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이라는 말은 어원학적으로 ‘무르스murus’라는 라틴어에서 비롯되었다. 이는 도시의 울타리를 가리키며 넓은 의미로는 보호와 안전을 뜻한다. 그리고 고대 그리스어 ‘모이로스moiros’는 그리스의 세 여신인 ‘모이라이Moirai’라는 낱말과 비슷한데 운명의 손을 가지고 있어 인간의 생명줄을 잣기도 하고 끊기도 하는 역할을 하는 여신들을 지칭한다. 신화적 해석에 따르면 벽은 모성적 보호 울타리인 동시에 부성적 금지를 상징한다. 이러한 상징에서 볼 수 있듯이 벽은 양면적인 면모를 갖추고 있다. 우리를 보호해 주는 울타리이자 삶의 근원이기도하며 한편으로는 넘을 수 없는 장애물, 고립과 억압의 상징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또한 벽으로 인해 생기는 경계는 물질적으로나 정서적으로 안과 밖, 성聖과 속俗, 여기와 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