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으로 디뮤지엄을 검색하면 466,384개의 게시물이, 국립현대미술관은 123,251개, 서울시립미술관은 82,390개, 이 둘을 다 합쳐도 디뮤지엄의 게시물 수가 훨씬 많다. 물론, 많은 게시물 수가 가치 있는 전시라는 뜻은 아니지만 디뮤지엄은 사람들에게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전시의 가치를 떠나서 관람자들은 디뮤지엄을 좋아한다.
<인스타그램 게시물 수 차이>
관람자들은 디뮤지엄의 전시가 쉽고 재미 있다고 말한다. 직관적이라는 뜻이다. 관람자가 어렵다고 생각하는 전시는 창작자가 만든 의미와 철학을 추론하는 개념미술이다. 그것은 관람자에게 생각을 요구하기 때문에 어렵다. <weather>는 우리에게 보편적인 공감각을 불러일으키는 테마다. 로컬리티나 이념, 난해한 철학적 개념을 앞세운 테마와 다르다. 날씨는 우리에게 친숙하고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주제다. 디뮤지엄은 그것을 스타일 있는 이미지로 보여준다. 관람자에게 메시지와 의미를 강요하기 보다 이야기를 들려주고 감각을 경험하게 한다는 점이 이 전시를 부담 없게 한다. 단지 보편적인 테마 선정에서 그치지 않고 디뮤지엄은 비주얼을 강조한다. 그것은 머리 보다 감각을 자극한다. 디뮤지엄은 마치 젊은 관람객들이 공감하는 감각이 무엇인지 아는 것 같다.
젊은 세대의 보편적인 비주얼 감각은 인스타그램 감성으로 대변된다. 첫째는 빈티지한 색감의 필터, 두 번째는 2차원 평면 구도, 세 번째는 인물을 작게 하고 배경 여백 강조, 네 번째는 1:1 비율의 정뱡형 구도, 다섯 번째는 무심함이다. 어느새 인스타그램 감성은 좋은 비주얼이라는 등식이 되었다. 인스타그램 감성의 이미지는 리얼리티 보다 판타지를 자극한다. 빈티지 필터는 2018년의 풍경을 6,70년대의 감성으로 변주시킨다. 리얼한 풍경에 필터를 씌우고 다소 작위적인 이미지로 변환시킨다는 것은 인스타그램이 얼마나 판타지를 베이스로 한 감성인지 잘 알 수 있게 한다. 거기다가, 그 이미지의 피사체는 똑 같은 라면이라도 양은냄비 라면이 아니라, 정갈한 그릇에 김치 한쪽이 담긴 라면이어야 한다는 맥락도 잊어서는 안 된다. 어느 새, 인스타그램은 개인의 취향을 드러내는 공간이 되었다.
18세기에 등장한 로코코 미술은 귀족과 부르주아의 취향을 드러내는 수단이었다. 사물의 윤곽을 뚜렷하게 그리기 보다 흐릿하게 하여 사실성 보다는 몽환적인 감각을 강화했다. 권위와 위엄을 보여주기 보다, 귀족들의 아기자기한 취향과 과시적인 향락과 화려함을 강조했다. 2018년, 오늘날 대중은 18세기 귀족 못지 않은 라이프를 즐긴다. 세계를 여행하고 미술관에서 작품을 감상하고 고급 음식을 먹으며 18세기 대중이라면 꿈 꾸지 못할 생활을 한다. 귀족들이 로코코 미술로 자신의 취향을 표현했다면 오늘날 대중은 인스타그램으로 스타일을 드러낸다.
<장 투완 와토의 카테라 섬의 순례>
취향의 카테고리에서 로코코와 인스타그램에는 차이가 있다. 로코코가 눈에 보이는 과시적인 향락을 표현을 했다면, 인스타그램은 자신이 세상을 바라보는 라이프스타일을 과시한다. 다시 말해, 고급 레스토랑에서 스테이크를 먹지 않고 집에서 김치찌개를 먹어도 좋다. 하지만 고춧가루 덕지덕지 붙어 있는 뚝배기에서가 아니라, 깔끔하고 정갈한 그릇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을 먹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먹느냐가 인스타그램에서는 더 중요하다.
이 전시에서 보여주는 사진도 드라마틱한 혹은 역사적인 스토리가 담긴 사진이 아니다.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일상의 풍경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것을 어떻게 바라보고 찍었는지 작가의 감성만이 순수하게 드러난다. 특히 올리비아 비의 사진은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친구들의 모습을 가감 없이 순간포착 한다. 피사체는 더할 나위 없이 자유롭고 가식 없다. 예쁜 척, 멋진 척 포즈를 잡지도 않는다. 그 모습은 다채로운 빛을 사용한 테크닉으로 다소 낭만적으로 묘사되었다. 이 사진에는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의미 보다, 일상의 기록으로서 작가의 순수한 감각만을 전달한다.
<Olivia bee>
<요시노리 미즈타니, Yusurika 005 > <김강희, Cloud way>
<전시 사진을 남기는 관람자들>
<무슨 뜻인지 모르지만 한글이 예뻐서 트위터에 올리는 토마스 맥도넬>
글. 임태환(aliceon edi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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