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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를 횡단하는 우연한 만남, ‘조우 encounter'_aliceview

알 수 없는 사용자 2014. 9. 24. 00:25


2013년 12월, 아트센터 나비에서는 변사 최영준을 초청하여 무성영화 변사극 ‘아리랑’을 선보이는 자리를 가졌다. 이어서 래퍼이자 팟캐스트 '그것은 알기 싫다'를 진행하는 UMC/UW의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2014년 1월), 비쥬얼 아티스트 Vakki의 '비디오 댄스 프로젝트'(2월), 구자범의 '언어와 음악'(3월), 프리재즈 듀오 미연&박재천의 '조상이 남긴 꿈'(4월), 파주타이포그라피학교 날개 안상수의 '세종과 쿠텐베르크 사이'(5월), 영상감독 닐스 크라우스의 '골, 골목, 도시들'(6월), 장고주자 민영치와 이석종의 '장고; 이중주'(7월), 기타리스트 김광석의 ‘시’(8월)가 공연과 함께하는 강연, 토크의 형태로 이루어졌다. 매달 진행된 이 프로그램들의 내용과 초청 인사를 살펴보면, 정말 다양한 장르의 인사들을 흥미로운 주제로 바라보고 있음을 느낄 것이다. 다소 파격적인 만남인 아트센터 나비의 '조우encounter'는 이미 9회째를 달리고 있다. 장르간의 벽을 넘나들고 동서양 문화를 횡단하는 크리에이터들의 실천을 시간 기반의 공연 혹은 퍼포먼스 성격의 예술형태로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다. 나아가 조우는 변사, 힙합, 프리재즈 등 기존 주류예술 문화를 넘어서는 예술적 수행을 공공에 소개하고 확산하는데도 그 취지가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동안 이루어졌던 조우를 살펴보며, 이 프로그램이 갖는 의미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도록 하자.


번째, 무성영화 변사극 '아리랑'  Narrated Silent film screening 'Arirang'
2013년 12월 11일 수요일 저녁 7시
초청: 최영준_변사

변사극은 과거 세대들에게는 친밀한 기억을 불러 일으킬 수 있고, 젊은 세대들에게는 새로운 예술방식으로 다가올 수 있는 형태, 즉 3세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의 형태라는 생각에서 기획된 첫 번째 조우는 최영준 변사와 함께 진행되었다. 이번 조우에서 변사 최영준은 전설의 필름인 나운규의 아리랑(1926)을 토대로 재구성한 이두용 감독의 아리랑(2003)이 크게 성공하지는 못한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담아 전통적인 것뿐만 아니라 변사에 맞는 영화적 형태로 재편집한 변사극을 보여주었다. 따라서 변사극은 전통공연이라는 의미뿐만 아니라 동서양과 세대를 넘나드는 공연으로서 충분한 가치가 있는 것이다. 더불어 변사 최용준은 사람들과 눈을 맞추고 긴밀하게 상호작용하며 반응하는 예술에 주목하였다.  이와 같은 그의 작업에 대한 접근 태도는 우리가 잃어버린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게 한다. 최영준 변사는 변사라는 미디어를 두고 그 문화를 넘나드는 크리에이터였던 것이다.

(좌) 변사 최영준은 첫번째 '조우encounter'에서 전설의 필름 나운규의 아리랑(1926)을 토대로 제작한 이두용 감독의 아리랑(2003)을 변사극으로 재탄생시켰다. (우) 공간에 전시된 무성영화 변사극 포스터들을 설명하는 변사 최영준


번째,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 Were we ever truly in love?
2014년 1월 15일 수요일 저녁 7시
초청: UMC/UW_래퍼, 팟캐스트 '그것은 알기 싫다' 프로듀서/MC

UMC/UW는 본래 팟캐스트 진행자로 ‘그것을 알기 싫다’를 진행하며 고정 팬층을 형성하고 있다. 팟캐스트 자체를 대안으로서의 미디어로 보는 그에게는 팟캐스트 행위 자체가 랩이라고 한다. 여기에는 그만의 문학과 철학, 미디어에 대한 의식이 담겨있다. 이날 공연장에는 팟캐스트들을 전시로 디스플레이 하기도 하였다. 또 그가 힙합이라는 국한된 장르를 넘어 한국말에 맞는 힙합적 라임을 쓰는 것 역시 인상적이다. 한국의 힙합은 LA에서 흘러 들어온, 즉 수입된 힙합이 주를 이루는데, UMC/UW가 고민하는 것은 한국말에 맞고 한국적인 방식으로 대입할 수 있는 한국의 라임이었다. 더욱이 힙합에서 언어는 메시지를 명확히 전달해야 되는 문학에 기초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의견이었다. 따라서 힙합과 문학이라는 생소한 만남은 곧이어 자연스러운 그리고 힙합의 또 다른 매력을 살펴볼 수 있는 측면으로 다가온다. 이러한 장르간의 횡단과 실천을 주목하는 과정이 조우의 기획 취지이기도 하다.

(좌) 공연 진행 영상 화면  (우) 두번째 조우 프로그램의 진행 장면


번째, 비디오 댄스 프로젝트 Video Dance Project
2014년 2월 12일 수요일 저녁 7시
초청: 빠키_비주얼 아티스트 *특별게스트: Love x Stereo 

비디오 댄스 프로젝트라는 주제를 가진 세 번째 조우는 비주얼 아티스트 빠키의 작업 영상과 설치가 어우러진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었다. 도중에는 빠키가 제작한 뮤직비디오의 주인공 Love x Stereo 밴드의 깜짝 공연도 이루어졌다. 빠키는 신나고 상업적이며 키치스러운 시각물을 생산하는 사회적 디자이너이다. 그녀는 인습적이고 무기력하게 내버려진 도시공간이나 장소를 전혀 다른 활기 넘치는 공간으로 바꿔놓는다. 빠키의 손길이 닿으면 공간은 예술적 사건이 기대되는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이미 잊어버린 광고나 대중문화의 경험에서 부유하는 패턴과 이미지들을 작가는 자신의 소중한 기억의 층위에서 자신의 모티브로 가져온다. 그녀는 커머셜디자이너가 아니라, 아티스트인 것이다. 이러한 다양한 시도와 장르간의 경계가 없는 그녀의 작업 자체가 조우의 의미와 만나는 것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좌) 비주얼아티스트 빠키의 작업 영상과 설치가 어우러진 토크 현장   (우) 빠키 제작 뮤직비디오의 주인공 Love x Stereo 밴드의 깜짝 공연


번째, 언어와 음악 Words and Music
2014년 3월 12일 수요일 저녁 7시
초청: 구자범 

공연장 한쪽에는 김순남 작곡가의 시 '산유화', '자장가', '자유의 노래' 등이 전시되었고, 좌석배치는 오케스트라 공연장처럼 부채꼴의 형태를 이루었다. 구자범은 한국적 리듬감에 맞지 않는 엇박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국악이 죽고 서양음악의 체계가 음악 전반을 지배하여 우리 고유의 언어구조와 음악적 표현이 눌렸다는 지적을 한다. 또한 언어와 음악이 발견이 아니라 발명이라고 말한다. 공통규칙의 필요에 의해 발명된 것이 언어라면, 음악 또한 자연에서 발생하는 소리인 음향과 달리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소리를 규칙적으로 배열하는 발명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음악과 예술의 이해를 위해 자발적 독재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해석이 가능해질 것을 말하는 이 강연은 사실상 조우가 추구하는 방향과 가장 밀접한 접근이었을 것이다.

(좌), (우) 서양음악의 지배 아래 우리 고유의 언어구조와 음악적 표현이 어그러진 채로 오랜 시간을 지내온 맥락을 이야기하는 구자범. 강연의 사이사이를 메우는 피아노 연주는 관객들의 이해와 공감을 끌어냈다.


섯번째, 조상이 남긴 꿈 Dreams from the Ancestor
2014년 4월 9일 수요일 저녁 7시
초청: 미연&박재천_한국프리재즈 듀오(박재천: 2014 전주세계소리축제 총감독)
*특별게스트: 이석종_장고, 경기도립국악단 수석단원

프리재즈 연주자인 미연과 그녀의 배우자인 박재천 전주세계소리축제 감독으로 구성된 미연&박재천은 대표적 서양악기인 드럼과 피아노로 서양의 재즈를 우리 전통가락을 통해 즉흥음악으로 표현하고 있는 뮤지션이다. 가야금 산조를 피아노로, 장구의 자리를 드럼이 들려주는 이 공연은 재즈와 전통음악의 선율이 만났다. 우리의 음악은 지나가버린 유산이 아닌 연주자에 의해 계속 변형되고 계승되는 전통이라는 박재천 감독의 한 마디로 사실 다섯 번째 조우는 의미가 정리될 수 있을 것이다. 팝, 클래식, 재즈를 거쳐 전통음악까지 섭렵하고 있는 미연&박재천 듀오를 퓨전 연주자라 부르지 않는 이유는 그들의 전통음악에 대한 접근 방식의 차이에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조우를 통해 살펴볼 수 있는 동서양 문화의 횡단에 대한 성찰이 아닐까.

() 강의하고 있는 박재천, () 미연의 연주 장면


섯번째, 세종과 구텐베르크 사이 Between Sejong and Gutenberg
2014년 5월 14일 수요일 저녁 7시
초청: 안상수_파주타이포그라피학교 날개

안상수에게 말은 의사소통 수단이며 특정 이데올로기를 형성하는 주된 요인이다. 따라서 디자인이라는 외래어 대신 그는 멋 지음이라는 용어를 만들어 냈다. 디자인은 무엇인가를 멋지게 창작자의 정신적 노력으로 지어지는 것이라는 의미이다. 이러한 생각의 연장선, 그리고 노력의 결실인 PATI(파주타이포그라피학교)는 세상을 바꿀 가장 강력한 무기가 교육이라는 만델라의 말을 실천으로 옮긴 것이다. 교장이라는 존칭어 대신 날개라는 단어를 쓰고, 경쟁 대신 공생과 같이 평등한 관계를 지향하는 그의 학교에서의 실천들 역시 그의 생각을 대변하는 것이다. 실천가 안상수를 새롭게 조명할 수 있는 여섯 번째 조우였다.

(좌)빨간 모자와 작업복 차림으로 강연하는 안상수, (우) 조우 프로그램의 진행 스케치


곱번째, 골, 골목, 도시들 GOL, ALLEYS and CITIES
2014년 6월 12일 목요일 저녁 7시 반
초청: 닐스 클라우스_포토그래퍼, 영상감독
*특별게스트: 로버트 파우저, 서울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

닐스 클라우스는 독일태생의 포토그래퍼이자 영화감독이다. 그의 작업에 등장하는 서울 뒷골목의 이야기는 국내에서는 이제 더 이상 대상으로 다루지 않고 존중하지도 않고 추적하지도 않는다. 그가 외국인 이어서일까? 닐스 클라우스는 일반적으로 조명하지 않는 객관적인 서울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개울가나 물길로 인해서 골이 파이고, 골이 고을이란 말로 넘어가고, 고을에 사람들이 지나다니면서 마을이 되고, 마을에서 다시 도시가 되는 과정이라고 그의 작업을 비유할 수 있다. 즉 닐스 클라우스는 끊임없이 골목에서 비틀거리며 어떤 하나의 골을 따라가고 있는 것이다. 로버트 파우저도 마찬가지로 우리는 관심 갖지 않는 것에 대하여 다시 우리에게 전달해주며, 그 가치와 소중함을 다시금 되새길 수 있는 자리를 선사하였다.

(좌) 서울의 도시계획을 보여주며 설명하는 로버트 파우저, (우) 닐스 클라우스의 자기소개


덟번째, 장고; 이중주 Re-Entry
2014년 7월 10일 목요일 저녁 7시 반
초청: 민영치(장고주자), 이석종(장고, 경기도립국악단 수석단원)
*특별게스트: 황영남(퍼커션, 국립국악원 창작악단 상임단원)

장고는 본래 농악이나 사물놀이 등에서 장단을 맞추는 타악기이다. 그러나 요즘에는 서양 악기인 드럼의 독주를 흔히 볼 수 있어 장고의 독주 또한 어색하지 않다. 이석종 장고 주자의 공연 역시 장고 독주임에도 친숙한 리듬감을 보여주었다. 또 이석종, 황영남이 함께 연주한 동해안 별신굿 역시 독주형태로 무대에 올라오지 않는 특이한 형식이었음에도 이번에는 단독으로 공연되었다. 장고를 미디어로 현대음악의 독자적인 창작을 해낸 것이다. 전통음악에 대한 거리두기, 그리고 창작에 대한 새로운 접근과 해석의 필요성이 이번 조우를 통해 더 절실하게 와 닿는다.

(좌) 자진모리와 휘모리를 연주하는 이석종 장고주자, (우) 장고 이중주: 민영치, 이석종



홉번째, 시 VITAR
2014년 8월 21일 목요일 저녁 8시
초청: 김광석_기타리스트

기타리스트 김광석과 시가 함께 한 아홉 번째 조우는 감수성을 자극하는 선율로 우리의 귀를 자극하였다. 시는 본질적인 형태의 예술로 밀어내어진 것이고, 기타는 대중에게 쉽게 호소될 수 있는 것으로 낮게 치부되곤 한다. 이번 조우에서는 이 둘을 가져와 구체적인 몸의 경험을 하게하는 것이다. 중간에는 그가 직접 제작한 악기를 보여주기도 하였는데, 없던 소리를 내기 위해 이 악기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악기나 소리를 만들어 가는 것이 결국은 자신의 소리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렇게 소리를 내는 행위는 기타라는 매개체를 두고 실천하는 것이며, 예술의 적나라한 몸적인 경험이 가능하도록, 그리고 예술이 삶과 긴밀하게 작용하게 하고자 하는 것이다. 예술이 그 권력의 위계질서를 설정하여 보고 알아야 하는 것이 아닌, 공감을 얻어내어 자연스럽게 관람하는 것. 이것이 조우 프로그램 구성의 핵심에 있는 것이다.

(좌) 연주하는 김광석 기타리스트, (우) 조우 프로그램 진행 스케치


위의 프로그램에 대한 설명에서 조금씩 언급했듯, 조우는 가면을 쓰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쉽고 편한 모습의 가면을 쓰지만 속에는 진하고 깊은 여운을 담고 있다. 가장 본질적으로 예술의 모더니즘적 성격에 대한 고민, 그리고 장르의 횡단, 동서양의 문화 수용에 대한 고찰, 전통과 창작에 대한 이야기 등 우리가 조우할 다양한 측면을 모두 만날 수 있게 하고 있다. 이런 욕심을 내기 위해 아트센터 나비에서는 더욱 열정적으로 기획의 전반을 준비하고 있었다. 현장을 방문하여 들어 본,아트센터 나비 최재원 학예팀장의 다음 인터뷰 답변 내용을 통해 조우에 대한 자세한 사항과 아트센터 나비의 소식을 살펴보자.

Q. 조우 기획취지는 무엇인가요?

기획의 근본적인 의도는 대중과의 만남보다는 모더니즘 예술에 대한 반성으로서 기술과 삶, 예술이 분리되지 않고 보다 더 긴밀하게 관계하고 우리에게 체험될 수 있도록 하며, 정말 관객과 소통을 하고 싶었던 차원에 있습니다. 예술의 경직된 관계보다는 풀어가는 형태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예술이 예술로 귀결되는 것이 아닌 접근을 시도하는 것이라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조우는 형태는 시간기반의 공연, 퍼포먼스 성격으로 기획하였고, 안의 콘텐츠는 공연이나 쇼가 아닌 장르간의 이해관계나 텍스트가 경직되어 조명되지 못하거나 저평가되는 것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의식에서 시작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동서양의 문화를 녹여내는 것, 우리가 우리 스스로의 문화에 대한 이방인으로서 서양의 문화에 자꾸 맞추려고 하는 경향을 벗어나 고정관념과의 싸움을 하는 것이지요. 지금까지 진행되어 온 조우의 초청인사와 장르를 보면 더욱 더 극명하게 아실 수 있을 것입니다.

Q. 조우라는 명칭 이전에 Creators' Night 란 말로 쓰였었는데, 혹시 변경된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초기에 진행될 때는 ‘크리에이터’에 주목을 맞추는 패러다임이었는데, 행사가 진행되면서 관객의 적극적인 반응이 있었고, 그들과의 관계가 긴밀해졌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무대와 관객의 분리를 조금 더 좁힐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고, 공연의 즉흥성에 초점을 두고자 하였습니다. 더불어 한명의 크리에이터 혹은 아티스트가 또 다른 조합의 아티스트를 만나서 풀어가는 현장에서의 즉흥성이 중요하다는 인식 또한 있었습니다. 즉, 조우에 와서는 한 명의 크리에이터에서 나아가 그들의 만남(아티스트간의 만남 혹은 관객과의 만남)이 어떠한 조우일지가 궁금해진 것입니다. 

Q. 혹시 조우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밑거름이 되었거나 참고가 된 다른 행사가 있을까요?

참고한 행사는 없습니다. 다만 조우가 타작마당에서 대부분 진행이 되는데 그 형태에 있어서는 독일의 하우스 콘서트(house concert), 즉 제도권 공연에서는 할 수 없는 실험적인 예술이나 조금 더 긴밀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점을 바탕으로 했다고는 할 수 있습니다. 하우스 콘서트는 집에 모여 현악4중주를 들으면서, 공연장에서 하지 못했던 공연을 하고 관객과 와인 한잔 즐기며 얘기할 수 있는 형태입니다. 저희가 주목하는 예술의 형태가 한마디로 인기 많은 것만을 염두에 두는 것이 아니어서 관객과의 소통이 더 긴밀해야 하기 때문에 하우스 콘서트의 형태가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기획 자체는 참고한 행사가 없습니다. 사실 다른 곳에서는 이러한 다 장르의 예술을 포괄하기가 쉽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나비는 아트센터이기 때문에 다이나믹한 형태의 여러 장르들을 수용하는 플랫폼이 될 수 있어야 한다는 마인드로 진행을 한 측면도 있는 샘입니다. 함께 변화를 모색하는 발맞춤을 하는 것이죠.

Q. 앞으로 아트센터 나비의 지향점은 무엇인가요?

개인 메이커들은 창조적인 작업을 만들어내고 그것을 할 수 있는 것에 환희를 느끼지만, 먹고 사는 돈의 얘기로 넘어가면 개인들은 파편화 된다고 봅니다. 아티스트는 아직도 모더니즘 잔재의 예술을 해야 할 것만 같고, 국공립기관이나 정부의 기금을 받아야만 잘 나가는 예술가인 것처럼 치부되곤 합니다. 저는 아트센터 나비가 기술이 변했고, 과학이 달라지고 있고, 산업구조가 바뀌고 있는 그러한 변화의 소용돌이 안에서 아트센터로서 능동적으로 그 메이커들(그들이 아티스트이든 새로운 아티스트 개념의 크리에이터들이건 실천가이건 간에)과 파트너가 되고 협업할 수 있어 그들이 조금이라도 의지할 수 곳이 되길 바랍니다. 이념보다는 현장에 대응하고 그러한 아젠다를 구성해서 제안하는, 또 어떤 창조적인 사람과 협업할 수 있을까에 관심이 많은 것입니다. 앞으로도 아트센터 나비는 능동적이고 구체화된 인터페이스를 갖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아트센터 나비 최재원 학예팀장과의 인터뷰 내용 中 일부


포스트모더니즘 시기에 이르러 예술은 순수성 자체에서 나아가 하이브리드, 통섭, 교류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유행이라 할 정도로 모두가 그 흐름 안에서 이루어졌던 점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아트센터 나비의 조우 역시 외관상 그 맥락에서 읽을 수 있다. 그러나 장르의 ‘횡단’이라는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조금은 다른 방법을 추구하려 했던 것은 아닌가 생각할 수 있다. ‘횡단’의 사전적 의미는 도로나 강 따위를 가로지름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장르의 횡단이라는 나비의 조우 프로그램은 두 장르를 섞기보다는 각 특성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는 가로지름이다. 더불어 구시대의, 대중의, 상업의 것으로 치부되었던 예술 형태들을 다시금 재해석 가능하게 하는 자리를 마련한 점 역시 의미 있게 볼 수 있다. 오늘날의 예술이 자리할 수 있는 파트너로서 그리고 그것을 제약 없이 보여줄 수 있는 플랫폼으로서의 아트센터 나비의 앞으로의 모습이 기대된다.


* 인터뷰: 2014. 08. 20 앨리스온 에디터 김미라, 이진
* 이미지: 아트센터 나비 제공

진행 및 글. 이진(앨리스온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