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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인 영상 문법의 확장 - 3D영화의 세계_aliceview

알 수 없는 사용자 2008. 4. 15. 20:22



1895년, 뤼미에르 형제가 '영화'를 상영한 이후 많은 시간에 걸쳐 '영상'은 변화되고 발전해 왔습니다. 물론 그 영상 문화의 발전 안에는 다양한 '영상 문법'이 작용했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겠죠.

글로써 접하게되는 문헌정보(文獻情報)의 경우, 지각에서 인지된 정보가 지성과 함께 두뇌로 응용/적용되어지는 사유(思惟)의 틀을 거치게 되는 원리를 가지고 있음으로, 그안(사유의 과정속에서)에서의 규칙과 원리들이 자연스레 생성되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땅의 다양한 언어들은 '문법'이라는 견고한 언어체계를 이용해 이론화(理論化)되어 글의 문맥을 이해하게되고, 분석되어질 수 있었던 것이지요.

그렇다면 '영상'의 경우에는 어떨까요? 흥미롭게도 영상의 경우에는 정보의 생성이 '지각에서 인지된 정보'가 '사유의 틀을 거치기 전'에 정보 수용자가 가지고 있던 '지성' 및 '감성'의 작용으로 새로운 정보를 도출하는 구조로 발생되곤 합니다. 즉, a+a=2a가 되어야 하는 규칙적 사고가 아닌 a+a=c로의 '변칙' 사고가 일어나게 된다는 것이지요. '모주킨 효과'(Mozzhukhin effect)로 대표되는 '몽타쥬 기법'을 예로 들면, 한 사람이 무표정으로 정면을 응시한 화면뒤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음식' 화면이 붙느냐, 아니면 '울고 있는 아이' 화면이 붙느냐에 따라 첫 장면 사람의 기분이 정의 된다는, 지극히 '감성'적이고 '무의식적 연속성'이 바로 영상 문법의 특징이라 할 수 있겠지요. 규칙화된 '문법적' 사고라면, 무표정인 'a'와 울고 있는 아이 얼굴 'a'가 각각의 단어로 인지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말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시각 예술의 경우 규칙적인 '이론화' 작업이 더욱 힘든것 일지도 모릅니다. 특히나 피사체가 쉴새없이 움직이는 동영상의 경우에는 더욱 그렇겠지요. 하지만 카메라의 시선을 기반으로 하여 풀어낼 수 있는 다양한 실제적 '영상 문법'은 여러가지 재미있는 결과로 이론화 되고 있습니다. 물론, 이 점도 제2의 요소인 '소리'에 의해서 또 다른 의미로 읽혀 질 수 있다는 제한적인 요소이긴 하지만요.



몇년 전에 방영되었던 드라마 '궁'의 한 장면 입니다. 일반적인 드라마와 달리 다양한 미장센을 활용했던 드라마로 기억되는데요,  위와 같은 극단적인 구도로 등장인물 보다 배경을 더욱 강조 시키고, 이를 두 인물의 병렬 구조로 배치해 별다른 대사나 나레이션 없이 두 인물이 처해진 상황과 정서를 '느끼게'해주고 있습니다.  (굳히 부연설명 하자면은 '궁'이라는 제한적 상황 안에 놓여진 두 주인공의 상대적 고립감..정도 랄까요)



위의 두 이미지는 대표적인 카메라 기법인 '부감'과 '앙각'의 경우지요. 무언가 압도적인 느낌을 등장인물이나 피사체에 주려 할때 쓰는 전통적인 방법으로, 영화 상에서 아직 등장하지 않은 '킹콩'의 위압감을 강조하기 위해 카메라의 시선을 아래에서 위로 올려찍은 '부감'샷(왼쪽)과 '우주전쟁'에서 보여진 외계인의 침공앞에 무기력하게 보이는 지구인을 강조하기 위한 '앙각'샷(오른쪽)의 비교입니다.

위와 같은 기존의 영상 문법은 어찌보면 기존의 '2차원 시각 예술'에서 파생된 것이 많습니다. 특히나 단일 장면(씬)에서 이루어지는 효과들은 기존의 회화에서 읽혀진 수많은 분석기호들과 일치한다고 할 수 있겠지요. 이 점은 바로 많은 사람들이 말하는 '시각 기호'로 영상분석을 하는 '한계점'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입니다. 앞으로 장면 자체에 대한 분석외에 '씬'과 '씬'이 붙여지고 충돌하는 가운데 보여지는 효과에 대한 연구가 더욱 진행되어지길 기대해 봅니다.



흥미로운 것은, 위에 언급한 '전통적인 영상 문법'에 큰 변화가 이루어 지고 있다는 것인데요. 바로 3D영상, 즉 입체 영화의 재조명과 함께 영상 문법의 새로운 국면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기존의 시각 예술이 x축과 y축의 2차원 기반에서 생성되어 지고 지각되어 졌다면, 입체영상은 x축과 y축 외에 'z'축 이라고 불리는 제3의 시점이 적용되어 지고 있다는 것이겠지요. 초기의 입체영화들이 어트렉션무비(Attraction movie)와 같은 자극적인 '놀이동산'용 영화였다는 것에 주목해 볼 때, 바로 이 'z'축은 인간의 시각을 가장 직접적으로 자극 할 수 있는 효과를 주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속도'나 '낙하', '근접'등 자극적인 요소들이 'z'축으로 구현될 때, 가상 현실화된 자극이 보다 직접적으로 관람객을 '몰입'하게한다는 것인데요. 극장에서 개봉되었던 입체 영화들 역시 이러한 '자극적 영화'가 많았습니다, 대표적으로 1991년에 제작되었던 나이트메어6(Freddy's Dead: The Final Nightmare) 와 같은 '입체 공포영화'의 경우 주인공인 프레디의 등장이나 추격 장면 등에서 관객을 깜짝깜짝 놀라게하는 도구로 쓰이곤 했죠. 관람객으로 하여금 극한의 공포감으로 몰고 가게 하는 효과를 위해서 말이지요.(물론 이 영화는 팬들에게서 조차 시리즈 최악의 평가를 받았습니다만..^^;;)



* 나이트메어6(Freddy's Dead: The Final Nightmare) 의 한장면. 이때의 입체영화는 대부분 빨간색과 파란색의 셀로판지로 된 안경을 쓰고 봐야 했다.

비교적 최근3D영화인 폴라익스프레스(The Polar Express, 2004)에서도 그 형편은 크게 나아지지 않습니다. 아동용 영화인 이 영화에서 나이트메어식의(?) 자극은 나타나지 않지만 마치 놀이 동산에 온듯한 실감형 장면-트렉위로 달리는 열차-이 여지없이 등장합니다. 이러한 소위 '청룡열차'장면은 이제 입체 영화의 '클리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네요. ^_^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러나 이제부터 살펴볼 '베오울프(Beowulf, 2007)'에서는 조금 사정이 달라집니다. 바로 'z'축의 사용이 '자극'에 집중되지 않고 '사사'의 흐름에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지요. 그 흔적이 보이는 몇몇 장면을 살펴 보겠습니다.



물론 베오울프에도 위와같은 전형적인 어트렉션형 장면이 나옵니다. 병사의 창끝이 베오울프의 눈동자로 다가오며 관람객도 같은 '자극'을 느기게 되죠. 이외에도 이러한 '단순 자극형' 장면은 자주 등장합니다. 사실 이 영화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장면은 후반부에 나오는 액션신에서의 'z'축 활용입니다. 동적인 화면 구성에 새로운 짜임을 보여주고 있죠. 그 장면에서 보여주는 박진감은 어트렉션 영상의 현 위치를 보여주는 듯 합니다.



흥미로운것은 위와 같은 서사형 장면입니다. 안젤리나 졸리가 연기한(그런데 이거 연기한..이 맞는 표현인지..^^)브렌델의 어머니가 베오울프를 유혹하는 장면입니다. 베오울프를 빙글빙글 돌며 그와 다른 괘적으로 그녀의 꼬리가 관람객의 머리 위로 지나가죠. 이로써 관람객은 베오울프와 동일한 선상에서 그의 기분을 느끼게 되죠.



전통적인 카메라 워킹도 'z'축이 활용되면 색다른 느낌이 됩니다. 전형적인 클로즈업 샷인 위의 장면은 베오울프와 대화하는 사람의 어깨위로 카메라가 통과하며 관람객의 시선이 대화자의 뒷쪽 시선에서 시작하여 바로 얼굴 옆에까지 진행되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연기자의 감정 몰입이나 감정 변화를 미묘하게 잡아낼때 쓰이곤 하는 '클로즈업' 기법의 진화입니다. 베오울프라는 캐릭터의 감정 증폭이 보다 폭발적으로 느껴지게 되죠.



부감샷 역시 본래의 기능을 넘어서는 도구로 사용됩니다. 위의 이미지를 단순히 평면으로 보면 시선의 주요 방향이 전체 구도에 집중되지만, 입체영화로 경험하게 되면 왼쪽 눈가에 가득 그렌델의 잘린 팔이 흐린 촛점으로 잡히게 됩니다. 흥겨운 축제의 모습이지만 무언가 불길한 상황이 다가옴을 직접적으로 느끼게 된다는 것입니다.



인물의 위대함을 보여주는 앙각샷 역시 그 기능이 증폭됩니다. 관람객은 마치 실제 그렌델의 사체 뒤에서 올려다 보는 경험을 하게 됨으로 상황에  대한 '호기심'에 더욱 몰입하게 되죠. 마치 공포영화를 손으로 가리고 보는 경험이라고 할까요?^^



왕의 군중 연설 장면입니다. 일반 군사의 시선(왼쪽 장면)으로 왕을 쳐다 볼때는 관람객의 시선에선 병사들이 관람객 좌우에 위치하게 되어 청중의 시선을 유지하게 되는 반면, 왕의 시선(오른쪽 장면)에서는 평면적으로 백성들을 표현함으로 철저하게 시선의 위계를 설정합니다. 이러한 시선 처리의 적극적인 도입이 과거의 어트렉션무비들이 지향했던 '실감체험'과는 확실히 진보된 입체영화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입체 영상이라는 효과를 단순히 '가상 현실'의 재현에 그치지 않고, 기존의 영상 문법을 증폭에 나가는 형태로 발전하고 있는 새로운 시대의 영상 문법은 단순한 '가상 현실'의 재현과는 또 다른 'a+a=c'를 만들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뤼미에르 형제가 상영했던 '기차역'의 상영 당시 벌어졌다던 유명한 에피소드 하나가 기억납니다. 카페 벽에 영사했던 기차 영상속에서 기차가 역으로 들어오자 카페에서 영화를 보던 모든 관람객들이 그 자리에서 도망했다는 이야기인데요. 오늘날의 입체 영화 발전과 더불어 묘한 동질감을 일으키는군요. 어쩌면 입체 영화 혹은 새로운 영상 문법의 확장은 원래 '영화'라는 매체가 가지고 있던 속성이 '드러나고'있는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 해봅니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