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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감각을 확장시키는 도구들 _aliceview

Ueber 2014. 2. 28. 22:03



   캐나다의 미디어 이론가이자 문화비평가인 마샬 맥루한(Marshall McLuhan)은 저서 <미디어의 이해>(1964)를 통해 '미디어는 인간의 확장'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책은 눈의 확장이다. 바퀴는 다리의 확장이다. 옷은 피부의 확장이며 전자 회로는 중추신경계통의 확장이다."라는 그의 말은 미디어가 인간의 심신을 확장할 뿐만 아니라, 그로 인해 확장된 인간의 감각이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측면을 예견한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유효함을 입증해왔다. 19세기 중엽에는 인쇄술의 발전으로 신문, 잡지 등의 인쇄매체가 대중매체로 영향력을 행사했다. 20세기에 걸쳐서는 송수신기술과 영상기술의 발전으로 TV, 라디오 등의 시청각매체가 대중의 이목을 확장시켰다. 21세기는 어떠한가? 인터넷과 스마트폰은 소셜플랫폼을 통하여 지각 가능한 범위를 더 확장시켰다. 그리고 지금, 세계 각지에선 우리의 지각을 더욱 확장시켜 줄 도구들이 개발되고 있다. 과연 이 도구들은 어떠한 방식으로 우리의 감각을 변화시킬까? 어떠한 방향으로 확장시켜 줄 것인가?






Google Glass


   이러한 도구 중에서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건 아무래도 구글의 제품인 구글 글래스 일 것이다. 이 기기가 주는 친숙함은 세계적인 IT기업인 구글에서 제작하고 있다는 것과 안경의 형태를 띠고 있기 때문이다. 안경이라는 형태는 확실히 기존의 웨어러블 디바이스들이 갖는 이질감이나 거부감을 줄여줄 수 있었다. 더군다나 안경은 우리의 시각을 확장시켜주는 원래의 역할에 충실하며 수족의 확장도구로써 자리매김해왔기 때문이다.


구글 글래스는 아날로그 매체인 안경의 전자적인 버전이다. 맥루한은 전기, 전자적인 매체의 등장으로 인해 인쇄매체라는 구텐베르크 은하계의 종말이 왔다고 이야기하였는데 이 기기는 인쇄매체에서 전자적인 매체로 넘어간 그 흐름의 최전선에 있는 도구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이런 기기답게 구글 글래스는 안경의 형태 속에 다양한 전자적 장치를 내포하고 있다. 카메라, GPS, 스피커, 마이크, 안구 감지센서가 들어가 있는 구글 글래스는 한마디로 헤드 마운티드 디스플레이(HMD)가 장착된 최신의 웨어러블 컴퓨터라고 할 수 있겠다. 




구글 글래스의 컨셉영상 




구글의 창립자 중 한 명인 세르게이 브린(Sergey Brin)이 설명하는 구글 글래스



   영상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사용자는 눈의 움직임, 터치, 음성 명령으로 구글 글래스와 상호작용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결과를 우측 상단의 디스플레이로 받아볼 수 있다. 이는 안경이 그러하였던 것처럼 우리의 시각을 확장시켜 주고 있다. 그런데 이 확장의 방점은 전자적인 가상세계가 아닌 현실에 찍혀 있다. 스마트폰 같은 기존의 IT기기들이 사람들을 인터넷, 가상의 온라인세계에 몰입하게 하는 데 집중을 하였다면 구글 글래스는 장착된 디스플레이를 통해 가상을 현실에 투사하는 증강현실에 초점을 맞췄다. 이로써 이 웨어러블 디바이스는 가상세계로 확장되었던 우리의 감각과 경험들을 현실로 끌어들여 오게 한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이야기할 수 있는 경험 중 하나는 바로 다른 문화를 접할 때의 상황이다. 정확히는 그 문화의 근간이 되는 언어를 마주하는 시점일 것이다. 우리는 보통 전자적인 기기에 의존하여 다른 언어를 이해해왔다. 행여나 타국어를 능숙하게 할 수 있는 사람이라도 학습을 하는 과정에서는 필시 이런 과정을 거쳤을 것이다. 즉 다른 언어를 인식하고 받아들일 때 인터넷에서 제공되는 번역 같은 전자적 어학 기능을 통하였다는 것이고, 그 문화 대한 인식은 번역하는 장치에 국한되어 현실과는 괴리가 존재하는, 분리된 형태로 인식되었다. 현실에서 경험되어지는 것이 아니라 매체를 통해 일차적으로 경험되어진 것이다. 그러나 구글 글래스는 이 일련의 과정들을 사용자의 시선에 담아내어 그 간극을 좁혔다. 




구글 글래스용 앱 워드 렌즈(Word Lens) 소개영상


   워드 렌즈는 구글 글래스에 장착된 카메라를 통하여 사용자의 시선에 있는 글자들을 실시간으로 인식하여 번역해준다. 심지어 오프라인에서도 번역할 수 있다고 한다. 이런 장점은 상황이나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사용자가 접하는 언어들을 번역해 줄 것이다. 이를 통해 기존에 우리가 겪었던 언어를 통한 문화의 장벽은 한층 더 허물어질 것이다. 하지만 이런 앱이 꼭 감각의 확장만을 가져왔다고 볼 수 있을까? 어쩌면 언어를 인지하고 해석하는 능력을 기기에 넘겨버리는 감각의 축소가 일어나진 않을까? 또 구글 글래스는 다른 문제를 야기시킬 수 있다. 글래스용 앱인 윙키는 사용자의 윙크를 감지하여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앱인데 이런 행위가 일반화된다면 어떻게 될 것 같은가? 아마도 상대에게 추파를 던지는 행위였던 윙크는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순간을 기억하고 싶어요.'라는 일반적이고도 반사적인 행위로 인식될 가능성이 있다. 기존의 감각과 경험들이 변하는, 왜곡되는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아직 구글 글래스가 상용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섣부르게 판단하는 건 시기상조라고 생각된다. 구글에서 일찍 GDK(Glass Development kit)를 공개하여 개발자들이 구글 글래스를 이용한 앱을 만들어 볼 수 있게 하였다곤 하지만 어디까지나 다수의 사람이 접해볼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즉 다양한 앱에 대한 니즈도 아직 발현되거나 실현된 게 아닐뿐더러, 그를 통한 폐해도 아직은 사회 전반에 모두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사회적인 문제는 지금의 스마트폰이 그러하였듯이 구글 글래스도 그 절차를 밟아갈 것이다. 더군다나 구글 글래스도 안드로이드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의 스마트폰에서 볼 수 있었던 단말의 확장이 구글 글래스에서도 보일 가능성이 크다. 물론 웨어러블 디바이스라는 특성과 터치, 안구 센서, 음성인식을 이용해 상호작용이 가능하다는 점은 서로가 시너지 효과를 내며 스마트폰 그 이상의 것을 보여줄 것이다.


우리는 머지않아 구글 글래스를 통해 말하고 듣고 보고 만지는 행위들을 통해 복합적이고 공감각적인 경험을 할 수 있을게 될 것이다. 하지만 안경이라는 형태를 띤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통해 기존의 경험이 가상에서 현실로, 독립적인 기기에서 신체로 이동했다고 한들 어디까지나 우리는 기기에 의존하고 있으며 기기를 통해 자신의 감각을 독점, 지배당할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구글 글래스용 앱 워드 렌즈 소개

http://www.etnews.com/news/international/2870609_1496.html


구글 글래스용 앱 윙키, 윙크를 하여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앱이다. 

http://www.ciokorea.com/news/16857


구글 글래스에 대한 지속적인 정보를 받아볼 수 있는 구글 글래스 구글플러스 페이지

https://plus.google.com/+GoogleGlass/posts


구글 글래스 공식 페이지

http://www.google.com/glass/start/






Oculus Rift


   구글 글래스가 현실에 투사되는 증강현실 기기라면 오큘러스 리프트는 가상현실에만 몰입하게 하는 헤드 마운티드 디스플레이(HMD)다. 오큘러스 리프트는 올해 여름을 기점으로 화질이 향상된 개발자 킷이 공개될 예정이고 연말에 정식 제품이 출시될 것이라고 한다.



오큘러스 리프트 소개 영상



오큘러스 리프트 체험 영상



   구글 글래스가 증강현실을 통해 현실에 초점을 맞췄다면 오히려 오큘러스 리프트는 컴퓨터 속의 가상현실에 사용자를 더욱 몰입시키는 데 집중하고 있다. 기존의 가상현실 게임 헤드셋과 다르게 110도의 시야각을 제공하며 최대 1,080p의 디스플레이 해상도를 지원하는 오큘러스 리프트는 우리가 이제까지 마주하던 단조로운 가상현실을 더욱 입체적이고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맥루한은 구텐베르크 은하계 즉, 인쇄매체에 대해 비판을 할 때 시각이라는 단일감각이 지배적으로 작용함에 따라 다른 감각들을 마비시킨다고 말했다. 오큘러스 리프트 역시 가상현실을 극대화하고 사용자를 몰입하게 함으로 시각이라는 감각을 지배적으로 행사한다. 그런데 오큘러스 리프트는 전혀 다른 결과를 보여준다. 영상에서 보이듯 오히려 이 기기는 시각을 통해 우리의 다른 감각들을 통제한다. 사용자들은 실제로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눈앞에 보이는 코스에 따라 균형을 잡으려고 휘청거리기도 하고 하강 코스에서 소리를 지르며 주저앉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는 시각의 극단적인 확장이 우리의 균형감각과 같은 신경을 통한 반응까지 좌우할 수 있다는 한 예일 것이다. 오큘러스 리프트는 시각으로 빚어진 가상세계에 사용자를 고립시켜서 다른 감각을 마비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감각을 확장, 전이시키는 복합적인 경험을 선사하는 차세대 매체가 될 것이다.


이러한 오큘러스 리프트의 가능성을 봐서일까, 게임업계에서는 누구라도 할 것 없이 오큘러스 리프트를 지원하려고 나서고 있다. 가상의 세계를 통해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는 최전선에 있는 게임들이 어찌 보면 우리가 근시일내에 접해볼 수 있는 최신의 컨텐츠일 것이다. 우리의 시지각을 더욱 극대화 시켜 줄 오큘러스 리프트와 상상력을 맘껏 녹여낼 수 있는 게임이라는 세계, 그리고 이 둘이 만나는 지점에서 우리의 감각이 얼마나 확장될 것이며 어떠한 경험을 할 수 있는지는 정말이지 기대되는 지점이 아닐까 싶다. 



오큘러스 리프트 공식 홈페이지

http://www.oculusvr.com/ko/






Leap Motion


   립모션은 USB에 연결하여 작동 가능한 작은 모션센싱 디바이스다. 립모션은 기존의 입력장치들과는 다르게 손과 손가락의 관절을 정밀하게 인식한다. 그리고 손가락의 움직임이나 손을 이용한 제스쳐들을 이용해 여러 가지 명령을 수행할 수 있도록 디자인되어있다. 현재 국내에선 12만 원에 판매되고 있다. 



립모션 소개 영상



립모션과 프로세싱(processing)을 연동한 영상, 손가락의 움직임을 감지하여 도형을 그려내고 있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나 볼 수 있었던 손을 이용한 디바이스 컨트롤이 립모션을 이용하여 가능하게 되었다. 립모션의 센서는 미세한 손가락의 움직임도 인식할 수 있어서 손만을 이용하여 컴퓨터로 그림을 그리거나 두개골을 조립하는 등의 섬세한 동작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물론 기존의 입력장치를 이용해서도 정밀한 컴퓨터 작업이 가능하다. 하지만 키보드, 마우스, 터치패드는 기기의 디자인 자체가 도구적 특성을 갖고 있어서 그 자체로 제약과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마우스나 터치패드는 x, y 좌표에 국한되어있고, 키보드는 버튼이 제한적인 디자인상의 한계를 가지고 있다. 그 기능으로서 잘 동작을 할 수 있는 만큼 그 한계가 명확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립모션은 제스쳐 인식과 손가락의 움직임을 이용해 더욱 다양한 상호작용이 가능하다. 그래서 입력장치 자체의 도구적 특성, 매체적 특성에 종속되지 않는다. 립모션은 도구로 한계지어지는 기존의 인터페이스에서 벗어나 인간 본연의 손동작으로 전자기기를 제어할 수 있도록 우리의 촉각을 확장한 것이다.


이런 점에서 HP는 립모션이 차세대 입력장치가 될 것이라고 내다본 것 같다. 크기가 작고 우리의 주된 입력 기관인 손을 감지한다는 이점을 활용해 이 기기가 내장된 노트북을 출시하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동작감지 기기는 애플의 앱스토어 같은 'airspace'라는 앱마켓을 지원한다. 이를 통하여 사용자들이 각종 립모션용 앱을 만들거나 다운로드 할 수 있는 만큼 확장 가능성이 크다는 점은 아무래도 이런 제품출시에 큰 장점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립모션은 여타 프로그램들과도 쉽게 연동할 수 있다. 간단한 인터페이스로 상호작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게임이나 유틸리티에도 주된 입력장치로 활용 가능하다. 또 우리의 주된 도구인 손을 즉각적으로 인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호작용성을 요구하는 미디어아트 작품에도 사용 사용될만하다. 머지않아 립모션을 사용한 작품을 통해 색다른 경험을 해볼 수 있기를 기대해봐도 좋을 것이다. 


HP, 세계 첫 동작인식 노트북 내달 출시

http://www.zdnet.co.kr/news/news_view.asp?artice_id=20130920105745&type=det


립모션 공식 페이지

http://www.leap-motion.kr/

https://www.leapmotion.com/






MYO

 

   마이오는 밴드 형태의 모션인식 입력 장치다. 마이오는 손가락과 팔의 움직임에 따른 근육의 변화를 감지하여 스무가지가 넘는 명령을 수행할 수 있으며 블루투스로 통신한다. 149달러에 선주문할 수 있으며 개발자 킷은 2014년 초, 정식발매는 2014년 중반에 배송될 예정이다.



마이오 소개영상



마이오 데모영상



마이오는 크게 세 가지 부분에서 다른 동작감지 센서들과 차별점을 지닌다. 신체에 직접 부착된 센서라는 점, 근육을 통하여 즉각적으로 반응할 수 있다는 점, 블루투스 통신을 통한 근거리 네트워크가 가능하다는 점인데 이런 장점들은 립모션이 기존의 입력장치들이 갖는 환경적 한계를 탈피하게 해준다. 지금까지는 입력을 통해 동작시키기 원하는 전자매체와 사용자 간의 거리가 하나의 환경적인 제약으로 작용했다. 아무래도 사용자의 동작을 감지하는 센서가 전자매체에 가까운 게 일반적이어서 센서의 위치가 한정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용자와 센서 간의 거리는 정밀도나 동작의 범위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사용자 역시 이용하고자 하는 전자매체, 센서주위를 크게 벗어날 수 없었다. 하지만 마이오는 신체에 부착된 밴드가 근육의 전자적인 신호를 즉각적으로 감지한다는 점에서 사용자와 센서 간의 거리가 갖는 환경적인 한계를 벗어났다. 그리고 이 기기는 블루투스 통신으로 센서와 전자매체 간의 근거리 네트워크가 가능하므로 사용자가 어떤 환경에서든 자유롭게 전자매체와 상호작용을 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이렇게 기존의 센서가 갖는 환경적인 범위를 확장하고 전자적인 매체와 인체 사이의 거리를 줄인 마이오는 우리가 기존에 도구들을 통해 수족을 연장하고 확장했던 방식에 큰 변화를 가져다줄 것이다. 동작 인식을 위해 구축된 환경에 종속적일 수밖에 없었던 지금까지의 상황에서 행위자가 중심이 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준 것뿐만 아니라 근육의 전자적인 신호를 감지 가능하다는 점은 우리의 감각을 더욱 기민하고 즉각적으로 확장해준다. 이런 동작 감지 방식과 반응 속도의 이점은 기존에 우리의 수족을 확장해 주었던 다른 전자매체와의 거리도 해소한다. 우리는 마이오를 통해 기존의 전자 매체들을 더욱 우리의 신체처럼 인식하게 될 것이다.


이런 변화는 우리가 전자매체, 도구들을 사용하면서 자신의 신체와 도구를 개별적으로 인지하는 것이 아닌 동일한 감각 선상에서 마주하게 한다. 매체가 행하던 행위를 이제는 우리의 수족이 행하는 것처럼 인식할 것이다.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도구와 신체의 긴밀감은 더욱 증가할 것이고 도구(신체)가 확장하는 것만큼 우리의 감각의 범위는 넓어질 것이다.



공식홈페이지

https://www.thalmic.com/en/myo/






   마샬 맥루한은 "미디어는 메시지다."라는 말을 통해 매체의 형식이 내용을 규정한다고 주장하였다. 그의 말로부터 반세기가 지난 지금, 매체는 사람의 생각과 경험을 결정하는 환경적인 요소로 작용하며 미디어가 메시지로 유효함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그때로부터 시간이 흐른 만큼이나 기술이 발전하는 주기는 나날이 줄어들고 있다. 그만큼, 지금은 맥루한이 상상하지도 못할 다양하고 편리한 매체들이 범람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매체들이 제공하는 환경적인 요소, 감각의 확장이 비단 긍정적인 측면만을 가져다주진 않을 것이다. 오히려 확장에 대한 반작용으로 사용자의 감각이 매체로 넘어가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매체와 신체가 긴밀해짐에 따라 우리는 우리의 감각을 매체로써 인식하게 될 것이다. 더군다나 이미 우리는 이런 현상을 겪고 있다. 어느샌가 우리는 전화번호를 암기하지 않게 되었다. 공중전화를 쓰던 시절만 해도 우리는 가족이나 연인, 친구의 번호를 기억했다. 하지만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지금은 어떠한가? 우리의 수족을 확장해준 스마트폰이 전화번호를 저장하고 있는 것이지만 사용자 스스로는 내가 번호를 기억하고 있다고 착각한다. 기억한다는 범위가 확장됨에 따라 기억한다는 우리의 행위를, 감각을 스마트폰이라는 매체에 넘겨준 것이다.

 

물론 아직은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사회에 정착해가는 과도기다. 다가올 미래에 우리가 체험하게 될 것들이 어떤 사회적인 현상을 야기할지 짐작하는 것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하지만 이럴수록 우리는 방점을 매체가 아닌 나의 중심에 찍어야 할 것이다.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은 소개한 도구들을 통한 경험이 아니라 이 경험들이 어디까지나 우리가 기기에 의존하고 있을 때 얻어진다는 것. 그리고 감각을 느끼는 주체가 매체가 아닌 우리 자신이라는 점을 항상 기억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