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미디어아트 전시

[기획리뷰] NeMAF(서울 국제 뉴미디어 페스티벌) 2011

알 수 없는 사용자 2011. 10. 26. 19:56



본선 구애전의 진행 속에서. 팽창과 진부 사이. 


올해로 11회를 맞이한 서울 국제 뉴미디어 페스티벌(이하 네마프NeMAF)는 지난 10년 간 뉴미디어 아트를 많은 이들에게 소개해 온 중요한 행사이다. 특히 네마프는 미학적 실험, 그리고 대안적인 사회문화적 가치에 집중하여 주류 미술계 혹은 문화계에서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뤄져 온 중요한 지점들을 소개해 왔다. 그리고 그러한 독특함 만큼, 네마프의 이름만으로도 찾아오는 팬층이 존재하는 존재감 강하고 개성이 있는 행사로서 자리잡아 왔다.


네마프가 긴 기간 진행되어 오는 동안 행사 스스로가 다루는 영역과 분야 또한 넓어졌다. 크게 영화제, 전시제, 워크숍으로 구성되어 있는 네마프의 프로그램 중에 특히 영화제는 해를 갈수록 출품작이 많아져 올해의 경우 한국을 비롯, 대만, 홍콩, 중국, 미국, 독일, 벨기에, 아랍권 등에서 총 620여편의 응모작품이 모였다. 그 중 40편의 본선구애작이 선정되어 총 8개 섹션으로 나누어 상영되었다. 또한 소외된 ‘감각’을 집중 탐구한 뉴미디어아트 초청전, 전세계 대안영화의 경향을 살펴볼 수 있었던 <새로운 상상+쓰임> 단편 섹션 등의 상영 및 전시분야도 진행되었다.

그리고 상영 및 전시 이외에도 더미디엄이 기획 참여한 뉴미디어 아트 워크숍이 선보였다. 이번 워크숍은 아이공이 기존에 진행하던 스마트폰 영화 만들기와 샌드 애니메이션 워크숍 과 더불어 전기가 통하는 실과 바느질을 이용해 LED를 밝히고 빛이 나는 결과물을 만들 수 있었던 핸드메이드 테크놀로지 수업과 요즘 주목받고 있는 표현방법인 프로젝션 매핑에 관한 워크샵, 그리고 이젠 대중적인 기록 매체가 된 카메라의 원리를 알아보고 직접 제작해 보는 핀홀 카메라 제작 워크샵 등이 새롭게 진행되었다. 이들은 기존의 기술 혹은 새로운 기술에 대한 원리를 탐구해보고 이를 새롭게 사용하고 표현해보는 ‘새로운 상상, 새로운 쓰임’에 부합될 수 있도록 노력한 프로그램이었다.

마지막으로 작가 프리젠테이션 <이 작가를 보라!>를 통해 네마프에 참여한 작가들이 관객들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고 심포지엄 <10년간의 새로운 상상, 새로운 쓰임>을 통해서 네마프의 지금까지의 발자취를 되짚어 보았다.


다양한 행사들이 활기차게 보여지는 가움데 예심 구애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네마프라는 행사에 대해서, 그리고 국내의 실험영상이라는 영역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이번 예심을 진행하면서 보았던 두드러진 부분은 극영화의 강세, 애니메이션 고등학교의 존재, 그리고 다양한 영상제작기기 보급에 따른 기기사용 경향이었다.

제출작의 형태와 분류가 동영상이다보니 상대적으로 활동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은 영화계 측에서의 출품이 많은 것은 당연할지도 모른다. 또한 시장규모와 이러한 영상촬영기기의 폭발적인 보급과 기기 성능의 상향화 역시 극영화 생산의 양적 증대를 가져왔을 것이다. 이러한 양에 걸맞게 질을 충족시키는 작품들이 많았던 점 역시 당연한 수순일 것이다.

또한 ‘영상’을 중점적으로 접하며 배우는 특수 고등학교들의 존재는 본 행사에 접근하는 창작자의 연령대를 한층 낮추었다. 이들은 나이에 걸맞지 않은 완성도와 시각으로 출품작에 대한 스펙트럼과 세대에 대한 관심과 이해의 폭을 넓혔다. 다만 같은 선생님의 지도하에 있는 학생들의 표현이나 네러티브가 비슷하거나 출품작 자체가 기존에 존재하는 작품들의 모방임이 드러난 부분은 많은 아쉬움이 남은 지점이다.

많은 출품작들, 특히 극영화는 완비된 촬영 및 편집능력과 더불어 근래 DSLR기반의 동영상 촬영기기와 RED등의 저렴한 상업영화급의 촬영기기가 등장함으로써 이들을 통해 고화질, 고기능의 기기에 대한 접근이 쉬워졌다. 이러한 배경으로 인해 이미지 퀄리티가 상업영화급에 이른 작업들이 많았다. 그리고 이러한 전문기기와 더불어 아이폰이나 다른 핸드폰과 같은 비전문기기의 영상제작기능 확대는 각각의 기기적 특성을 활용해 다양한 실험을 진행하는 단초가 되었다.


네마프가 매 해를 거듭하며 본선 구애작들의 양적, 질적 규모가 지속적으로 늘어온 점은 고무할 만한 사항이다. 십여개 국에서 공모가 들어와 명실상부히 국제적 행사로서 자리잡았고, 600여편의 출품작은 구애위원을 피곤하게도 했지만 그만큼의 다양성으로 즐겁게 그 피로함을 감수하게도 했다.

다만 본 공모의 명칭이 "국제 뉴미디어 페스티벌"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뉴미디어'적, 혹은 '새로움'이라는 키워드에서 접근해 볼 수 있는 실험적인 형태나 내용을 가진 작품이 많지 않았다는 점은 주의깊게 살펴보아야 할 부분일 것이다. 특히 극영화와 가 전체 출품작의 60%가 넘는다는 사실은 작가들도, 주최측도 눈여겨봐야 할 지점이다. 출품작 중에 기술적 완성도와 구성의 치밀함으로 놀란 작품은 많았지만 표현의 신선함이나 사고의 틀을 깨는 충격을 던진 작품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안정적이고 익숙한 만큼 친근한 표현이나 전달은 가능하지만 그만큼 획일적이고 진부해 질 수 있는 것 역시 사실이다. 매체에 대한 기술적 고민을 하는 시기는 지났지만 그렇다고 틀에 갇히는 것 역시도 지양해야 할 것이다. 창작자와 기획자 모두 무언가 집요한 파고들기가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올해의 네마프는 ‘새로운 상상, 새로운 쓰임’이라는 기치 아래, 네마프가 그동안 본연의 색으로 잡아왔던 소수자와 대안, 사회적이라는 시각에서 좀 너 넓은 의미에서의 소통을 방향으로 재설정하여 새로운 출발 지점으로 잡은 것으로 보인다.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좀 더 친근히 이해하고 즐길 수 있는 행사로서의 네마프. 양적인 팽창과 더불어 이러한 주류로의 진입은 분명 의미가 있다. 또한 네마프는 스스로가 지녀왔던 대안적 탐구, 새로움에 대한 탐구는 그만큼 진입의 문턱을 낮추어 예술 관련 행사 중 창작자로서 첫 발걸음을 디딜 수 있는 중요한 창구로서의 위치도 확보했다.


글. 허대찬 에디터



네마프 2011 전시 프로그램 안에서. 꿈틀거림을 응원하다.


이번 네마프의 전시 프로그램은 본선구애전 전시전과 전시초청전의 두 섹션으로 각각 요기가 갤러리와 서교예술실험센터라는 장소에서 이루어졌다. 사실 네마프 기간동안 계속되는 비 소식과 꿉꿉한 날씨로 홍대 거리를 휘젓고 다니는 젊은 분위기를 기대하기 어려웠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관람자들을 맞이하는 이 두 공간에서 네마프를 만나는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먼저 만난 전시초청전에는 싱글 채널<세상의 모든 옛날들 All Past Moments in the Worldㅣ김온>과 디지털 프린팅 작품인<Famiiy tower series 외 5작품ㅣ김두진>이 전시되고 있었다. 그리고 본선구애전 전시전에서는 <망각 울림ㅣ황선숙>, <너의 흐름 Hugging your flowㅣ황보 금별>, <M.T=Midnight Terrorㅣ차지량>, <칸딘스키, 현대적 재해석ㅣ오버레이>, <vicious circleㅣ김민하, 이승은>의 작품을 만날 수 있었다. 
 


<M.T =midnight terror>, 차지량

그 중 내 기억에 가장 남는 작품은 차지량의 <M.T =midnight terror>였다. 더 이상 사람이 거주하지 않는, 재건축이 계획된 공간에서 펼쳐지는 허물기 전 파괴 행위에 대한 기록인 이 작품은 젊은 세대들의 주거에 대한 근본적 욕망을 체념하게 만드는 도시 계획과 사회 구조에 대한 비명같아 보인다. 차지량은 주목받는 젊은 작가이다. 봄로야밴드의 보컬이기도 했던 그는 음악, 미술, 영상 등 다양한 분야의 작업들을 해왔다. 그의 최근의 다른 작업들은 www.세대독립.com에서 더 눈여겨 보시길. 

스크린 옆 구석 자리에서 반복 재생되는 애니메이션이 천장과 양쪽 벽이 만나는 모퉁이를 향해 투사되고 있었다. 김민하, 이승은의 이 작품은 구석의 공간적 특성을 활용해 단순한 라인으로 가상의 큐브를 만들어낸다. 큐브 안에서 튀어다니는 공을 쫓는 캐릭터를 익살스럽게 표현하고 있었다. 이 작품에는 일반적으로 드러나는 프로젝션 매핑의 화려함과는 거리가 아주 먼, 소소한 맛이 깃들어있는 점이 즐거웠다. 최근 미디어 파사드나 프로젝션 매핑 작업이 상업적인 쓰임이나 강한 전시효과 때문에 너무나 많이, 가볍게 다루어지고 있어 초기에 볼 수 있었던 미학적 실험이나 새로운 컨셉의 작품을 접하기가 힘들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vicious circle>, 김민하, 이승은
 

 

<너의 흐름>, 황보금별
 

네마프 전시전의 모든 작품이 썩 좋지만은 않았지만, 젊은이들의 문화 거점인 홍대지역을 기반으로 펼쳐지는 네마프와 프린지같은 페스티벌에서 찾을 수 있는 가장 큰 미덕 중 하나는 젊은 세대의 꿈틀대는 예술에 대한 열정을 지지하고 응원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오랜만의 나들이라 '즐거웠다'고 말하고 싶다.
또 역시 그런 점에서, 네마프의 전시 프로그램이 조금 더 규모있게 펼쳐졌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아마 이점에 대해서는 네마프 집행위에서도 많은 아쉬움을 가지고 있으리라 생각된다.

10년이 넘는 긴 세월 꾸준히 달려온 내공과 매 해를 거듭하면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에게 구애받는 네마프이기에, 다음 해의 네마프도 또 어김없이 만나게 되리라, 그리고 이 아쉬움들을 또 조금은 헤아려주리라 기대한다. 


글. 선윤아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