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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Story_TAG 5. 게임은 예술이 될 수 있는가?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9. 10. 22:48


동네 꼬마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NDSL(이라고 쓰고 닌텐도라고 불리우는)을 가지고 게임 삼매경에 빠져 있습니다. 어떤 아이들은 구경하느라, 한 아이는 '한 판만' 해보라고 빌려준 게임기에 흠집이라도 날까 노심초사 하는 모습이 귀엽습니다.
그러다 한 아이가 게임을 끝마쳤는지 게임기를 내려놓고 친구들을 보며 이렇게 말합니다. "이 겜 완전 예술이야" 옆에 아이가 거드는 군요. "그치? 환상이야 환상~" 게임의 주인인듯한 아이가 으쓱한 모습으로 싱글벙글합니다.


동네 어귀에서 봤음직한, 아니면 우리들이 스스로 경험해 보았음직한 이야기입니다. 게임기를 가진 아이와 그걸 부럽게 보고 있는 아이. 그리고 "예술"이라는 말.

우리는 곧잘 "예술"이라는 말을 합니다. 굳이 풀어서 표현한다면 "이건 평범한 수준을 넘어선 작품과도 같은" 정도의 표현이랄까요. 멋진 영화를 보았을때도, 좋아하는 가수의 새로나온 노래가 기가 막히게 좋았을때도, 심지어 맛있는 음식을 먹을때도 이와같은 표현을 씁니다. 그 말대로라면, 우리는 어쩌면 아주 '예술적인 세상'에서 살고 있을지도 모를일이지요.^_^

'예술적이다'라는 말에는 어떠한 의미가 숨어 있을까요? 이 말에는 어쩌면 '예술 처럼 멋있어'라는 뜻과 '하지만 예술은 아니야'라는 말이 공존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사실, 이러한 말은 '어디서부터 예술이고 어디까지가 예술이냐' 에서 부터 '그렇다면 예술은 무엇이냐'까지 논의되어질 수 있는, 그래서 아주 복잡하고 머리아픈 이야기까지 전개되어지곤하는 '논쟁 잠재적 요소'가 다분하지요. 그래서 이제 부터 전개할 글에는 아래와 같이 몇 가지 분류를 하고 진행해 나가려고 합니다.

먼저 '예술가가 만든' 게임을 소개해 보고자 합니다. 다시 말해 '미디어 아티스트'들이 직접 참여한 작업(게임)들 말이지요. 이러한 유형의 게임에는 '예술이냐 아니냐'의 논쟁이 무의미 하지요. '아티스트'가 새로운 작업을 위해 선택한 '새로운 오브제'가 게임이기 때문이니 말입니다.

두 번째로는 '예술가가 만들진 않았지만' 예술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평가되어지는 게임을 소개해 보고자 합니다. 여기서 '예술적'이라는 기준은 스토리텔링일 수도 있고, 음악일 수도 있으며, 비주얼적인 요소일 수도 있습니다. 게임과 관련된 많은 크리에이터들이 '장인'의 경지에 이르러 대중에게 인정받고 있다는 사실, 굳히 증명하지 않아도 되겠지요.

그리고 끝으로는, 아티스트들과의 부분 협업을 통해 '예술'과 '게임'의 중간 선상에 놓여져 있는, 새로운 유형의 게임들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특히 최근에 음악과 그래픽 비주얼이 만나 '게임 본래의 장르'를 넘어선 게임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는데요. 이러한 게임들은 '게임을 하면서 예술적인 감성을 자극하는' 새로운 시도들로 보여집니다.   

이렇게 세가지 분류로 '게임은 예술이 될 수 있는가?'라는 다소 도발적인 질문에 답이 될진 모르겠지만, 적어도 '게임'이 단순하게 인간의 말초적인 신경계만을 자극하는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해 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일단, 이 글에서의 '게임'은 '상업화가 이루어진'이라는 큰 전제를 가지고 시작합니다. 이 말은 특히 첫 번째 분류인 '예술가가 만든 게임'이라는 단락에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요. 아티스트가 '게임적 성향' 즉, 인터렉티브가 강조된 작업을 했다고 해서 '게임'의 범주에 넣지는 않겠다는 말입니다. '게임적 속성을 지닌' 예술작품과 '상품화를 목적으로 기획된 게임의 예술성'은 분명 다른 이야기 일테니까요.

아, 전 게임도 예술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아주 큰 전제가 있다는 걸 빼먹을 뻔 했군요. :)

예술가가 만든 게임



미디어 아티스트 토시오 이와이가 닌텐도DS의 런칭과 동시에 발매한 프로그램인 일렉트로 플랑크톤(Electroplankton) 은 대표적인 '예술가가 만든 상업 게임'이라고 할 수 있겠죠. 유저의 터치와 보이스에 반응하여 사용자마다 다른 움직임과 소리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제작된 이 게임은 "Touchable Media Art"라고 이름 지워지기도 했었죠. 다소 몽환적이고 동화같은 구성의 이 게임은 음악을 만드는 게임을 하는 사람들에게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음악을 만들게 해 줍니다. 물론 사전에 치밀하게 프로그래밍된 리듬과 소리들에 의해서 구성되는 음악이지만, 게이머 스스로가 크리에이터가 되어 매번 다른 느낌의 음악을 만들 수 있게 한다는 것이 이 게임의 매력 이겠지요. 일렉트로 플랑크톤은 발매 초기에 슈팅 게임인줄 알고 구입을 한 유저들을 당황하게도 했었다는 에피소드가 전해지기도 합니다. 한편 이 게임은 Laforet Museum in Jingumae에서 전시되기도 했습니다.



Eden은 멀티미디어 아티스트인 'Baiyon'가 참여한 게임입니다.  Eden 은 화려한 식물의 세계를 무대로 한 오거닉 플랫폼 액션 게임으로 끊임없이 움직이며, 다이내믹하게 변화하는 식물들로 구성된 스테이지 안에서 유저의 움직임으로 상호 반응하며 진행하는 게임이지요. 미니멀한  테크노/하우스 사운드와 세련되고 유기적인 느낌의 그래픽이 하나가 되어, 지금까지 없었던 비주얼을 체험할 수 있게 합니다. 비슷한 방식으로 psn에서 유통되고 있는 flOw도 비슷한 맥락의 게임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특히 이 게임은 ps3의 기울기 센서를 활용해 이미지들을 컨트롤 하는 게임으로 신선한 조작체계와 몽환적인 음악이 화제가 되었습니다.



다음은 아이폰 어플로 출시된 Eliss입니다. 미디어 아티스트 'steph thirion'의 작품으로 세포를 분열 시키며 번식하게 하는 게임인데요. 나름의 몰입감으로 뛰어난 게임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동안 웹과 오프라인을 기반으로 다양한 인터렉티브 작업을 해왔던  steph thirion의 다른 작업이 궁금하시다면 그의 홈페이지 http://trsp.net를 참고해 보시길. 트위터는 http://twitter.com/stephbysteph 입니다.



끝으로 우리나라 작가 허한솔씨의 아이폰 어플 'Type Drawing'입니다. 허한솔 작가가 평소에도 작품으로 표현하곤 했던 타이포를 중심으로한 게임 아트인데요. 아이폰 어플로 꽤나 높은 판매고를 기록했기도 했지요. 작가의 중심 테마가 잘 이어지면서도 게임성을 유지한, 훌륭한 사례인듯 싶습니다.

예술의 경지에 이른 게임



'예술의 경지'라는 말에 이보다 더 적합한 게임이 있을까요? 사람에 따라 호불호는 갈릴 수 있겠지만 그 영향력이나 관심도만큼은 가히 최고라 할 수 있겠죠. 네, 바로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입니다. 다양한 스타 게임 프로듀서들과 막대한 자본 투자등으로 매 시리즈마다 큰 화제를 불러 일으키고 있는데요. 단순히 화려한 그래픽이나 웅장한 음악 뿐이었다면 오늘날의 파이널 판타지가 되지는 못했을겁니다. 무엇보다도 이 시리즈의 장점은 바로 '인터렉티브 스토리 텔링'으로서의 가능성 이라는 것 이겠지요. 영화보다 더 촘촘히 쓰여진 각본은 '직접 조작하는' 주인공과 더불어 큰 몰입감을 주게 하는데요. 물론 시리즈별로 편차가 있겠지만 새로운 흐름과 영향을 주는 게임으로서 '예술'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것은 모두들 공감하실 듯 싶습니다.



한편의 수묵화 같은 화면, 그리고 고풍스런 캐릭터들의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오는데요. 바로 '오오카미'라는 게임입니다. 3종류의 붓놀림을 이용해 수수께끼를 풀고, 악을 타도해 나간다는 참신한 게임 시스템을 창조해낸 '오오카미'는 일본어 발음으로는 ‘늑대(狼 )’ 라는 뜻과 함께 한자어로는 ‘위대한 신 (大神)’ 뜻의 중의어입니다. 게임에서도 늑대의 모습을 한 태양신인 아마테라스의 모험을 그리고 있는데요. 영상을 보시면 이 게임이 얼마나 회화적인 색채를 지니고 있는지 확인 하실 수 있을겁니다.

예술가와의 부분 협업을 통해 만들어지는 새로운 게임



루미네스는 뮤명한 뮤지션인 '몬도 그루소'와의 협업으로 만들어진 화려한 그래픽의 퍼즐 게임입니다. 언듯 보기엔 단순한 테트리스류의 게임인듯 보이지만, 음악과 함게 절묘한 리듬감이 돋보이는 '감각 체감형' 게임이라 할 수 있겠죠. 최근에는 온라인 게임으로도 서비스 되고 있으니 한번 경험해 보시는 것도 좋을듯 싶습니다. 단순히 퍼즐을 맞추는 것을 넘어 빛과 음악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경지를 맛보게 되실 수 있을겁니다.




스페이스 인베이더 익스트림'은 스페이스 인베이더라는 게임의 30주년을 기념하여 만들어진 게임인데요. 8비트 게임의 고전인 이 게임을 새로운 re-make로 완전히 새롭게 바구어 놓았습니다. 앞서 말씀 드렸던 루미네스와 마찬가지로 음악과 그래픽의 조화가 현란하기 그지없는데요. 단순한 슈팅게임이었던 원작을 새로운 감각의 경지로 끌어 놓았습니다. 물론 여기에는 최고의 실력을 자랑하는 클럽dj들과의 협업이 중요한 역할을 했겠죠.


 
엠비언트 뮤지션 브라이언 이노가 참여한 'bloom'은 본격적인 게임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음악, 다시말해 '소리'를 창조하는 경험을 주는 '엔터테인먼트' 어플리케이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몸환적인 그래픽과 음악은 사용자가 여기저기 누르다보면 규칙에 따라 독특한 소리를 만들어 내게 되죠. 이것은 사용자가 임의로 입력하는 데이터지만 아티스트가 세워놓은 기본적인 구조에 맞추어 '음악'으로 재 탄생되는 순간을 맛보게 합니다. 우리가 미디어아트 전시장에서 만날 수 있는 작품을 포터블한 퍼스널 디바이스에서 만나게 된것이지요.

게임으로 표현되는 예술적 감흥

글 전반부에 말했던 "예술적인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다시한번 꺼내어 봅니다. 맛이 '완전 예술'인 음식이 있다고 합시다. 그러나 그 맛이 모든 사람에게 '예술'적이진 않겠지요. 각자의 '취향'과 '기호'가 있을테니 말이지요. 이와같은 예는 음악에도, 미술에도, 그리고 영화에도 적용될 수 있는 말일겁니다.

예술적 감흥이라는 것이 절대적인 수치로 재어질 수 없는 것이고, 그 기준이 각자의 사유의 틀 안에서 다르게 해석되어진다는것은 새삼스레 꺼내지 않아도 될 명제 입니다. 하지만 현대의 예술가들이, 아니, 스스로가 예술가인지 아닌지는 확인하지 않지만 '무언가를 창조하고 있는 사람'들이 '어떠한 예술적 감수성'을 '게임'으로 풀어내고 있다는건 자명한 사실인듯 싶습니다. 앞서 소개해 드렸던 수많은 게임들이 보여주듯, 스스로의 예술적 표현욕구를 '게임'이라는 새로운 물감으로 '그리고'있는 예술가들, 다른 분야의 기술자들과의 협업을 통해 이전 까지 없었던 새로운 창조물들을 만들고 있는 사람들, 거기에 그들이 만든 작품(게임)으로 스스로의 '예술적 감수성'을 대신해 경험하는 사용자들. 이렇게 새로운 시대에 나타난 새로운 창조자인 이들이 오늘날 '새로운 예술' 장르로서의 '게임'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고 있고, 앞으로도 새롭게 변화 시킬것이라 예상해 봅니다.

게임은 예술이 될 수 있는가? 라는 다소 도전적인 질문은 어쩌면 조금 진부한 화두일듯 싶네요. 게임이 예술이 되는게 아니라, 예술의 표현을 게임으로 한다. 는게 더 정확한 표현이겠지요. 과거의 예술 작품들이 사람들로 하여금 '관람'의 형태로 '몰입' 내지는 '감흥'을 주었다면, 이 새로운 예술은 예술가의 의도안에서 보다 직접적으로 '예술적 감흥'을 누리게 한다는것이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을듯 합니다. 말초적이고 자극적인 게임들도 좋지만, 경험하고 나면 무언가 새로운 '감흥'을 느끼게 하는 '예술적'인 게임이 앞으로도 더욱 많이 개발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2009/09/10 - [cover story] - CoverStroy_TAG 5. 게임 예술, 감각과 반영 사이에서의 새로운 가능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