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미디어아트 전시

국립중앙도서관 디지털도서관 개관 1주년 기념 디지털아트전_아트@디브러리展_exhibition review

비회원 2010. 7. 6. 15:51

오늘날, 정보처리 기반이 디지털에 의존하는 비율이 늘고 있고 디지털 정보자원을 제공하는 성격과 위상이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 발맞추어 국립중앙도서관은 7년간의 준비 끝에 국립디지털도서관이라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완성시켰다. 전 세계의 고품질 지식정보 포털 서비스와 디지털지식 이용공간이 공존하는 통합형 유비쿼터스 도서관을 구축하여 디지털 공간, 시설, 서비스 전략이 이용자의 새로운 정보요구 만족에 맞춰진, ‘디지털(Digital)’과 ‘라이브러리(Library)’가 만난 책 없는 도서관인 ‘디브러리(Dibrary)’. 이곳의 개관 1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디지털아트전 『아트@디브러리(art@dibrary)』가 지금 한창 진행 중이다.

국립중앙도서관 오른편 지하에 ‘디지털도서관’이라는 컨셉과 어울리는 세련된 통유리 건물의 정문(B3층)을 들어서면, 제일 먼저 로비의 한 전시물이 눈에 띤다. 디지털 화원의 모습을 표현한 ‘지식의 뜰’은 센서를 통해 사람을 인식하여 반응하는 인터랙티브한 매체로, 미래지향적이면서도 친근한, 유비쿼터스 세상을 상징한다.
지하3층 로비에는 이렇게 지식의 뜰부터 시작하여 디지털신문대, 다국어정보실 등의 최첨단 시설물들이 마련되어있다. 그 뒤로 보이는 벽면에 설치된, 46인치 DID패널 32개로 이루어진 광예술판에는 현재 류호열의 <하루>, 박준범의 <퍼즐3-03>, <퍼즐3-05>, 한계륜의 <프롬라잇투레픗 fromrighttoleft> 영상이 반복적으로 재생되고 있는데, 이것이 내가 처음 맞닥뜨린 이번 전시작품이다. 이 영상을 한참동안 올려다본 뒤 왼쪽으로 발길을 돌리면 백남준의 <로그인을 할수록…>이 눈에 들어온다. 1993년에 제작된 백남준의 작품을 바라보며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세계에 대한 그의 예지능력에 다시 한 번 감탄하며 갤러리로 향한다.

『아트@디브러리』展은 디지털도서관 B1, B2, B3층 곳곳에 디지털아티스트 20여명의 작품이 설치된 전시로, 내가 인상 깊게 본 몇몇 작품을 위주로 소개할까 한다.

로비에서 최첨단의 시설들에 넋을 잃었던 이유에서일까, 이번 전시에 대한 기대를 더 부풀려 성큼성큼 갤러리로 들어서려는 순간, 다시금 내 발목을 잡던 김형기의 <광주인>. 수천 개의 LED전구로 2m높이의 얼굴을 표현하여 갖가지 윤곽과 표정을 만들어낸다. 눈을 떴다 감았다하는 오브제를 통해 관객은 그 표정이 광원으로 재현되는 허구란 사실을 잠깐 잊고 그것과 시선을 맞추려는 시도를 하게 된다.


<광주인>과의 소통 후, 갤러리에 들어서자마자 보게 되는 이현진의 <물수제비 던지기>는 관객이 직접 참여하는 인터랙티브 아트였기 때문인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위리모트(Wiiremote)를 쥐고 벽에 프로젝션되어 있는 잔잔한 호수의 이미지를 향해 돌을 던지는 자세를 취하면 가상의 돌이 호수 위에서 물수제비를 만들어낸다. 관객의 참여가 있어야 비로소 완성이 되는 이 작품을 통해 관객은 어렸을 때 물수제비를 던지던 기억을 떠올리며 가상공간에서 똑같이 행위를 취하게 되는데, 이로써 스크린은 이미지와 현실, 보이지 않는 상상과 보이는 영상을 매개하는 스스로의 역할을 완수하게 된다.


그 옆으로 몇 작품들을 쭉 살펴본 뒤, 헤드폰이 놓인 터치테이블에 다가갔다. 드로잉과 비디오를 접목한 애니메이션 작품인 릴릴의 <고요한 항해>. 최근 천안함 사건을 떠올리는 백령도 이미지로 인해 조금 더 각별한 감동으로 바라보게 되는 작품이다.

<디지털 북 프로젝트>로 오브제, 영상, 설치, 사진 등 다양한 방식으로 책에 담긴 상상의 공간, 축적된 경험 또는 기억의 공간을 새롭게 보여주는 강애란의 <텍스트의 공간>시리즈, 이 세 작품에서 나는 또 한번 빠져들었다. 작가는 렌티큘러 기법으로 다양한 공간이 겹쳐지고 새롭게 열리는 독서의 현실을 시각화하였는데, 겹겹이 담겨진 이미지들은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 변화한다. 하지만 이것은 관객의 시선이 변하는 것이지, 작품 자체는 변하지 않는, 영상작품과는 또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제, 다시 갤러리 입구 쪽으로 돌아와, 마지막작품 이광기의 <확률>앞에 선다. 2010년 개인전 『내가 너를 어찌 키웠는데』에서 이론적으로 잘 살게 될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지만, 그 미래가 과연 생각처럼 돌아올 확률은 실제 얼마나 되겠냐는 질문으로 설치된 <확률>은 각 모니터에 5초에서 10여초 사이동안 손뼉을 치는 손이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언젠가는 모든 모니터에 손이 동시에 나와 힘 있는 박수 소리를 낼 법도 한데, 실제 확률은 그렇지 못하다.


 B2층으로 올라가면 미디어자료 이용실, 세미나실, 맞춤형TV시청실, 디지털열람실, 스튜디오 등 매우 다양한 서비스 공간들에 제법 많은 이용자들로 북적댄다. 그 한쪽 벽면 스크린에 상영되고 있는 김희선의 <시간 장치>와 이광기의 <시간>. 시계바늘이 어지럽게 돌아가기도 하고 시계전체가 같이 돌거나 공백 상태가 되기도 하는 김희선이 <시간장치>를 바라보며 관객은 각자의 마음 속 시계와 대입시키게 된다. 이광기의 <시간>은 큰 바늘이 아무리 위협적인 속도로 화면을 가로질러도 작은 바늘과 마찬가지로 1분에 360도 밖에 돌 수 없다는 사실을 알려주면서, 객관적 시간과 주관적 시간과의 차이를 빛-색-움직임으로 보여준다.


 B2층에서 B1로 가는 복도에 네 작품이 전시되어있는데, 그 중 뮌의 <우연한 균형>을 들여다보자. 자본주의 금융경제의 심벌인 주식시장의 상징종목들을 가지고 나무를 만들어, 관련 회사의 주가가 떨어지면 파란 색으로 시들어가고, 주가가 오르면 붉은 색으로 피어나는 이 인터랙티브 비디오는 상당히 흥미진진했다. 주식가격이 나무를 휘감아 도는 모습은 자본주의의 거품을 보여주는 듯한데, 이 작품에서 삼성전자나 KB금융 등이 어떤 나무로 어떻게 성장하고 있는지 찾아보는 묘미도 있다.


이미지, 사운드, 시뮬레이션, 3차원 홀로그래피 등의 다양한 디지털 미디어를 활용하여 최근 새로운 분야의 예술로 시도되고 있는 수많은 디지털 아트는, ‘전시관’이라는 제한된 장소와 제한된 기간에만 관객들과 접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아트@디브러리전』은 디지털도서관 전관의 설비를 활용하여 다양한 영상매체 실험에 앞장서가는 작가들의 작품을 보여줌으로써 이용객들이 디지털 콘텐츠의 다양한 차원을 경험할 수 있게 하며, 동시에 디지털아트 분야와 디지털도서관 간의 협력 가능성을 모색하고자 하였다.

 디지털아트의 상호작용성은 관객의 참여를 유발시킬 뿐 아니라 인간과 예술과의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하며, 인간과 공간을 연결하는 고리 역할을 한다. 나 같은 경우도 기존의 미술 전시처럼 수동적이고 일방적 폐쇄적인 패턴에 의한 관람방식보다는 새로운 전시매체를 활용 하면서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강화된 참여형 전시에 항상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 전시는 나에게 좀 더 각별하게 다가왔다. 굳이 작품 자체가 인터랙티브적이지 않아도, 도서관 곳곳에서 이용객들과 자연스럽게 소통하고 있는 모습은, 이 전시야말로 매우 능동적이고 관객 참여도가 높은 전시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디지털도서관 내의 디지털아트전’이었기에 조금은 더 특별할 수 있었고, 개관 1주년 기념전이었기에 더 주목받을 수 있었던 이번전시를 시작으로 ‘디지털도서관’이라는 공간적 특성을 잘 살리면서 이를 ‘예술’과 잘 접목 할 수 있는, ‘책 없는 도서관’에 전시된 ‘붓질 없는 작품들’의 멋진 전시들을 기대해본다.



글. 김소연 (경남도립미술관 인턴, kissoy@feelg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