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미디어아트 전시

예술적 디자인, 잘 디자인된 예술 _exhibition review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 8. 30. 23:20

세계적인 디자이너로 주목 받고 있는 도쿠진 요시오카(TOKUJIN YOSHIOKA)의 개인전, [SPECTRUM]展이 얼마 전 한국에서 처음으로 열렸다. 도쿠진 요시오카는 미야케 잇세이와 함께 일했으며 2000년 자신의 이름을 건 스튜디오를 세운 후, '디자인을 넘어선 예술'이라는 평가를 받는 여러 작품들을 남겼다. 그의 작품들은 뉴욕 MOMA 등 세계 주요 미술관에서 영구 전시되고 있고, 2007년 Newsweek지 일본판에서는 ‘세계가 존경하는 일본인 100명’에 선정되기도 했다.

많은 이들의 관심 속에 연장 전시까지 마친 서울의 전시에서 그의 신작인 [Rainbow Church]가 처음으로 선을 보여 더욱 화제가 되었다. 전시장 문을 열고 들어서면 바로 마주하게 되는 이 작품은 빛을 조형하는 디자인의 대가라 불리는 그의 명성을 입증하듯 압도하면서도 무겁지 않은, 빛 자체를 발산하고 있었다. 

[Rainbow Church, 2010]

특수유리로 빚어낸 무지개색의 빛을 통해 공간을 정의하고 있는 이 작품은 앙리 마티스의 로제르 예배당(로자리오 성당)에서영감을 얻은 것이라고 작가는 밝히고 있다. 로제르 예배당은 말년의 마티스가 모든 장식에 손을 댄 곳으로 '마티스 성당'으로 불리우기도 한다. 마티스 특유의 색채를 담고 있는 외관만을 본다면 요시오카 작품과의 연관성을 떠올리기 힘들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예배당에 들어오는 모든 이들이 스스로 정화되고 무거운 짐을 덜게 되었으면" 했다는 마티스의 바램을 알고 나면 생각이 달라진다. Rainbow Church가 그러한 작품 의도를 계승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내겐 재작년 전시를 통해 만났던 제임스 터렐(James Turrel)의 작품들이 떠오르기도 했는데, 제임스 터렐이 빚어내는 빛이 그 자체를 낯설게 보고 자신의 내면으로 파고드는 경험이었다면, 요시오카가 조형하는 빛은 성스러운 자연을 투영하며 나에게 말을 거는 듯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그 음성에 귀를 기울이고 있으면 내 혼잡한 마음이 맑아질 듯한, 그러한 빛.

잘 알려진 그의 대표작들 - 벌집 구조로 만든 종이 의자 [Honey Pop], 빵을 굽는 원리로 만들어진 [Pane Chair]와 같은 작품들도 함께 전시되고 있었다. 소재와 자연 현상의 탐구, 그리고 디자인적 재현을 통해 구체화되는 그의 작업들은 그 기발함과 위트에 있어서도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어왔다. 심미적 조형성에 그치지 않고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작품의 근원을 전달하기에 그의 작품은 소통에 열려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Pane Chair, 2003-2006](좌), [Honey-Pop, 2001](우)

이 작품들을 둘러싸고 있는 것은 공간 전체에 걸쳐 전시되고 있는 또 하나의 작품인 [Tornado]의 한국판 버전이다. 보통 크기보다 조금 크고 긴 스트로우와 빛을 이용해 만들어낸 작품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물질 - 바람, 공기 등을 표현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일상적 소재를 범접할 수 없는 것으로 만드는 그의 탁월한 능력을 잘 보여준다. 이번 전시의 설치 형태는 마이애미에서 선보였을 당시 만큼의 스펙타클은 없었지만, 전시장 전체를 휘감고 있는 토네이도 위로 은은히 흐르는 듯한 새하얀 빛은 다른 차원의 공간으로 빨려들어온 듯한 느낌을 주었다.

[Tornado, 2007]

작년 도쿄의 21_21 Design Sight의 [Second Nature]展에서 발표된 작품 [Venus]는 자연이 만들어내는 디자인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선보인 작품이다. 미네랄이 포함된 물이 담긴 수조에 의자 형태의 섬유를 설치해 오랜시간에 걸쳐 크리스탈이 생성되어 가면서 천연 크리스탈 의자로 완성된다. 자연의 요소와 시간을 공동작업자로 초청하는 그의 제스처는 디자인과 예술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탐구하는 그의 철학을 반영하고 있다. 예술은 자연의 모방이고, 결코 자연을 뛰어넘을 수 없다는 다수의 진리를, 요시오카는 다른 입장을 취함으로써 조금 다른 그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는 듯 하다.



요시오카의 명성은 디자인과 예술의 교집합적인 테두리 안에서 작품을 상품화하고 상품을 작품화하는 그의 비범한 능력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그는 에르메스(HERMES), 스와로브스키(SWAROVSKI)와 같은 세계적인 기업들과의 협업에서 이를 증명해왔다. 
예술이 가진 '오만함'과 디자인의 '평범함'에 대해 경계하고, 철학하되 과장하지 않는 마인드가 그의 작품과 행보에서 내가 가장 인정하고 싶은 부분이다.

사실 이제는 케케묵은 담론이지만, 예술과 디자인의 경계선을 어디에 그어야 할 지에 대한 고민이 여전히 유효하다면, 그의 방법론이 하나의 답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우리가 늘 갈구하는 새로운 예술이란 경계에서 태어나는 새로운 현상과 생각들을 받아들이는 데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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