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미디어아트 전시

빛의 흔적_exhibition review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 9. 21. 18:21



롯데백화점 서울 청량리점에서 8월 22일~29일까지 진행된 미디어 아티스트 최종범 작가의 전시는 민자역사로 거듭난 청량리역과 새로운 롯데백화점의 탄생을 기념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작품 주제는 ‘빛의 흔적’. 청량리역사를 위해 작가가 특별 제작한 비주얼 퍼포먼스 ‘choi57 -light trail’은 청량리역 광장에 임시 설치 된 7개의 LEC 미디어폴에서 전시되었다. 한편 롯데백화점은 청량리역사점 개관을 기념해 김환기, 박수근, 이중섭 등 대중이 쉽게 접하기 힘든 한국 근대미술 대표 작가 3인의 작품을 선보이는 ‘거장의 숨결’전(20일~9월 26일 롯데갤러리)도 개최하였는데, 근대와 현대의 대비와 조화를 동시에 보여주는 독특한 구성이었다.


 

그렇다면 이 일곱개의 기둥들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것일까, 아니 어쩌면 말한다기 보다 보여주고, 들려준다고 말하는 것이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청량리 예술광장’이라고 이름 붙혀진 곳에 세워진 기둥들 사이 사이를 작가가 만든 ‘빛과 소리’들이 순환하고 있었다. 수평의 광장에서 빛나는 수직의 빛은 ‘낙후된 기차역’이라는 청량리역의 이미지를 탈바꿈 하기 위해 충분히 밝고 강렬하였다. 흑백의 화면에 담백하고 심플하게 나타난 하얀색의 작품 제목에 이어지는 한마디로 정의하기 힘든 형상의 영상과 달리의 작품을 재구성한 듯한 씨퀀스와 파형, 패턴, 사람인 듯 개구리인 듯한 움직임 등 다양한 화면이 각각 분할되어 일곱개의 폴에서 제 역할의 다하며 빛나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사운드가 좀 더 잘 들렸으면 하는 바램이 있었지만 오픈된 공간이라는 제약 속에서도 작품 속 소리는 영상과 함께 조화되며 시공간을 재창조하고 있었다. 물론 ‘아이러니와 아쉬움’도 남았다. 광장 곳곳에 설치 되어있는 ‘롯데월드’를 떠올리게 하는 피터팬과 요정 조형물은 이질적이면서도 묘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오히려 주변에 너무 많은 물체들과 빛이 있어서 작품자체가 제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듯한 느낌도 받았다. 그래서 일까, 총 천연색 LED가 빛나는 분수나, 미디어폴 뒷면을 비집고 나와있는 가로등이나, 작품과의 개연성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내는 백화점 건물의 미디어 파사드, 백화점 매장과 청량리역사의 밝은 불빛이 다 사라지고 난 후의 작품이 궁금해 졌다. (하지만 이 불빛들은 밤 10시가 다 되도록 식을 줄을 몰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비교적 짧은 전시기간이 무척 아쉬울 만큼 많은 상징성을 부여해 주고 있었다. 작품 앞에서 사진을 찍고, 약속을 잡고, 의자에 앉아 LED를 유심히 들여다 보는 사람들. 사실 이런 모습들은 청량리라는 공간에서는 보기 힘든 모습 들 중 하나였다. ‘예술’과는 거리가 멀어보였던 지리적, 지역적 특색 때문에 본의 아니게 문화적 혜택에서 소외되었던 그 곳 사람들에게 이 전시는 하나의 큰 이벤트였다. ‘버스 타고 지나면서 보면 , 이 화면들 연결되어서 보여’라며 옆에 있는 남자친구에서 친절히 설명해주는 여성과, 촬영을 하는 나와 작가(로 추정) 주변을 배회하며 경계와 관심을 보이는 중년의 아저씨를 보며 예술에서 파생되는 많은 사회적 현상과 반향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인터랙티브 미디어아트 작업을 하고 공부를 하는 입장에서 이렇게 크고 과감한 전시를 할 수 있는 시공간이 허락되었다는 점이 참으로 부러웠다. 비록 지금은 철수했겠지만 언젠가 또 다른 공간에서 다시 한번 볼 수 있기를 고대해 본다.




 ★작품 동영상



                                                         글. 박정현(한국예술종합학교 인터렉티브 전공 zheyba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