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세이션이라는 주제나 방식은 현대 예술에서 많은 시도가 이루어진 사용되어온 방식이다. 이미 소를 절단한다던가, 코끼리 똥을 사용하여 성모 마리아를 그리는 등 자극적 시도들을
하지만, 센세이션들에 익숙해진 관객이 이를 직접 경험하기란 쉽지 않다.
현재 뉴욕의 현대미술관 (Museum of Modern Art, New York)에서 진행되고 있는 “마리나 아브라모비치: 아티스트는 현존한다” 전시는 많은 의미에서 충격적이다. 전시 제목이 말해주듯, 작가는 3개월이라는 전시 기간 내 오프닝 시간 동안 2층의 로비에 작은 테이블을 앞에 두고 앉아 있다. 원하는 관객은 누구나 작가와 맞은편에 원하는 시간만큼 침묵 속에서 아브라모비치의 눈을 바라보며 일종의 에너지를 교류한다. 어떤 이는 한번에 3시간씩 앉기도 하고, 어떤 이는 매일 일정 시간에 작가와 앉기 위해 미술관을 찾는다.
미술관의 6층에 위치한 전시관에서 아브라모비치의 퍼포먼스 워크샵에 참여한 아티스트들이 작가의 이전 작품을 전시 내내 라이브 퍼포먼스로 재현한다. 이들은 전시장 안의 조각처럼 존재하는 듯하다. 작가는 퍼포먼스란 언제나 현재로 행해질 데에만 실재한다고 말한다. 기록물들은 실재가 아니며, 실재는 그 현장에서 일어난다. 관객은 이러한 순간을 기억한다. 이 점에서 70년대 퍼포먼스 아티스트와 구별된다. 과거에는 퍼포먼스 기록물들만으로 남긴 채, 이를 재현해 내는 방식을 고려하지 않았다. 본 전시는 다른 아티스트를 통해 과거 퍼포먼스를 재현함으로써, 이 또한 그만의 독자적 생명을 갖는다.
그런데 이 누드로 재현된 몸들은 관능적이거나 심지어는 선정적이다. 필자는 한 아티스트가 해골을 자신의 누드로 된 몸 위에 두는 퍼포먼스를 행하며 우는 것을 목격한 바 있다. 이는 연극과 퍼포먼스의 차이에서 기인한다. 누군가 다른 이를 반복적으로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퍼포먼스는 실재를 드러내며, 여기에 그만의 독자적 메커니즘이 존재한다. 아브라모비치 특유의 연극적 재현 속에서도, 각각의 퍼포머들은 자기 자신으로서 존재하며, 누군가를 ‘연기’하지 않기에 충격적이다.
유고슬라비아에서 출생한 마리나 아브라모비치는 베오그라드에서 회화를 공부하고, 60년대 후반부터 퍼포먼스를 통한 예술적 실험을 시작한다. 1973년 작가는 <리듬 10 (Rhythm 10)>이라는 첫 퍼포먼스 작업에서 손가락을 벌리고 그 사이를 칼로 찍는다. 의식과 제스쳐에 관한 관심, 페미니즘적 태도와 발칸 지역에 대한 연구는 지속적으로 작품에서 발견된다. 1976년 독일 아티스트인 울라이 (Ulay)를 만나며 연인이자 동료로서 약 12년간의 작품생활을 함께 한다. 본 전시에서 이들의 초기 50여점의 작품들이 비디오, 설치, 사진, 퍼포먼스의 형태로 함께 전시된다. 1988년에 마지막 퍼포먼스인 만리장성을 각각 반대쪽 끝에서 걷기 시작하여 중간에서 만남으로써 그들의 관계는 끝난다.
본 전시는 뉴욕 현대미술관에서 처음으로 열린 퍼포먼스 아티스트의 개인전이다. 비물질적 퍼포먼스 아트가 모더니즘을 대표하는 미술관에 다다르게 되는데 50여년이 걸린 것이다. 관광객을 현혹하고자 인기를 노린 선정성, 혹은 퍼포먼스 아트를 ‘전시’의 형태로 해석한 첫 시도라는 대립적 평가를 받는 본 전시에서 마리나 아브라모비치는 자신의 40여년 작품 생활을 자신감 있게 소개한다. 미술관 안에서 라이브로 재-창조되는 신체들, 이를 행했던 낡은 기록물들이 섞여서 비물질적 퍼포먼스를 어떠한 방식으로 ‘전시’하는가, 어떠한 방식으로 ‘아카이브’하는가에 관한 질문을 던진다.
양지윤, 독립 큐레이터 jiyoonyang08@gmail.com
작가 인터뷰 동영상
http://www.moma.org/interactives/exhibitions/2010/marinaabramovic/marina_exhibition.html
퍼포먼스 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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