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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inside making digital image] 이상협 - 언제나 on. 디지털 애니메이션 아티스트_interview

aliceon 2010. 3. 28. 13:48


본 포스팅은 디자인 정글의 "이달의 디자이너"코너와의 컨텐츠 제휴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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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1시가 넘은 이 시간에도 이상협의 온라인 메신저는 언제나 ‘on’, 작업 중이다. 늦은 시간까지 꺼지지 않는 메신저 불빛처럼 그의 일에 대한 열정도 언제나 ‘on’이다. 열정과 부지런함으로 한 단계 한 단계씩 성취를 이루어 가며 자신만의 입지를 다진 아티스트 이상협은 인터뷰 내내 자신의 꿈을 이룬 지금의 삶이 행복하다고 했다. ‘꿈을 이뤘다’는 발언으로 그대들의 심장을 요동치게 하는 이 남자, 루카스 필름 애니메이션의 디지털 아티스트 이상협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스타워즈, 조지 루카스 그리고 루카스 필름. 이상협은 현재 루카스 필름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서 디지털 아티스트로 일하고 있다. 2003년 EA(Electronic Arts)에서 캐릭터 아티스트로 일을 시작한 그는 어렸을 때부터 팬이었던 스타워즈의 감독, 조지 루카스의 회사로 입성했다. 배움에 대한 열정으로 유학 길에 올랐던 20대 청년은 7년 뒤, 그의 역량을 인정하고 든든하게 지원해주는 회사를 만나 그 꿈을 펼치고 있는 멋진 아티스트가 된 것이다.


현재 일하고 계신 루카스 필름 애니메이션은 어떤 회사입니까

루카스 필름 애니메이션은 픽사나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같은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스튜디오입니다. 세계적인 영화 및 엔터테인먼트 기업인 루카스 필름의 자회사로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두고 있습니다. 2003년에 설립되었으며 첨단 디지털 기술을 이용하여 <스타워즈: 클론 전쟁(Star Wars: The Clone Wars)>를 포함한 각종 영상 컨텐츠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루카스 필름의 <스타워즈: 클론 전쟁>애니메이션에 참여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스타워즈: 클론 전쟁> 애니메이션에서 저는 캐릭터를 비롯한 여러 가지 비히클, 배경 등을 작업했습니다. <스타워즈: 클론 전쟁>는 스타워즈 시리즈 최초의 3D 애니메이션 시리즈로써 TV시리즈로 제작되고 있습니다. 작년 여름 극장 판을 시작으로 미국 케이블TV 채널인 카툰 네트워크로 미국 전역에 방송되었지요. 그 첫 번째 시즌이 성공적으로 흥행 하여, 이번에 시즌 2가 시작되었습니다. 한국을 비롯한 전세계 100여 개국에서 방영되었죠.

 

해외로 진출하시게 된 계기가 있으신지

아무래도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제가 대학을 다닐 무렵만해도 3D애니메이션 분야는 아티스트들보다는 프로그래머나 공학계통 공부하시는 분들이 주로 하셨습니다. 한국에서 3D를 공부할만한 전문 교육기관도 많이 없었어요. 결정적으로 미대 교수님들조차도 그 분야를 인정해주지 않으신다는 게 참 안타까웠습니다. 제 졸업작품 대부분이 3D관련 디자인이었는데 교수님들의 관심 밖이라 고생도 좀 했었습니다. 지금은 한국의 3D 애니메이션 산업도 많이 발전해서 좋은 작품들도 많이 나오고 세계무대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이 되었습니다만, 그 당시만해도 한국과 미국 할리우드의 기술격차는 상당했습니다. 그래서 좀 더 체계적으로 배워 보고 싶다는 마음에 미국 유학 행을 결심했던 것이지요. 그때부터 배움에 대한 열정이 남달랐나요?

 

그 곳에서의 생활은 어려움이 없으신가요

타향살이, 너무 힘든 게 많아서 무엇부터 말씀 드려야 할지(웃음). 아무래도 모국이 아니다 보니 여러모로 불편한 것이 많습니다. 음식, 문화, 기후 등 미국에 온 지 13년째지만 항상 느끼는 것은 내 고향이 최고라는 거겠지요. 특히나 미국이란 사회에서 타국어로 나의 의견을 주장하고, 타협하는 등의 의사소통을 하면서 일을 진행하는 것이 어렵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제 가족이 여기 있으니 큰 힘이 되죠. 또 일에 열중하다 보면 하루가 일과가 금새 끝나고, 마지막 순간에 나오는 결과물을 볼 때면 힘들다는 생각이 말끔히 사라지게 됩니다.

 

해외에서 활약하는 한국 아티스트들에 대한 평가나 인식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이 곳에서도 많은 한국인 아티스트들이 유수의 게임회사, 영화 회사에서 그 실력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한국인들의 미적 감각은 이곳에서도 상당히 인정 받고 있습니다. 부지런하고, 열정적인 점도 상당히 장점으로 부각되는 것 같고요. 하지만 이런 문화적 환경이 다른 배경에서 소수민족으로써 경쟁하려면, 두 세배의 노력이 더 필요한 건 사실입니다. 저 역시 열심히 노력하고 있고요. 미국현지에서 조차 취업률이 낮아지고 있고, 더욱이 외국인 고용률도 현저히 낮아지는 추세라 점점 더 어려워지는 현실입니다. 그래서 앞으로도 더욱 노력해야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 분야에 뛰어드신 계기가 있다면

다들 특별한 계기가 있겠지만 저 같은 경우는 어렸을 적부터 이 쪽에 관심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늘 TV나 영화에서 나오는 특수효과나 애니메이션 제작에 관해 나름대로 찾아보고 공부도 했었습니다. 장비도 많이 열악해서 렌더링 한 장을 걸어놓고 몇 시간씩 모니터바라보고 있었던 기억도 있지만, 일에 대한 열정만은 지금보다 훨씬 컸던 것 같습니다. 며칠씩 밤을 새면서까지 작업을 했었으니까요. 벌써 10여 년도 훨씬 지난 일이네요. 그 중에서도 3D 애니메이션은 머릿속으로 그리는 장면들이 모니터위로 뿌려질 때의 감동이 있다고 해야 하나요. 며칠밤을 세우고도 그 순간을 위해 또 다른 며칠밤을 세우게 됩니다. 그것이 애니메이션 3D의 매력이 아닌가 합니다.

 

애니메이션에 따라 캐릭터들을 표현하는 노하우가 있으시다면

어떤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느냐에 따라 스타일을 많이 연구하고 최종결과물을 맞추게 되는 것 같아요. 제가 과거 게임 쪽에서 일할 때는 주로 리얼리스틱한 캐릭터들을 주로 작업했습니다. 그때는 옷이나 머리카락, 피부 질감 등을 최대한 실사와 가깝게 만들어야 했습니다. 지금은 그와 정 반대의 스타일이죠. 그림을 그리는듯한 회화적인 작업들을 하고 있습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페인팅 스타일이 강조되는 스타일리쉬한 작업들입니다. 특별한 노하우는 없습니다. 첨단분야의 직종인 만큼 그 발전속도나 테크닉들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기에, 저는 아직도 작업과는 별도로 프로그램에 대한 공부를 지속적으로 병행하고 있습니다.

 

캐릭터들을 만들거나 그 밖에 그래픽 작업 시, 주로 사용하시는 프로그램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일단은 회사작업과정이 마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마야를 주로 사용합니다. 3ds max도 필요하면 사용할 수 있겠지요. 한가지 툴만으로 모든 작업을 하기에는 부족합니다. 그래서 필요에 따라 다양한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편입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작품 어느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어느 작품이던지 제가 쏟아 부은 시간과 노력, 열정을 그 작품에서 보게 되니 말입니다. 그래도 굳이 꼽자면, 아무래도 힘들고 어려웠던 프로젝트가 기억에 많이 남겠지요. 그리고 제가 원래 스타워즈 팬 이었기 때문에 지금 여기(루카스 필름)에서의 작업을 하는 이 순간이 가장 행복합니다.

 

최근에는 해외로 진출하고 싶어하는 3D아티스트 지망생들이 많아졌습니다.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저는 무엇보다도 지금의 이 일이 좋고 제가 원하는 것이기 때문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우선 목표를 확실히 세우고 출발하시길 바랍니다. 많은 유학생들이 이곳으로 오지만 목표를 제대로 잡지 못하고 방황하는 것을 자주 목격합니다. 물론 자신에게 딱 맞는 적성을 찾기는 힘들고, 공부를 하다 보면 바뀔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습니다. 제가 5년 동안 이끌고 있는 동호회에도 많은 유학생들이 있습니다. 미국 현지에서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과 학교 졸업 후 현지에서 활동하고 있는 실무자들의 모임이지요. 저는 여기에서 학생들에게 신념을 심어주는 일에 주력을 하고 있습니다. 실무자들은 학생들을 끌어주고 학생들은 여러 선배들로부터 조언과 때로는 도움을 받으면서 협력해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3D아티스트로서의 목표

쉽고도 어려운 질문이네요. 현실적으로는 저의 지금까지 있게 해준 것은 꿈과 열정이 아닌가 싶습니다. 좀 상투적이긴 하지만 목표를 이루는 가장 원초적인 해답이 아닐까 해요. 이 꿈과 열정 때문에 끊임없이 배우고 연구했습니다. 여기서 일한 7년여도 언제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바쁘게 달려왔네요. 하지만 그런 세월도 무색할 정도로 열심히 일했던 것은 그때의 열정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그리고 지금은 가장 집중할 수 있는 일, 재미있게 일할 수 있는 일을 계속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그리고 앞으로 저의 꿈이 계속되는 한, 이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아티스트로 남고 싶습니다.


에디터 | 이영진(yjlee@jungle.co.kr), 디자인 정글 (www.jungl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