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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사운드의 문제와는 조금 다른 예가 될 수도 있지만, 미디어 아티스트인 마사유키 아카마츠(Masayuki Akamatsu)는 아트센터 나비에서 진행된 작가 중심 워크샵 업그레이드(The Upgrade)에서, 테크놀러지에 집중하는 작가로서 테크놀러지 안에 구조화되어 작동하는 순차적 방식의 기술 구조 자체가 서구적 인식 구조를 반영한다는 사실을 논하면서 그 자체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접근한다라고 말한 바 있다. 동시에 우리가 사용하는 테크놀러지는 마치 우리가 선택하고 주체적으로 사용하는 것처럼 생각되지만 실상은 기술지배사회에서 일반에게 사용이 허가된 것에 불과함을 이야기 했다. 즉 디지털 테크놀러지를 선택하고 사용함으로서 표현되는 창작 행위 그 자체가 서구적 기술 인식 구조에 무의식적으로 기대고 있다는 것이고 마치 우리가 사용하고 있다라고 생각되는 테크놀러지 자체가 사실은 자본사회시스템에 의해서 사용이 허가된 것에 불과하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테크놀러지를 사용하되 이러한 정황들을 빠져나갈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이 문제는 그저 테크놀러지를 사용하여 무엇인가를 표현하는 것에만 집중해온 많은 작가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무엇을 표현할 것인가라는 전통적인 예술 명제로부터 표현을 하게 만드는 시스템은 어떻게, 어떤 조건으로 배치되어 있으며 우리는 그 안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는 시스템 자체에 물음을 던지는 태도에서 기존의 미디어아트를 바라보던 위치와는 조금 다른 위치에서 작품을 파악할 수 있게 된다.

그의 다양한 작품들 중, 무용으로 훈련된 퍼포머의 자율적인 움직임을 최소화 후, 신경에 전달되는 전기자극 만으로 움직임이 드러나게 한 미디어 퍼포먼스 후레쉬 프로토콜(Flesh Protocol)은 앞서 서술한 지점에 대한 인식을 가지지 않고 보면 그저 새디스트적인 표현 행위 정도로 치부될 수 있다. 하지만 앞서 거론한 관점으로 조금만 인식의 위치를 달리하여 바라보면, 처절할 정도로 기존의 예술 구조가 가지고 있는 표현의 문제, 그 표현을 위해 사용되는 방법들에 물음을 던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된다.

 

음악에서 일어나고 있는 다른 관점을 찾는 시도들을 살펴보면, 작곡가이자 즉흥연주자인 타쿠 스기모토(Taku Sugimoto)가 최근에 선보이고 있는 일련의 작곡 작품들이 기존의 음악에 대한 인식에서 다른 곳으로부터의 가능성을 가늠하는 좋은 예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는우리가 음악 또는 음악의 연주라고 인지하는 구조 그 자체에서는 음향 하나하나가 어떤 음악적 정보를 취하고 있다기 보다는 배치에 의해서 형성되는 리듬, 화성등의 관계 구조등에 의해서 음악이라는 일반적 인식을 확보됨을 이야기하며 음향 그 자체로부터 어떤 음악적 가치 구조가 형성될 수는 없는가에 대해서 물음을 던지고 있다. 그의 작곡 작품에서 전면적으로 드러나는 것은 미약한 음향과 음향 사이의 긴 휴지기. , 우리가 침묵(silence)이라고 일컫는 것(실제로는 절대적인 침묵이라고 할 수도 없다)을 가짐으로서 존 케이지의 433가 형성해 놓은 음악적 규범에 대해서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한다. 침묵을 음악적 의도 하에 배치하고 무수한 미약한 음향들을 통해 음이 지니고 있는 정보가 어떻게 음악적으로 작동하는가를 파악하거나 음악, 음악에 사용되는 음향, 음악을 연주하는 행위 모두를 전혀 관계없어 보이는 극한의 상황 안에서 구축함으로서 철저하리만치 시시하게 느껴지는 그의 작곡 작품들은 드러나는 외피적 결과만을 놓고 보자면 존 케이지의 433의 재탕이라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어 보이고 실제로도 그러한 상황에 처해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서도 접근하는 관점을 약간만 다른 곳으로 이동시켜보면, 그의 작곡 작품은 433가 보여주고 동시에 고착화 시킨 침묵이라는 이름의 음악적 외피 구조 즉, 침묵=의도하지 않은 음향이 아니라 침묵을 고착화하고 규정하는 의도하지 않는다라는 의도에 접근하여 의도와 비의도 사이의 새로운 인식작용으로 고찰해 들어가려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게 한다.

모든 음이 음악이다라는 존 케이지의 선언은 새로운 인식구조를 드러낸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상황에서 보자면 선문답과 같은 허망함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또한 존 케이지가 선언한 침묵에서 더 나아가질 못하고 외피적 작용만을 놓고 동일성을 논하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 음악에 있어서의 침묵은 모조리 존 케이지라는 상표를 달고 있는 셈이 된 것이다. 타쿠 스기모토는 존 케이지 이후로 드러난 침묵 즉, 열려 있음을 지향하면서도 실제로는 철저하게 다음의 가능성을 추구하지 않고 닫혀져 버린 침묵의 문제를 악보가 존재하는 의도된 작곡이라는 들려주기 위한 행위의 가치로 더욱 세분화 시킨다. 듣게 놔두기듣게 만들기라는 배치 구조도 엄연히 다른 것처럼, 침묵은 존 케이지에 의해서 우리들에게 열려진 놀라운 인식의 구조이지만 타쿠 스기모토는 모든 음이 음악이다라는 존 케이지의 주장에 의해서 뭉뚱그려진 규범화된 인식 체계에 대해 구체적이면서도 잠재적인 가능성을 타진하는 작곡을 시시한 방법을 동원하여 진지하게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다루는 매체의 문제에 대한 관점 변화를 위해 존 케이지의 경우를 예를 들어보겠다. 존 케이지는 The Future of Music : Credo에서 테레민(Theremin)(1)이라는 악기가 등장했을 당시의 상황을 이야기 한다. 존 케이지는 테레민이라는 새로운 가능성을 지닌 악기가 만들어졌을때, 많은 수의 연주자들이 과거의 악기들과 테레민이 비슷한 연주가 가능하도록 노력했음을 지적한다. 테레민은 당시의 상황에 비추어 기존의 악기와는 다른 색다른 구조를 지니고 있었다. 거기에서 파생되는 다양한 가능성들을 외면하고 연주자들은 과거의 곡을 테레민으로 연주하는데에만 골몰했고 기존의 화성을 재현하는데에만 집중을 했다. 그는 이러한 상황을 새로운 음향적 경험들로부터 격리되었다라고 말한다.

 

실제로 미술계에서 사운드 아트에 접근하는 일차적인 요소는 음향의 문제보다는 시각성에 더 중점을 두고 있다. 태생적 관점이 존재할 수도 있지만 뒤샹이나 수많은 아방가르드 작품들의 시도들. 그리고 현대 개념미술이 시도했었던 인식의 변화를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했던 노력들을 우리는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운드 아트에 있어서는 사용되는 기재들, 인터페이스의 흥미로움이 그것에 의해 발생되는 음향 보다도 우선시 되고 있고 그것을 작품을 판단하는 조건으로까지 내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존 케이지를 낙담하게 만들었던 1930년대말의 상황이 발전적으로 나가아기 보다는 그저 다른 이름으로 그 상황을 반복재현하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직면한 사운드 아트의 현실이라고 생각된다.

음악의 역사가 긴 세월동안 다수성을 확보해 오면서 동시에 음악과 비음악을 구분하는 규범은 상대적으로 더욱 고루한 가치로 발달을 해온 것 같다. 음악적 규범이라는 것 그 자체가 가지고 있는 강렬도가 오히려 다른 관점, 감각을 일깨우는데 방해물로 작동하는 것은 아닐까? 미술의 시각중심적 인식체계가 사운드를 수용하면서 과연 얼마나 음향 자체의 미적인 가능성을 고려하고 있는가? 앞서 서술한 흥미로운 인식 전환의 사례들은 굳이 사운드 아트와의 직접적 연관성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인식의 관점을 다른 곳에 배치시킴으로서 새로운 의미구조가 형성된다는 사실을 다시금 일깨워준다. 그리고 사운드 아트란 무엇인가를 정의하려고 하면 할수록 진흙탕이 될 수 밖에 없는 복잡함 속에서 굳이 구분을 하려 한다면 사운드를 다룬 작품의 인식이 어느 곳에서부터 배치되어 확장되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순서가 아닐까 싶다.

 

(1) 두 고주파 발진기의 간섭에 의해 생기는 소리를 이용한 신디사이저 악기로, 러시아의 음향물리학자인 레온 테레민(Leon Theremin) 1924년에 발명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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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류한길(manual@themanual.co.kr) 

글쓴이 류한길은 뮤지션이자 사운드 아티스트로서 레이블 manual을 운영하는 동시에 다양한 사운드 미디어 퍼포먼스 등을 진행하고 있다.


http://blog.naver.com/hdrowner 류한길 작가 블로그

Taku Suigimoto & Moe Kamura 의 앨범에 관한 글 (류한길 작가 블로그)

http://blog.naver.com/hdrowner/1000434525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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