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미디어아트 전시

미디어를 보는 11개의 시선 :슈퍼전파-미디어바이러스_exhibition review

sjc014 2016. 2. 4. 01:26


지난 7 16일부터 10 4일까지 백남준 아트센터에서 <슈퍼전파-미디어바이러스> ()이 있었다전시의 제목처럼 우리 시대의 미디어는 마치 바이러스처럼 빠르고 급속하게 전파되었고그에 따른 미디어의 영향력과 개인의 삶도 시대에 따라 변화해왔다이번 전시의 참여 작가들은 모두 1960~1980년 사이 태어나 텔레비전영화비디오인터넷, SNS에 이르기까지 미디어의 변화를 직접적으로 경험한 세대이다그들과 마찬가지로 미디어 친화적인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미디어에 대한 각 작가들의 시선은 친숙하기도 하고 낯설기도 했다. 



좌) 앤 소피 시덴, <끈끈한 바닥 (마지막 점심 주문)>, 9채널 혼합매체 비디오 설치, 1시간 50, 2014

우) 노재운,< 몬스터마인드>, 혼합매체 인터페이스, 가변크기, 2015


고전적 미디어을 이용한 작품들 


1층의 백남준의 작품을 지나 2층에 올라가면 우선 션 스나이더(Sean Snyder)의 우연적 결합(소니 스캔들)이라는 작품을 만나게 된다. 이 작품은 지난 2014 11월 소니 기업의 해킹스캔들을 다룬다. 소니 스캔들은 소니 픽처스가 김정은(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암살을 소재로 한 미국 코미디 영화 '인터뷰'를 제작했다는 이유로 해킹 공격을 받았고, 해킹으로 인해 할리우드 유명인사와 전·현직 임직원 등 47천 명의 신상 등 기밀정보가 유출되는 큰 피해를 본 사건이다. 할리우드 영화 속에나 등장할 법한 이 사건은 기업 대표들 간의 이 메일 서신을 통해 유출되면서 밝혀졌다. 작가는 지금도 정보가 고전적인 방법으로 유통되고 있으며, 그 방법이 얼마나 보안에 취약한지 이야기한다


두 번째 작가인 앤 소피 시덴(Ann-Sofi Sidén)은 아일랜드에 위치한 술집에 CCTV를 설치해 특별한 것 없는 일상을 연출했다. 작품은 정보의 감시와 통제의 상징인 빅 브라더로서의 미디어를 보여준다영상은 사실상 작가가 편집하고 조작한 것이지만, 관객은 무의식중에 그것이 실제 CCTV의 영상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감시자로서의 시선이 낯설지 않기 때문이다. 


알버트 메리노, <암탉의 비행>, 싱글 채널 비디오, 사운드, 39 2, 2013


나타니엘 멜로스, <우리집>, 싱글 채널 비디오, 사운드, 2010


다큐멘터리와 드라마   다음 두 작가의 작품은 우리에게 좀더 친숙한 미디어의 형태를 이용한다. 첫 번째 작가는 스페인 출신 알버트 메리노(Albert Merino)이다. 메리노의 작품은 다큐멘터리 형식을 빌어온 블랙코미디이다. 스페인 바르셀로나가 배경인 이 영상 작품은 유기견 센터를 현대미술관으로 바꾸는 정책이 문화부 장관의 인사이동으로 무기한 연기되면서 그에 반발하는 예술가 행동단체와 여러 이익단체들의 복잡다단한 모습을 그리고 있다. 관람객이 처음 보게 되는 것은 영상의 내용적인 측면 즉, 공공미술 정책이 여러 이해관계에 의해 어떻게 변형되는지 보게 된다. 그러나 영상을 계속 보면 모든 내용이 작가가 만들어낸 허구의 이야기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작가는 영상 속 등장하는 작품, 단체, 심지어 표지판까지도 컴퓨터 합성으로 만들었다. 허구라는 것을 알아채고 나면 이 합성들이 꽤 조잡하다는 것을 알게 되지만, TV 다큐멘터리라는 형식 때문에 관객들은 실제인지 허구인지 혼란을 겪는다. 작가는 미디어가 발달함에 따라 개인들의 연대가 공공정책에 영향을 끼치는 것이 가능한지 의문을 제시하면서 또 미디어가 얼마나 쉽게 눈속임할 수 있는지 날카롭게 지적한다.


  반면 나타니엘 멜로스(Nathaniel Mellros)는 드라마라는 친근한 형식을 차용한다. 영국과 미국 텔레비전 방송을 보면서 자랐다는 작가는 텔레비전에 대한 특별한 관심이 작품에 큰 영향을 주었다고 말한다.[2] 그의 작품 <우리집>은 드라마의 전형적인 배경 음악, 화면 크기, 편집 등을 따르지만 그 내용은 해체되어 이해할 수 없다.


참여적 매체를 이용한 작품들



, <솔라리스의 바다>, 스테인레스 스틸, LED전구, 모터, 가변크기, 2015







텔레비전조차 일 방향의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아닌 쌍방향의 참여적 매체로 변화할 것이라는 백남준의 예언처럼[3] 다음 소개할 작가들은 미디어의 상호작용(interaction)에 좀 더 집중한다


그룹 뮌(MIOON)의 작품 <솔라리스의 바다>는 ‘뮌’이 미술계 속에서 관계 맺고 있는 환경들(각종 기관부터 평론가, 작가를 포함)을 상징화해서 보여준다. 점멸하는 전구와 그것을 반사하는 거울로 이루어진 설치 작품은 하나의 거대한 유기적인 조직망을 상징한다. 21세기의 미디어가 공유하고 서로 참여하는 모습도 이와 비슷하다. 전구의 빛은 정보, 그것을 반사하는 거울들은 미디어가 정보를 전파시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렇듯 정보는 유기적인 망, 즉 미디어 속에서 소멸과 확장을 반복한다.


  

나탈리 북친, <나의 치료약들, 합의 시리즈 중에서>, 2 채널 비디오, 사운드, 1 11, 2009



   나탈리 북친(Natalie Bookchin)의 작품 <나의 치료약들, 합의 시리즈 중에서>는 브이로그(Vlogs: 비디오 블로그의 줄임 말[4])통해 수집된 것으로 자신이 복용하는 치료약들을 설명하는 개인들의 비디오이다. 작품은 누군가와 친밀해지고 싶어하면서도 카메라 렌즈 앞에서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현대인의 모습을 반영했다. 스크린에 등장하는 개인들은 각자의 목소리로 각각 이야기하지만 각자의 말 속에 같은 단어가 있을 때, 그 단어를 말한 개인들이 화면에 동시에 나타난다. 이러한 과정은 반복되면서 일정한 패턴을 형성하게 되고 이로써 고립되어 있던 개인의 미디어는 서로 유대 관계를 가진다. 


유클리드 (사토 마사히코+키리야마 타카시), <지문의 연못>, 인터랙티브 미디어 설치, 2010


   마지막으로 소개할 작품은 사토 마사히코와 키리야마 타카시로 구성된 작가 듀오 유클리드 <지문의 연못>이라는 작품이다. 전시를 통틀어서 이 작품 앞이 관객들로 가장 붐볐다. 자신의 지문을 작품에 등록하려는 관객들이었다


<지문의 연못>이란 제목처럼 9개로 구성된 화면에는 작은 지문들이 연못을 헤엄치듯 안을 누비고 다닌다. 작품 앞의 지문인식기에 손을 대면 나의 지문이 연못에 떠오르고, 스캔 된 지문은 여러 관람객의 지문과 섞여 함께움직인다. 그러나 다시 한번 손을 스캔 하면 수많은 지문 속에서 찾을 수 없던 지문이 본인 앞으로 돌아온.



개인정보의 대표라고 할 수 있는 지문을 연못 속으로 보내면서도 정보 유출에 대한 경각심이 아니라 애틋함을 느끼는 것은 지문을 미디어 속의 또 "나"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다시 손가락을 스캔하여 지문을 불러들이고 지문이 사라질 때 무언가와 이별하는 듯한, 나의 일부가 소멸하는 듯한 먹먹한 기분을 느꼈다.  


차지량, <바이러스 오브 타임라인, 타임라인 오브 바이러스>, 멀티 채널 비디오, 사운드, 10분, 2015


미디어를 보는 11개의 시선


<슈퍼전파-미디어바이러스> 전시는 미디어를 보는 11개의 시선이었다국적나이성별작업 방식이 모두 다른 작가 개인의 시선들은 자신들의 시선이 옳은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미디어를 보는 각자의 시선을 취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지문의 연못속 지문들처럼 미디어 속 가상 세계를 유영하는 현대인들에게, 11명의 작가들은 묻는다당신은 어떤 시선으로 미디어를 바라보고 있느냐고 말이다.

 



글. 최선주 [앨리스온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