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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25년 전인 1989년 4월 12일, 유럽 입자물리연구소(CERN)의 연구원인 팀 버너스리(Tim Berners-Lee)는 매우 흥미로운 생각에 몰두했다. '우리 모두의 컴퓨터를 연결하여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면 어떨까?' 물론, 기술적으로는 이전에 군사적 목적으로도 컴퓨터를 연동하여 공동 제어를 하려는 시도는 있어왔지만, 버너스 리의 생각은 이른바 집단지성'적 차원의 접근으로 현재의 월드 와이드 웹 서비스를 이끌어낸 원동력이 되었다. 


인터넷과 컴퓨터가 우리 사회와 일상생활의 모든 부분을 바꿔놓았듯, 우리가 예술을 접하는 방법이나 경로, 또는 경험 그 자체 또한 인터넷의 발달로 인해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되었다. 초기의 다양한 웹 아트 프로젝트를 넘어 수많은 블로그나 매거진들이 작가나 전시 소개등 2차적인 자료들로 정보의 공유 공간으로 이용하거나 갤러리나 미술관들, 작가들은 자신들의 웹 페이지를 통해 오프라인과는 다른 버전의 작품 감상의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그러나 넷이라는 공간을 오프라인 공간의 보조적 수단이 아닌 온라인에 특화된 형태의 작품과 전시공간이 될수는 없을까? 라는 의문 또한 웹의 초창기부터 제기되어 왔던 질문이다. 또한 인터넷 속에서만 존재할 수 는 작품과 전시, 그리고 그 차별화는 어떤 모습일까? 올해 2월 14일 론칭한 [And/Or] 는 바로 이런 질문들 속에서 태어난 온라인 전시 공간이자 온라인을 위한 작품들이 제작되는 플랫폼이다.

[And/Or]는 아티스트, 예술평론가 그리고 예술학자로 구성된 집단이다. 비슷하지만 언제나 다른 길을 걸어온 전문가들이 모여 작품과 전시, 해석과 이론을 재해석 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 모이게 된 것이다. 항상 평행선을 걸어오거나 한사람의 작품이나 프로젝트에 손님으로써만 참여를 했었던 이들이 [And/Or] 프로젝트를 통해서 인터넷이라는 미디엄 혹은 공간에서 만나 한 작품이 어떠한 커뮤니케이션 과정등을 통해서 완성되는지를 제시하고 있다. 


[And/Or] 의 첫 전시는 2월부터 5월말 까지 <⌘A⌘C⌘N⌘V⌘S>라는 타이틀로 자신들의 웹 페이지 에서 진행된다. 이 프로젝트의 큐레이터인 Sarah Archino, SiofraMcSherry 그리고 Isabella Streffen는 [And/Or]를 통해서 인터넷이라는 ‘제 3의 공간’에서 디지털 미디엄의 다른면을 공개하고 이용하는 작품들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한다. 그래서 이번 전시는  인터넷에 언제나 내재 되어있는 텍스트와 이미지들이 어떻게 재구성 될수 있는가에 대한 프로젝트로서 기능한다.


이번 프로켁트는 Molly Morin, Nia Davies, Nora O’ Murchu 그리고 Alice Poulalion의 합작인데, 이미지, 텍스트, 시, 그리고 디자인을 웹 코딩을 이용하여 텍스트와 이미지간의 상호작용을 시도해 본 것이다. Molly Morin의 인터랙티브한 코드 작품들과 Nora O’ Murchu의 사이트 디자인 그리고 Alice Poulalion의 디자인과 프로그래밍을 Nia Davies이 텍스트와 접목시켜서 “Blue Line”, “Untitled”, “No Nemo”, “Blue line, a response to a response”, Reflecting on Code” 그리고 [And/Or]의 매니페스토와 같은 “Foundation”과 같은 작품으로 완성시켰다. 아티스트와 이론가, 그리고 웹디자이너들의 공동작업을 통해 일년에 두번에서 세번의 전시를 통해 선보일 예정이라고 한다. 현재 베를린에서 거주하고있는 SiofraMcSherry와 파리에 있는 Sarah Archino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번 프로젝트 및 [And/Or]의 탄생과정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였다.





Q: [And/Or]는 어떻게, 누구의 아이디어로 시작된 것인가요?

McSherry: 2011년도에 저와 Isabella 그리고 Sarah는 프랑스 지베르니에서 열린 'Terra Foundation'의 여름 레지던시 프로그램에서 만났습니다. 그 프로그램은 예술학자들과 큐레이터, 아티스트들 간의 교류를 활성화 시키려는 의도를 가지고 시작한 것인데요, 그곳에서 아티스트인 Isabella와 현재 뉴욕 다다에 관한 리서치를 하고있는 Sarah와 만나 [And/Or]의 바탕이된 대화들을 많이 나누었습니다. 저도 예술역사학을 연구하고 있었는데요, 우리 셋의 공통점은 인터넷에 관심이 많았고 인터넷을 이용한 전시나 작품에 관한 기대가 많았다는 거였죠. 특히 예술역사학을 하고있는 사람들은 인터넷과 예술을 같은 평면에 놓고 생각하는것을 많이 꺼려했는데요, 그래서인지 저희 모두 [And/Or]에 관한 아이디어를 Isabella가 처음에 제시했을때 굉장히 반가웠던 것 같아요. 처음 얘기가 오고갔을때는 'Triple Canopy'와 비슷한 아이디어를 생각했던것 같아요. ‘Triple Canopy’는 다른 아트블로그들과 비교해서 일단 디자인구성이 마음에 들었던것 같아요. 블로그 형태의 뉴스피드도 있지만 슬라이드 형식의 전시 특집기사 시리즈 작품소개는 책과 비슷하거든요. 게다가 어떤 페이지는 한 작품에 대한 글이 길다면 글만 넘길수 있게하여 다른 블로그들보다 훨씬 유저들에게 가깝게 느껴지고 인터랙티브 하다고 느꼈습니다. 또 윈도우 창의 위아래, 좌우를 다 생각했다는 것에서도 차이가 있습니다. 어떤 특집기사들은 팟 캐스트 같이 동반(?)해서 훨씬 다이내믹한 전시/작품소개를 하고 있습니다. 더이상 스크롤해서 지나쳐버리는 한 페이지가 아닌, 그 자제가 하나의 작품인듯한 경험이 인상적이었습니다.


* Tripple Canopy

http://canopycanopycanopy.com


* Tripple Canopy의 페이지 접속화면. 가로 스크롤을 통해 책과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



Q: 인터넷의 어떠한 특성이 예술창작과 연결이 된다고 생각하셨나요?

McSherry: 일단 대부분의 전시 기획이라든지 크리틱이라든지 정보, 이런 대화가 전부 인터넷으로 진행되고 있어요. 그럼 왜 인터넷을 메세지 전달하는 데에만 사용하고 창작을 위한 공간으로 사용하는 것을 꺼려하는지, 그 부분에서 아쉬움을 느꼈습니다. 방문자 수가 많은 예술과 관련된 웹들도 인터넷 밖에 존재하는것들에 대한 대화가 대부분이었구요. 벌써 그런면에서 인터넷은 대화의 방이자 아이디어가 시작되는 중요한 장소인데요, 네트워킹도 할수 있고 리서치도 할수 있고. 항상 무언가가 진행중이면서도 딱히 정의 내릴수 없는 “in-betweenness” 이라는 특성에 많이 끌렸던 것 같습니다.


Molly Morin!, <Blue Line>, interactive code!, 2014



Q: 이미 텍스트와 이미지가 혼재한 인터넷 공간 속에서 같은 속성의 예술을 전시하는데 있어, 프로젝트의 의도를 놓칠 가능성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Archino: 물론 저희도 방대한 양의 이미지와 텍스트가 뒤섞여 자유롭게 공유되고 또 그만큼 쉽게 지나치는 것이 인터넷이라는 걸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저희 프로젝트와 같이 새로운 방법으로 그것들을 큐레이팅 하는데 있어 어려움이나 거부감이 적지않게 있을거란 염려도 처음엔 있었습니다. 곧 이 프로젝트는 디지털 큐레이팅에 관한 토론인데, 아직 굳혀진 방식이나 정의가 내려지지않은 디지털 공간에서 [And/Or]는 바로 그 형성 과정에 대해 주시를 하고 있습니다. 아주 기본적인 질문인, “이공간은 무엇인가”, “어떻게, 무엇으로 이루어 졌는가”, “이것은 우리가 이제껏 알던 전시공간과 어떻게 다른가”하는 질문들로 익숙하게 접했던 온라인 고유한 속성을 다시한번 차별화 해서 새로운 이해를 유도하는 것이 주 의도입니다. 생활의 일부 깊숙히 스며들은 인터넷을 거리를 두어 다시 생각해보는 것이지요. 이러한 토론 속에서 전달되지 못하는 것들 역시 우리의 인터넷 상의 예술 세계에 대해 하나라도 더 이해를 돕는 것들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는 공간도 공간이지만 관람자의 아이덴티티 역시 하나의 의문점으로 변합니다. 우리의 전시를 보는 사람은 텍스트 리더인가, 유저인가, 방문자일 뿐인가, 관중인가, 혹은 네티즌인가. 이것 역시 저의 프로젝트와 마찬가지로 인터넷 공간 전시에 관심이 있는 모두가 생각해볼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Molly Morin & Siofra Mcsherry, , text, audio, code, 2014


Q: 작품들을 보면 테크놀러지와 예술학 그리고 글이 보이는데요, 그중에서도 시가 눈에 띄었습니다. 3D 예술 같은것이 아닌 오랜 전통이 있는 (고전적인?) 시를 통해서 온라인 전시를 한다는게 독특한것 같은데요?

McSherry: 그렇죠. 시를 선택한 이유는 영화로 많이 만들어지는 소설같지 않게 아직도 2D 안에서만 전달되어지고 있기 때문이에요. 우리가 쉽게 책장 밖에서 접할 수 없는 하나의 장르이고, 게다가 ‘시’하면 쉽게 떠오르는게 흰 종이에 박혀있는 검은 글자들이 잖아요. 예술가들이 자신의 작품이 사람들의 평면 모니터 앞에서 경험하는것을 쉽게 상상하기 힘들듯이 시 역시 우리가 봐왔던 익숙한 모습이 아닌 다른 형태로 우리에게 다가온 적이 없으니 And/Or 프로젝트에서 시도해보기에 적합했던것 같습니다. 여기서 좀 신경을 써야했던 점은, 우리는 비주얼이나 코딩이 메인이 되지도 않고, 또 글 하나만 집중을 받는것도 원하지 않았거든요. 이렇게 새롭게 만든 환경속에 어떻게 텍스트와 이미지들이 웹싸이트 자체와 협상과 서포트를 통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느냐가 우리의 문제인것 같아요. 그냥 텍스트만 웹에 올리려는것이 저희 목표는 아니거든요. 이번 첫 전시에서는 그 문제를 얼마나 잘 해결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번달 funding을 받아서 프로젝트를 조금더 높은 퀄리티에서 완성 할 수 있도록 CAA 시카고 컨퍼런스에 가서 론칭 프레젠테이션을 했거든요.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관심과 격려도 주시고, 또 다른 온라인 프로젝트들도 많이 보여서 다음 전시때는 한층 더 완성된 작품들로 저희의 메세지를 전하고 싶군요.


CAA Chicago conference

http://conference.collegeart.org/2014/schedule/program?key=178



Q: And/Or가 다른 온라인 프로젝트들과 어떤점에서 차별화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McSherry: 저희는 인터넷을 새로운 창작의 베이스로 생각을 하고 싶고, 또 인터넷의 특성상 텍스트와 이미지가 공존한다는 것에 항상 염두를 해두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온라인 전시로 시작한 And/Or를 하나의 브랜드라고 생각을 하고 나중에 인터넷 밖으로 나와, 출판이라든지 전시회를 열어 기존에 있던 전시-> 출판-> 인터넷-> 순으로 생각을 하는 틀을 깨고 싶어요. 하지만 And/Or는 전통과 역사도 중요시하는 사람들이 모여 만든 것이기 때문에 ‘시’를 선택한 것과 같이 브랜드 로고도 예술역사학을 쉽게 떠올릴수 있는 마블 디자인을 썼습니다. 집에서나 어디에서 전시회를 경험할 수 있다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지고 연구를 시작했지만 그만큼 저희 프로젝트 이름, And/Or가 나타내듯 익숙한것과 새로운것, 미래지향적인것과 고전적인것, 무형체와 유형체, 이런것들 사이를 하이라이트 하려는것이 저희 목표입니다.





Q: 그런 ‘in between’, 즉 사이버 공간의 중간 영역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하셨는데, 자칫 인터넷 공간의 특성과 충돌하여 그 ‘사이버 공간’ 마저 전통적인 공간의 속성으로 유도해 버리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요?

Archino: 저희 프로젝트 시작전에 제가 다른 큐레이터들이 디지털 공간을 2차적인 전시 공간으로 쓰는 것을 보고 바로 그 함정에 빠져 새로운 미디어를 100프로 실험해보고 사용하지 않는다는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아직 제대로 새 공간을 생각해 본다든지 여러시도를 통해서 정의를 내리는 것이 부족한것 같다고 느끼면서 아직은 우리가 실험단계에 있다는 것도 인정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런 맥락으로, 이번 전시를 통해 인터넷이라는 공간의 가능성과 미스테리를 재조명하고, 또 다른 두 전시방법이 비슷한점은 없는지, 있다면 그 접점은 어디인지는 생각해보며 큐레이터, 아티스트, 그리고 관람자까지 같이 정의를 내려 볼 기회가 있는 민주적이고 평등한 과정이라고 설명드리고 싶습니다.





Nia Davies!, <Blue line/A Response to a Response>, text!, 2014



Q: 아무래도 오프라인보다는 낮은 몰입도와 집중도에 대한 우려가 있습니다. 방금 말씀하신 그런 [And/Or]의 의도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아 관람자가 다른 웹싸이트나 이미지 처럼 그냥 지나칠수 있다는것에 대해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Archino: 그 질문은 두 면이 있는데, 하나는 인터넷 공간의 그러한 단점이 학계에서 보여지는 시점과 다른 하나는 대중적 관중들 관점에서 입니다. 인터넷 공간 전시의 낮은 몰입도는 학계에서 지적해온 가장 큰 반론이고, 또 그래서 예술학계에서부터 재단들까지 프로페셔널리즘을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또 그런 이유로 관심과 지지를 얻지못해서 저희 같은 프로젝트들이 큰 break-through를 보지 못한것 같기도 하고요. 하지만 그러기에 아직은 실험적 요소가 강하고, 또 그것을 중심삼아 관람자나 큐레이터의 정의와 경험 모두 같은 무게로 받아들이는 peer-review프로젝트로 클 수 있는 방법을 계속해서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 첫 프로젝트는 참여를 한 사람들 모두 도시와 대륙을 건너서 소통하며 이루어 졌습니다. 그런것과 같이 관람하는 경험과 그 이후 피드백역시 비선형의 (non-linear) 커뮤니케이션으로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그것이 우리가 알고 있던 형식으로 흘러가지 않는다고 메세지를 놓치는 것이라고는 보지않지만, 물론 웹이 알려져서 다양한 사람들끼리의 많은 대화가 오고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다음 전시회에 대한 계획이 있으신가요?

McSherry: Sara Schnadt작가와 여름 전시를 계획하고 있는중입니다. 데이터 비주얼을 가지고 작업을 하고 있는 작가인데요, 다음 전시에는 이번에 잦았던 프로그래밍 문제들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직은 생각 못했던 문제들 불쑥 튀어나와서 당황 할때가 많았는데요, 전시를 거듭하면서 그런문제들이 해결될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Q: 인터뷰에 응해주신것 감사합니다. 다음 전시를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Archino,McSherry: 감사합니다.



And/Or project webpage :

http://www.andorproject.com/


인터뷰, 취재 : 유민경 [앨리스온 해외리포터], 글/정리 : 유원준 [앨리스온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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