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미디어아트 전시

천경우 개인전 <Being a Queen>_exhibition review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 5. 13. 19:44

 

내가 만약 당신이 단지 궁금하다고 해서"당신 집을 방문해 당신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요. 그리고 당신의 인생이야기를 듣고 싶군요."라고 누군가에게 말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일 것이다. 내 말은 사람들이 "당신 미쳤군" 이라고 말할 것 이라는 뜻이다. 게다가 그들은 극도의 방어적인 자세를 고수할 것이다. 그러나 카메라는 일종의 허가서와 같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카메라 앞에서 훨씬 더 많은 관심을 받기 바라는데 그것은 응당 받아야 할 일종의 합리적 관심이다._ 다이안 아버스


  '초상사진'이라고 하면 누군가의 모습을 기록하기 위해 찍은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지난 4월 17일부터 6월 5일까지 한미사진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천경우의 전시 <Being a Queen> 속 초상사진들은 조금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이곳의 초상 사진들은 리히터 그림 속 인물들처럼, 윤곽이 선명하지도 않고 형상도 뚜렷하지 않은 채 어느 곳을 응시하고 있는데, 바로 이것이 천경우의 작품 특징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천경우는 초상사진의 전통적 문법을 탈피하여 흔들리는 인물을 묘사하고 있는 것일까?

Being a Queen #9, 140x107cm, c-print, 2007. ©천경우, 한미사진미술관 제공

  DIVA(Danish International Visiting Artists) Exchange program의 일환으로 덴마크 문화예술위원회에서 초청하는 3명의 해외작가 중 한명으로 참여하여 2007년에 시행한 <Being a Queen> 프로젝트는 덴마크 여왕 마가레트 2세를 테마로 작업되었다. 작가는 한 인터뷰에서, 여왕을 선택한 이유는 덴마크 사람들이 자신 삶의 일부분으로 여왕을 생각하고 사랑하며 그 존재에 영향을 받아 스스로를 비추어보는 현상을 보고 시작하게 되었다고 언급한 적 있다. 이렇게 시작된 프로젝트에서 천경우는 자기 자신이 여왕과 닮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모집했고 작품으로 만들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복도에 두 줄로 프로젝트에 참가한 일반인들의 초상사진이 걸려있는데, 이 사진들은 여왕처럼 꾸미기 이전의 모습을 담은 사진으로 공통점을 가지기 보다는 각 개인의 모습 그 자체를 드러내고 있다. 일반인들을 인터뷰한 비디오는 옆방에서 상영되고 있는데, 그 안에서 사람들은 여왕의 차림새를 하고 각각의 나이를 분으로 환산한 만큼의 시간동안, 자신들의 삶 그리고 여왕과 자신의 닮은 점들을 통해 느꼈던 관계들을 자연스레 털어놓게 된다. 또한, 사진은 그러한 참여자의 나이를 환산하여 노출 시간이 결정되었다고 하니, 참여자들의 개인적 특성들이 고스란히 동일하게 보이는 여왕의 사진 안에 녹아있는 셈이다.






"글쎄요 나의 경우는 조금 특별해요 나는 여자가 되는 것을 상상해 봤거든요. ... ...여자 옷을 입어보세요 그리고 만약 당신에게 수염이 있다면 그대로 기르세요. 라는 옛날 노래가 있는데 이 노래는 코펜하겐 게이 합창단에서 불렀던 노래로 제목은 ‘오래된 드레스를 입고 수염을 길러요’예요. 기테 헤닝이 부른 노래를 따라 부른거에요. 들어보신 적이 있나요 이런 타입의 여성은 중요해요 내게는 그녀가 완벽하거든요"


"여왕과 나는 비슷한 점이 많아요. 여왕은 예상하지 못한 행동들을 하고 나도 내 또래에게 기대하지 않는 일들을 해요 가끔 내가 항 결정은 가족이나 친구들을 놀라게 하지만 그들은 나를 지지해요"                                 
                                                                                                                                                     -인터뷰 내용 중-


  전시장의 넓은 홀에는 천경우의 또 다른 존재기록 방식으로서의 사진 즉, 여왕이 된(여왕의 모습으로 꾸민) 사람들의 초상사진들이 걸려있었는데, 그들은 하나같이 여왕을 의미하는 파란드레스, 왕관, 휘장 등으로 꾸며져 있다. 하지만, 이러한 여왕을 상징하는 도상적 스투디움을 넘어 보이는 흐릿한 윤곽선 뒤 주름들, 남자의 얼굴, 표정들은 롤랑 바르트가 말했던 푼크툼의 순간을 관람객들에게 제공하는 듯 하다. 여왕과 닮은 외모와 성격부터 그녀의 존재감 그 자체가 자신들의 삶과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고 스스로의 존재감을 부여한 사람들을 찍은 천경우의 사진 속에는 그들의 현존이 남겨져 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전시는 자신만의 기록방식을 실험했던 지난 몇 개의 전시들을 지나 <Thousands>전에서 드러난 근원 찾기(자신 혹은 타자 혹은 사진)에 대한 계보를 따르는 즉, 한 개의 ‘Being a Queen'이라는 기록물인 동시에 작가 천경우가 매체를 통해 드러내고자 하는 큰 흐름의 한 부분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도로시아 랭'은 자신이 아닌 남을 찍는 인물사진은 곧 그 사진을 찍은 사람의 '자화상'이라고 여겼다고 하는데, 결국 천경우는 그러한 시간 속에 스며든 인간의 관계를 통한 존재의 기록을 통해 여왕이 아닌 다양한 사람들의 자화상을 보여주고, 더 나아가 자신의 존재를, 즉 자화상을 만들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또한 관람객들에게 누구라도 될 수 있었던 전시에서의 여왕의 모습을 통해 스스로의 모습을 투영시키게 만들고 그들 역시, 각자의 자화상을 감상하는 기회를 제공한 것은 아닐까. 결국, 우리의 얼굴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각자의 관계 속에서 만들어지고, 서로의 차이점에 의해 확립되는 것일 테니까 말이다.

Being a Queen #1, 150x115cm, c-print, 2007. © 천경우, 한미사진미술관 제공

Being a Queen #10, 140x107cm, c-print, 2007. © 천 경우, 한미사진미술관 제공


 

<Being a Queen>

2010년 4월 17일 ~ 2010년 6월 5일

월~금 : 오전10시~오후7시

토, 일, 공휴일 : 오전11시~오후6시30분

한미사진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