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미디어아트 전시

경계없는 세계로의 여정 : 《teamLab★Borderless》_ exhibition review

연서정 2019. 1. 25. 18:24



엡손 팀랩보더리스

EPSON teamLab★Borderless チームラボ ボーダレス


" 경계 없는 아트 속에 몸을 던져 신체를 통해 세계를 탐색하고, 타인과 함께 새로운 체험을 창조하다. 
경계 없는 하나의 세계 - teamLab Borderless "

최근 국내 전시의 동향을 보면 자주 등장하는 단어가 있다. 어떠한 기준에 의해 분간되는 한계를 넘는다는 의미를 가진 '탈경계', 그것이 요즘의 이슈인가보다. 오늘날의 눈부신 기술발전에 더불어 다문화주의 그리고 글로벌리즘은 우리를 자연스럽게 다양한 경계를 넘나들게 하지만, 우리는 그것의 이면에 감춰진 경계를 알아채기 전까지는 알지 못한다. 그래서일까 최근 전시들이 경계에 주목하는 것 역시 많은 작가들이 스스로 경계에 영향을 받기도 하며, 경계를 주목하고 있기 때문인 듯 하다. 또한 이러한 경향은 우리에게도 낯설지만은 않은 일이다. 흔히 생각하는 국가, 문화, 지역과 같은 경계들은 이미 무너졌다고 보아도 될 만큼 경계가 불분명해졌다. 웹이라는 바다 속에 국가의 경계는 이미 잠식당했고, 경계를 넘나들며 현실의 문화또한 다중적으로 변했다. 이렇게 잠식된 경계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자연스럽게 사라졌고,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우리의 삶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렇게 다중적 층위로 만들어진 경계를 불분명하게 녹여내는 기술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작업은 다양하다. 그 중에서도 최근 도쿄여행을 간다면 필수코스로 방문해야한다는 오다이바 팀랩보더리스는 기술이 눈을 넘어 몸을 속이는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지난 2018년 6월 21일 도쿄 오다이바에 개관한 팀랩보더리스는 520개의 컴퓨터와 470개의 프로젝터를 통해 10,000㎡(무려 3,000평)의 공간에 'Digital only museum'을 꾸렸다. 홍보영상에서만으로도 느껴지겠지만, 전시실 초입 들어서기 전 볼 수 있는 "Wander, Explore and Discover"이라는 탐험적 단어들은 엡손의 프로젝션과 영사기술과 만나 선명한 빛을 통해 공간뿐만 아니라 개인의 정체성까지 포함해 경계없는 예술적 탐험을 가능할 수 있게 해준다.




▲  팀랩보더리스 홍보영상



흔히 전시라고하면 생각나는 이미지는 화이트큐브와 그곳에 놓여진 작품 그리고 작품에 손이 닿지않도록 경계선이 그어져있다. 그리고 또한 어떤 정보를 담은 전시인지 알려주는 팜플렛이나 브로슈어가 있고, 감상하는 순서도 1번 전시실부터 시작해 마지막 전시실까지 가는 동선까지 정해져있다. 그에 반해 팀랩보더리스는 어떠한 제약도 어떠한 방법도 없다. 무려 400명이나 되는 미디어아티스트와 조명, 건축, 프로그래머, 엔지니어분야의 전문가들의 협업으로 이루어진 이 공간은 총 5개의 구역의 컨셉으로 보더리스 월드(Borderless World), 팀랩 애슬레틱스 포레스트(teamLab Athletics Forest), 퓨처 파크(Future Park), 램프 포레스트(Forest of Lamps), 엔티 하우스(En Tea House)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는 길도 없고, 지도도 없으며, 정해진 방법도, 방향도 없이 오로지 감으로 모든 것을 선택하게 하고 감상하게 한다. 하지만 방법과 길이 없기때문에 놓칠 수 있는 공간이 너무 많다는 것도 하나의 흠이라고 하면 흠이다. 




  팀랩보더리스 전시전경 일부



이 곳을 단 하나의 단어로 표현하라하면 '빛'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프로젝터에서 쏘아진 빛이 빚어내는 형상은 이 세상에 있는 풍경도 될 수 있으며,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풍경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과거 인상주의 화가들은 빛이라는 자연과학현상에 주목하며 시간과 계절이 바뀔 때마다 변해가는 빛의 인상을 담아내려고 했다. 과거의 미술에 빛은 하나의 현상이었다면 지금의 빛은 어떤 의미일까? 적어도 이 곳에서 빛의 의미는 대상 그 자체인 것 같다. 지금의 미술계에 획을 긋고 있는 디지털 아트에서 빛은 안료 그 자체가 되어 의미를 빚어나가고 있다. 이제 빛은 더이상 밝고 어두움으로 표현되는 것이 아니라, 쏘아지고 펼쳐지며 흐르기도 하고 경계를 허물기도-짓기도 하는 재료가 되었다. 이러한 빛으로 꾸려진 5개의 구역의 팀랩보더리스에서는 관객에게 단지 시각으로 무언가를 감상하는 것뿐만 아니라 오감으로 공간을 체험할 수 있게 한다.




  팀랩보더리스 Dance! Art Museum,Learn&Play! Future Park




또한 전시공간에서 관객은 빛을 감상하는 것 말고도 빛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이리저리 공간을 헤메다보면 어린이들이 직접 공간을 만들어내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직접 그린 그림을 스캐너에 입력시키면 자신이 그린 그림이 전시장 공간을 돌아다닌다. 작품을 눈으로 접하고 그것을 수용하는 방식이 아닌 이곳은 관객에 의해 반응하고, 진행되며 완성시키는 공공동적인 창조공간이다. 이 외에도 인터렉티브 형식으로 관객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공간들이 많다. 톡톡 건드리면 풍선 색깔이 변하는 공간부터 트램플린을 뛰면 빛이 나를 쫓아오게도 할 수 있고, 빛을 따라 정글짐을 올라가면 노래가 나오는 것과 같은 놀이공원과 같은 체험이 가득하다. 이러한 체험은 '신체를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세상을 입체적으로 생각하다'라는 팀랩의 컨셉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팀랩보더리스 홈페이지 일부



길고 긴, 넓디 넓은 공간을 돌아다니며 빛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움과 쉬지 않고 움직이는 공간은 관객에게 단 한시도 눈을 쉬게 하지 않는다. "아트는 방을 벗어나 이동을 시작했다"는 보더리스 월드는 프로젝터가 쏘아 비춘 빛이 그저 스크린에 투영되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순간의 투사된 빛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처럼 다른 작품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사이에 관객과 공존하며 어우러지게 한다. 어떻게 빛만으로 공간을 살아숨쉬게 할 수 있을까? 그 의문은 직접 체험하지 않고서는 풀리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빛과 함께 술래잡기를 하며 춤을 추고 뛰노는 이 공간은 기술과 예술의 접점으로 만들어진 명소로 손 꼽히며 도쿄여행, 오다이바 명소에 빠지지 않는 필수코스로 자리하고 있다. 이 외에도 팝업전시를 종종 세계적으로 하고 있으며 상설전시로 운영되고 있으니, 그간 관심있었던 분들은 빛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경험을 만끽해보시기 바란다.


홈페이지 : https://www.teamlab.art/
E-티켓 구매처 : https://ticket.teamlab.art/
장소 : MORI Building DIGITAL ART MUSEUM : teamLab Borderless
입장료 : 성인 3,200엔 / 어린이 1,000엔(4~14세)
휴관일 : 둘째, 넷째주 목요일


정서연 (앨리스온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