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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gital Theater 새라새극장, 지금은 발전 중 _aliceview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7. 17. 20:54



새로운 시선, 새로운 시도, 새로운 도전은 사람을 두근거리게 만든다. 접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공간 속에서 가시적으로 느끼게 되는 경험 또한 사람의 마음을 끌어당긴다. 공간이란 사고의 틀을 제공하는 존재이며 그 틀 안에서 사람들은 의미를 부여하고,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게 된다. 공간이 규정하는 힘은 양날의 칼과 같아서 기회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는 동시에 기회에 적합한 그 무언가를 요구하는 부담으로 다가서기도 한다. 여기 또 하나의 재미있는 공간이 생겨났다. 엄숙하고 지루하기만 할 것 같은 지역문화재단의 문화시설 가운데에 아직은 실험적 측면이 강하게 부각되는 디지털 공연을 위한 극장이 생겨난 것이다. 어떤 가능성이 그 곳에 숨어있는지 잠깐 들여다보는 것이 어떨지 제안해 본다.





고양문화재단에서 어울림누리에 이어 건립한 아람누리는 고양시의 새로운 문화 인프라를 구축하는 또 하나의 축으로 세워졌다. 이 가운데에서도 “새라새극장”은 세계 최초의 디지털 공연장임을 강조하며 그 시작에 의미를 부여한다.


창조적 시도를 중시하는 공연으로 실험적 공연을 기획하고 있는 새라새극장은 우선 그 공간 기획에 후한점수를 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300석 규모의 가변형 공연공간은 기존의 실험공연공간들이 가지고 있던 제한적이라는 이미지를 재고하게 한다. 1층 공간 플로어 전체는 구획되어 이동 가능한 형태로 설계되어 공연의 형식이나 내용 구성에 따라 무대가 변할 수 있는 가변형의 공간으로, 이러한 가변형의 무대는 무대 기본형인 프로시니엄무대에서부터 회전무대, 원형무대까지도 가능하게 한다. 따라서 적어도 새라새극장에서의 공연을 기획할 때에는 최소한 무대의 변형에 대한 고민에 대해서는 자유로울 수 있게 해준다. 사실, 관심을 끄는 것은 가변형의 플로어 뿐만은 아니다. 규모 자체로 보자면 소규모인 이 극장의 전용무대공간에는 여러 개의 대형 망사막과 스크린이 설치되어 디지털영상을 구현할 수 있게 하였으며, 다양한 사운드 요소를 구현할 수 있는 음향시스템까지 갖추고 있다. 메인 음향에 부차적으로 지향성스피커나 무빙스피커, 필름스피커 등이 설치되어 있는 이 공간은 실험 사운드 작업 등을 상연하기에도 적절한 공간으로, 점점 복합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공연 장르들에 대해서 여러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문화시설 건립 시 현실적인 재정문제를 많이 고려하는 국내의 상황에서 이런 소규모 공연장에 이런 다양한 장치들을 구비한다는 것이 결정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현실화된 것을 보면서 문화에 대한 국내 인식이 점차 나아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새라새극장 개막작으로 올려진 신타지아(Syntasia)는 고양문화재단과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에서 공동 제작한 디지털 퍼포먼스로서, 새라새극장이 지니고 있는 하드웨어의 장점을 보여주기 위해 고심한 흔적이 보인다.
이번 공연을 위해 우선 100석 가량의 일반좌석 일부는 신타지아 공연의 성격에 따라 무대로 사용되고, 남은 200석 가량의 좌석을 관람석으로 조정하였으며 무대에는 무대장치를 대신하여 멀티프로젝션을 이용된다. 입체감 있는 영상을 통해 구현된 가상현실 배경연출은 기존에 사용되던 배경형식을 대체한다. 네트워크를 통해 무대와 무대 외부가 소통하고, 다방향으로 제어되는 음향은 같은 공간 안에서도 서로 다른 사운드를 체험하게 한다.
실시간 영상 처리된 주인공의 형상은 즉시 공연의 배경으로 사용되고, 모션캡쳐 된 주인공의 아바타도 극의 일부를 이룬다. 3D로 구현하는 배경 속에서 배우는 직립형 스쿠터의 일종인 휴보웨이를 타고 자유롭게 움직이고, 관객은 핸드폰을 통해 배경화면을 만들어내는 역할로서 공연에 참여한다. 관객들은 공연 속에서 구현되는 디지털 기술들에 대해 새로움을 느끼거나 자신이 참여하여 실시간으로 공연을 만들어 가는 것에 아직은 어색해하면서도 흥미로워한다. 다양한 기술들이 공연 내내 구현된다. ‘신타지아’는 분명 기술적인 측면의 발현에 중점을 두었다는 연출자의 의도와는 부합되는 공연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기술적인 면에 중심을 두다보니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이분법적으로 나누지 않고, 동시적 입장에서 작품 안에서 드러내고자 하였다’는 원작자의 의도를 생각해 볼 때에는 조금 아쉽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사실, 잘 갖춰진 하드웨어에 똑떨어지는 소프트웨어가 결합된다면 그야말로 더할 나위없는 조합이 될 수 있다. 어렵게 시도된 디지털 퍼포먼스를 관람한 후 느껴졌던 아쉬움이 바로 이러한 조합에 관한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점차적으로 하드웨어가 갖춰져 가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 기술력이 발현되는 것뿐만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새로움 이상의 즐거움이나 긴장감을 느끼게 하는 소프트웨어가 충족되지 못하고 있다는 아쉬움인 것이다.
마지막에는 늘 아쉬움이 남아버리는 국내의 디지털 퍼포먼스들이, 디지털 공연장들이 등장하며 공연문화 환경이 점차 발전하기 시작하는 이 시점에서 이제는 단지 아쉬움으로만 남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는 건 너무 큰 기대일까. 물론 아직은 국내 상황 속에서 다원예술이나 복합예술 공연에 대한 시도는 여러 가지 한계를 갖는 것이 사실이지만 퍼포먼스 구현을 위한 기본적인 하드웨어에 대한 고민의 시기가 지나감에 따라, 계속적으로 소프트웨어와의 조합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숙제거리로 남아 지속적인 시도들을 요구하고 있다. '신타지아'도 이러한 과정 가운데 하나로서 생각해 볼 수 있다. 아직 완벽한 완성형의 작품이라기보다는 발전의 여지가 남아있는 작품으로서 국내 상황에 맞게 시도된 실험적 공연이었다는 데에서 그 의미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다양한 공연들이 새라새극장이라는 공간에서 시도되면서 점차 이 결합과 조화의 문제의 해결에 대한 또 다른 실마리를 찾아갈 것이라고 생각된다. 다양한 시선과, 다양한 폭을 가지고 디지털 공연을 모색하는 중에 우리에게 남겨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결합에 관한 오랜 숙제가 조금씩 풀리진 않을까. 각 분야의 실험적인 디지털 퍼포먼스를 기획하는 크리에이터들이 함께 동시적으로 소통하면서 말이다.




글. 이은아. 앨리스온 에디터(l.eunah@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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