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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oo8년의 문은 여는 앨리스온 올 해의 첫번째 인터뷰에서는 이배경 작가를 만나봅니다. 몸-시간-소통이라는 세 가지 주제가 서로 다르게 연결된 작품 한 가운데에서 관객 천 가지 만 가지 다른 경험과 만남을 이끌어내는 작가 이배경의 작품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앨리스온: 이배경 작가는 2005년도 정미소 개인전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꾸준히 인터랙티브 작품을 보여주고 계신데요, 10년 가까운 긴 유학생활 이후에 한국으로 돌아오시면서 심경은 어떠셨나요. 당시에 상황을 돌이켜 보면, 인터랙티브 작업에 대한 맹목적인 관심이 한풀 꺾이고 오히려 그래서 단순한 인터랙티브 작업에 대한 반감이나 비판도 많았던 때였는데요.

이배경: 사실 한국에 돌아올 당시 한국에서 미디어 아트의 상황이나 분위기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습니다. 한국에 들어오자마자 작업실을 구하고 있을 때,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지인의 소개로 창동 스튜디오에 지원하게 되었고, 운이 좋게 입주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것을 계기로 해서 정미소에서 개인전도 하게 되었죠. 그런데 그런 풍문은 들었었습니다. 한국에서 미디어 아트는 저물고 있다더라 정도. 그런데 실제로 한국에서 돌아와서 그 동안 있었던 미디어 아트 전시들을 찾아보고 리뷰를 해 보니, 그럴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상당히 오랜 시간 동안 너무나 재미위주의 시각적인 자극에만 치중한 전시들이 이어져 왔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분위기에서 제 작품이 주목을 받을 것이라고는 기대 하지 않았는데, 의외로 제 작품을 재미있게 봐주신 분들이 많았던 것에 놀랄 정도였습니다. 워낙 제 작업은 시각적인 재미가 없는 편이고, 의도적으로 시각적인 재미를 절제하는 부분도 있으니까요.

앨리스온: 이배경 작가는 독일에서 가서 영화와 비디오를 전공하고 한동한 싱글채널 작품을하다가, 이후에는 인테렉티브 작업으로 관심영역을 옮겨 다양한 작품을 진행해 오셨는데요, 특별히 독일로 유학을 가게 된 이유가 있으신가요? 또 싱글채널 작업에서 설치작업으로 전환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이배경: 다른 곳은 너무 비쌌고요.(웃음) 그런 것 보다는, 대학다닐 때 책 읽는 것을 좋아한 편이었는데, 그때 접했던 책에서 접했던 내용이나 소재들이 상당부분 독일로부터 온 것들이었습니다. 음악적으로 봐도.. 개인적으로 미술보다도 더 위대한 것이 음악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저에게 감동을 주고 인상적이었던 음악이 대부분 독일의 음악이었습니다. 그래서였는지, 독일과 잘 맞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독일은 색으로 비교하자만 회색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있는 듯 없는 듯 한 번에 눈에 들어오진 않지만 보면 볼수록 깊이 있게 다가오는 그런 느낌 있는 곳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배경: 제가 처음 비디오라는 매체를 처음 사용한 것은 대학 졸업작품전에서였습니다. 그 이후에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싱글채널 비디오 작품을 했습니다. 미디어 아트 작품을 하게 된 계기도 그렇고, 비디오라는 매체에 굉장한 매력을 느꼈습니다. 처음에 했던 작품 중에 문을 열 때마다 두근두근 심장소리가 이미지와 연결되는 그런 작품이 기억이 나네요. 한국에서는 문을 열 때 아무 부담 없이 어떤 두려움도 없이 마음 놓고 문을 열 수 있었지만, 독일에서는 내가 그 사회에 젖어있지 못함으로 인해서 문을 열 때마다 한 번 더 고민하게 되고, 생각하게 되고, 준비하게 되죠. 이런 나의 경험들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또 다르게 느껴지고 재미있게 다가갈 것이란 생각이 들었었죠.  
그런데 단채널 작품을 하면서 점점 한계에 부딪히게 됐습니다. 아무래도 싱글채널 작업은 제가 의도한대로, 정해진 대로 관객들에게 일방적으로 전달을 하는 방식이니까요. 정해진 시간 동안 어둠 속에서 관객들을 옴짝달싹 못하게 만들어놓고 일방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에 한계를 느꼈습니다. 전에 조각을 했었기 때문에 공간 속에서 움직이고 물질을 만지고 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이런 한계는 더 크게 다가왔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비디오라는 매체는 너무 좋지만, 그 전에 조각을 하면서 좋아했던 자유로움이나 공간감이나 시간의 문제를 다룰 수 있는 설치작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고민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작품이 <비디오 합창>이었습니다. 이 작품이 처음 시도했던 비디오 설치 작품이고, 저의 다른 작품에 대한 기본적이 방향이나 컨셉들이 집약적으로 담겨있는 작품인 것 같습니다.

앨리스온: 말씀하신 것처럼 이배경 작가의 작품에서는 다른 많은 인터랙티브 작품과는 달리시간이란 것이 중요한 부분으로 등장하는 것 같습니다. 인터렉티브 작품의 구조 속에서 같은 공간에 경험되는 다른 시간, 시간의 흐름을 타고 경험되는 서로 다른 사람들, 그들의 경험들…이배경 작가의 인터랙티브 작업에 담고자 하는 키워드나 주제가 있을 것 같은데요?

이배경: 제가 하고 있는 작업 전체가 바로 몸, 시간, 공간, 이 세가지 주제로 다루고 있습니다. 시간이란 것은 열린 이야기나 소통의 매개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시간이란 것은 경험하는 사람마다, 서로 다른 상황에 있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정의되고 다르게 경험되는 것이고, 시간이란 것에 대한 개념이 나 스스로도 명확히 잡혀있지 않기 때문에 열린 주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저는 제 작품에서 관객들이 꼭 제가 의도한대로 느끼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제가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저마다 다른 무엇인가를 느끼고 생각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시간은 그런 것이 가능하게 해주는 주제인 것 같고, 작가는 관객들이 그런 저마다의 경험을 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주는 것뿐이지요.



앨리스온: 앞서 말씀 중에도 언급하셨고, 또 이배경 작가님 작품을 보아도 분명히 알 수 있는 것이, 시각적인 화려함보다는 다분히 개념적인 면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은데요. 물론 작품에 따라서 어떤 것은 내용이나 개념이, 또 다른 것들은 시각적인 효과에 더 많은 가치를 두는 경우가 있을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디어 아트에서 미디어 아트만의 시각적인 효과나 특성들은 미디어 아트만의 또 다른 미덕이지 않을까요?

이배경: 물론 시각적인 화려함이나 놀라움 같은 것들이 관객들을 매혹시킬 수 는 있지만, 저 또한 그런 작업들을 한 적도 있었고요. 그런 경우 관객들로부터 ‘놀랍다’, ‘신기하다’라는 즉각적인 반응을 얻어낼 수는 있지만, 더 이상 관객들이 작품에 머물면서 소통하게 만들지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 그냥 거기서 끝나버리는 것이죠. 그 지점에서 반성한 부분이 많았습니다. 오히려 재미있게 만든 것이 잘못한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제 경우에 재미의 요소는 100%중에 40~50%정도에 맞추게 되었습니다. 관객들이 내가 왜 이렇게 되지? 하는 호기심을 가질 수 있게 만드는 것이 그 정도 인 것 같습니다. 그렇게 호기심을 유발한 후에 더 중요한 것은 작품에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 생각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앨리스온: 그런데 어떻게 보면 즉각적인 자극반응이나 이미지의 변형에만 흥미를 가지는 것은 아직까지도 관객들이 인터랙티브 작품을 보고 감상하는 방식에 익숙지 않아서는 아닐까요? 

이배경: 저 같은 경우에 그것은 전적으로 작가의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미술관이라고 하는 것은 어떤 특정한 대상을 관객으로 상정하는 곳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미술관에는 초등학생부터 노인까지, 미술전문가에서 그렇지 않은 사람들까지 누구나가 올 수 있는 것이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인데, 그렇다면 작품의 인터페이스 구성에서부터 그런 점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아무 준비 없이, 아무런 지식 없이 작품 앞에 들어섰을 때, 아! 나 때문에 이런 현상이 일어났구나, 이런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가 되어야 하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이 제 작품에서 인터페이스는 굉장히 단순해 질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저는 친절한 그런 면에서 친절한 작가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앨리스온: 간혹 이배경 작가의 작업들에 대해서 그 동안 변화가 다소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나름 작가님이 추구한 변화들이 잘 드러나지 않았을 수도 있고, 어쩌면 변화의 폭이 확연히 다소 좁았을 수도 있겠죠?

이배경: 그랬던 것 같습니다. 관심의 폭이 넓다기 보다는 몇 가지 관심들을 깊이 파고들어가는 것을 선호하고, 작업에도 그런 것들을 담기 원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누군가 장미에 관심의 초점을 두고 있다면, 아무리 달라진다고 해도 여러 가지 장미에 관한 이야기에 머물 수 밖에 없겠죠. 저는 넓게 가기 보다는 제가 추구하는 몇 가지 것들에 대해서 조금씩만 더 깊이 들어갔으면 합니다. 중구난방으로 변하는 것은 변화가 아니라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것일 뿐이겠죠.

앨리스온: 그럼 앞으로의 방향에서 좀 더 부가하거나 새로운 시도를 하고자 하는 부분이 있다면요?

이배경: 앞으로 좀 더 치중하고 발전시키고 싶은 부분은 작품에서 사운드를 보다 중요한 비중으로 끌어올려보고 싶습니다. 지금까지는 사운드를 영상에 보조적인 역학을 하는 정도로 사용을 했었는데, 사운드 자체가 이미지만큼의 비중을 차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앞으로는 작품에서 미지와 사운드가 대등한 정두로 중요하게 차지하는 작품들을 진행해볼 생각입니다.

앨리스온: 그렇다면 앞으로 사운드를 어떤 방식으로 사용할 계획이신지 좀 더 구체적으로 알고 싶습니다.

이배경: 지금까지는 절반이상의 사운드는 관객이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영상을 촬영할 때 녹음되는 소리 외에는 모두 만들어진 소리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소음과 사운드, 그리고 듣는다는 것 자체에 대한 흥미가 있습니다. 소리는 마치 덩어리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요, 사람들이 걸어가면서 툭툭 부딪히는 소리들이 나에게도 다가온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앨리스온: 이제 이배경 작가는 미디어 아트 작가로서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고 그 깊이를더해가야 할 시기가 아닐까 싶은데요, 어떤 큰 그림을 그리고 계신지요?

이배경: 조각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손맛이라는 이야기를 하곤 합니다. 누가나 단 번에 알아볼 수 있는 손맛이라는 것이 있기 마련인데요, 저는 미디어아트에서도 그런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대개 미디어를 차가운 매체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해요. 물론 하이테크 기술을 가지고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미디어 아트의 영역도 분명 존재하지만, 제가 사용하고 있는 로우 테크를 가지도 관심 있는 주제를 심화하고 손맛을 묻어나는 작품을 하고 싶습니다.  

앨리스온: 앨리스온 인터뷰에 응해주신 것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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