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미디어아트 전시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순환, 마르코스 노박 개인전_exhibition review

aliceon 2010. 10. 14. 12:29

 마르코스 노박(Markos Novak)은 스스로 인정했듯 전지구적 유목민(Global Nomad)의 정의에 어울리는 인물이다. 물리적으로도 스스로 많은 시간을 여행에 할애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건축과 음악, 컴퓨터, 예술, 과학, 기술 등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며 사유하며 그 결과물을 선보이는, 범주화의 영역을 넘나들고 있다.


 
이번 전시는 <Amon's Acids: Of Gods and Proteins, Of Places and Planets 아몬의 산 : 신과 단백질, 장소와 지구로부터> 라는 난해한 제목을 지니고 우리에게 그 모습을 선보였다. 아몬Amon은 눈에 보이지 않는것을 상징하며 이집트의 최고위 창세신을 뜻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근원. 다신교의 고대로부터 생물학적 분석을 진행하는 현대까지. 시간과 지역, 지식을 한데 버무린 혼합주의적 시각과 관심이 드러난다. 


  작가는 지난 8월 SpaceA와의 인터뷰를 통해 본 전시가 그가 이스탄불과 발렌시아에서 진행한 Turbulent Topologies의 연장선임을 밝히고 있다. 그는 이 전시들이 "혼재된 층위와 교차된 흐름, 숨겨진 통로와 즉흥적 연결, 유동적 네트워크와 교란된 단층을 구현한다. 이 전시를 통해 실재와 가상, 혹은 그 양자가 교류하는 공간과 형태 및 서식환경의 연속체continuum를 제안한다. 개념의 구현을 위해 가시적이거나 비 가시적인 방법 모두를 동원하며, 하이테크와 로우테크를 동시에 사용한다" 라고 설명하고 있다. 본 전시에서는 우리와 환경, 우리와 다른 생명간의 흐름과 연결을 생명유지에 필수적인 아미노산의 구조를 통해 표현하고 있다.

  이 전시는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적인 11가지 아미노산의 구조를 유기적인 건축형태로 구조화한 전시이다. 마치 뫼비우스의 띠가 모이고 확장된 듯한 도상들이 공중에 위치하여 확장되는 조형은 비디오, 조명, 그리고 공간과 어우러져 펼쳐진다. 전시장의 벽면과 공간을 채우고 있는 실험관에는 전시를 구성하는 기본 요소인 11가지 아미노산이 들어있는 유기체가 용액에 침전되어 박제되어 있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수많은 단백질은 22가지의 단백질 생성 아미노산에 의해 유지된다. 그 중 11가지는 우리 몸에서 생성이 불가능하여 외부에서 섭취해야만 하는 ‘필수 아미노산’이다. 노박은 전시 서문에서 “우리들 인간은 스스로의 존재를 유지하기 위해 다른 생명체를 소비해야만 하며 본 전시는 바로 이러한 존재의 소멸과 재구성의 과정에 존재하는 11가지의 필수 아미노산의 구조를 탐험하는 것이다” 라고 밝히고 있다.


  결국 본 전시는 섭취, 즉 ‘먹는다’라는 행위가 근간이 된다. 한 존재가 스스로를 유지하기 위해, 살아가기 위해 다른 생명을 잘게 조각내어 파괴하고 선별, 추출하여 흡수한다. 이러한 해체-소멸-흡수-재구성의 과정은 순환을 이룬다. 이러한 순환은 전시의 구성과 동선을 통해 드러난다. 즉 우리가 볼 수 없는 미시세계의 가상 이미지를 구조화하여 - 심지어 공간 화랑의 두 공간을 실제 밧줄로 연결함을 보여주는 - 우리들이 볼 수 있는 스케일로 실재화한 것이다. 


  이 전시를 구성하는 객체들은 정보들의 집합이기에 굉장히 추상적이다. 이 보이지 않는 형태들은 관람자 스스로가 노력하고 상상하지 않으면 무엇을 이야기하고 있는지 잡아낼 수 없다.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 물리적으로 닿는 세계와 가상 세계. 이 두 층위의 교차와 이동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작가는 설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