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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원준의 미디어문화비평] 4. SNS : 피상적(Superficial) 본질(Nature)로서의 사회(Society)_2부

yoo8965 2014. 5. 13. 18:58



매체에 의해 가상화된 현실

 

   인터넷(컴퓨터)은 종전의 미디어가 담당하던 텍스트(신문), 음성신호(전화기, 라디오), 이미지와 영상(TV) 등을 종합적으로 소화할 수 있는 총체적 장이 되었다. 그리고 가장 강력한 특성이자 기존 미디어의 한계를 뛰어넘은 원격의사소통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 인포메이션 아트(Information Arts)의 저자 스테픈 윌슨(Stephen Wilson)은 웹/인터넷의 독특한 원격의사소통적 특징으로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의 사항을 언급한다. '사람들 사이의 연결성(Connectivity between Persons), 협력과 그룹 작업 (Collaboration and Group Work), 분배된 수집 자료의 창조 (The Creation of Distributed Archives), 국제성 (Internationalism), 문맥 코멘트하기 (Comment on the Web Context)'[각주:1] 가 그것인데, 주목할 만한 항목은 마지막 항목(웹 문맥에 코멘트하기)이다. 이 항목은 앞서의 네 가지 항목과는 달리 기존 미디어를 통해 수용할 수 없었던 영역이었다. 웹은 기존 미디어와는 달리 사용자가 직접 미디어에 의해 제공되는 콘텐츠로 접근할 수 있는 열린 환경이었으며, '코멘트하기'라는 수동적 행태를 넘어 웹의 문맥, 내용 자체를 스스로 창조할 수 있는 능동성을 획득했다.



Olia Lialina, <My Boyfriend Came Back From the War>, 1996

 

올리아 리알리나(Olia Lialina)프로젝트인 <My Boyfriend Came Back From the War>은 인터넷 사용자 스스로의 개인 이야기를 공론화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한 프로젝트였다. 간단한 그래픽과 텍스트로 이루어진 이 웹 페이지에는 전쟁에 참전한 남자친구라는 로맨틱한 소재가 등장한다. 사용자는 웹 프로젝트에 분할되어 숨어있는 이야기 를 감상하며 직접 그 구조를 편집할 수 있었다.[각주:2] 이러한 실험적 시도는 이전까지 제작자가 만들어놓은 이야기 구조 속에서 오로지 '감상'만 할 수 있었던 사용자를 창작자의 위치로 전이시켰으며 동시에 가상적 시-공간의 세계에 사용자가 진입할 수 있는 입구를 만들어놓았다. 이와 같은 인터넷의 능동적 참여 환경은 TV지닌 강력한 가상성을 기반으로 수용자가 그러한 가상에 직접적으로 접속할 수 있는 환경적 토대를 제공할 수 있었다. 미디어에 의한 시-공간의 가상화(Virtualization)는 사용자의 존재성 확립에 있어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현실 세계의 제약에서 벗어남을 의미하는 가상화는 문맥의 지배에 놓일 수 밖에 없는 유약한 인간의 존재를 불변하는 존재로서 새롭게 잉태하기 때문이다. 이는 미디어가 수용자들의 지각방식을 변화시킬 뿐만 아니라 현실 자체의 존재론적 위상의 변화를 촉구할 것임을 시사한다.


   이와 같은 시도는 SNS로 대변되는 현재의 소셜 미디어 환경을 구축하는 데 있어 혁혁한 공로를 세웠다. 더 이상 대중은 권위와 위계 질서에 묶여 사회 시스템을 수용하기만 하는 수동적 존재로 남을 필요가 없었다. 그리고 현재까지도 공존하는 과거의 미디어(라디오, TV )를 보완하는 동시에 그들을 감시하는 역할까지 수행한다. 지식은 공유되고 기회는 확장된다. 그리고 사용자의 삶은 실시간으로 이미지화 되어 전송되고 열람될 수 있게 되었다. 피에르 레비(Pierre Levy)는 이러한 변화를 사이버 문화의 특징으로 열거한다. 그는 새로운 미디어에 의해 파생된 사이버문화란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보편성이 출현하는 것이라고 예견하며, 새로운 보편성은 더 이상 텍스트의 자기 충족성이나, 의미 작용의 고정성, 독립성과 관련하는 것이 아니며, 메시지들 간의 상호 연결이나 미래의 가상 공동체에 부단히 접속함으로서 구축되고 전파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각주:3] 그러나 SNS에 의한 더욱 본질적인 변화는 사용자들의 삶에서 발견된다. 인터넷에 기반한  SNS는 현실 세계에 적극적으로 침투한다. 기존의 웹은 현실 세계를 연결하는 통로이자 가상 세계였지만 현실 세계와는 분명한 구분되는 사이버스페이스(Cyberspace)였다. 그러나 SNS는 현실 세계에 걸쳐있다. , SNS는 가상적이라기보다는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적 현상에 가깝다.

 


가상과 실재의 재구성

 

   <마르크스의 유령들>에서 데리다는 셰익스피어의 햄릿에 나오는 유령의 "복면 효과"를 예로 들며 통신 기술의 속성에 대해 언급한다. 요약하자면, "복면"에 의해 만들어진 "비가시적인 것의 은밀하고 포착할 수 없는 가시성"이 착용자에게 "견줄 수 없는 권력", "보이는 것 없이 보는 권력",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는 권력을 제공한다는 것이다.[각주:4] 예컨데, 주체는 대상을 볼 수 있으나 대상은 주체를 인지할 수 없는 환경적 선결 조건이 수행될 때, 역설적으로 주체 스스로의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으며, 그로부터 권력이 파생된다는 이야기이다. 이러한 비유는 글의 서두에서 제기하였던 전화기를 든 사용자의 '발화의 권력'과 연결된다. 그러나 차이점은 유령의 존재를 통해 인터넷, SNS사용자의 익명성과 페티시즘의 문제까지 접근할 수 있다는 데에 있다.

 

   대중들은 인터넷과 SNS를 통해 익명의 권력을 손에 쥐게 되었다. 그리고 여타의 미디어들과 마찬가지로 중독 증세 또한 발생시켰다. 모바일 테크놀로지와 결합된 인터넷과 SNS는 대중들의 삶 속에 밀접하게 그리고 깊숙히 개입한다. 직접 소통의 한계때문에 만들어진 미디어가 이제는 오히려 익명성이라는 복면과 더불어 진정한 소통을 저해하는 요소로서 인식되기도 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상황에서 새로운 인간 유형과 사회 의식이 등장한다는 사실이다. 미디어에 의한 인간 유형의 변화는 과거로부터 관찰되어 왔다. 벤야민은 영화를 수용하는 대중들이 잠재적인 민주 집단이 될 것이라 전망했으며, 안더스는 TV에 의해 팬텀 세계가 만들어져 그로부터 '은둔자 대중(Massen-Eremiten)'이 등장할 것이라 예견했다. 인터넷과 SNS는 이러한 방향 모두를 포괄한다. 현재 대중들은 때로는 은둔자로서 때로는 진보적인 세력으로 미디어를 이용한다. 그리고 이로부터 새로운 대중, 사회적 유형을 등장시킨다. 미디어는 아우라를 직조한다. 생생한 표현이 가능한 영상을 통해 미디어는 리얼리즘을 재구성하고 가상의 세계로 우리를 인도한다. 예술사에서 사진의 발명 이후, 현실과 괴리되었던 회화의 하이퍼리얼리즘(Hyper-Realism)적 전략이 이제 우리의 삶 속에서 미디어의 표면으로 기능한다.[각주:5] 대중들은 자신들의 실제 모습보다 스스로가 어떻게 이미지화 되는지를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근본적 속성마저 디지털화 되어가는 이 사회의 피상적 표면이 결국 우리의 본질로서 귀결되고 있는 것이다.




  1. Stephen Wilson, 같은 책, pp. 560~561 참조. [본문으로]
  2. 레이철 그린, 이수영 역, 『인터넷 아트』, 시공아트, pp. 49~51 참조. [본문으로]
  3. 피에르 레비, 김동윤, 조준형 역, 『사이버문화』, 문예출판사, pp. 29~30 참조. [본문으로]
  4. 마크 포스터는 데리다의 비유에서 나타나는 복면의 물질성이 현재의 통신 기술들을 소유하고 있는 20세기 말에 있어서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기술의 "포스트모던한 가상성", 즉 물질성의 재구성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보았다. 마크 포스터, 같은 책, pp. 204~208 참조. [본문으로]
  5. 사진기의 발명 이후, 회화가 현실의 1차적 복제물이라는 지위에서 벗어나 복제 자체보다는 다른 차원의 모색을 시도했다면, 하이퍼리얼리즘 회화는 사진보다 정밀한 현실에 대한 1차적 복제를 시도하였다. 그러나 실제로 하이퍼리얼리즘이 묘사하는 현실은 우리가 마주하는 진짜 현실이 아니다. 하이퍼리얼리즘은 오히려 현실보다 강력한 이미지를 관객에게 선사하여 현실을 넘어선 가상적 이미지를 실제라고 믿게 만든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