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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현대예술의 서사들: 할 포스터 Hal Foster <미술 스텍터클 문화정치>_book review

kunst11 2015. 2. 11. 19:46


거대한 현대예술의 서사들

<미술 스펙터클 문화정치 Recodings: Art, Spectacle, Cultural Politic>


할 포스터(Hal Foster)는 미술비평가이자 미술사학자이다. 미술이론이나 미술사를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이름일 것이다. 「미술 스펙타클 문화정치(원제 Recodings: Art, Spectacle, Cultural Politics, 1985)」는 할 포스터(Hal Foster)의 첫 번째 저서이다. 이 책에 실린 에세이들은 포스트모더니즘의 한계와 신화, 역사주의의 활용과 남용, 1970년대 후반에서 1980년대 초반까지의 미술과 건축이 미디어 스펙타클 및 제도 권력과 맺고 있는 관계, 아방가르드와 문화정치 일반의 변형에 관한 포스터의 주요관심사를 제시하고 있다. 포스터는 비평이란 하나의 문화적 실천으로서 차지하는 자리와 기능을 탐색해가고, 심리-사회적인 여타 재현들을 절합(articulation)해가는 과정이라 밝힌 바 있다. 이 책 역시 그러한 입장에 입각하여 하나의 이론서가 아닌 대부분 논쟁적인 토론의 와중에 착상되었음을 밝히고 있다. 그렇기때문에 우리는 현대미술에서 모더니즘이 무너지고 포스트모더니즘으로 넘어가는 역사적 시점의 생생한 기록을 이 책에서 목도할 수 있다.

  

 이 책의 1부에서는 당대 작품들의 구체적 언급이 많고, 아방가르드의 과거와 현재의 기능을 설명하는데, 그 시작을 모더니즘의 정의들에서 일어난 부패와 문화산업의 소비주의라는 견지에서 미술의 다원주의를 논의한다. 모더니즘의 후퇴와 문화 산업의 대대적인 약진이 동시대 서구의 미술가들의 새로운 조건으로 직면하고 있음을 지적하고, 낙서화 및 신표현주의를 포함하여 현대 미술의 새로운 양식들과 형상들이 팝 이미지들과 유형들로 복귀하는데 까지 이르는 현대 미술을 고찰한다.
   2부는 1부에서 얻은 통찰을 이론적이고 역사적인 방식으로 확장한다. 그 중심에는 (포스트)모던 논쟁이 있다. 포스터는 “포스트모더니즘”이 한낱 하나의 양식이거나 아니면 거대한 페러다임이 아니라, 후기 자본주의 시대의 문화를 시기화하는데 쓰이는 발견적 용어(heuristictrem)로 간주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한 두 가지 기본 입장(“포스트구조주의적” 그리고 “신보수주의적”)을 제시하면서, 이 두 입장은 문화정치학상으로 아주 대립적이지만 그럼에도 하나의 역사적 동일성을 드러낼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한 사회구성체와 정치적 이론 사이에서 일어나는 변화들이 미술에 어떠한 함의를 지니는지도 설명한다.

  



할 포스터는 1980년대 초반부터 미국에서 포스트모더니즘의 이론화에 주력했던 중심 인물이다. 1983년에 그가 편저한 『반미학 The Anti-Aesthetic: 포스트모던 문화론』은 모더니즘의 종말과 포스트모더니즘의 도래를 본격적으로 언급한 에세이 모음집으로서 이후 포스트모더니즘의 논쟁적 담론의 시작점을 알렸다. 후에 저서 실제의 귀환 The Return of the Real(1996)에서 주류 모더니즘을 다다와 같은 역사적 아방가르드, 팝 아트, 개념예술과 같은 전후 네오 아방가르드와 차별화시키며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한 논쟁을 좀 더 다듬고 확장시켰다. 특히 '축소된 형태의 미니멀아트가 포스트모더니티를 이끌어 낸 결정적 순간이었다'고 언급하면서 포스트모더니즘의 규정이 모더니즘의 규정에 달려 있음을 상기시킨바 있다. 결국 포스트모더니즘은 좁은 의미에서는 모더니즘과의 단절이지만, 넓은 의미에서는 모더니즘의 재구조화로도 볼 필요가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이러한 포스터의 입장은 프레드릭 제임슨(Fredric Jameson)[각주:1]이 주장했던 포스트모더니즘은 서사의 종말이 아니라는 것에 동의하는 듯 보인다. 그것은 가장 거대한 현대적 서사들, 자본주의의 역사의 새로운 장을 의미하는 것이다. 초반의 포스트모더니즘은 당대의 거대 서사인 모더니즘의 대항으로만 읽히기도 하였지만 형태와 규율을 넘어서까지 영향을 미치는 포스트모더니즘의 시도는 모든 방식에서 진보적인 것으로 간주되었다. 이러한 점은 아이러니하게도 모더니즘의 태생적 기획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 모더니즘 역시 진부한 것(전통)에 대한 대항과 극복으로 부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한 논쟁과 담론에 대한 이해를 위해서는 모더니즘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해보인다. 새로운 것도 스타일이 되면 진부해지기 마련이다. 결국 진부한 것이 된 한 때의 급진적이었던 제스처와 처음의 제스처의 관계 사이에서 할 포스터는 포스트모던의 나아갈 방향을 읽었을지도 모르겠다.


글. 정세라 [앨리스온 편집위원]



할 포스터 Hal Foster (1955 -)


미국 시애틀에서 태어난 포스트모더니즘 이론가이자 미술비평가이다. 1981년부터 87년까지 『아트 인 아메리카 Art in America』의 수석 편집자로, 1987년부터 91년까지 휘트니 미술관 독립프로그램의 비평 및 전시연구 부문 책임자로 활동했다. 1983년에 그가 편저한 『반미학The Anti-Aesthetic』은 모더니즘의 종말과 포스트모더니즘의 도래를 본격적으로 언급한 에세이로서 이후 포스트모더니즘의 이론화와 대중화에 크게 기여했다. 현재 프린스턴 대학교의 현대 미술사 교수로 재직 중이다.「옥토버(October)」지의 공동 편집자이며,「LA 타임스 북리뷰The Los Angeles Times Book Review」「뉴 레프트 리뷰The New Left Review」등에 논문과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강박적인 미 Compulsive Beauty』(1993),『실제의 귀환 The Reaturn of the Real』(1996),『디자인과 범죄 Design and Crime』(2002) 등의 저자이며,『반미학 The Anti-AEsthetic』(1983)과『동시대 문화에 대한 논의들 Descussions in Contemporary Culture』(1987)의 편자이다.




  1. 프레드릭 제임슨 (Fredric Jameson)은 예일대학에서 프랑스문학을 전공하고 사르트르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하버드대학, 캘리포니아대학, 예일대학 등을 거쳐 듀크대학 교수로 있다. 문학·음악·영화·건축 등 문화 전반에 걸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정통 맑스주의의 입장에서 포스트모더니즘 문화이론을 철학적으로 고찰해왔다.[wikipedia 참조]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