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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만들고 있는 데이터가 증가하고 있는 속도는 우리가 상상하는, 기하급수라고 표현하는 그 너머에 있다. 구글의 회장 에릭 슈미트는 2012년 컨퍼런스 석상에서 이런 말을 했다. "2003년까지 인류가 쌓아 온 데이터는 약 5엑사바이트(5천만테라바이트)이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이틀만에 동일한 양의 데이터가 생성되고 있다." 이틀만에 5천만 테라바이트이다. 지금은 이보다 더할 것이다. 우리 인류는 저장을 위해 하루에만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2테라바이트 하드디스크 2천 5백만개가 넘게 필요한 데이터를 쌓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냥 흐르는대로만 놓아둔다면 유전자에 각인되거나 구전이 되는 일정부분을 제외하고 자연히 사라져버릴 지식들을 우리는 에너지를 들여 강제적으로 보존하고 쌓아왔다.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는 인간만의 반역 행위이다.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인간은 자연의 흐름을 역행하고 이용하며 오늘날의 문명을 쌓았다. 그렇기에 인간이 데이터를 보고 해석하며 사용하는 것은 인간 본연의 행동이며 생존을 위한 필수요소이다. 인간은 생존을 위해 필사적으로 데이터를 기록하고 해석하며 사용하는 법을 익혔다. 하지만 어느순간 기록기술이 인간신체의 입력과 해석채널의 대역폭을 넘어서부터 문제가 발생했고 곧 데이터로부터 추출되는 지식은 파편화되었으며 서로 다른 이들에게, 그리고 이들이 모여 구성한 시스템에 더더욱 종속되었다. 사회적 동물이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는 더욱 가속화되어 빅데이터라는 개념이 만들어지고 활용되고 있는 지금에 이르렀다. 쌓이는 데이터의 양은 차치하고라도 이제 우리는 우리의 사소한 몸짓과 선택마저 손쉽게 데이터화하고 이를 통해 미래를 예측한다. 내가 무얼 고르게 될지, 어떤 유행이 시작될지, 다음 대선주자가 누구일지까지도. 우리의 전지에 대한 거리는 줄어들고 있고, 동시에 그 길은 더더욱 블랙박스화되고 있다. 가공되고 서비스되는 데이터와 지식은 많아지지만 위로 올라가면 올라갈 수록, 로우 데이터와 그를 다루고 해석하는 방법에의 길은 점점 닫히고 있다. 즉 맛좋은 정보는 많아지지만 그것을 만들고 다루는 방법과 시각을 접하고 이해할 수 있는 길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이 상황은 유토피아로 가는 과정일까 아니면 디스토피아일까.

아트센터 나비는 몇년 전부터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화두, 기술과 정보, 인공지능, 인간성에 관련한 전시와 학술 행사를 꾸준히 기획해오고 있다. '미래'와 '인간', 그리고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예술을 통해 던지고 있는 것이다. 이번 전시는 그 흐름의 일환으로 '데이터'를 다루고 있다. 전시제목 <네오토피아>에서 드러나듯 전시는 그 답을 낙관과 비관 그 어디에도 기울지 않은 자세를 취한다. 아트센터 나비 본관과 나비 미개기술연구소, 타작마당과 COMO 이 네 곳에서 인간과 집단, 사회에서 다루는 데이터, 그리고 데이터가 그들을 어떻게 다루고 변화시켜가는지에 대한 작품들이 선보였다.


다이토 마나베, 츠비토 이시이, 히로후미 츠카모토, 유스케 토모토(Daito Manabe, 2bit Ishii, Hirofumi Tsukamoto, Yusuke Tomoto), 체인즈 (chains), 2016

본관 전시에서는 각 작가가 다루는 데이터가 어떠한 형태로 다루어지고 변환되었는지에 대한 결과물, 즉 결과값들에 대한 작품들이 눈에 띄었다. 작품 체인즈는 다이토 마나베를 비롯한 2bit 이시이 외 2인이 블록체인에 대해 다룬 결과물이다. 누구나 인정하는 미래가치를 지닌 기술이자 가장 오남용되며 금전적 손해를 입히고 있는 블록체인 기술 중 하나인 가상화폐의 자동거래 시스템의 과정을 시각적인 양식으로 변환, 출력한 작품이다. 


나비 이아이랩 김정환 / 유유미 / 안준우 / 서원태 (nabi E.I.Lab Junghwan Kim / Yumi Yu / Joonwoo Ahn / Wontae Seo), 데이터 펌프 잭 (Data Pump Jack), 2017

나비 E.I.랩의 연구 결과물인 데이터 펌프 잭은 유류 주유기의 물리적 모티브를 이용한 데이터 시각화 작업이다. 

아르노 콜리나트, 아말리 라 부르데, 피터 미들턴, 제임스 스피니 (Arnaud Colinart, Amaury La Burthe, Peter Middleton, James Spinney), 실명에 관한 노트 (Notes on blindness), 2016 Destribute by Within

나비 미래기술 연구소에서는 경복궁역 인근이라는 위치와 연구소 본연의 성격에 연관된, 인간 커뮤니티에 관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가상현실 기반 기술을 이용한 <실명에 관한 노트>는 시력을 상실한 신학자 존 마틴 헐의 다이어리를 바탕으로 눈 먼 사람이 언어를 통해 전달하는 시각 정보에 대한 작업이다. 그가 전달한 시각 너머의 풍경은 HMD와 입체 음향 오디오 시스템을 통해 눈 먼 이가 전달하는 시각체험이라는 기묘한 상황과 감각에 닿게 한다.


다니엘 호위 (Daniel C. Howe), 애드버타이징 포지션스 (Advertising Positions), 2017

<애드버타이징 포지션스>에서는 3인의 독특한 가상인물을 만날 수 있다. 각각의 인물은 나이, 연령, 성별, 지역, 특정 호불호의 캐릭터를 지니며 각 특성을 데이터 서치값으로 가지는 봇들이 구글 크롬 브라우저를 통해 검색되는 광고들을 가상인물의 피부에 접합시킨다. 각자의 피부에 모자이크형식으로 접합된 광고는 역으로 각 인물의 정체성을 규정해주는 얼굴이고 키워드인 것이다.

나비이아이랩 조영각, 유유미, 이소형, 김시현 (nabi E.I.Lab Youngkak Cho, Yumi Yu, Sohyeong Lee, Sean Kim), 브레이킹 뉴스 (BREAKING NEWS), 2017

마지막으로 타작마당에는 전시 이전 진행했던 관련 해커톤 프로젝트의 결과물들과 그 외 완결된 작품보다는 과정에 의미가 있는 여러 주제 프로젝트들이 소개되었다. 나비 E.I.랩의 작품인 <브레이킹 뉴스>는 관람객이 입력한 개인 정보를 인공지능 관련 소프트웨어가 해석하고 웹 상의 여러 데이터를 모아 새롭게 하나의 기사를 재구성하는 작업이다. 개인데이터 입력 이후에 관객은 자신과 관련한 미묘하고 기이하며 실제 사건이 섞여있는 가짜 뉴스를 확인할 수 있다.



데이터에 대한 감수성, 그리고 이를 읽어내는 리터러시 능력은 오늘날의 사회에서 갈수록 강조된다. 너무나 많은 데이터들이 생성되고 출력되고 있는 상황이고 수없이 많은 고의적 왜곡과 가위질된 맥락의 정보들이 대놓고 쏟아지고 있다. 읽는 방법을 모른다면, 현상과 데이터가 내놓는 감성을 읽지 못한다면 그만큼 그 사람의 눈과 귀는 닫힐 수 밖에 없다. 그들은 남들과 전혀 다른 세상에서 살아갈 수 밖에 없으며 소통은 극히 제한될 수 밖에 없다. 이제 데이터에 대한 이해는 인간적인 삶의 생존의 문제에까지 - 생물학적 생존이 아닌 - 다다르고 있다. 전시 <네오토피아>는 오늘날의 데이터 기반 사회에 대하여 데이터를 창의적으로 다루고 뒤쳐지는 사람에 대한 교육과 배려, 오독에 대한 우려, 읽기와 표현에 대한 가능성, 그리고 데이터를 다루는 행위에 대한 파급 효과까지 여러 다양한 시각을 한데 모아 제시해내었다.


다만 아쉬운 지점은 세 곳의 매우 훌륭한 공간에서 전시가 진행되었지만, 각 공간별 특색이 명확치 않았다는 점이다. 한 공간을 방문했을 때의 명확한 주제가 없다는 점은 상대적으로 맥락의 부제에 닿는다. 데이터를 다루는 행사에서 데이터를 다룰 때 가장 중요한 지점 중 하나인 맥락화에 소홀했다는 점은 단점이다. 덕분에 상대적으로 공간이 너무 훌륭했다는 기억이 더욱 강하게 남았다. 무엇이 가장 중요했나 라는 회고중에 일종의 정보 교란이 발생했다.


글. 허대찬 (앨리스온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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