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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석 <철인28호>(1963)

<마징가Z>는 가히 거대로봇 애니메이션의 처음이자 끝이다. 장르의 문법을 너무나 완벽하게 규정했기 때문에, 이후에 등장한 모든 로봇애니메이션은 <마징가Z>의 길고 긴 변주에 지나지 않는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하지만, <마징가Z>가 하늘에서 갑자기 떨어진 것은 아니다. <마징가Z>의 세계를 이해하려면, 소년로봇 영웅 아톰과 전혀 달랐던 로봇영웅을 끌어들여야 한다. 그것은 요코야마 미츠테루의 <철인28호>이다. <마징가Z>가 거대로봇 애니메이션을 완성시켰다면, <철인28호>는 거대로봇 애니메이션의 초석을 다졌다고 할 수 있다. <철인 28호>는 1957년 만화로 처음 등장했으며, <철완 아톰>이 방영됐던 1963년 같은 해 애니메이션으로 방영됐다. <철인28호>는 어떻게 보면 비운의 애니메이션이다. 거대로봇 애니메이션의 거의 모든 내용을 드러냈지만, 딱 한 가지 결정적인 무엇인가가 부족했기 때문에, 오늘날까지 <마징가Z>의 전사 정도로밖에 평가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것은 바로 로봇과 소년의 관계(인터페이스)의 문제였다. <철인28호>의 주인공 쇼타로는 <마징가Z>처럼 ‘탑승・합체’했던 게 아니라 원격조종기로 철인28호를 ‘조종’했다. 이 때문에 <철인28호>는 ‘최초’라는 수식은 얻었을지언정, ‘최고’라는 표현은 결코 따내지 못하게 된다.

사실, <철완 아톰>은 전쟁패배라는 정신적 상처에 직접적으로 반응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아톰의 이름, 아톰의 탄생과정, 로봇이기 때문에 겪는 정체성 문제, 불안정할 수밖에 없는 주변사람들(공동체) 관계 등등, 정신적 상처를 완전히 치유하지 못한 채 그대로 토해낸 듯한 표현과 설정이 많다. 한 마디로 <철완 아톰>에서 소년과 로봇은 소년은 소년대로 로봇은 로봇대로 자신이 누구인지 어떤 존재인지 명확하게 의식하지 못한 채 급작스럽게 융합됐다고 할 수 있다(즉자적 관계). 전쟁의 반향이 채 가시기도 전에 성급하게 일본과 서양(영혼과 기계, 정신과 육체)을 봉합시키려 했다고 할까.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상처는 아무는 법, 좀더 함축적으로 반응해 표현해내기 시작한다. <철인28호>에서 눈여겨볼 점은 무엇보다 인간(소년)이 로봇과 분리됐다는 것이다. 아톰에서 인간과 로봇이 불안정하게 공생했던 점을 생각해 보면, 커다란 변화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철인28호>의 인터페이스 모형(원격조종기)은 이후 거대로봇 애니메이션에서 채택되지 못했다. 물론, <자이언트 로보>처럼 간혹 원격조종기가 인터페이스로 등장하기 하지만, 주류를 이루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도대체 무슨 이유 때문이었을까. 마치 <마징가Z>로 이어지는 징검다리라도 되는 것처럼 홀연히 사라져 버린 까닭은 무엇이었을까. 서양과 일본이, 기술과 영혼이 이제 떨어질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마치 누군가를 사랑하든 증오하든 어쨌든 간에, 내 안에 들어와 똬리를 틀고 있는 것처럼, 비록 불완전할 지라도 부정하려고 해봐야 부정할 수 없는 일부를 이미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분리할 필요는 있었을 것이다. 서로 떨어져 봐야지만, 내가 어떤 존재이고 네가 어떤 존재인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대자적 관계). 하지만 이 같은 헤어짐은 만남을 기약해야 하는 법, 인간과 기계는 다시 한번 융합되고야 만다.


글. 김상우(미학, 게임평론가) _newromancers@gmail.com


*** 본 컬럼은 필자의 <문화사회연구소>에서 진행된 '동아시아 대중문화 포럼'의 강의자료를 토대로 재구성된 글입니다. 총 5회로 구성되어 연재될 예정입니다.

거대로봇 애니메이션: 원형, 완성, 변주 1 : 시작하며
거대로봇 애니메이션: 원형, 완성, 변주 2 :
원형 <철완 아톰> (1951)
거대로봇 애니메이션: 원형, 완성, 변주 3 : 초석 <철인 28호> (1963)
거대로봇 애니메이션: 원형, 완성, 변주 4 : 완성
<마징가 Z> (1972)
거대로봇 애니메이션: 원형, 완성, 변주 5 : 한국적 변주 <로봇 태권V> (19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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