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report

Tacit Group "Aarhus festival 2011" _world report

알 수 없는 사용자 2011. 10. 6. 01:19



2011년 8월 25일, 오디오 비주얼 퍼포먼스 공연을 하는 태싯그룹이 덴마크의 오르후스 페스티벌 오프닝 무대를 위해 출국을 했다. 2010년 PAMS CHOICE(서울아트마켓)를 통해 초청받아서 가는 이번 덴마크 일정에서 태싯그룹은 3일간의 연주와 하루의 강연을 하게 된다. 필자는 앨리스온의 에디터이자 태싯그룹 연주자로 함께 동행하였다. 

오르후스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페스티벌 포스터였다. 태싯그룹 이름을 쉽게 찾을 수 있었고, 정금형씨의 이름도 보여 반가웠다. 공항 뿐 아니라 도시 전체에서 포스터는 쉽게 찾아볼 수 있었는데 
이는 덴마크에서 하는 꽤 큰 문화축제이기 때문이다. 
 



길에서 만난 오르후스 페스티벌 포스터





공항에 나와서 처음 만난 포스터(자세히 찾아보면 태싯그룹 이름이..) 


공연 전날인 25일 공연할 장소들을 미리 둘러보았다. 오르후스 음악당은 규모가 예술의 전당을 연상케 했다. 이번에 태싯그룹은 세 번의 공연을 하는데 26일 오프닝 무대, 27일 단독공연, 28일에는 브륀 갤러리에서 마지막으로 공연을 한다.

공연할 음악당 두 곳과 브륀 갤러리가 있는 쇼핑센터를 둘러보고 이번 페스티벌을 주관하는 사무국에 가서 봉사자들을 만났다. 페스티벌 관계자들은 모두 친절하게 대해주며 편하게 해주었다. 

늦은 저녁에 공연 리허설이 시작되었다. 연주자들이 자리를 잡고 우선 조명 설치와 프로젝터 영상 테스트를 한다. 프로젝터 문제로 리허설이 늦게까지 진행된다. 이렇듯 테크놀로지를 기반으로 하는 공연은 언제나 마지막까지 긴장을 놓칠수가 없다. 다행히도 다음날 아침 프로젝터 문제는 해결되어 있었고, 순조롭게 사운드 체킹과 연주 리허설을 할 수 있었다. 

 

리허설


8월 26일 오르후스 페스티벌 오프닝 무대를 준비한다. 공연 전 로비에 나가니 한껏 드레스업을 한 나이드신 분들, 영화에서나 봄직한 귀족같은 자태를 뽐내는 사람들이 잔뜩 보인다. 아마도 오프닝 연주에 덴마크 왕세자와 왕세자비가 참석을 하고 공연을 도와준 스폰서들이 거의 모이는 자리이기 때문인듯 하다.

태싯그룹의 공연 전 철학자의 "Beautiful Mistakes"에 대한 짧은 발표가 있었다. 이번 페스티벌의 주제가 바로  "Beautiful Mistakes"인데 위트있으면서 재미있는 표어이다. 



  
 
오르후스 페스티벌 오프닝


태싯그룹의 오프닝 무대가 시작되었다. 항상 그렇듯이 <훈민정악>으로 공연이 시작된다. 

                                                                             
                                                                              훈민정악


훈민정악은 관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한데 관객이 모두 즐겁게 웃어주고 반응해주어서 연주자들도 긴장을 풀고 공연을 즐기기 시작한다. 또한 많은 오타가 생기는 훈민정악을 이번 페스티벌의 주제인 "Beautiful Mistakes"로 해석해주셨기를…특히 이번 공연은 초입 부분에서만 한글을 보여주고 대부분 한글이 아닌 영어로 진행이 되었다. 

이어진 <In C>. 이제는 많은 공연을 함께 해온 태싯그룹 멤버와 연주자들은 서로의 소리를 들으면서 연주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좀더 몰입하며 음악을 만들어 간다. 어쿠스틱 악기를 직접 연주하는 것은 아니지만 정해진 악구를 임의로 반복하며 컴퓨터의 필터와 볼륨조절만으로도 충분히 음악적인 표현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제는 더욱 노련해진 것 같은 태싯의 <In C>. 

문득 첫 태싯공연이 떠오른다. 쌈지스페이스에서의 공연때만 해도 영상 디자인이 지금처럼 계이름 타이포가 아닌 동그라미 모양을 기반으로 하였다. 지금은 매핑프로젝트를 이용해서 연주자들의 책상에서도 영상이 나오게 프로그래밍 되었다.


                                                                                
                                                                    In C



<Space>는 tacit.perform[1]부터 연주되기 시작했다. 인공생명 이론을 바탕으로 한 장재호 교수님의 작품에서 착안된 이 작품은 작년 송원갤러리에서는 전시작으로도 만들어졌었다. 공연버전에서는 소리가 생성되는 과정과 소멸되는 과정이 직관적으로 타이핑에 의해 보여지기 때문에 관객들은 마치 게임을 보듯 공연을 즐길수 있다. 이것은 또한 영화 "파이널 판타지"를 연상케하기도 한다. 게임이 영화화되었던 파이널판타지처럼 스페이스 또한 음의 생성, 소멸을 연주자들의 임의대로 즉흥적으로 조정하게끔 함으로써 마치 게임을 보는듯한 기분이 들게한다. 게다가 연주자가 다른 연주자의 소리를 'kill'할 수 있으니 더욱 게임스럽다. 게임은 태싯그룹의 퍼포먼스와 따로 떼어놓을 수 없는 분야이다. <Puzzle>과 <Game Over>는 게임의 대결구도를 더 표면화함으로써 관객들이 공연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해준다.

                                                                             
                                                                                 Space


 


이어진 <Puzzle 15>는 장재호 교수님과 가재발의 대결이다! 2개 이상의 퍼즐 조각들이 맞춰지면 좀 더 복잡한 조합의 음악이 연주되며 진행이 될수록 긴장도는 더 높아진다. 게임이 진행될수록 여러 개의 선율이 다양한 화성과 리듬을 만들어낸다. 게다가 연주자들의 얼굴이 여러 개의 퍼즐조각이 되어 그것을 맞추는 것을 보여주는데 음악과 영상의 인터랙션이 억지스럽지 않고 공연에 즐겁게 몰입하게 해준다. 또한 8비트의 귀여운 음악 또한 단순하면서 즐겁다.

 


                                                             
                                                                 Puzzle 15
 



오프닝 공연의 마지막은 역시 <Game Over>. 어떻게 보면 태싯그룹의 대표작품은 훈민정악과 게임오버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공연의 첫 프로그램을 훈민정악으로 열었다면 마지막 피날레는 게임오버로 장식한다. 전세계 남녀노소 즐길수 있는 테트리스에서 영감을 받은 이 작품은 각각의 연주자들이 함께 시작했던 이전의 프로그램들과는 다르게 퇴장 후 정해진 순서대로 입장해서 연주를 시작한다. 이렇게 될 경우 더욱 각 연주자가 맡은 소리를 들을 수가 있다. 처음에는 리드미컬한 베이스 소리로 시작해서 여섯 명의 연주자가 차례로 들어오면 본격적인 연주가 이루어진다. 하지만 이 작품의 포인트는 누가 게임을 더 잘하는가에 달린 것이 아니다. <훈민정악>이 자음과 모음에 소리를 생성하는 알고리듬을 심었다면 <게임오버>는 블럭이 쌓이는 좌표값에 의해 소리가 생성되기 때문에 연주자는 블럭을 최대한 없애는 본래의 게임법칙이 아닌, 블럭을 쌓아서 좋은 소리를 만들어야 하는 새로운 규칙을 적용해야 한다. 바로 이 지점들이 태싯그룹의 공연을 새롭고 신선하다고 느끼게 해주는 것이 아닐까? 기존의 규칙과 질서가 적용되는 것이 아닌, 새로운 규칙을 따라야하는… 그러나 보이는 영상은 추상적이거나 난해하지 않다. 재미있다. 심플하지만 심플하지 않고, 난해한 알고리즘 프로그래밍으로 만들어졌지만 보이는 결과물은 결코 난해하지 않다. 즉흥을 소재로 연주자들은 연주를 하고 있지만 어느 정도 예측가능한 범위 안에 있어서 난해하지 않고 편안하게 공연을 즐길 수가 있다. 바로 이런 지점들이 태싯이 전세계에서 그리고 다양한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는 이유가 아닐까?


28일 Bruuns gallery에서의 연주. <Game Over>의 덴마크 버전




26일 오르후스 페스티벌의 오프닝 공연 이후 27일 공연에는 쿠바의 예술대학 학생들을 비롯한 좀 더 젊은 관객층이 방문을 해주어 뜨거운 반응을 이끌었으며, 28일 Bruuns gallery에서의 마지막 연주로 태싯의 덴마크 연주일정은 끝이 났다. 29일에는 장재호 교수님과 가재발의 강연이 있었다. 자신들의 작품세계와 태싯그룹의 공연을 소개하는 시간이었다.

<tacit.perform> series를 통해 노이지한 전자음악 사운드와 인터랙티브한 영상의 조화를 꾀했던 태싯그룹이 12월에는 <tacit.sound[0]>을 계획하고 있다. 이번에는 좀 더 음악에 초점을 맞추어 공연을 한다고 하는데 어떤 시도와 실험을 통해 대중들에게 어필할지 기대가 된다. 



덴마크 공연 하이라이트 영상
 

tacit.perform[0]_20110826 @Aarhus Denmark from Tacit Group on Vim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