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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2일 부터 11월 20일 까지 숙명여대 문신미술관에서 진행된 전시 <건너편의 시선 A View from the Other Side>은 다른 역사와 문화를 가진 한국 · 핀란드 두 나라의 미디어 아티스트들이 각기 다른 시선을 관통해서 보여주는 풍경에 대해 소개하는 전시였다. 전시에서 제시된 열두 개의 풍경들은 전통적인 ‘풍경화’에 나타나는 자연 풍경이라기보다는 예술가들의 주변인 혹은 주변이었던 도시풍경이며 다양한 역사, 문화, 사회, 개인사적 배경과 시선이 공존하고 교차하는 풍경이며, 그 안에 숨겨진 보이지 않는 풍경을 제시한다. 

이 전시는 타이틀 '건너편의 시선'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시각적, 방법적, 개념적으로 한국 작가와 핀란드 작가의 작품을 한 팀씩 구성하여 교차적으로 보여준다. 이렇게 만들어진 여섯 팀의 12 작품들은 시적인 언어로 가득 찬 이탈로 칼비노(1923~1985)의 소설『보이지 않는 도시들 (Le)citta invisibili(1972)[각주:1]에 나오는 여섯 개의 가상적인 도시명을 따라서 여섯 섹션별로 구성되어 관람자들에게 제시된다. 이는 각각의 가상 도시가 갖는 성격별로 그 도시에 속한 팀의 작품의 이해와 감상을 위한 하나의 맥락으로 제시된다. 소설 『보이지 않는 도시들에서 이탈리아의 젊은 여행자 마르코 폴로는 쇠퇴해가는 타타르국의 황제 쿠빌라이 칸에게 자신이 여행한 도시들에 대해 들려준다. 섬세하고 환상적인 언어로 묘사되는 그 도시들은 통찰과 상상이 창조해낸 가상의 도시들이지만 현실의 도시들이기도 하며, 우리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공존하는 곳이기도 하다.

전시는 소설 속에 등장하는 여섯 개의 가상도시의 의미를 전시로써 재매개(Remediation)하고 있다. 페도라, 데스피나, 에우페미아, 클라리체, 자이라, 이레네라는 도시의 이름을 여섯 개의 전시 섹션에 부여하고 각 섹션의 의미상 연결 지을 수 있는 핀란드 작가와 한국 작가의 작품을 하나의 팀으로 배치하여 소설에서 바라보는 각각의 가상도시에 대한 관점과 핀란드와 한국이라는 지구 반대편의 서로 다른 곳에서 살아온 두 작가의 작품들을 함께 연결 짓고 있다. 관람자는 소설에 등장하는 가상의 도시 공간의 의미를 떠올리며, 작품을 감상하고 작품을 만든 핀란드와 한국 두 작가의 작품을 비교해 볼 수 있다. 그러나 관람자는『보이지 않는 도시들 소설에 등장한 도시 공간의 의미를 떠올리기 쉽지 않다. 책을 읽지 않은 사람이라면 그야말로 너무나 낯선 가상도시의 이름들에서 거리감을 느끼며 전시공간에 들어서게 될 것이기에, 전시의 전체적인 맥락과 이해는 전시 도록이나 브러셔를 통한 텍스트를 확인해 볼 필요가 있었다. 


Lauri Astala, <Transit>, Single channel video, 10 min, Stereo sound, 2013


"나는 가상의 느낌이 어떻게 우리의 일상적 공간체험에 관여하는지 살펴봐왔다.

이것은 테크놀로지들 때문만이 아니라 우리를 둘러싼 점점 많아지는 이미지의 홍수 때문이기도 하다. 이 이미지들과 테크놀로지들은 리얼리티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바꿔놓았다. 우리의 현실감을 판단하는 본다는 것에 대한 새로운 개념을 생산했다. 내가 처음으로 강렬하게 마주쳤던 가상의 인상은 1990년 후반 시카고의 일광에서였다. 도시는 영화의 무대 같았고 어느 것도 실제 같지 않았다. 영화 혹은 가상 혹은 비현실의 환영을 뉴욕 같은 곳에서는 쉽게 느낄 수 있다. 작품 <Transit>은 이런 현상을 보여주려는 시도이다."  

- 전시작가 라우리 아스탈라 Lauri Astala 인터뷰 내용 중


위의 라우리 아스탈라 작가의 언급은 이번 전시 작품들의 공통적 속성을 대변하고 있는데, 작품들에는 현실 풍경을 바라보는 작가 저마다의 시선과 가상성이 담겨 있다.

그럼, 전시의 첫번 째 페도라 섹션의 두 작품을 살펴보자. 이번 전시의 타이틀로도 쓰인 작가팀인 IC-98(비사 수온파 Visa Suonpää, 패트릭 쇼더런드 Patrik Söderlund)의 작품 <건너편의 시선 A View from the Other Side> 명상적인 장소특정적 성격을 가진 애니메이션이다. 이 작품은 IC 98의 활동 초기 부터 현재 까지 중요하게 다루어왔던 공공 장소와 그 장소의 소유권에 대한 문제를 이야기한다. 작품은 작가들이 현재 거주하는도시 투르쿠의 한 오래된 건물을 중심으로 전개 되는데, 이 건물은 고대 아테네의 '스토아(Stoa)'를 모델로 한 19세기에 건축된 건물로 시정부가 이 건물을 사기업에 팔면서 2011년 봄, 고급 레스토랑이 되었다. 레스토랑이 처음 문을 열 즈음 <건너편의 시선>도 첫 상영을 시작했다. 환상적인 은유를 통해 전달되는 작품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실제와 가상이 뒤섞인 환영의 순간들이 지나고 나면 우리는 다시 현실로 돌아오지만 시간이 지나 다시 같은 현실을 마주하는 우리의 시선은 달라져 있다는 것이다. 


IC-98, <A View from the Other Side>,

HD-animation, 70 min, Stereo sound, Music by Markku Hietaharju, Animated by Markus Lepistö, 2011


금민정 <Abstract Breathing I> 옛 서울역사의 장소적 맥락을 기반으로 한 영상 작품이다. 현재는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 옛 서울역사의 장소적 성격은 지나온 시간의 축적과 함께 지금도 계속 분주하게 역사가 진행되고 있는 현재의 장소이기도 하다. 작가는 오래된 시간과 사람들의 흔적이 가득한 서울역 RTO(Railroad Transportation Officer) 공간에서 창문 너머로 보이는 동시대의 도시 풍경을 바라보며 작품의 영감을 얻었다. <Abstract Breathing I>은 한시적으로나마 열차의 기적소리와 북적대는 사람들로 뒤섞인 전성기의 기차역을 복원한다.


 금민정, <Abstract Breathing I, II>, Video installation, 13min 59sec, Variable size, Exhibition view, 2014


두 번째 데스피나 섹션의 <라 빌레트 La Villette>는 작가 엘레나 나샤넨 Elena Näsänen이 레지던시 참여를 위해 잠시 파리 시테에 머무르는 동안 촬영한 작품이다. 고정된 카메라 프레임에 담긴 수면 위의 흔들리는 풍경은 마치 인상주의 회화를 보는 듯하다. 작품에 좀더 영화적 내러티브를 더하기 위해 마지막에 더해졌다는 배경음악은 고요하고 정적인 시각적 이미지에 긴장감을 더한다. 작가의 눈에 비친 늘 많은 사람들로 가득하면서도 평화로웠던 현실의 라 빌레트에 반해 그와 평행한 수면 위로 보이는 다른 시선의 라 빌레트는 사뭇 달라 보인다현대미술 이론가 W.J.T. 미첼(W.J.T. Mitchell)이 말했듯이, 반영은 스스로를 재현하는 자연을 드러내며 현실 the real의 정체성과 우리 자신의 이미지가 현실임을 증명하는 '허상 the imaginary'을 보여준다.


엘레나 나샤넨, <La Villette>, Single channel video, 7min 45sec, Stereo sound, 2009


같은 섹션의 <트랜스-루미네-센스 Trans-Lumine-Secens>는 비디오 카메라의 야광 발광 촬영 기능을 이용해 촬영한 작품으로 김세진이 런던이라는 거대 도시에 머물면서 이방인으로서 느낀 인상을 담고 있다. 노숙자들과 마약 중독자들이 많이 거주하는 곳을 통과하는 '험한' 노선으로 잘 알려진 이 버스 안의 풍경에서는 영어보다는 이방인의 낯선 언어들이 더 많이 들려온다. 당혹감, 이질감, 공포, 작가의 사색과 심경, 이민자들의 꿈과 야심이 뒤섞인 버스 안의 보이지 않는 풍경이 화면을 지배하는 바깥의 풍경을 압도한다.


<Trans-Lumine-Scence>, Three channel HD video, Stero sound, 5min 8sec, Loop, 2011 


세 번째 섹션인 에우페미아의 두 작품을 살펴보자.

미아 린네 Miia Rinne <Sea>는 작가의 이전 영상 작품인 <Pori-Helsinki>(2008-2009)에 그림을 그려 새로운 층위를 제시한 작품이다. 100미터짜리 35밀리미터 네거티브 필름 위에 페인팅을 하여 이질적인 표현기법을 가진 새로운 영상을 제작했다. 작품 속에 등장한 풍경은 태어난 곳현재 살고 있는 곳 그리고 작품이 처음으로 상영된 두 도시의 바다인상적인 장소 등 모두 작가의 개인적인 추억이 담긴 장소의 풍경들이 등장한다. 작가는 항상 해안가에 살았고 포리와 헬싱키 두 도시의 바다처럼 정신적으로나 물리적으로 각 장소가 가지는 ‘사이에 대한 개념을 다루고 있다. 감각적으로 그린 <Sea>의 풍경들은 음악과 함께 관람자들로 하여금 작가의 시선을 따라 작품 속 제시된 풍경들을 자유자재로 감상하게 한다. 미아 린네의 작품이 작가의 기억을 거슬러 실재 풍경을 근거로 각색하였다면, 오용석의 비디오 콜라주 <미래의 기억>은 서로 다른 시간과 장소의 이미지가 무작위로 조합되어 실재와 가상의 경계를 넘나든다


Miia Rinne, <Sea>, 35 mm film transferred to HD, 5min 42sec, Stereo sound, 2012 


오용석, <Memory of the Future>, Single channel video, 2min 9sec, 2009 


네 번째 자이라 섹션은 과거를 담은 풍경에 대해 이야기한다.

자신을 시간 여행자에 비유하는 작가 권혜원은 카메라를 통해 역사적 공간을 바라보는 데 관심을 가진다. 작가에게 있어서 장소는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여러 다른 목적과 이유들이 덧붙여져 형성된 일종의 지층과도 같은 것이다. 작품 속에서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부재한 과거는 종종 작가의 상상력에 의해 새롭게 만들어지고 재현되기도 한다. 이와 같은 역사의 복원과 '허구의 역할은 시간을 재구성하기 위한 작가만의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영화와 미디어아트를 전공한 권혜원의 작품은 한 편의 단편 영화를 보는 듯 하다.

 

권혜원, <A Life of Tourist Postcard>, Exhibition view, 2013


영화, 비디오, 연극, 퍼포먼스 간의 교차점을 탐구하는 야니 루스시카 Jani Ruscica <진화론들 Evolutions>에서는 12세에서 19세의 청소년들이 제 각각 자신의 지식과 상상력, 경험을 동원해 각자의 관점에서 이 우주와 세상이 어떻게 탄생했으며 자신의 존재는 어디에 위치하는지를 그들만의 연극적 방식으로 들려준다. 아직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는 청소년들이 들려주는 세상과 자신을 둘러싼 풍경은 언젠가 다른 것으로 교체될 수 있는 연극 무대의 소품들과 함께  과정으로서의 풍경을 표현한다.


Jani Ruscica, <Evolutions>, 16mm film transferred to digital beta and HD, 18min 20sec, Stereo sound, 2008 


그 외에도 전시를 관통하여 작가들은 현실과 가상현실, 실재와 가상의 경계에서 부재와 현존에 대한 인식의 모호함과 거기에서 초래되는 고독, 고립, 불안 등의 심리적인 경험을 표출한다.

본 전시는 한국과 핀란드 작가들의 도시 풍경에 대한 서로 다른 시선들에 주목하여 서로 다른 동시에 서로 닮은 표현 양식정서들을 찾아보게 한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특히나 소설 『보이지 않는 도시들의 내용과 구성을 차용해도시 풍경에 대한 이야기를 풍부하게 만들었다. 그 구성 하에 두 나라의 작가들을 페어링한 점은 소설의 시점에서 바라보는 도시 풍경의 의미, 두 나라의 작가들이 바라보는 유사한 풍경의 도시에 대한 서로 다른 시선들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또한 전시 도록에서도 전시의 구성에 따라 을 이룬 한국핀란드 두 나라의 작가들을 인터뷰한 내용이 함께 실려있는데, 이런 시도는 각기 다른 시선의 차이점과 유사점을 다시 한번 확인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먼 나라 핀란드는 정보통신기술 분야의 선두에 있는 나라이고, 그와 상응하여 미디어 아트 분야에서도 국제적인 위상을 가지고 있는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핀란드의 예술 작품 뿐만 아니라 미디어 아트 작품이 거의 소개된 적이 없어서 이들의 작품이 한국에 소개된 자체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 특히 이번 전시에 참가한 핀란드 작가들은 핀란드의 미디어 아트 분야를 대표하는 작가들로서 그 중에서도 2015년 베니스 국제 비엔날레 핀란드 대표 작가로 선정되는 등 국제적으로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IC-98의 작품 또한 만나볼 수 있었다.  

또 다른 의미로는 이번 전시의 모든 작품이 비디오(영상) 작품으로 구성되었다는데 있다. 일반적으로 미디어 아트 전시에서 기대하는 다채로운 미디어들의 화려한 면모나 체험 중심적인 작품에 시선을 빼앗기기 보다는 단일화된 영상 형식의 작품들을 연이어 감상하며 작품의 의미 및 내용, 표현 양식 간 연결성, 차이점에 보다 집중하게 됐다는데 있다. 시간성을 담보로 한 영상 작품을 한 자리에서 관람할 수 있는 기회는 요즘 드물기 때문이다. 전체적으로는 열두 점의 작품이개의 공간에 나누어 전시되었는데, IC-98 70분 길이 애니메이션 영상을 제외하고는 각 작품 별 10~15분 정도의 러닝타임으로 구성되어 전시 감상에 보다 집중도를 높일 수 있었다.

한국과 핀란드라는 지구 반대편의 작가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은 각기 이질적이면서도 유사점 또한 가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가 바라보는 세상의 풍경은 이렇게 점점 더 많이 다르지 않은 풍경이 되어 가고, 경계가 불분명해지고, 비슷한 문제들로 채워지고 있는 풍경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기도 한다. 이 전시를 통해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도시의 풍경을 또 다른 시선으로도 바라 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기길 바래본다.

 

글. 김아름 [앨리스온 에디터]

전시정보



  1. 선과 악, 질서와 혼돈이 공존하는 도시에 대한 한 편의 시와 같은 소설. 보르헤스, 마르케스와 함께 현대 문학의 3대 거장으로 꼽히는 작가, 이탈로 칼비노의 대표작으로 도시를 심리적, 물리적, 감각적 상태로 그리며, 공간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에 관한 통찰을 보여준다. 소설은 베네치아의 젊은 여행자 마르코 폴로와 황혼기에 접어든 타타르 제국의 황제 쿠빌라이가 나누는 대화를 담고 있다. 한 페이지 또는 기껏해야 네 페이지를 넘지 않는 짤막한 대화들은 '보이지 않는 도시들'을 묘사한다. 이 도시들은 현실의 도시가 아닌 환상적인 가상의 도시들로, 모두 55개의 도시들이 등장해 도시라는 공간이 지닐 수 있는 형태, 그리고 의미를 이야기한다. 즉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그 어떤 인간도 아닌 도시 그 자체인 것이다. 그래서 이 소설은 마치 도시 하나하나를 설계하고 건설해 나가듯 치밀하게 짜여 있고, 그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의 모습이며 우리가 앞으로 살 도시의 모습을 구현한 예술적 창작물이다. -출판사<민음사> 서평에서 요약 참조.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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