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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물의 디지털화라는 흐름과 그 일반화의 선봉 - 재기를 꿈꾸는 e-book

aliceon 2008. 4. 14.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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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ex사의 iliad일리아드.
8.1inch e-ink dislay, 768 x 1024 pixels resolution, 160 DPI.
16 levels of grey-scale.
현행 e-book리더중 고급사양에 속한다.

지난번에 아마존amazon.com에서 내 놓은 kindle이라는 디바이스에 관한 글이 나갔었습니다. 아마존이라는 거대회사가 제공하는 다양한 컨텐츠와 킨들이라는 기기의 장점 덕에 e-book이라는 개념의 첫 성공이 기대되고 있습니다.
다시 부각된 e-book의 선봉격인 기술은 e-ink라는 디스플레이 입니다. MIT의 Media Lab 소속이었던 조지프 재콥슨팀이 개발했으며 이들 연구진 중 일부가 독립해 E. In라는 벤쳐기업을 설립해 전자잉크를 상업화 했습니다. 이것의 기본적 원리는 디스플레이 면에 전기를 가하면 색을 내는 캡슐들을 배치시키고 이들이 몰리면서 문자를 표현하게 됩니다. 일반 디스플레이들처럼 발광하는 것이 아닌 모여서 색을 드러내는 것이며 이는 종이 위에 작은 점들이 인쇄되어 나타나는 책과 유사한 방식입니다.
즉 e-ink는 전자적으로 이미지를 구현한다는 점에서는 LCD나 기타 다른 디스플레이 기기와 같지만 핵심은 종이라는 아날로그 소재를 최대한 모방하려 했다는 점입니다. 스펙상으로 보면 LCD와는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흑백밖에 보여줄 수 없고, 크기는 작고, 백라이트가 없어 어두운 곳에서는 볼 수가 없으며 반응속도는 턱없이 느려 페이지를 넘길 때 지루하기 까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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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반대되는 장점, 즉 아날로그의 책과 유사한 점이 두드러지는데 이것이 바로 e-ink 존재의 목적이자 경쟁력입니다. 디스플레이의 구성소자가 빛을 내는 것이 아닌 모여서 색을 드러내는 것이기에 전력 소모율이 극단적으로 낮습니다. 한마디로 문자가 출력될 때, 즉 화면이 바뀔 때만 전력이 필요하며 화면에 문자가 표현되고 있는 동안에는 전력 소모가 없습니다. 그리고 마치 인쇄된 잉크처럼 점들이 모여 보여주는 것이기에 직접적 태양광 아래서도 보입니다. 또다른 상대적 강점은 시야각이라는 개념이 없다는 것입니다. 캡슐들이 모여서 글자의 흑색을 표현하는 것인지라 170도에서 보더라도 표현된 글자나 이미지의 색이나 농도왜곡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뭐... 물리적 결과물로는 인쇄된 책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지요.
좌측은 소니의 e-book LIBRIE. 만화강국 일본답게 만화컨텐츠^^
이러한 전자책 개념이 새로운 것은 아닙니다. 오래 전부터 이러한 것들은 기획되고 만들어졌으나 내놓는 족족 실패의 고배를 마셔야만 했지요. 이런 실패의 가장 큰 이유는 책같지가 않다라는 감성적 이유와, 컨텐츠 부족과 비싼 장치가격과 컨텐츠의 양과 가격이 문제였습니다.
일반적 디스플레이 기기들은 선명하고 화려하고 밝지만 눈이 아픕니다. 장시간 보기에 적당하지 않은 매체죠. 그러고보니 저같은 경우도 이젠 모니터보는 것이 너무 익숙해져 책이 더 눈이 아픈지 모니터가 더 눈이 아픈지 감이 잘 오지 않습니다^^. 이것과 관련된 의학연구결과가 있을텐데 찾아봐야겠네요. 여튼 요즈음은 누구나 오랜시간 모니터를 보는데 익숙하며 책 또한 오래보고 있기에는 눈아프지만 상대적 감성이라는 것이 있으니까요. 어쨌든 e-ink는 이것과 관련해 많은 것들을 해결했습니다. 백라이트가 없으니 눈이 안아프고, 일반적 모니터가 가지는 72dpi라는 해상도의 한계를 극복해 150 dpi에서 높게는 400 dpi이상을 제공해 무척이나 선명합니다. 일반적인 출력용 이미지의 해상도가 300 dpi인 점을 고려해 볼 때 흔히 말하는 도트가 안 보이는, 출력물과 거의 유사한 매끄러움을 자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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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텐츠의 부족도 해결될 기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일단 PDF라는 전자문서규격이 대중화되었죠. 특히 논문같은 경우 거의 대부분을 PDF파일을 통해 온라인상에서 접할 수 있습니다. 또 한가지, 출판시장의 공룡 아마존이 이 사업분야에 전면적으로 뛰어들었습니다. 앞서 언급한 kindle이란 기기를 내 놓으며 디지털 북들을 권당 9.99달러에 판매합니다. 미국내 평균 책값이 25달러정도임을 감안할 때 상당히 파격적인 가격인 것입니다. 더더군다나 책 전체를 대체한다기 보다는 페이퍼백을 대체하는 개념으로 타깃을 설정해 놓은 지라 더더욱 현실성이 있습니다. 페이퍼백은 소장용이 아니라는 점에서 하드커버 북들의 시장과 구입계층을 자극하지 않거든요. 이밖에도 New York Times나  Wall Street Journal같은 신문, 잡지같은 출판물들 100여가지를 역시 전자서비스하기 시작했습니다. 물리적 발간물의 아날로그적 모방과 더불어 PC에 접속하지 않고 무선망이 접하는 곳에서는 얼마든지 원터치로 컨텐츠를 받아볼 수 있도록 하는 디지털적 장점까지 더한 상태입니다.
우리나라 역시 슬슬 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현재 두 업체에서 각기 e-book기기를 내 놓고 서비스에 돌입하려 하는 시점입니다.

이런 상업분야의 흐름과 더불어 또 한가지, 이러한 전자책의 대중화와 그 파괴력을 낙관하게 된 뉴스는 바로 이 기사였습니다.
 Online library offers 1.5 million works and counting. 비영리 단체들의 자료 디지털화와 공개 흐름이 그것인데요, 디지털 도서관들이 천오백만권의 책을 디지털화했으며 이를 무료로 공개했습니다. 또한 유사한 많은 개념의 도서관들이 존재하며 이런 일련의 과정들이 범 세계적인 흐름이라는 기사입니다. 이런 흐름은 이미 상당한 진척을 보이고 있으며 또한 현재 진행형이며 점점 확산되어가고 있다고 합니다. 각국의 대학들과 세계에서 가장 많은 장서를 보유하고 있는 미 국회도서관역시 자료의 디지털화와 공개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런 저작권 없는 디지털컨텐츠들은 한계가 있습니다. 저작권이 풀린 것들은 일단 오래된 자료들이며 과거와 현재를 아울러 풀린 것들은 대부분 학술 자료들입니다.
이러한 책이나 출판 자료들의 디지털화는 정보습득 기회의 평등화와 자료의 보존 측면에서 유리합니다. 이들 자료의 디지털화와 온라인화는 보다 쉽게 자료의 열람과 습득이 가능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장서를 보관한 미 국회도서관에 갈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지만 적어도 온라인상으로 이들 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는 사람은 그 몇십 몇 백 배일 것입니다. 그리고 보존측면에서도 이렇게 온라인상으로 수 십 수 백 개체가 퍼져나가면 결코 사라질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입니다. 도서관에 화재가 발생해 책이 타버리면 그걸로 끝이지만 이렇게 퍼진 디지털 자료들이 동시에 소멸하는 일은 없을 테니까요. 사람은 죽지만 많은 사람들 안에 기억되어 영원히 살아간다... 뭐, 이런 것과 같은 걸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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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모습이 멀지않았는지도 모릅니다. 종이의 느낌을 그대로 가진 디스플레이는 전부는 아니겠지만 종이가 생활속에서 종이가 차지하는 많은 부분을 대체할 것입니다.

디지털이라는 기술을 통해 등장하는 많은 결과물들은 한 편으로 아날로그 시대의 그것과 결별하며 새로운 모습을 내놓고, 다른 한편으로는 아날로그의 모습을 끌고 와 그것을 재현합니다. 디지털적인 장점도 분명합니다. 수십, 수백권의 책들이 디지털화됨으로서 그 부피와 무게가 무시되어 손톱만한 저장장치에 담겨, 몇백그램밖에 안나가는 e-ink디스플레이로 표시됩니다. 수백킬로그램의 종이를 만들기 위한 펄프의 재료인 나무가 살아남을 수 있지요. 인쇄될 잉크를 만드는데 사용되는 화학약품도 필요없게 되어 환경오염도 감소하게 됩니다.
아직은 초기단계인지라 반응속도도 많이 느리고, 흑백모드밖에 지원안하며 인터페이스나 디자인도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닙니다. 또한 컨텐츠 역시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지만 대부분이 영어입니다. 한글 컨텐츠는 극소수죠. 이건 사용자가 좀 더 많아지고 그에 맞춰 기기들이 다양하게 출시되기 시작하면 해결될 것입니다.
 오랜 기간 사용해 온 기존 미디어의 친숙함을 포섭하고 디지털만의 장점을 버무려 나오는 이들 새로운 기기들은 끊임없이 사람들을 자극하여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내고 기존 사용자를 이끌어내고 또는 새로운 사용자를 만들어냅니다. 그렇게 그렇게 사회는 변하고 사람들역시 변해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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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꽂혔던 e-book모델인 iRex사의 일리아드iliad입니다. 판매중인 타 모델들에 비해 액정이 커서 2단 PDF까지 무난히 소화가 가능한 기종입니다. 안그래도 요즘 논문볼 일이 많고 프린트한 논문들이 걸리적거리고 번잡스러워 부담스러운데 눈에 띄어버렸습니다. 화면크기가 현행제품 최대크기인 8인치라 2단 PDF를 무난히 소화한다는거! 그런데 가격이... 다른 회사 모델들은 300달러대에 가격을 형성하고 있는데 이넘은 700달러정도;;; 아무리 화면크기가 크지만서도 이건... 자꾸 이런거에 뽐뿌질와서 미치겠습니다.ㅠㅠ 이런 것도 디지털화 시대의 부작용일라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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