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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연면적 m² / 대지면적 m² ) × 100 (%)”. 용적률이라는 단어를 접했을 때 어렵지 않게 떠올린 공식이다. 필자가 그만큼 어느정도 나이를 먹은 방증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우리들에게 부동산이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를 알 수 있게 하는 단초이기도 하다. 위 공식은 건축 관련 학과를 전공하지 않았어도 부동산에 어느 정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어지간하면 익숙한 것이다. 용적률은 건축물에 의한 토지의 이용도를 나타내는 척도이다. 용적률이 높으면 높은 건물을 지을 수 있다. 즉 단위대지당 사용 가능한 공간이 넓어진다는 의미이며 이는 곧 해당 토지와 건물의 재산가치가 높아지는 것을 의미한다. 이 개념이 익숙하다는 것은 다시말해, 사람들에게 사람들의 삶에서 부동산은 중요한 가치이고 이에 대한 경제적 논리에 익숙하다는 이야기이다. 


부동산은 한국 근현대에 걸쳐 대한민국 국민이 재산을 늘리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었다. ‘전세’라는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부동산 제도가 발현해 뿌리를 깊숙히 내릴 정도로 우리에게 부동산과 그 상승에 대한 믿음은 종교에 가까웠다. 부동산에 대한 사람들의 거대한 욕망과 이 욕망의 무분별한 확장과 실현이 현실화되었을 때 찾아 올 혼란과 역풍을 막고 조절하기 위해 제정된 법과 규칙 사이에서 많은 움직임들이 때로는 전면으로, 때로는 수면 아래에서 격렬하게 진행되어왔다. 이 일련의 움직임과 결과물, 그 안에서 발빠르게 행동하고 있는 건축가들에 대한 이야기가 <용적률 게임>이었다. 전시 총괄 예술감독 김성홍 교수는 이 전시에 대해 "한국 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주며, 또한 한국형 소블록 도시재생의 새로운 가능성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한다"라고 밝혔다.


전시 공간을 드러서서 처음 마주하는 것은 거대한 서울 풍경과 곳곳에서 강하게 눈을 찌르는 빨간 공간, 그리고 건축물의 모형들이다. 빨간 공간은 해당 건축법상 용적률이 적용되지 않는 공간, 즉 법과 현실의 틈 사이에서 창의력을 발휘하여 다룰 수 있는, 게임상의 메인 공간이다. 전시는 크게 2개 영역으로 구성되어있다. 첫번째 전시공간은 베니스전을 재현한 본전시장이며 두번째는 이번 전시에 참여한 건축가들의 활동과 건축세계관을 보여주는 포트폴리오 영상섹션이다. 베니스관과 같은 구성을 가진 1전시장은 다시 게임의 규칙, 게임의 양상, 게임의 배경, 게임의 관점, 마지막으로 게임의 의미로 구성되었다. 우선 게임의 규칙에서는 용적률이라는 법에 대한 의미를 설명하고 공간 서울에서 벌어지는 건축이라는 게임에서 규칙으로서 작용하는 용적률을 전면에 내세웠다. 게이머인 건축가들은 제도의 수호자 서울시와 관련기관, 자원을 전달하는 건물주, 그리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실사용자 사이에서 환경과 틀이 가진 유연성과 더불어 허점과 틈이라는 여러 층위 사이에서 균형을 잡고 가능성을 탐색해가는 모습을 설명하고 있었다.


서울의 건축물 60만 동과 관련 필지 130만개를 분석한 정보시각화 판넬(전면 벽)
서울에서 게임의 규칙에 의거해 찾아낸 36개의 실 건축물의 모형(앞쪽 테이블)

* 위 사진은 베니스 비엔날레의 설치풍경이며 서울 전시와 동일한 구조임


게임의 양상에서는 언급한 규칙에 의거한 36개의 실 건축물을 찾아 각각에 대한 실제 모형을 만들고 이에 대한 분석을 진행했다. 각각의 건축물에 대해 초기 설계상의 모습, 용적률이 반영 안되는 잉여공간을 찾은 것과 이를 반영하여 재설계하여 나타난 최종 결과물로서의 건축물을 함께 비교한 총 72개 흰색 모형이 전시장 가운데 위치했다. 이를 통해 건축가들이 최초 환경을 읽고 건축주의 의견을 반영한 뒤 법이라는 규칙을 통해 도출한 과정을 가시화하고 이러한 지점들 사이에서 건축가들이 발현한 창의력을 보고 확인할 수 있게 하였다. 게임의 배경은 서울이라는 도시공간 안에 위치한 총 63만 동의 건축물 중 60만 동과 관련 필지 130만개를 분석하여 서울의 변화상을 시각적으로 드러내었다. 이 정보시각화 자료에서 드러나는 것은 근대를 지나 현대로 진입하면서 드러난 서울 건축물의 변화, 즉 서울의 주거 환경과 서울시민에 대한 변화상이자 사회적 자화상의 모습이었다. 


전시는 건축과 관련된 자료와 더불어 현대미술작가의 작품들도 함께 위치하고 있었다. 강성은, 백승우, 신경섭, 정연두 작가는 각각 회화와 사진, 영상을 통해 당대 서울의 건축 풍경과 그 안에서 살아가고 있는 다양한 사람들의 시각과 이야기를 드러내었다. 위 예시의 36개 건축물과 주변 환경과의 조화 또는 불협화음에 대한 사진으로, 대표적 건축양식이자 주거형태인 다가구 주택에 대한 세밀한 한국화와 아카이브적 사진으로, 외적 내적 원인으로 변화가 정체된 구 도심 거리풍경에 대한 영상으로 전시장 가운데 서울의 모습을 이야기했다. 건축물은 그 공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삶의 터전이며 동시에 그 건축물을 설계하고 만드는 건축가들에게는 생존을 위해 대면해야만 하는 전선이다. 





본 전시에 참여한 36개 건축가 및 스튜디오의 포트폴리오를 감상할 수 있는 영상섹션(2전시관)


마법은 현실을 뒤틀어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사건을 만든다. 서울에서, 나아가 한국의 모든 도시에서 진행되고 있는 이 용적률 게임은 전시에서 잘 분석하여 시각적으로 설명하는 모습들에서 잘 드러나듯 마법과도 같다. 법과 제도의 허점을 뒤틀어 공간을 창출해나가는 저 능력은 기발하고 신기하고, 예술적이기까지 하다. 하지만 이런 집중과 노력은 부동산에 대한, 재산과 돈에 대한 집착에서 비롯된 것이다. 규칙을 둘러싸고 진행되고 있는 이 창의적인 게임은 다른 한편으로 경제적 가치에 대한 광기와도 같다. 마법은 그렇기에 사람들을 매료하고 이끌지만 동시에 경원시되기도 한다. 매끄럽게 정리된 정보 시각화 판넬과 한국의 표준 주택과 각종 예제건축물 모형들, 도시 공간과 건물에 대한 작가의 작품들은 우리들의 열망과 공포를 모두 드러내었다. 서울 대부분의 건축물에 대한 자료를 분석하여 시각화하고 거주형태와 환경에 대한 탐색과 더불어 젠트리피케이션과 같은 사회적 현상까지, 이 모든 방대한 요소들이 용적률로 시작하여 용적률로 끝난다. 그만큼 한국의 건축에서, 그리고 한국의 도시 삶에서 이것이 얼마나 핵심적인 척도인지를 알 수 있게 한다. 전시는 환경에 대한 변화와 원인에 대한 분석, 그리고 모든 것의 핵심을 드러내었다. 지금까지 드러난 문제에 대한 대안이 나올 수 있다. 리뷰와 공략아닌 공략 한 가지가 제시된 가운데 이후의 변화될 풍경이 기대된다.


기술적으로 다소 아쉬웠던 지점은 모든 텍스트를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 건축전을 그대로 가져왔다는 점이다. 즉, 
건축전시이기에 다른 문화예술전시와 비교해 텍스트의 양과 중요성이 더욱 컸지만, 번역이라는 과정이 없었다. 물론 오늘날의 영어가 국제 공용어화되었고 대다수 사람들이 영어를 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모두가 영어를 수월하게 이해한다는 말은 아니다. 서울에 위치한 미술관에서 진행된 서울이라는 공간을 다룬 전시였고 서울의 '부동산'이라는, 성인 대다수가 관심을 가지고 주목할 수 있었음에도 생략된 기술적 과정은 건축과 미술 등 일부 전공자들을 위한 행사가 되어버렸다는 점이 다소 아쉽다.


출처: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 15회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건축전 한국관 전경



글. 허대찬 (aliceon edi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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