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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CAM Post #14 “최소한의 인터페이스minimum interface”에 대한 고민_world report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1. 21. 14:01


개관 후, 지난 5년 동안 YCAM은 지속적으로 ‘예술, 신체와 미디어’라는 주제를 다루었다. 뉴 미디어의 풍경 안에서 인간의 신체는 어떠한 새로운 표현의 국면을 맞이하게 될 것인가로부터, 뉴 미디어와 신체의 직접적인 관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관점에서 신체와 미디어의 관계에 접근해왔다. 5주년 기념 전시 시리즈의 마지막인 ‘미니멈 인터페이스minimum interface’전은 이 연장선상에서 신체와 미디어 사이에 반드시 생성될 수밖에 없는 접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전시는 YCAM에서는 흔하지 않은 그룹전으로, 작품과 관객 사이에서, 혹은 작품을 구성하는 미디어와 관객 사이에서 발생하는 상호작용과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다양한 인터페이스들을 펼쳐 보이고 있다. 특히 일상적으로 디지털 미디어를 사용할 때와는 다른 상호작용들을 유도하는 인터페이스들을 제시하면서, 최소한의 인터페이스, 즉, 주변 요소들을 제거한 인터페이스 자체에 주목하게 한다.


전시 안내문을 들고 로비에 들어서면, 하얗게 빛나는 테이블이 놓여 있다. on the fly(
http://kr.youtube.com/watch?v=QYCCPLiFjPg)라는 리딩엣지디자인LEADING EDGE DESIGN (이하 L.E.D.)의 전시 내비게이션 시스템이다. 손에 들고 있는 전시 안내문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으면, 시스템이 안내문을 인식하여 그 자체가 전시장을 안내하는 인터페이스가 된다. 안내문에는 16개의 구멍이 있는데, 손가락으로 구멍을 가리면 구멍으로부터 작품이 있는 방향으로 선이 뻗어나오면서, 작품의 위치와 작품에 대한 설명이 나타난다. 같은 공간에 있는 작품을 선택하고, 구멍으로부터 나온 선이 가리키는 방향을 바라보면, 선택한 작품 옆에 세워져 있는 설명판이 환하게 빛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전시안내문 한 장과 손가락만으로 관객은 전시되어 있는 작품들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도 있고, 안내문의 어느 면을 위로 놓느냐에 따라 같은 정보를 영어로 혹은 일어로 볼 수 있다. L.E.D는 소금쟁이 모양의 종이에 자성이 있는 바늘을 고정시켜 물에 띄워 놓은 떠다니는 나침반Floating Compass라는 작품도 선보이고 있다. 떠다니는 나침반의 움직임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주변의 자기장이 실체를 갖게 된다.


L.E.D.(LEADING EDGE DESIGN)는 1994년 세워진 일본의 디자인 회사로 이름처럼 첨단의 디자인을 선보여왔다. 이세이 미야케의 유명한 OVO시계로부터 도쿄 지하철의 수이카Suica 시스템(우리나라의 교통카드 시스템과 같다)과 치바공업대학 미래로봇기술 연구센터(fuRo)가 개발한 Halluc II 로봇의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L.E.D.의 디자인에는 경계가 없다. L.E.D.를 이끌고 있는 야마나카 슌지는 미래의 기술을 제안할 수 있는 사람으로서의 디자이너를 실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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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ADING EDGE DESIGN, on the fly(좌, 2008), Floating Compass(우, 2003)

 

단 로즈가르데Daan Roosegaarde의 리퀴드 스페이스 6.0Liquid Space 6.0(http://kr.youtube.com/watch?v=NBowlRsyjnE)는 인터랙티브한 설치 작품으로, 근섬유 같은 튜브들로 만들어진 오브제가 관객의 움직임에 따라 색, 소리, 형태가 변화하는 작품이다. 건축가이기도 한 작가는 우리의 환경 속에서 건축, 사람 그리고 디지털 기술의 관계에 관심을 가지면서, 디지털 기술로 인해 건축과 사람의 관계가 변화하고 있음에 주목한다. 유동적으로 환경의 변화에 반응하는 작품을 통해 상호작용성이 도입되었을 때 기존의 구조는 어떻게 변화할 수 있는지, 또 상호작용성으로 인해 가능한 새로운 구조는 무엇인지에 대한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있다.


단 로즈가르데Daan Roosegarde는 건축가로, 네덜란드의 로테르담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작가이다. 건축과 사람, 미디어의 관계성을 탐구하여 기술과 신체의 상호작용에 의한, 관객과 공공 공간의 교차를 작품으로 표현하고 있다. V2(네덜란드), 마이크로웨이브(홍콩) 등 국제적인 아트 페스티벌에 작품을 선보였고, 현재 아트랩 ‘스튜디오 로즈가르데Studio Roosegaarde’를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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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an Roosegaarde, Liquid Space 6.0, 2008

 

앨리스온의 칼럼에서도 소개된 바 있는 크리스 서그류Chris Sugrue의 미묘한 경계Delicate Boundaries(http://kr.youtube.com/watch?v=LC15sPRHY0E)는 벌레들이 살고 있는 스크린에 관객이 손을 대면, 스크린 속의 벌레들이 손을 따라 꼬물꼬물 기어나오는 작품이다. 대부분의 스크린 기반 인터랙티브 작품들에서 관객이 스크린 안에 실루엣으로 반영되거나, 스크린 앞에서의 특정한 행동들이 작품에 반영되었던 것에 비해, 스크린 상의 벌레가 손을 따라 물리적인 세계로 한발한발 나오는 모습은 관객이 스크린에 참여해야 했던 단계에서 나아가 스크린의 오브제들이 아날로그 세계로 나올 준비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크리스 서그류Chris Sugrue는 작가이자 프로그래머로, 국제적으로 유명한 작가와 함께 인터랙티브 설치 작품, 라이브 퍼포먼스 등의 소프트웨어 개발을 하고 있다. 린츠의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퓨처 랩future lab과 뉴욕 아이빔Eyebeam의 연구원을 지내고 현재는 ‘Casa de Velazquez’ 아티스트인레지던스Artist in Residence에 소속되어 마드리드에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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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ris Sugrue, Delicate Boundaries, 2007

 

로비에서 스튜디오B로 향하는 길에 있는 신치카SHINCHIKA의 작품, H2OrzJSCO도 현실과 가상의 경계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두 작품 모두, 실사 영상과 2D, 3D 애니메이션으로 구성되었는데,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가상의 사물들을 물리적인 형태로 제작하여 작품 주변에 설치해놓음으로써 작품을 스크린을 통해서뿐만 아니라, 실제적인 오브제로 경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전철과 같은 일상 속의 사물은 애니메이션 속에서 과장되고 왜곡되어 새로운 모습의 사물로 태어나고, 여기에 물리적인 형태를 부여하여 전시장이라는 현실 속의 공간에 가져다 놓음으로써, 가상과 현실이라는 두 세계의 경계에 놓여 있는 새로운 무언가를 제시한다. 직접적으로 ‘인터페이스’를 전면에 내세우고 실험하고 있는 다른 작품들과는 다른 방향으로 ‘인터페이스’를 다루고 있는 이 작품에 대해 작가들은 ‘디지털 오브제의 존재를 전제로 하고, 그 이후의 감성, 그러니까 현실과 가상의 오브제들이 오버랩되는 순간의 감성이 무엇일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YCAM Post#13에서도 소개했던 신치카는 그래픽, 영상, 작사, 작곡 등을 모두 제작하는 작가 그룹이다. 히사카도 츠요시 久門剛史, 후지노 요스케 藤野洋右, 후지키 린시로 藤木倫史, 요시카와 신페이 吉川辰平, 카츠무라 토키 勝村富貴 5명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 멤버의 기억이나 사는 곳 등 일상 속에서 찾게 되는 이미지들의 단편을 소재로 작품을 제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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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inchika, H2Orz, 2008

  

비요크Bjork의 볼타Volta 투어에 함께하면서 널리 알려진 리액테이블(혹은 리액터블)reacTable(http://kr.youtube.com/watch?v=8K4Zfb320Ic)은 세르지 호르다Sergi Jorda, 마르틴 칼텐브룬너Martin Kaltenbrunner, 귄터 가이거Günter Geiger, 마르코스 알론소Marcos Alonso의 공동작업으로 제작되었다. 리액테이블은 신디사이저의 개념을 반투명한 원형 테이블탑 위에 적용한 것으로, 음원이나 이펙터의 역할을 하는 모듈들을 올려놓고 음악을 연주하는 작품이다. 음원 모듈들은 고유의 소리를 가지며, 원 중심으로부터의 위치, 주위의 다른 음원이나 이펙터에 따라 변화하고, 이펙터 모듈들은 음원으로부터의 소리를 변형시킨다. 여기에는 여러 사람들이 동시에 참여하여, 함께 음악을 만들 수도 있는데, 남녀노소할 것 없이 전시장을 찾는 모든 관객들을 매료시키고 있었다. 관객들은 음악을 끊임없이 변화시키고, 누가 어떤 모듈로 음악을 만들더라도 제법 그럴싸한 음악이 나온다. 여기에서 리액테이블이 이러한 사운드 디바이스를 만들어보고자 하는 다른 시도들과 구별되지 않나 싶다.


바르셀로나에 있는 폼페우 파브라 대학의 오디오비주얼 연구소 내에 있는 뮤직 테크놀로지 그룹의 구성원 세르지 호르다Sergi Jorda, 마르틴 칼텐브룬너Martin Kaltenbrunner, 귄터 가이거Günter Geiger, 마르코스 알론소Marcos Alonso는 텐저블 악기나 모바일 디바이스를 위한 음악 어플리케이션과 같은 새로운 음악 인터페이스를 디자인하는데 연구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최근 아르스 일렉트로니카의 골든 니카를 수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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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rgi Jorda, Martin Kaltenbrunner, Günter Geiger, Marcos Alonso, reacTable, 2005-

 

피사계심도Depth of the Field – Processing Photography Blink Series에서 타카오 슌스케高尾俊介는 눈 깜박임으로 눈 앞의 사진이 전환되는 시스템을 보여준다. 시야를 모두 채우는 거대한 스크린에는 석회동굴의 사진이 펼쳐져 있고, 그 앞에 앉으면 눈을 깜빡일 때마다 새로운 풍경이 펼쳐진다. 작가는 눈과 카메라 셔터의 유사함으로부터 시작하여, 이러한 인터페이스를 고안했다고 한다. 보통 눈으로 어떤 상을 볼 때는 눈을 깜박이기 전과 후의 연속성을 전제로 지각하게 되는데, 눈을 깜박일 때마다 불연속적인 새로운 장면들이 나타나면서 지각에 있어서의 도전에 직면하게 된다. 바로 옆에는 같은 원리로 사진을 넘겨볼 수 있는 설치 작품이 있는데, 영상의 크기가 컴퓨터 스크린 정도로 작다. 이미지의 사이즈가 줄어들면서, 시야를 채우는 스크린에서의 압도적인 느낌은 줄어들지만, 눈을 깜박이면서 접하게 되는 새로운 장면들은 생소하다.


타카오 슌스케高尾俊介는 사진, 디지털 이미지를 컴퓨터에서 생성, 편집, 감독하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는 현시점에서 미디어 테크놀로지에 대한 고찰과 실험을 반복하면서, 다양한 형태로 작품을 발표하고 있다. 일출부터 일몰까지 일정한 규칙에 따라 촬영하고 편집한 사진영상작품 크롤Crawl시리즈, 블로그를 위한 소프트웨어 caplickr이 그런 작품들 중 하나이다. 현재는 감상하는 방법을 포함한 디지털 사진 시리즈 Processing Photography의 새로운 시리즈와 노트북에서 멀티 카메라로 촬영하는 소프트웨어를 구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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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尾俊介, Depth of the Field – Processing Photography Blink Series, 2008

 

쿠보타 아키히로久保田晃弘순수ф-추상회화적 인터페이스ф- Abstract Painterly Interface는 인간의 시각 시스템이 두 가지로 구성되어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하나는 시각을 통해 수용한 정보를 기억과 조합하여 정리, 기억하는 ‘지각시스템vision for perception’이고, 다른 하나는 실시간으로 신체의 움직임과 행위를 제어하는 ‘시각운동시스템vision for action’이라고 한다. 이 작품에서 주목하고 있는 것은 후자로, 추상적인 시각 오브젝트가 유도하는 신체의 반응과 그 반응으로 인해 변화하는 시각 오브젝트 사이에 반복적인 피드백 루프가 형성되는 것을 보여준다. 중요한 것은, 구체적인 어떤 이미지를 이해하고,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추상적인 이미지 앞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신체의 반응과 그 반응으로 인해 변화하는 이미지인 것이다.


쿠보타 아키히로久保田晃弘는  사운드 아티스트이자 소프트웨어 아티스트로, 컴퓨터와 실제 악기 등으로 만들어지는 음향영상 작품이나 공연을 제작하고 있고, 디지털, 알고리즘, 네트워크, 즉흥, 인터페이스 등에 대한 고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라이브 코딩과 자연어 컴퓨팅을 접목시킨 계산에 의해 가능해지는 인터랙션에 대해 탐구하고 있다. 최근, 인간의 지각과 신체를 배제한 인포메이션 아트(이산예술론)와 세포를 소재로 한 바이오 조형에 대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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保田晃弘, ф- Abstract Painterly Interface, 2008

 

카드 플레이Card Play는 재커리 리버만Zachary Lieberman 특유의 즐거움이 묻어나는 작품이다. 테오도어 왓슨Theodore Watson과의 협업으로 탄생한 이 작품은 52장의 트럼프 카드와 카드테이블 그리고 카드테이블의 모습과 가상의 오브제들이 만나게 되는 스크린으로 구성된다. 각 트럼프 카드에는 음이나 소리가 지정되어 있는데, 이를 카드 테이블에 놓으면 스크린에서는 테이블에 놓여 있는 카드들이 변하기도 하고, 빨간 고깔모자가 나타나 카드들을 징검다리 삼아 뛰어다니면서 음악을 만들어낸다. 예술 작품과 동시에 새로운 놀이를 끊임없이 제시하는 재커리 리버만의 성향이 묻어나는 작품이다.


미디어 아티스트, 프로그래머이면서 전시나 교육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재커리 리버만Zachary Lieberman은 놀이, 커뮤니케이션의 본질, 눈에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 사이의 미묘한 차이를 활용한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테오도어 왓슨Theodore Watson은 작가이자 디자이너이다. 호기심과 두근거리는 경험을 디자인하고자 하여 관객들에게 놀이의 즐거움을 상기시키는 작품들을 제작하고 있다. 예술적인 표현을 위한 새로운 툴, 실험적인 암악 시스템, 신체를 활용한 몰입을 유도하는 인터랙티브 환경의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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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achary Lieberman, Theodore Watson, Card Play, 2008

 

8그룹의 작가들과 12개의 작품들을 통해 ‘미니멈 인터페이스’전은 예술과 디자인이 상상하는 인터페이스들을 다양하게 보여주고 있다. 인터페이스 자체의 본질이라는 측면에서, ‘최소한’의 인터페이스가 무엇일지에 대해 여러 켜에 걸쳐 생각해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단순한 즐거움을 위해 놀이를 찾아온 관객에게도, ‘미니멈 인터페이스’라는 제목을 보고, 인터페이스에 대한 고민해보고 싶은 관객에게도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게 하는 다양한 깊이가 돋보이는 흥미로운 전시다.

  

참고링크:

minimum interface          http://minimum.ycam.jp/

L.E.D.                          http://www.lleedd.com/

Daan Roosegaarde         http://www.studioroosegaarde.net/

Chris Sugure                     http://csugrue.com/

Shinchika                     http://www.eonet.ne.jp/shinchika/

reacTable                     http://mtg.upf.es/reactable/

타카오 슌스케                http://cenkhor.org

쿠보타 아키히로             http://homepage2.nifty.com/~bota/

Zachary Lieberman          http://www.thesystemis.com/

Theodore Watson           http://muonic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