현대미술의 본거지 뉴욕을 뒤흔든 세계적인 아티스트 김아타”라는 평가를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야 할 지 막연하다. 한국에서 크게 인정받지 못하던 김아타가 어떤 평론가의 말대로 금의환향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러니까 그들에게 “존재하는 모든 것은 사라진다”는 김아타식 동양주의는 왜 매력적이었을까? 그리고 그러한 매력이 우리에게도 지금 유효한 것인가? 김아타의 작품 앞에 서니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들만이 가득하다. 마오쩌둥이 사라지고 있는 영상을 보고 있자니 희미하나마 해답이 보일 듯 하다 다시 사라져버리고 만다. 자신의 전공을 버리고 막 사진작가의 길로 들어선 김아타의..

Media Architecture, 양만기 개인전_캔버스가 곧 스크린이다._exhibition review

모든 예술가들은 기술에 의존한다. 하지만 그 정도는 각 시대 혹은 개인에 따라 다양하다. 물감, 붓, 캔버스를 사용하여 그림을 그리는 1600년대 화가와 고가의 복잡한 기구를 사용하여 장편영화를 제작하고 편집하고 상영하는 1990년대의 영화제작 집단은 크게 다르다. 물론 어떠한 시대건 다양한 테크놀로지가 존재하며, 그 안에서 옛것(old) 새것(new)이 동시에 공존한다. 따라서 뉴미디어의 등장이 반드시 올드 미디어를 대체하는 것은 아니다.1) 이처럼 21번째의 개인전을 예화랑에서 선보인 양만기의 작업에는 다양한 매체들이 공존한다. 회화와 조각과 컴퓨터로 이루어진 디지털 이미지의 조화로 완성되어진 이번 전시는 관람객에게 다양한 수용의 경험을 제공한다. 양만기 작업에서 볼 수 있는 작품의 특징은 그가 사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