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터데스크 관리자

도움말
닫기
적용하기   첫페이지 만들기

태터데스크 메시지

저장하였습니다.



앨리스온 11월호에서는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실험적이고 창의적인 작업을 선보여온 이진준 작가를 만나봅니다. 이진준 작가는 예술의 사회적 역할과 함께 예술을 통해 전달할 수 있는 다양한 개념적 가능성을 탐구하는 작가로서 현재 다양한 영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Aliceon: 안녕하세요. 이진준 작가님. 현재까지 다양한 작업을 선보여 오셨는데요. 첫 질문은 역시 현재까지 작업을 해오신 과정에 대한 질문입니다. 어떠한 이유로 작업을 하게 되셨고, 또 어떻게 변화해 오셨는지 궁금합니다.


이진준 : 어린시절 저는 골목길이 많은 지방의 중소도시에서 태어나고 자랐습니다. 70년대의 그 시절 그 가난의 풍경속에서 낮에는 뛰어놀고 밤에는 바로 그 골목길에서 미로처럼 허우적되는 악몽을 나는 밤마다 반복해서 꾸곤했습니다. 이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들어와 경험한 서울이라는 도시에서의 생활은 언제나 저를 긴장시켰습니다. 경영학을 공부하면서 사회 시스템에 대한 보다 구조적인 접근을 할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이야기하면 백화점에 들어가서 느끼는 현기증이란 다름아닌 보이지않는 어떤 힘, 소비를 강요하는 주변에 대한 인식이었던 겁니다.


우리는 태어나면서 부터 어떤 한계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것은 결국 누구나 죽음을 맞이해야한다는 것이지요. 어쩌면 저는 궁극적으로 그 운명적 한계에 대해 근본적인 탈출을 시도하고 싶은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죽음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이 아닌 현재를 살고 있는 나와 혹은 우리를 둘러싼 그 모든 보이지 않는 힘과 구속에 대해 은유하고 시각화시키는 것을 즐기고 있을 뿐입니다. 그러한 작업들을 하며 순간이나마 어떤 태생적 한계에서 탈출하고 싶어 자기최면을 걸고 있는건지도 모르죠. 하지만 제가 삶에서 도망가지 않고 맨발로 다시 일어나 설 수 있게 만들어 준 것이 제게 있어서는 예술이었습니다. 예술을 매개로 다른 사람과 교감을 형성하고 때론 치유적 힘을 발휘할 때 이것은 너무나 멋진 일이지요. 그래서 전 예술을 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환생을 위한 제의 1'-  낙태를 경험한 어머니를 위하여  中  산모상 , 2004


Aliceon: 이력사항에서의 특이한 점이 보였습니다. 학부에서 경영학을 전공하신 이후, ‘조소’로 전공을 바꾸셨는데, 그렇게 변화하게 된 배경이 있다면요? 예컨데, 뒤늦게 예술 쪽에 눈을 뜨신 건가요?^^


이진준 : 돌이켜 보면 제게 일어난 모든 일이 의지와 우연의 엇갈림과 겹침의 반복이었지 않나 싶습니다. 어린시절부터 무척이나 외로움을 많이 느끼고 어디에서도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는 예민한 성격의 아이였습니다. 그것은 성인이 되어서도 마찬가지였고 어딘가 나에게 문제가 있다라는 모종의 자책감에 끊임없이 시달려야 했습니다. 특이함이 존중받지 못하고 끊임없이 획일화를 강요하는 입시위주의 교육시스템에서 그런데도 아이러니하게 좋은 대학의 좋은 과를 합격함으로 인해 마치 승자(?)가 되어버리는 이상한 모순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지나치게 역할놀이를 잘해버린 결과였지요. 대학에 들어와 이미 해야할 다음 단계가 정해져 있는 것 같은, 그래서 오히려 선택의 폭은 좁아져 있는 상황을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그것이 소위 ‘우리 사회의 성공’이라는 안정이 주는 매력이 될 수도 있겠지만, 전 그것보다는 대다수가 원하는 것이 아닌 나 만이 가진 다름을 보다 존중해주기 위해 스스로에게 용기를 내어 진로를 바꾸었지요. 제 삶에서 제가 가장 잘한 선택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부모님의 반대에 시달리고 있는걸 보면 분명 그땐 큰 사고(?)를 친게 맞는거 같습니다. ^^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광고쪽 일을하면서 미술계 사람들과 미술을 자주 접할 수가 있었지요. 그렇게 자연스럽게 예술을 접하면서 전 어떤 편안함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지금은 이제야 제게 맞는 옷을 입고 있는 것 같다고 할까요. 어린 시절부터 제게 일어난 혹은 제가 느꼈던 당시에 이해할 수 없었던 그 모든 일들과 경험들이 마치 바늘로 구슬이 꿰어지듯 전부 엮어지는것 같았습니다. 마치 운명론적으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전 그냥 처음부터 이렇게 예술가로 태어난거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모든 경험과 지식들이 작업으로 전부 수렴되어가고 있구요. 분명 제가 지금까지 가장 잘한 선택 중 하나는 이 길을 선택한 것입니다.


Aliceon: 그러셨군요. 그럼 조금 구체적으로 작업이야기를 해보죠. 초기 설치작업을 보면, 사회풍자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예술 작업이 가져야하는 사회적 역할을 의식하고 계시는 건가요?


이진준 : 미술대학에 처음 들어가서 기초디자인이라는 시간에 만들었던 작업이 바로 격자 파이프를 연결시켜 나체로 온몸에 감고 일종의 퍼포먼스를 한 것입니다. 단위체를 통해 조형적인 기초를 연습하는 수업이었는데 만들고 나서 몸에 억지스럽게도 끼우고 싶더라구요. 그땐 이유도 몰랐지만 그냥 그러고 싶었지요. 그리고 졸업할때 ‘환생을 위한 제의(祭儀)’라는 제목으로 두 개의 제사의식을 치루는 퍼포먼스와 설치작업을 했습니다. 하나는 ‘낙태를 경험한 어머니를 위로하기 위하여’라는 제목으로 그리고 하나는 ‘낙태를 당한 아이들의 환생을 위하여’라는 제목으로 말에요. 그때부터 명확하게 나는 사회적 주제들을 하나씩 작업의 동기로 가져오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은 예술의 사회적 역할이나 의무를 강조하려는 것이 아니라 제가 속한 사회에 대한 호기심에서 자연스럽게 시작한 것이었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현재, 저의 주변 공간에서 일어나고 있는 어떤 일들의 최종적인 결과와 근본원인들의 상관관계가 궁금했다고 할까요. 왜냐하면 예술가인 저도 그 구조적인 상관 관계속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었기 때문에 그것으로부터 눈감지 않고 정면으로 바라보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공중파 방송언론사에 들어가서 다큐멘터리를 직접 만들기도 했지요. 그런데 결과적으로 보면 소위 미술이라는 ‘그들만의 리그’가 아닌 동시대의 가장 중요한 시사 정보를 다루는 그 현장에서 나는 역으로 미술의 가능성을 보다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Insomnia _single channel video & sound installation, 2006



Aliceon: <Insomnia>에 관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이진준 : 어느때부터인가 부터 극심한 불면증에 시달렸습니다. 아마도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혼자 살게 되면서 생긴 현상인것 같은데 밤이 되면 빈 도시 중앙을 혼자 여행하곤 했지요. 도심 한가운데에 한밤중에 들어가보면 번잡했던 하루가 소리가 되어 자욱처럼 남아있습니다.마치 빌딩들이 영화세트장 처럼 느껴지곤 하죠. INSOMNIA는 창동스튜디오에 입주했을 때 만들었습니다. 조작없이 원하는 실제 장면을 찍기위에 오랫동안 관찰하고 촬영하고를 반복했습니다. 창문을 바라보는 시선은 바깥세상으로부터 격리된 인간을 표상하고 있습니다. 창이란 격리된 인간에게 외부 세계와의 소통구이며 세상으로 접근하는 채널이지요. 작품에서 보이는 바람의 움직임처럼 미약한 희망을 가지면서 소망하는 소통은 블라인드 부딪히는 소리가 상징하는 사회적 상처로 인해 계속해서 심리적으로 가로막히게 되지요. 사회의 시스템이 가져오는 폭력성에 의해 발생하는 인간 본성의 파괴야 말로 진정한 소통이 없는 이 시대 비극의 원인이라는 사실을 아주 함축적으로 이야기 하고 싶었습니다. 루프에서 공연한 ‘무ㄹ반고기반’에서 그리고 METRO IN SEOUL등의 작업에서는 서로가 서로를 고독하게 만드는 그 소외의 느낌을 좀 더 체험적으로 느낄 수 있게 하고 싶었지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Insomnia _single channel video & sound installation, 2006



Aliceon: 앞서 언급하신 것처럼, 현재까지 조각 설치에서부터, 벽화, 비디오, 최근의 실험극 등 굉장히 다양한 영역을 실험하고 있는 듯 보입니다. 이렇게 다양한 시도를 행하시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이진준 : 아무래도 매체의 형식보다는 개념을 중시하기 때문일 겁니다. 하고자 하는 이야기에 가장 적합한 형식을 찾으려고 많이 고민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결과였다고 봅니다. 형식의 일관성보다는 내용과 시점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으로 인해 초창기에 신진작가로서 손해(?)를 본다고들 합니다. 하지만 일종의 트랜드를 만드는 전략적 선택으로 인한 자기복제를 하고 싶지는 않았고, 시간이 걸려도 나의 독창적인 문법과 언어를 통해 하나의 세계를 만드는게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했기때문에 어설퍼 보일지라도 맨발로 스스로 서고 싶었습니다. 물론 하나의 작품이 지니는 형식적 완성도가 중요할 때도 있지만 공격을 받게되더라도 나는 내 세계를 찾아 끊임없이 밖으로 밖으로 새로운 것을 향해 앞으로 내달렸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최근에는 그 모든 것들을 총체적으로 결합할 수 있는 실험극들을 연출하고 있는 것이지요. 경계에 선다는 것은 위험한 밧줄 타기 처럼 보이겠지만 어떤 사람들에게는 그래서 오히려 매력이 있는 것입니다. 밧줄이 더 편하다고 할까요.. 실험적이라는 말은 때로는 미완성이라는 폄하의 뜻으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나는 그 실험정신이 창의성과 직결된다고 여깁니다. 처음부터 미술을 하지 않은 나의 입장에서는 어린시절부터 입시미술을 강요당했던 한국의 작업들이 때론 지나치게 매체의 형식적 완성도에 치중을 하고 상업성과 손쉽게 결합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현대 미술에서 ‘미’가 beauty가 아니라 creativity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중에 저도 한명이지요. 나는 아이디어가 아니라 철학으로 작업을 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exit _one channel video & sound, 4' 40", 2006



Aliceon: 그러한 다양한 영역에서의 실험적 접근에서 이진준 작가가 생각하는 일관된 예술적 코드 혹은 흐름이 있다면요?


이진준 : 저는 초창기작업부터 지금까지 아주 일관되게 작업을 해왔습니다. 단지 종합적인 개인전을 하기 전에 미술관을 비롯한 여러 기획전에 몇년동안 참여함으로 인해 각각 다른 공간에서 단편적으로 놓여진 개별적인 작업들을 관객이나 비평가들이 읽어야만 했기에 그 불연속성으로 인해 혼란을 겪었을 것이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번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아르코 미술관에서 열린 첫번째로 보이는 종합적인 개인전에서는 좀더 총체적으로 나의 방향성과 태도를 보여주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온라인 매체를 통한 이번 인터뷰도 저에게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제 작업들은 매체의 형식적 차원이 아니라 개념적 차원에 좀 더 집중하고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구속들이 계속해서 은유되고 한 걸을 뒤로 물러나 인식하게 하고 있지요. 우선 그 구속은 때로는 시스템이나 체제일 수도 있으며, 특정 성격을 지닌 공간이나 물리적 공간일수도 있으며 그리고 직접적으로 신체의 구속 도구들이 등장하기도 합니다. 예를 하나만 들어보면 일민미술관 기획전인 <139프로제트>의 2005년 전시에서 미술관의 조명 14개만을 이용해서 7개의 커다란 빛의 하트를 미술관 벽에 만들어 놓고 작가의 개입을 최소화 시킨다음 포토라인을 설치하고 관객들에게 셀프 촬영을 유도하였습니다. 그것은 작가의 작품이 놓여지고 전시되는 공간인 미술관이 지니는 성격과 권위에대해  질문하고 촬영의 대상은 작품이 아니며 오히려 미술관의 사실상 빈 공간에 작품으로 서 있는 것은 관객 본인이라는 사실을 의도적으로 환기시키고자 한 것입니다.


저의 카메라와 저의 설치작품들과 저의 조각과 드로잉들은 전부 저를 둘러싼 주변의 작용들에 대한 관심들입니다. 관객들이 마치 제 작품과 저를 바라보고 있지만 동시에 전 관객을 바라보고 있었음을 역설적으로 이야기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인류의 역사를 보면 권력자는 감시기관을 통해 우리를 감시한다고 믿고 있지만 우리 또한 그 권력자를 감시하고 있었습니다. 아까 말씀드린 격자 파이프를 몸에 끼운 퍼포먼스 작업에서 부터 파이프를 뒤집어 쓴채 저를 보호하기위해 위협적으로 보이는 눈빛으로 관객을 바라보고 있지만 사실은 제가 스스로 만든 감옥에 갇혀 있는 역설적 상황들이 제 작업속엔 계속해서 존재합니다. INSOMNIA에서 드러나는 블라인드와 빛과 음악의 서정성 속에 숨겨진외부 세계의 폭력성 대한 은유가 들어있듯이 제 작업들은 양 극단을 연결시키는 경계의 지점에서 늘 상대적으로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결국 구조적인 이야기가 개입되는 것입니다. 아는 만큼 보는 것이 아니라 보고 싶은 것 만큼 보는 것이라 생각하니 우리는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 살고 있는것 같지만 사실 모두 각자 다른 시간 다른 공간에 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것이죠.

어떻게 보면 브루스나우먼의 작업이나 백남준의 <TV 붓다>에 드러나는 그 역설의 상황을 나는 좀더 행위적인 프로세스가 개입되는 프로젝트의 성격으로 그것을 전달하고 있는 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제 작업이 좀 더 복잡하게 느낄 수도 있지만 이야기 구조에 들어오면 재미있는 요소도 더 많죠.


 이미 어린시절 뛰어놀던 골목길이 밤마다 미로로 바뀌어버리는 악몽에서부터 나는 이러한 부분에 예민했고, 혹씨 제가 기대하는 ‘탈출의 입구’가 그 양극단이 만나는 지점에 있지 않을까 해서 전 그 가느다란 경계선위에 서서 지금 서성거리고 있는 것입니다. 각자 살고 있는 그 시간과 공간의 접접에서 나는 각자 홀로 존재하는 우리들의 만남을 주선하고 싶은 것입니다.

Aliceon: 이진준 작가의 작업을 보면서 설치 작업에 새로운 미디어를 첨가하면서 보다 표현의 폭이 확장 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진준 작가에게 있어 ‘미디어’는 어떠한 것인가요?


이진준 : 표현의 폭이 확장되어 의미의 깊이까지 확장된건지는 의문입니다. 최근의 연극실험을 통해 공연에서의 현장성이 주는 의미와는 별도로 그것을 촬영한 비디오 작업이 주는 또 다른 의미에 대해 계속해서 생각 중입니다. 카메라를 단순히 기록의 차원에서 다룰 수도 있지만 그 실제 현장이 주는 체험적 지점을 놓치고 싶지 않아 고민중입니다. 100명이 같은 시간과 같은 공간의 관객석에 앉아 하나의 공연을 보지만, 사실 100명이 다른 공연을 보고 있는 것이지요. 카메라를 흔히 정확한 기록의 매개로 생각할수도 있지만 어쩌면 가장 주관적인 프레임의 눈으로 보는 창이기 때문에 전 오히려 역설적으로 카메라를 통해 연출자 한명의 관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줌으로서 브레히트의 소격이론(Verfremdung)을 좀 더 발전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는 것입니다.

특히 single channel 작업이 기존의 영화나 방송 혹은 광고등의 타 매체와 형식적 대결을 피할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에 전 제가 가진 카메라로 이것이 왜 비디오 아트인지 명확한 존재근거를 만들어 가고자 합니다. 편집테크닉으로 만든 언어유희나 이미지 왜곡의 차원 그리고 빔프로젝트 조명효과를 이용한 공간의 분위기 연출이 아니라 영상자체의 니레이션이 지니는 언어가 그리고 카메라의 개념에 대한 독창적 태도가 더욱 중요한 것이지요. 함수값의 변화와 조작을 통한 인터렉티브 작업등에서 반복되는 기술적 복제가 아니라 보다 근본적으로 카메라를 통해 바라보는 나의 눈이 어떤 점에서 예술적인지에 대해 고민하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두 채널 이상만 사용하면 여타 다른 미디어들과 차별의 금을 그을 수도 있지만 당분간은 같은 형식의 싱글채널을 통해 정면으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지요 . 어떤 시점이 되면 그러한 부분도 중요치 않게 되리라 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1인 실험극 中 주요장면, 2007

Aliceon: 지난 아르코 미술관에서의 <1인 실험극>에 관해서 질문드립니다. 6회에 걸쳐 다양한 시도가 되었던 것으로 보이는데요. 실험적 연극, 예술의 경계 실험을 행하였다고 하셨는데, 어떠한 의미인가요?


이진준 : 6월말에 루프에서 연출한 ‘무ㄹ반고기반’ 공연부터 이야기를 해아할 것 같습니다. 총 30여명이 참여한 이 공연에서 전 앞으로의 연극실험을 위해 몇가지 개념들을 졍리하였습니다. 하나는 제 공연에서 관객은 연출자인 저만이 유일하게 존재한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연출을 하나의 행위예술로 만들고자 하는 일종의 연출퍼포먼스의 시도입니다.


사람들이 흔희 아는 만큼 본다라고 생각하는데 전 보고싶은 만큼 본다라고 여깁니다.그래서 하나의 공연을 10사람이 보면 각자 다른 10개가 존재하게 되고 결국 시물라르크 조차도 인식의 차원에만 존재하는 것이라는게 저의 생각입니다. 그래서 가상의 무대를 만들어 놓고 연극과 실재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기초적인 작업부터 하나씩 행하기 시작했습니다. 우선 무대의 경계를 무너뜨리기 위해 관객석속에 20여명의 배우들로 하여금 관객역할을 하도록 시킵니다. 각자 배우들은 개별적인 심층 인터뷰를 통해 자신에게서 발현되는 일종의 트라우마를 극대화 하도록 주문하고 연습하였습니다. 무대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다소 지루한 퍼포먼스가 실제 공연되는 동안 그 공연을 보기위해 왔던 관객들 사이에서 숨겨진 배우들이 각자 자신의 세계에 빠져들어갈 수록 소위 말하는 미친 사람같은 행동들을 하게되고 알 수 없는 일탈의 카타르시스가 관객들에게 전달되어질 때쯤 오히려 역설적으로 관객들은 20명의 관객역의 배우들이 만든 일종의 ‘섬’과 ‘섬’같은 무대와 무대 사이의 공간에 놓여짐으로 인해 사실상 소외나 군종속의 고독감을 경험하도록 연출하였습니다.


이후 6번의 일인극 모노드라마를 통해 좀 더 다양한 방식으로 그것을 연출해보았습니다. 예를들어 4번째공연의 경우 25년동안 일용직 노동자로 하루하루를 살아오신 분이 공연 당일 날 관객들이 모인 공연시간에 직접 무대에 올라가서 스스로 준비해온 자신이 만든 시를 낭독하고 본인의 하루에 대해 담담하게 40분동안 이야기 합니다. 나는 무대와 시간을 마련해서 그런 장을 만들어 준 것에 불과하지요. 공연이 끝난 뒤 관개들은 실제인지 혹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연기한 것인지 혼란스러워했습니다. 6번째의 공연은 제가 관객 중 한명하고 실제 오디션을 보는 것 처럼 꾸민 연극을 합니다. 둘 다 자연스럽게 연기하기 위해 대사를 거의 달달 외웠지요. 관객중 상당수가 실제 오디션을 보는것으로 생각하였지요.나의 공연에서 무대와 관객석 그리고 현실과 연극의 구분은 없습니다. 다만 순간 순간 움직이는 경계와 구조가 계속해서 변하고 있지요. 물론 유일한 관객은 연출자인 저 하나 뿐이고 영상으로 이 모든 것들은 기록되어지고 편집되어집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마음의 눈 _single channel video, 1' 15", 2007


Aliceon: 2007년작 <마음의 눈>에서는 질문을 하는 자와 받는 자의 역할 전이 상태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의도하신 바가 무엇인가요? 그리고 더불어,,, 현재와 같이 인터뷰를 진행할 때, 받고 싶은 질문도 궁금합니다^^


이진준 : 인터뷰 시리즈 중에서 시각장애인 아이들 6명을 다룬 것이 <마음의 눈> 입니다. 인터뷰 시리즈는 20년이상 수도원 생활을 한 수사님들과 어릴 때 출가한 스님들 그리고 시한부 인생을 사는 사람들등 어떤 의미에서 단절된 듯이 보이지만 사실은 시스템 바깥에 존재하는 것일 수도 있는 사람들을 찾아 그들과 인터뷰하는 프로젝트입니다.


물론 저는 호기심을 가득 안고 찾아가지만 질문을 제 관점에서 하지 않고 오히려 질문을 받는 인터뷰 대상에게 어떤 질문을 하면 좋겠냐고 물어보지요. 사실 어떤 질문을 해주면 좋겠다라고 말하는 순간부터 그 인터뷰 대상의 성격이나 관점은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충분히 대화하고 인터뷰할 질문들을 정리한 다음 약 한시간 정도 레코딩을 시작하면 편집해서 잘라내지 않고 전부 작품속에 담겠다라고 약속을 하고 실행시키지요. 이것은 사실 자리를 마련하고 카메라와 스텝 그리고 상영되는 공간까지 제가 빌려주는 것과 유사한 개념입니다. 하고 싶은 말을 고스란히 담을 수 있게 도와주는 입장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습니다.

공중파 방송국의 PD로서는 물어보기 힘든 질문들이 인터뷰이(interviewee)들의 입을 통해나오기도 하고, 한 시간동안 다소 지겨울 수 있는 이야기들이 반복되기도 합니다. <마음의  눈> 이라는 제목도 아이들이 자신들에게 ‘마음의 눈이 어떤 건지 물어봐주세요’ 라고 요청해서 그렇게 질문은 하게 되는데 여기서 따온 제목이지요. 방송을 비롯한 거대 미디어들은 시청률이나 혹은 공공성의 제약 때문에 사실 표현의 자유가 크지 않습니다. 많이들 사회 소수자들의 문제를 소재로 삼고 있긴 하지만 오히려 일반 시청자의 호기심을 충족시키고 대상화 시켜놓고서는 공익성을 형식적으로나마 입증받으려는 시도들이 더 많아 보입니다. 저는 그런 점 때문에 방송국을 그만뒀고 예술가로서 실현 가능한 부분에 보다 적극적으로 매달리고 있는 것이지요. 시각장애인 아이들의 다큐를 보고 일반 시청자들이 자신이 가진 눈에 대해 감사함을 느끼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시각장애인들의 입장에서 좀 더 체험적으로 영상이 다가가길 바랬습니다. 그래서 <마음의 눈>의 경우 프롤로그가 끝나고 본 인터뷰에 들어갈 때 완전히 암전처리되어 그냥 소리만 나오도록 편집해서 일반인과 시각장애인이 좀더 현실적으로 같은 입장에서 감상할 수 있도록 완성시켰습니다. 영상 프레임의 안이 아니라 바깥에서 바라보는 스스로의 존재를 계속해서 인식하게 만드는 것이 저에게 지금 더욱 어려운 문제입니다. 지하철에 앉아 있는 월급 100만원을 간신히 받는 사람이 60만원짜리 대기업의 핸드폰을 사서 게임을 하며 좋아하는 상황을 건너편에 앉은 나는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에 대한 문제지요.

글세요…받고 싶은 질문이라 ...지금 저에게 주어진 질문들에 보다 정확하게 답변하게 위해 거의 10일이 넘게 곰곰히 생각하고 답변하고 있습니다^^; 좋은 질문들이라 생각합니다. . ^^


 

사용자 삽입 이미지

A to Z in Korea _single channel video, 16' 18", 2007



Aliceon: 앞으로의 작업에 관한 계획과 일정을 알고 싶습니다.


이진준 : 현재 10대 비행청소년 아이들과 함께 비디오 작업을 공동으로 하고 있습니다. 워크샾의 형태로 아이들이 작품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 MBC와 SK의 협조로 이루어져서 실제 전시까지 하게 되었구요, MBC에서 다큐멘터리로 제작되어 곧 방송될 예정입니다. 그외 10월 갤러리 현대에서 싱글채널 비디오 전시에 참여하고 12월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미술관에서 전시가 하나 있습니다.

작품 개별적으로는 <A TO Z> IN CHINA 버젼을 현재 제작중이구요. 고궁이 아니라 이번엔 중국의 간판등에서 알파벳을 찾아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틈만 나면 중국여행을 가려구 하구요. 1년에 실험극 한편 정도를 계속해서 진행시킬려고 합니다. 내년 실험극 작업을 위해 스텝들이랑 기획하고 시나리오 작업등을 하며 개인적으로는 사이코드라마를 더 연구하고 있습니다.

전 경영학을 전공하였지만 또한 학부에서 다시 그리고 대학원까지 조각이라는 것을 공부하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제가 하는 작업들이 분명 조각적인 문제의식도 함께 가지고 있다라는 생각을 합니다. 조각이 고민하는 공간과 구조의 문제 그리고 존재론적인 질문들이 제 작품에 고스란히 비물질적인 형태로 남아 있는 것이지요. 조각가로서 미디어를 대하는 태도가 단순히 물리적인 재료나 소재의 형태에서 나아가 개념적으로 접근하다보니 제가 조각적 기초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다들 간과하는 것 같습니다. 예술의 형식에 기반을 두는 것이 아니라 출발이 어디인가를 살펴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것인데, 올해 드디어 석사 논문을 작성중이라 이번 기회에 행위와 프로세스에 기반을 둔 저의 조각적 관점을 미디어와 접목시켜 좀 더 짚고 넘어가 볼 생각입니다.


 

Aliceon: 긴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좋은 작업 기대하겠습니다.


Interviewer: 유원준(앨리스온 디렉터, postmaster@aliceon.net)





이진준 (JINJOON LEE, 1974~) 프로필

---------------------------------------------------------------------------------

학력

2006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 대학원

2005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 졸업(BFA)

2001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경영학과 졸업(BBA)


최근주요전시


[개인전]
2007  'ART Theatre -영상설치 개인전 역할놀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 미술관,서울관, t              

2004   “스페이스C Art Wall -유약한 선“, 스페이스C 코리아나 미술관, 서울


[주요 그룹전]

2007  'channel_1' , 갤러리 현대
2007  '유클리드의 산책전' ,서울시립미술관,서울

2007  ‘335_Orch-present & presentation 총체극
         무ㄹ반 고기반“ 연출, 대안공간 루프, 서울

2007  “한중 현대미술 국제교류전“, 남경사방당대미술관, 난징, 중국

2007  “국제창작스튜디오 다큐멘터리전 예술현장 통의동
            
경수필전 갤러리 쿤스트독,서울

2006   “윈도우-Drawing Diary“, 갤러리 진선, 서울

2006  예술의 전당 기획 '인도.한국 현대미술전 혼성풍',서울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

2006  국립현대미술관 창동레지던시 4기 오픈스튜디오&퍼포먼스, 국립현대미술관 창동미술창작스튜디오,서울
2006  SPACE*C ARTWALL프로젝트 '회화의 벽을 너머'스페이스씨 코리아나 미술관,서울

2005  프로젝트 139 기획전 '사계청소(射界淸掃)', 일민미술관 ,서울

2004  대안공간 풀 새로운 시각 기획전 'Detailed_일탈' 대안공간 풀, 서울

2003  서울미대 전시기획팀 '일회용' 기획 개인전 .-미술대학이 나에게 말을 걸어오다 展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E-MAIL : ayuthaya@paran.com / http://www.cyworld.com/leejinjun


TAG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