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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섭, 개념을 담은 소리, 소리를 담은 오브제_interview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10. 1. 10:05


앨리스온 9월호에서 만나볼 김영섭 작가는 독일에서 사운드 아트를 전공한 미디어아트 작가로, 국내에서는 올해 초 쌈지 스페이스에서 열린 ‘사운드 아트 101’ 전시를 통해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소통의 부재나 개인이 처한 상황이나 환경에 따른 의미의 전이 같은 이야기들을 소리에 담고, 그 소리를 다시 일상적인 오브제에 담아 시각화하는 사운드 설치작품 보여주고 있는 김영섭작가를 만나보시죠.

앨리스온: 김영섭 작가 작품은 쌈지스페이스에서 전시되었던 <케이블 도자기 그리고 소리(2007)>란 작품을 통해 처음 접하게 되었는데요, 사운드 작업은 언제부터 시작하게 되었나요? 독일 유학 전부터 미술을 전공하셨는지요?



<그림. 케이블 도자기 그리고 소리>

김영섭: 네, 한국에서 회화전공을 했고 대학원까지 마치고 유학을 갔습니다.

앨리스온: 서양화 중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작품을 하셨나요?

김영섭: 인물을 주로 다루었는데요, 19X14cm 크기의 캔버스 위에 현대인 혹은 동시대 인물상을 소재나 표현의 제약 없이 하나하나 표현하고 나중에는 군집의 형태로 설치하는 작업을 했었습니다. 4~5년 정도 그런 작업을 했고 1999년도에 관훈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었습니다. 그런데 결과는 좋지 않았어요. 정말 오랫동안 준비했던 첫 개인전이었는데 말이죠. 당시 강익준 작가 전시가 몇 개월 전쯤에 인사동 몇 군데 화랑에서 있었는데, 사람들이 강익준 작가 작품하고 비슷하다는 평가를 많이 했었죠. 작은 이미지들이 모여 큰 설치를 이루는 형식은 비슷하지만 내용적인 부분이나 세부적은 표현들은 상당히 달랐는데 말이죠. 구상적으로 인물을 표현한 것도 있는 반면 어떤 경우는 입하나에 문고리를 단다든지, 안경을 사용하기도 하는 등 각기 다른 방식으로 6000개 정도의 인물을 표현했습니다. 서로 다른 사람이 가진 인상을 함축시켜서 오브제로 표현한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오랫동안 공들여 준비한 작업이었는고, 특히 당시에는 지금처럼 대안공간이나 공모전처럼 신인 작가를 지원하는 기회가 많지 않아서 사비를 털어서 전시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평가라는 것이 너무 단순했습니다. 나중에는 강익준작가와 너무 많이 비교를 당해서 한 동한 작업을 못할 정도로 상심을 하기도 했었죠. 그러다 보니 정말 이게 내 작업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고 전혀 새로운 작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되었습니다.

앨리스온: 그런 당시의 상황들이 독일로 유학을 가게 된 계기가 되었나요?

김영섭: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당시에 저를 가르쳐주셨던 선생님들 중에 독일에서 공부하신 분들이 많이 있었고 독일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었습니다. 그리고 전부터 소리라는 것에 관심이 있었습니다. 풍물패에서 10년 넘게 활동을 하다 보니 소리에 대한 관심이 많을 수 밖에 없었죠. 그래서 소리를 내는 악기를 오브제로 삼은 설치 작업들을 하기도 했었구요. 그런데 당시에는 관심만 있었을 뿐이지 소리가 무엇인지에 대한 개념이나 지식은 전혀 없었습니다. 그래서 소리라는 것을 시각화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을 하게 시작했었죠. 그런 고민을 하다가 유학을 가게 되었습니다.

앨리스온: 그럼 구체적으로 학교를 정하거나 지도교수를 정하고 유학을 간 것은 아니었겠네요?

김영섭: 네, 그런 것은 아니었습니다. 유학을 가면서는 그림은 그만 두어야지 하는 생각이 있었고, 새로운 무언가를 찾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독일에는 아는 후배가 있기는 했지만 특별한 연고는 없었고, 1년 반 정도는 어학에만 매달려야 했죠. 그 뒤에 처음에는 카셀로 갔었는데, 그 곳에 있던 교수가 제 작업을 보고는 크리스티나 쿠비쉬를 추천을 해주었습니다. 그래서 자료들을 찾아보니 크리스티나 쿠비쉬가 했던 작품들이나 활동들이 참 흥미롭더라고요. 이런 것도 있구나 할 정도로요.

앨리스온: 독일에 가셔서 교수들이나 그 쪽 학교들에 보여주셨던 포트폴리오는 한국에서 작업했던 작품들을 보여주셨던 건가요?

김영섭: 아니에요. 그때 보여줬던 작품들은 독일에 가서 새롭게 한 작업한 것들이었어요. 처음에는 작업공간도 없었기 때문에 종이에다 사람의 감정이라든가 사물놀이 박자 같은 것들을 시각화해서 표현했었습니다. 박자 자체를 눈으로 볼 수 있도록 시각화 한 것이었죠. 또는 비디오로 영상을 담되 소리는 배제하고 이미지에 맞춰 제가 직접 꽹과리 연주를 한다던가, 소리는 배제한 채 물방울이 떨어지는 파장을 보여주는 영상들을 보여주는 등의 방식으로. 그리고 독일에서는 당시에도 타자기를 많이 썼었는데, 도서관 같은데 가면 타자기 소리가 엄청나게 크게 들리곤 했습니다. 타자기 소리와 문자로 표현된 것 사이의 연결성 같은 것을 보면서 이런 것도 작업이 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되었죠. 사물놀이가 재미있는 것이 악보 없이 연주가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 입에서 입으로 이어 내려져 오면서 연주가 전달되는데, 제 나름대로 사물놀이를 연주 소리를 점으로 기호화 시켜보기도 했습니다.



<그림. 사물놀이 박자를 이용한 소리 작곡>


사용자 삽입 이미지


<관계항>


앨리스온: 그런 소리나 소리를 시각화하는 것에 관심이 있으셨다면 크리스티나 쿠비쉬를 만나 것은 아주 좋은 그리고 적합한 스승님을 잘 만나셨던 것 같네요. 독일에서의 수업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궁금하네요?

김영섭: 마치 음대에 왔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교수님도 원래 전자 음악을 하셨던 분이었고, 수업도 전자음악 감상이나, 60~70년대 음악, 그리고 소리 편집 같은 기술적인 부분에 관한 수업도 많았습니다. 기본적으로 모두 소리와 관련된 내용들이었죠. 그리고 2주에 한 번이나 한 달에 한 번 정도 반 모임이 있는데, 자기가 한 작업들을 보여주고 토론하는 형식이었습니다. 그리고 주제가 주어지고 작품을 만들어서 발표하는 수업도 있었습니다. 처음 주어졌던 주제가 ‘하나의 공간과 13개의 스피커’였습니다. 한 학기 동안 주어진 주제에 대해서 작업 계획을 세우고 토론을 하고 작품을 만들고 각자 전시를 하고 다큐멘테이션까지는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식으로 테마를 주고 1년 동안 그 주제를 탐구하고 작품을 만들도록 하는 수업이 많았습니다.

앨리스온: 그럼 크리스티나 쿠비쉬 밑에서 배우려는 학생들도 많았겠네요. 유럽, 특히 독일에는 사운드작업 하는 작가들이 많지 않나요?

김영섭: 사운드 작업을 하는 분들은 많은 편인데요, 미디어아트를 전공하거나 전자음악을 전공하면서 작업 하시는 분들은 있는 편인데, 제가 있었던 학교처럼 소리시각예술학과라고 별도로 전공이 경우는 많지 않았습니다.

앨리스온: 그럼 독일에 가시면서부터 소리라는 보이지 않는 것을 시각화하는 작업들을 시작하신 것 같은데, 본격적으로 공부를 하시면서 작품 방향이 구체화되거나 혹은 변화던 부분이 있었다면?



김엉섭: 첫 개인전은 다음슈타트 음대에서 가졌는데, 그곳에서 사물놀이 공연을 초청을 받아서 한 것이 계기가 되어서 그곳 갤러리에서 전시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곳에서 독일에서 처음 했던 사물놀이를 시각화한 작업들을 전시를 했습니다. 이후에 수업을 들으면서 선생님의 소리 설치작업에서 영향을 많이 받았던 것 같고, 점차 소리라는 것을 직접 이용해 보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계기가 있었는데, 바로 유학 생활을 하면서 겪었던 언어 문제였습니다. 자괴감이 들 정도로 언어로 인한 어려움을 겪으면서 언어로서의 기능을 하지 못하는 언어는 더 이상 언어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죠. 바로 그런 점에서 작업의 모티브를 찾게 되었습니다. 어떤 것이라도 인식하는 관점이나 자기가 처한 상황에 따라 의미는 변할 수 있고 전이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죠. 언어가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소통의 기능을 소통이 되지 않도록 만든 것이죠.
앞에서 말씀 드렸던 13개의 스피커와 하나의 공간이라는 주제로 작업했던 작품의 경우,  13이란 숫자는 서구에서는 부정적인 의미이지만 저에게는 별다른 의미가 없는 숫자, 즉 무의미를 상징하고, 저에게 모든 일이 일어나는 공간인 내방이라는 공간은 의미를 뜻하는 것으로 상정해서 의미와 무의미의 소리들로 작업을 구상하기 시작했어요. 독일어 방송 12개 채널의 명확한 소리와, 나머지 열 세 번 소리는 내 방에서 날 수 있는 소리를 담아서 12가지의 무의미한 소리와 마지막 열 세 번째 의미 있는 소리를 잡음처럼 삽입해서 무의미한 소리와 의미 있는 소리가 계속 중첩되고 서로 간섭하는 형식의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다음으로는 소원을 테마로 한 작업이었는데, 당신의 소원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한 단어로만 이야기하도록 인터뷰를 했어요. 사람들은 사랑, 명예, 돈, …이런 식으로 대답을 하곤 하죠. 재미있었던 것은 소원이라는 단어 하나만을 가지고도 그 시대 사람들의 문화를 느낄 수가 있더라고요. 이 프로젝트는 한국에서도 진행해 볼 생각입니다. 한국사람들은 어떤 것을 소원으로 이야기 할 지 예상은 되지만요^^.

앨리스온: 지금까지 말씀해 주신 작업들이나 자료에서 보았던 작업들을 보면 굉장히 개념적인 것들을 소리에 함축적으로 담아내고 또 그것을 시각화하는 작업을 해오신 것 같습니다.

김영섭: 네, 잘 보신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사운드 설치라고 해도 개념적인 부분이 많은 것 같습니다.

앨리스온: 사운드 작업을 위한 툴 같은 것들도 많이 배우셨을 것 같은데요?

김영섭: 네, 공부할 때 제일 먼저 가르쳐 주는 것은 사운드 포즈입니다. 복합적으로 사운드가 가더라도 먼저 사운드가 걸러줘야 하거든요. 사운드 포즈는 소음도 잡아주고 효과도 넣을 수 있고 포장도 해줄 수 있는 프로그램이죠. 저 같은 경우는 원음 자체를 녹음해서 작업을 하기 때문에 녹음된 소리에서 잡음들을 잡아주기 위해서 사운드 포즈를 많이 사용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5채널 작업은 경우는 DTS나 로직이나 큐베이스를 써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앨리스온: 김영섭 작가 작품들을 감상하면서 처음에는 인터렉티브 작업이라고 생각을 했었습니다. 작품에 가까이 가야 소리가 나는 것 같았거든요. 도자기나 물병모양의 오브제 같은 경우에 관객이 접근을 해야 소리가 나는 인터렉티브 작업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더라고요.^^;

김영섭: 오브제에 가까이 가여 소리가 더 잘 들이는 것이지 인터렉티브한 작업은 아닙니다. 아직까지 인테렉티브 부분에는 큰 관심이 없습니다. 이미 많은 분들께서 하고 계시고 잘 소화해내는 분들이 많은데, 아직까지는 지금 하고 있는 방식을 계속할 생각입니다. 아무래도 이 부분에서도 크리스티나 쿠비쉬 선생님의 영향을 받은 것 같습니다. 소리를 시각화한 설치를 보여주지만 마치 작곡처럼 정확한 사운드를 만들어서 보여주는 것처럼요. 제가 작업하는 것도 작품의 경우도 전시 리플릿에 악보가 나와 있듯이 정확히 소리에 관한 계획을 세우고 작업을 합니다.



<쿤스트독 개인전 사진들>

앨리스온: 사운드 아트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는 범주는 폭이 상당히 넓은 것 같은데요, 일반관객의 입장에서 구분하기는 쉽지 않은데, 사운드 작업을 하는 작가분들 중에 자신을 작곡가의 입장에서 소리 혹은 음악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들과, 미술이라는 것이 근본적으로 매체실험 혹은 형식실험이라는 측면에서 소리 작업을 하는 분들도 계시고요. 김영섭 작가님은 소리를 설치를 통해서 시각화하는 작업을 하고 계신데, 특히 스피커와 케이블 선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이 굉장히 특색이 있는 것 같습니다.

김영섭: 처음에 한국에서 처음 개인전을 했을 때 비슷한 형식을 한 다른 작가와 비교를 당하면서 힘들었다는 이야기를 드렸었는데, 그때 사건이 지금까지 영향을 미쳤다기 보다는 그때부터 남과는 다른 나만의 형식을 만들어낸 것에 고민을 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사운드설치 작업을 하는 다른 작가들과 차별화된 시각화의 방식을 찾은 것이죠. 그리고 또 한가지 중요한 것은 사운드 작업을 하다 보면 반드시 필요한 것이 스피커와 케이블 선인데, 이 케이블 선이란 것이 처리하기가 참 곤란하더라고요. 대부분 선 처리를 상당히 고민하는데, 저 같은 경우도 처음에는 병적으로 숨기려고 애를 썼었죠. 그런데 숨기려고만 할 것이 아니라 케이블이란 것을 적극적으로 설치에 활용해 보자라고 생각을 하게 되었고, 처음 시도했던 것이 <숲(2005)>이란 작업이었습니다. 그런데 효과도 좋고 나름대로 특색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케이블이라는 것은 상당히 상징적인 의미도 있는 것이어서, 우리 주변환경에서 케이블이 들어가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우리 환경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인데, 그것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개념적으로도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숲>


앨리스온: 작품이나 작업방식에 대해서 친절하게 설명을 잘 해주셔서 쉽게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끝으로 앞으로 어떤 계획 가지고 계신지요?

김영섭: 얼마전 쿤스트독에서 개인전을 열었었고, 지금 Sound Effects Seoul 2007 전시에 참가하고 있습니다. 한국에 들어온 지 몇 달 지나지 않았는데, 처음 강의를 맞게 되어서 강의도 하면서 작업활동 계속할 계획입니다.

앨리스온: 그럼 앞으로도 좋은 작품 기대하겠습니다. 긴 시간 인터뷰에 응해주신 점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정리.이주연.앨리스온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