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report

YCAMPost #15_미디어를 만난 댄스. 그리고 YCAM이 준비하고 있는 2009년의 무대_world report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4. 22. 08:41



메즈라시이 키노코 무용단 しいキノコ舞踊団 Strange Kinoko Dance Company


1990일본대학예술학부에 다니던 이토 치에伊藤千枝、코야마 요코小山洋子、야마시타 미미코山下三味子가 결성한 댄스 컴퍼니로 모던 댄스와 발레라는 기술적인 완성도를 바탕으로, 아기자기하고 즐거운 춤들을 선보여 왔다. 극장이라는 틀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공간에서 관객들과 호흡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들을 하고 있기도 하다. 일본 국내외에서 여러 작품들을 공연했으며, 디자인이나 현대미술과 같은 다른 분야의 작가들과도 활발하게 교류하고 있다. 메즈라시이 키노코 무용단의 모든 작품은 이토 치에가 연출, 안무, 구성을 담당했는데, 무대뿐만 아니라, TV, 영화, 뮤직비디오, CM의 안무에 참여하기도 하는 등,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이번 비 오는 테이블The Rainy Table에서도 이토 치에가 모든 안무를 담당하였다.

 

plaplax


일상적인 사물들을 만지면 그림자에서 영상이 나타나기도 하고, 소리가 나기도 하는 인터랙티브 설치 작품들을 주로 발표해온 미디어 아트 그룹 minim++(치카모리 모토시近森 基와 쿠노 쿄코久納鏡子)와 인터랙션과 커뮤니케이션을 키워드로 새로운 미디어 기술을 연구하는 카케이 야스아키 康明가 중심이 되어 2002년 결성한 아트 그룹이다. 그림자, 냄새, 흔적, 목소리 등을 모티브로 하는 인터랙티브 작품들을 제작하여 일본 국내외에서 많은 관객들의 눈을 끌었다. 비 오는 테이블The Rainy Table에서는 영상과 무대의 인터랙티브 시스템 설계를 담당하였다.

 

타케시타 아키코 竹下暁子


2002년부터 2004년까지는 교토 예술 센터의 아트 코디네이터로서, 작가들의 레지던시를 담당하여 국내외의 비주얼 아트, 댄스, 연극, 사운드 아트 등 여러 장르의 아티스트와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 2005년부터는 교토 조형예술대학 무대예술 연구 센터에서 무대제작을 위하여 아메리카의 연출가 리처드 포어맨Richard Forman, 안무가 겸 댄서인 야마다 세츠코와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였다. YCAM에서는 2008 4월부터 시어터 프로듀서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미술 작품도, 책도, 공연도, 연극도 보는 사람의 마음 속에 어떤 생각이나 감정들이 일으키기 마련이다. 메즈라시이 키노코 무용단(이하 SKDC: Strange Kinoko Dance Company)과 미디어 아트 그룹 plaplax의 협업으로 탄생한 비 오는 테이블The Rainy Table을 보고 난 뒤에 느끼게 되는 감정은 분명히 유쾌함, 귀여움, 즐거움이 아닐까 싶다. 경쾌한 안무를 소개해 온 SKDC나 평범한 사물들로 동화적인 인터랙티브 설치 작품들을 만들어 온 plaplax의 기존 작품들을 생각해보면, 아마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르겠다.

 

이 작품은 YCAM 5주년 기념 공연 중 하나로 기획되어 미디어 아트의 요소를 가미한 컨템퍼러리 댄스 작품을 제작해보자는 의도에서 시작되었다. 강한 아날로그의 느낌 속에 미디어를 감춘 작품들을 선보였던 오오토모 히데요시의 작품 시리즈, 다양한 인터페이스에 대한 고찰로 인터페이스에 대한 미디어 아트 작가들의 상상력을 보여준 미니멈 인터페이스 전, 거리로 찾아간 미디어 아트 작품들이 돋보였던 유다 아트 프로젝트를 거쳐 YCAM 5주년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작품인 것이다.

 

비 오는 테이블 4-5분 가량의 무대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야기는 비 속에 놓여 있는 테이블에서 시작된다. 테이블에 앉아 있던 노란 옷을 입은 소녀는 모험을 떠나게 되고, 그 모험의 길동무로 말이 등장한다. 모험을 겪으면서 소녀는 조금씩 성장하게 되고, 다시 테이블로 돌아오는데, 그 여정이 때로는 즐겁고 밝게, 때로는 잔잔하게 펼쳐진다. 이 작품을 이끌어 가는 모티브는 테이블과 비, 그리고 말이다. SKDC의 이전 작품에도 종종 등장했던 테이블은 안무가 이토 치에에게 집, 가족, 사람들이 모이는 따뜻한 곳을 의미한다. 그리고 비는 자기가 의도적으로 하고 싶거나 되고 싶은 것과는 전혀 상관없이 여기저기서 일어나버리는 일들, 쏟아져 내려 그대로 맞을 수밖에 없는 것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그런 일들이 쏟아져 내려올 때, 우산을 써서 피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 마주보고 받아들이면 어떻게 될까? 라는 생각으로부터 작품이 시작되었다”(이토 치에)고 한다. 그래서 노란 옷의 소녀는 비가 오는 테이블을 떠나 모험을 겪고 돌아온 후에는 쏟아져 내리는 비 속에서 즐겁게 웃고 떠들게 되고, 비를 피하기 보다는 그대로 맞으면서, 조금 더 강해지고 성장한 모습을 보여준다. 말은 매우 즉흥적으로 떠오른 모티브라고 하는데, 소녀의 여정을 함께하는 길동무로 등장한다. “말과 함께 춤추고 싶다는 안무가의 제안으로 소녀의 그림자가 말이 되어 함께 춤추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그림자를 활용한 인터랙티브 작품을 선보여온 plaplax의 무대 연출이 돋보인다. 또 한가지 재미있는 점은 주인공인 노란 옷의 소녀를 연기하는 댄서가 계속 바뀐다는 것이다. 비 오는 테이블에는 SKDC의 댄서 6명이 참가하고 있는데, 장면마다 다른 댄서가 주인공을 연기한다. 이는 소녀 안에 있는 다양한 페르소나의 표현으로, 한 사람이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른 모습들을 보여주게 됨을 극적으로 잘 보여주고 있는 설정이 아닌가 싶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야기가 이어지면서 무대연출을 담당한 plaplax의 영상 작업과 인터랙티브 작업들도 점차 빛을 발한다. 비가 내리는 첫 장면이나, 말과 함께 춤추는 장면 이외에도 실시간으로 댄서들의 실루엣을 꽃으로 보여주기도 하고, 먼저 제작된 댄서들의 영상을 무대 위의 공연과 함께 연출하기도 하고, 무대 위의 오브제에 영상을 더해 또다른 모습을 띄게 하기도 하는 등, 무대를 다이나믹하게 변화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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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테이블의 음악은 버팔로도터Buffalo Daughter’라는 일본 락(?) 시부야케이(?)그룹의 오노 유미코大野由美子가 담당하였는데, 작품의 전체적인 아기자기한 분위기를 정교하게 표현하여 관객들의 귀를 집중시킨다.

 

비 오는 테이블 SKDC에게는 미디어 아티스트와의 첫 협업이었고, plaplax에게는 첫 무대 작업이었다. 작품제작 과정에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이 공연을 기획하고 진행한 YCAM의 시어터 담당 프로듀서 다케시타 아키코竹下暁子와 간단히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최초의 기획의도는 어떤 것이었는지?


매년 YCAM에서는 1,2점 정도의 작품을 제작하는데, SKDC에게 작품을 부탁하면서, 새로운 무대공연을 생각해주기를 부탁했다. 특히 YCAM에서 제작한다는 기회를 활용해,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공연을 만들어보자고 제안했다. 그래서 인터랙티브한 요소가 무대에 가미된 작품을 만들어보자는 아이디어가 나왔고, 전문적인 영상, 미디어 기술을 갖고 있는 미디어 아트 그룹 plaplax를 소개했다. 무대 작품 중에 영상이나 미디어 기술을 매력적으로 활용하는 작가들이 아직 드문데, SKDC 정도의 실력과 인지도(인기)를 갖춘 그룹이 새로운 시도를 한다면, 미디어를 활용해보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지 않을까 하는 바램도 있었다.

 

그렇다면 협업 과정은 어땠는지?


쉽지 않았다. ‘무대 작품을 해본 적이 없는 미디어 아티스트와 미디어를 이 정도 수준으로 써본 적이 없는 댄스 컴퍼니의 협업은 이렇게 힘들구나라고 생각했다.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영상이 잘 보이도록 하기 위해서는 조명을 어둡게 해야 하는데, 그러면 댄서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있고, 댄서가 무대 위에서 춤출 때 비춰질 영상을 먼저 만들고, 거기에 맞는 안무를 생각하고, 그 다음에 둘을 조정해야 한다는 점이 복잡했다. 그리고, 각자 다른 언어에 익숙해져 있어서, 서로의 의사를 어떻게 전달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 같았다. 예를 들어, plaplax 입장에서 댄서가 무대 위의 어딘가에서 어떤 움직임을 보여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싶을 때, 그것을 댄서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표현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것 같았고, SKDC의 입장에서도 영상이나 인터랙션에 대해서 그와 비슷했던 것 같다.

 

전통적인 공연이나 댄스 작품과 비교했을 때 어떤지?


준비하는 과정에 시간이 더 많이 필요하다. 기존의 댄스 작품의 경우에는, 댄서, 조명, 음향, 무대 담당 등 역할과 작업시간이 나누어져 있다. 각 역할에 맞게 시간을 분배하여 준비하면 되는데, 여기에 영상이나 인터랙션이 추가되면 과정이 복잡해진다. 이번처럼 댄스와 영상이 깊은 관련을 갖게 되면, 참가하는 아티스트와 스텝이 작품의 컨셉에 대해 공유해야 하는 것들도 더 많아진다.

 

비 오는 테이블을 제작하는 것은 참여한 모두에게 분명히 힘든 과정이었겠지만, 그 결과로 만들어진 작품은 더할 나위 없이 즐거운 것이었다. 기획자들이 의도한 것 이상으로 관객들과 다른 작가들에게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2009년의 YCAM


5주년을 맞은 YCAM 2008년은 여러 미디어 아트 전시와 공연들로 숨가쁘게 지나갔다. 또다른 5년을 시작하는 2009년의 기획에는 미디어 아트 설치 작품들보다는 공연 작품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어떤 무대 작품들을 기획하고 있는지, 기획자와 조금 더 자세히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다. 

 

올해에는 어떤 작품들을 준비하고 있는지?


2009년은 두 개의 테마로 구성될 것이다. 하나는 언어, 즉 텍스트를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에 대한 것이고, 또 하나는 거리나 클럽처럼 극장이 아닌 곳에서의 댄스문화와 극장의 관계에 대한 것이다. 이 두 개의 테마는 각각 연극과 댄스 작품들로 표현될 것이다. 연극 작품을 먼저 무대에 올릴 예정인데, 마레비토노카이マレビトの와 사진작가 사사오카笹岡啓子협업으로 신작을 제작할 것이다. 비 오는 테이블이 인터랙티브한 시스템을 도입한 공연이었던 것과 달리, 마레비토노카이의 작품에는 영상만을 무대에 비추어 영상의 본래 형태를 더 드러내보려 하고 있다. 영상을 활용한 공연을 보면, 어두워서 배우도 보이지 않고, 영상도 선명하게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마레비토노카이의 작품에서 영상이 좀더 많은 가능성을 품고 있다고 생각하고, 그런 부분들을 끌어낼 수 있었으면 한다. 문제는, 영상이나 미디어를 잘 소화해내기 위해서는 전문지식이나 경험이 있어야 하는데, 거기까지 익숙하게 할 수 있는 극단은 아직 없는 것 같다. 이번에는 사진작가의 작업을 연극과 함께 보여줄 계획인데, 어떻게 해야 흥미롭게 보여줄 수 있을 지에 대해서 인터랩Interlab 스텝들과 함께 고민하고 있다.

 

기획을 할 때, YCAM이 미디어 아트센터라는 사실을 많이 고려하게 되는지?


그렇다. 하지만, 공연을 통해 새로운 기술을 선보였다는 사실만으로 그 공연이 좋은 작품이라고 하는 것은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 이전에 예술적인 컨셉이 있거나, 뛰어난 연출이 있어 작품에 기술적인 부분들이 잘 녹아 들어 있어야 좋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미디어 기술의 발전으로 바뀌고 있는 커뮤니케이션이나 미디어 자체의 영향에 대한 의식이 있어야 의미 있는 작품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배경에서 마레비토노카이는 오랜 시간 동안 뛰어난 연극들을 무대에 올린 극단으로, 개념적으로도 기술적으로도 좋은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다.

 

그렇다면, 무대예술 장르 특히 연극인지, 댄스인지 - 에 따라 미디어를 활용하는 방식에 차이가 있는지?


댄스에서는 조명이나 배경의 일부로 쓰이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연극에서는 주로 영상의 형태로 미디어가 등장하는데, 전통적인 연극에서라면, 시간축이 다른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등장하는 경우들이 있는 것 같다. 예를 들어, 라이브로 연기하는 배우 뒤에 다큐멘터리나 인터뷰 영상을 보여주는 경우가 있다. 댄스에서는 조명이나 배경 색상으로 쓰이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후지모토 타카유키藤本隆行true에서도 영상이나 미디어는 조명으로 쓰이고 있는데, 몸의 움직임과 어우러져 그에 대비되어 나타날 때, 센서를 사용하거나 조명이 변화하는 것 등이 연극에 비해 표현하기 쉬운 것 같다. 연극에서 영상을 사용하는 것은 좀더 어려운 작업이라고 생각하고, 이야기를 보조하면서 지나치게 설명적으로 되어버리는 부분이 있어 조심스럽다.

 

babyQ의 댄스 공연도 보이는데, 여기에도 미디어가 많은 역할을 하는지?


이번에 공연을 하는 것은 히가시노 요코東野祥子의 댄스 컴퍼니 babyQ가 아니라, 클럽에서 춤추는 그녀의 또다른 페르소나 케무마키 요코コ이다. 공연에 영상은 등장할 것 같지만, ‘미디어라는 의미에서의 영상이라기보다는 VJ가 만들어내는 영상이다. 극장에서의 댄스가 연상시키는 높은 문턱이나 경직된 인상을 바꾸어보려는 시도에서 시작된 기획이고, 폭넓게 즐길 수 것으로서의 댄스를 보여주었으면 한다. 히가시노 요코는 다양한 분야와의 협업에 능한 작가이고, 즉흥 안무를 잘하는 댄서로, 다양한 음악인이나 VJ들과 즉흥 세션들을 보여주곤 한다. 히가시노 요코라는 뛰어난 안무가를 야마구치에 소개하고 싶고, 관객들까지 함께 즐기면서 참여할 수 있는 공연을 보이고 싶어 기획하게 되었다. 댄스는 극장뿐만 아니라, 거리, 클럽 등 다양한 곳들에 있는데, 이러한 다양한 춤의 공간들이 케무마키 요코를 통해 이어졌으면 좋겠다.

 

마레비토노카이는 좀더 구체적으로 어떤 연극을 보여줄지?


마레비토노카이는 실질적인 이야기가 있고 누군가가 주인공을 연기하는 사실주의적인 연극이 아니라, 추상성이 높은 연극들을 해왔다. 마레비토노카이를 한마디로 간단하게 설명하기는 어려운데, 극단을 이끌고 있는 각본가 겸 연출가 마츠다 마사타카松田正隆는 연극의 기성적인 면, 정해진 룰에 의해 진행되는 연극에 대해 회의적이다. 특히 사실주의적인 연극은 과거의 시점에서 이미 완성된 이야기를 배우들이 재현하는 것일 뿐이고, 연극이라는 형식으로 인해 배우와 관객 사이에 형성되어 있는 고정관념에 기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보다는 연극을 통해 과거에 있었으나 묻혀진 일, 죽은 사람들의 잃어버린 목소리, 기억과 같은 것을 배우의 몸으로 되살려내는 연극들을 연출해왔다. 이와 같은 흐름 속에서 이번 연극의 테마는 역사라는 것이 당시에 권력을 갖고 있던 사람들에 의해 기록되어 온 것이라는 데에서 출발한다. 살해당했거나, 전쟁에서 희생당한 사람들은 자신의 기억을 남길 수 없었을 텐데, 배우를 통해 이들에게 몸과 목소리를 돌려주어 자신의 이야기를 하게 되면 어떤 이야기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진다.

기존 작업 오토 다 페Auto da fe크립토그래프Cryptograph에서와 같이 이번 연극의 테마도 나가사키나 히로시마가 될 것이다. 좀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자면, 2차 세계대전 중에 한국에서 일본으로 끌려왔다가 원폭에 희생당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될 것이고, 이를 위한 리서치를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무대에서 전쟁이나 원폭이라는 과거의 일에 대해 항의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러한 과거를 섬세하게 드러내고, 성실하게 마주보고자 하는 것이다. 이 작품의 사진은 사사오카 테루코가 촬영하는데, 히로시마 출신 작가로서, 전형적인 피폭지의 모습으로 보여지는 히로시마가 아닌 다른 관점으로 히로시마를 사진에 담고 있는 작가이다. 공연에 사진이나 영상을 넣는 기술적인 부분들은 인터랩이 담당할 예정인데, 공연의 구체적인 구현은 아직 아이디어를 교환하면서 논의하고 있는 중이다. 스튜디오A를 본 마츠다가 관객을 무대로부터 멀리 떨어뜨려놓고 싶다는 제안을 해, 검토하고 있다. 그렇게 된다면, 굉장히 흥미로운 무대설정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

 

마레비토노카이의 마츠다 마사타카가 On the planet이라는 연극의 각본도 담당하고 있는데, 스토리의 차이 이외에 어떤 차이가 있을 것 같은가?


그렇다. 마츠다가 각본을 쓸 예정인데, 연출은 아베 하츠미阿部初美가 담당할 것이다. 같은 각본가의 작품이더라도 작품은 연출가의 재량에 따라 완전히 다른 모습을 띠게 되곤 한다. 그러한 차이를 보여주는 것이 매우 흥미로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환경문제에 대한 이야기가 될 것인데, 아베나 마츠다 모두 사회적인 시선이 강한 사람들이다. 그런데, 그러한 마츠다가 그러한 시선을 추상적으로 표현하는 데 반해, 아베의 작품들은 좀더 이해하기 쉽고 구체적이다. 이러한 차이를 지켜보는 것이 재미있을 것 같다.

 

일본의 미디어 아트를 보면서, 사회적인 진공상태에 있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는데, 연극의 사회참여적인 부분들을 접하게 되니 오히려 신선하게 와 닿는다. 초청 작품도 기획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이들은 어떤 작품들인지?


다른 두 작품은 사회참여적인 면과는 좀 거리가 있다. 여행과 그 녀석과 공주とあいつとお姫様는 이탈리아의 연출가 테레사 루드비코Teresa Ludvico의 어린이 대상 연극인데, 어린이 대상의 연극이기 때문에 흔히 활용하는 지나치게 구체적이거나, 유치한 장치들을 전혀 쓰지 않으면서 어린이들도 이해할 수 있는 세련된 장치들로 연극을 구성해가는 작품이다. 안데르센의 동화 길동무가 원작으로 지금 제작 중에 있다. 또 하나의 댄스 공연은 2008 5월에 초연된 그루포 데 루아Grupo de RuaH3인데, 브라질에서 스트리트 댄스로 유명한 9명을 모아 만든 작품이다. 28세의 젊은 안무가이자 연출가인 브루노 벨트라오Bruno Beltrão는 힙합 댄스와 컨템포러리 댄스를 모두 잘 이해하고 있으면서, 힙합 댄스의 요소들을 컨템포러리 댄스에 녹여 보여주거나, 컨템포러리 댄스의 실험적인 부분들을 힙합에서 시도하는 작품들을 보여주고 있다. 이 기획은 거리와 극장의 관계라는 테마 속에서 시작되었는데, 미국에서 시작되었지만, 더 이상 미국의 것이라고 할 수 없을 만큼 세계적으로 널리 퍼진 힙합 문화를 극장의 무대에 올림으로써, 거리가 극장에 들어온 모습을 보여주고자 한다. 히가시노 요코가 극장으로부터 거리로 나아가는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것과 개념적으로 대칭적인 공연으로 기획하고 있다.

 

역시나 또다시 흥미진진한 한 해가 될 것 같다. 이제 5주년이 지났으니, 새로운 5년을 마음 속에 그리고 있을 것 같다. 어떤 일들을 해나가고 싶은지?


앞서 이야기했던 두 가지를 해보고 싶다. 하나는 미디어를 써본 적이 없는 작가와 함께 작업하고 싶다는 것이다. 미디어를 도입하면서 고정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는 무대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 많은 작가들이 YCAM을 찾아와, 인터랩과 함께 하기도 하면서 미디어와 관련된 체험들을 하거나 여기에서만 가능한 것들을 시도해주었으면 좋겠다. 인터랩을 위해서도 많은 작가들이 오고가는 것이 경험의 폭을 넓히는 데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YCAM이 다양한 작가들, 미디어 아트 관련 기술자들 그리고 관객이 만나는 허브가 되기를 바란다. 또 하나는 기술 자체뿐만 아니라, 기술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부분을 중요시하고 싶은데,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 안에서 미디어라는 것을 분석적으로 바라보고, 그에 대한 미래상을 고민하면서 그것을 컨셉으로 삼고 있는 아티스트와 함께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