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미디어아트 전시

편안하고 쉬운 접근 - <네 개의 얼굴>전_exhibition review

aliceon 2010. 3. 8. 17:02


올해 서울은 미디어 아트 비엔날레가 열리는 해이며, 또한 각종 미디어 관련 행사들이 앞다투어 대중들 앞에 모습을 보이는 해이기도 하다. 작년에 이어 수많은 미디어 설치물들이 서울 도심을 수놓는 가운데 서울 안의 미디어 아트의 모습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채널 중 하나인 한빛 미디어 거리의 한빛 미디어 갤러리에서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전시 <네 개의 얼굴>전이 열렸다.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미디어 아트는 다음과 같이 인식되는 듯 하다. 기술(technology)를 사용하는 예술작품. 실제로 강남대로의 미디어 폴, 그리고 앞서 언급한 한빛 미디어 거리 등의 도심 내 미디어 설치 행사나 인다프(indaf), 국립현대미술관과 서울시립 미술관, 코리아나 미술관 등 대형 기관에서 진행된 미디어 관련 전시에서 보여진 대부분의 전시는 기술을 이용한 번쩍번쩍 거리거나 관객이 접근했을 때 무언가 반응을 보이는 그러한 예시들이었다. <네 개의 얼굴>전 역시 그러한 일반적인 이해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작업들이 소개된 전시이다. 특히 '어린이'를 주 관람객으로 목표한 만큼 무난한 접근은 필수적이었을 것이다. 즉 명확한 대상층이 제시된 주문형 전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명확한 목표는 확실한 관객층을 확보할 수 있는 반면, 표현반경의 제한을 불러올 수 있다. 그리고 이 목표를 위한 인터페이스이자 전시가 가진 제한은 바로 유희성과 상호작용성이라 부르는 특성이다.




전시장 내부에 들어서자마자 그 존재감을 드리우는 것은 본 기획전의 메인 작업이 아닌 상설전 콜렉션들이다. <디지털 병풍(오동훈)>은 근래 삼성의 마케팅과 작업 스스로가 지닌 친숙함에 많이 알려진 이이남 작가의 작업을 쉽게 떠올리게 하며 <Lighting Talk(이상진)>은 사람들이 바로 '미디어 작품이다' 라고 납득할 LED로 가득 찬 독특한 공간 체험을 제공한다. 작업그룹 Oasis의 <DIgital Pond>와 양민하 작가의 <디지털 모자이크>는 각각 관객이 참여해 조작하는 움직임에 반응하는 상호작용적 체험을 보여준다. 특별한 구분없이 관람객들에게 선보인 상설전의 작업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미디어 작품의 모습 그 자체로서 이를 통해 친숙함과 신기함을 동시에 획득하려는 시도였을 것이다. 이어 바로 이어 기획전 본연의 작업들이 녹아든다.



Face Cube, Tangible interactive Media Art, 2010
이유진, 이진 정혜원, 최옥영(이화여대/텐져블 앤 모바일 랩), 엄태영, 방찬영, 이성관 (한양대 가상현실 연구실)



Face Ball, interactive installation, 2010
이승아(이화여대 텐져블 앤 모바일 랩), 곽재호, 박송림(한양대 영상공학연구실)



Singing Fruit, ineractive installation, 2010
박소윤, 성수빈, 안지연, 최진실(이화여대 텐져블 앤 모바일 랩), 김경재, 서재범, 허선주, 정태호(한양대 신호처리 및 제어연구실)


<Face Cube>는 설치된 커다란 프로젝션 테이블 위에 비치된 주사위를 굴리면 주사위의 각 면에 해당하는 색상에 대한 정보에 반응하여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하여 각각의 애니메이션으로 표현된다. <Babble Babble>은 예전 동명의(Babble Bobble)게임 주인공처럼 생긴 귀여운 캐릭터들이 배치되어 관객의 손짓에 반응하여 텁텁 입을 여닫으며 사람들의 시선을 모은다. <Face Ball>은 일종의 게임으로 선보여졌다. 관람자의 얼굴을 촬영한 데이터를 통해 가상행성 캐릭터를 만들고 기존 게임의 콘솔 인터페이스가 아닌 소리라는 입력 데이터를 통해 조작하고 임무를 수행하는 게임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작업인 <Singing Fruit>는 가만히 손을 가져대면 난 입력받을 준비가 되었어요라고 외치는 빛나는 열매에 말을 건네고 흔들면 그 건낸 말이나 소리가 변형되어 다시 들리게 되는 믹서 형식의 설치물이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본 기획전의 내용은, 특히 '어린이 테마 기획전'이라는 명칭 하에서 눈높이를 낮추어 관람자들에게 건네는 모습은 반응성에 바탕한 유희적 접근이다. 하지만 이러한 반응과 유희라는 특성은 상용 게임계에서 적극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직접적, 적극적 몰입에 대한 연구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너무 쉽게 유희성이라는 모습에 접근하지 않았나라는 우려를 자아낸다. 좀 더 나아가지 못하고 일반적인 단어의 의미에서만 멈춘 듯한 모습을 보인다. 이는 과거 미디어 아트에 대한 오해를 불러 일으킨 모습 중 하나이기도 하다. 특히 상호작용성(interactivity)는 표면적 특성에 머물며 실험에 그치는 이전의 실험적 모습을 답습하는것은 아닌가 라는 우려를 불러 일으켰다.

이번 전시를 요약하자면 재미있는 소통, 그리고 다가서기 쉬운 미디어 아트일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유희성이 존재한다. 하지만 그 특성에 대한 고민이 잘 드러나지 못했다는 점이 아쉽다. 예컨데 <Face Cube>가 지니고 있는 굉장히 다양한 패턴과 이를 조합하여 만들어 나갈 수 있는 다양한 이야기라는 장점이 발현되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또한 아이들을 위한 기획전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소재 이상의, 아이들을 보다 친숙하게 다가올 수 있도록 유도하고 전시 전체를 보다 의미있게 체험하고 전달하기 위한 프로그램이 드러나지 않았다는 점 역시 아쉽게 다가왔다.

한빛 미디어 갤러리 내에서 이화여대 텐져블 앤 모바일 랩(Tangible and Mobile Lab)과 한양대학교의 가상현실 연구실, 영상공학 연구실 등의 여러 팀들이 모여 협업을 통해 구현해 낸 작업은 분명 의미를 지닌다. 2년의 프로젝트 기간, 다양한 그룹간의 협업, 그리고 그를 통해 이루어낼 구현 플랫폼의 개발이라는 목표를 볼 때 이제 막 시작 시점일 것이다. 미디어 아트라는 말이 일반화 되었듯, 협업이라는 말 역시 이제는 더 이상 특별한 말이 아니게 되었다. 서로 다른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서 무언가를 만들어 나간다는 것이 막연한 느낌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고 기대 이상의 높은 난이도를 지닌다는 점 역시 피부에 와닿게 알려졌다. 이번 <네 개의 얼굴>전이 전시의 완성도를 떠나 하나의 본격적인 모델 만들기라는 모습의 시작단계이며, 한빛 미디어 갤러리와 입주한 운영, 기획팀들이 한 흐름을 완주하고 하나의 사례로서 선보일 수 있기를 기대한다.

글. 허대찬(aliceon editor)

글. 허대찬(앨리스온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