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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자본의 접점, 충돌과 결합 - 세미나: 예술과 자본

aliceon 2008. 2. 12.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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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일 토요일 홍익대학교에서 '예술과 자본'이라는 흥미로운 주제의 세미나가 열렸습니다.
미 술계 내부에서만의 시선이 아닌 사회학과 경제학으로부터의 접근도 함께 이루어져서 보는 내내 흥미가 끊이지 않았던 그런 자리였습니다. 주제가 주제이니만큼 참가자의 숫자도 많았습니다. 꽤나 큰 공간인 E103호가 거의 가득 찼었으니까요.^^ 저는 오후행사였던 2부때부터 들었었는데 앞서 언급한 사회학과 경제학적 접근론이 참 재미있었습니다. 그에 대해 간단히 이야기 및 소개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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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이번 세미나 정보 링크입니다.





저는 오후과정, 그러니까 2부 부터 듣기 시작했습니다. 발제내용 중 심보선씨의 발제가 흥미로웠습니다. 미술쪽 측면에서의 말들을 많이 듣다가 다른 쪽에서의 접근을 들으니 새롭고 재미있더군요. 이 시대에 미술을 이야기할때에는 특히 사회와 관련짓지 않고서는 올바른 이해가 힘든 세상입니다. 그만큼 미술이 어느때보다도 사회와 접점을 많이 자아내고 있으며 또한 계속 강화하고 있다는 것이겠죠. 이것은 사회쪽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가장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 바로 이번 세미나의 주제인 미술과 자본과의 관계일 것입니다.

이전의 세상에서, 특히 미술 등의 문화 분야에서 굳건하게 자리잡아 있던 숭고, 그리고 그 대상인 자연은 송두리째 사라졌습니다. 기술복제 시대에 들어서서 제의가치가 사라져서이기도 하고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사회 전체가 송두리째 바뀌어 버려서이기도 합니다. 어찌되었건 산업혁명 이후 사회는 송두리째 바뀌어버렸지요.
특히 1970년대 이후, 현대미술은 사회를 지배하는 강력한 권위인 경제와 정치에 대항해 예술의 장을 지키려는 시도를 포기하고 아방가르드를 '스타일'로서 전환시켜 나갔다고 발제자 심보선씨는 설명합니다. 대량생산에 의한 효율성이 아닌 가치, 개성, 감수성 등의 창의성이 상품의 중요한 축으로 등장한 가운데 예술은 경제, 정치와 빠르게 결합해갑니다.

돈이란 것은 가장 강력하고 가장 빠르며 가장 적응력이 강한 매체일 것입니다. 포스트모더니즘의 시대에 돈-자본은 성공적으로 이 시대에 자리잡습니다. 그 주요 모습 중 하나가 바로 마케팅일 것입니다. 현대는 마케팅이 중요한 시대입니다. 당연하죠. 다원화되고 다양화가 기본적인 이 사회는 제국주의시대의 생산모습인 소품종 다량생산에서 다품종 소량생산의 모습으로 바뀌었습니다. 비판적 거리가 소멸되고, 온갖 정보들이 발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부유하는 주체가 되어버린 개개인을 주목하게 만드는 기술인 마케팅에 대한 노력 없이 주목을 바란다는 것은 힘들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그 존재에 집중하지 못합니다. 집중받지 못한 존재는 묻혀 사람들의 인식에서 사라집니다. 지금 그 존재는 죽은 존재가 되는 것입니다. 미술도 마찬가지입니다. 새로움을 향한 시도는 미술의 다양성을 극한으로 끌어올렸습니다. 너무나도 많아진 정보의 바다속에서 각 개인들은 부유하며 무언가를 받아들이려 하지만 그것은 힘든 일입니다. 좀 더 알기쉽게, 좀 더 주목하기 쉽게, 좀 더 찾기 쉽게 만들어진 것이 눈에 쉽게 띄고 받아들일 확률일 높아진다는 것은 말해봐야 입만 아픈 사실일 것입니다. 이런 여러가지 복합적인 현실 하에서 미술 안에서도 커다란 흐름이 비엔날레에서 아트페어로 바뀐 것은 어찌보면 지극히 당연한 변화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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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발제자분들의 모습입니다.

갤러리, 아트페어, 비엔날레 측의 미술계 인사들과
언론, 사회학, 경제학 등 다양한 측면에서 이야기를 해 주신 분들이 참가하셨습니다.

전체적인 사회모습이 아닌 미술 내부를 바라보아도 그 모습이 잘 보입니다. 먼저 부유한 자들이 모입니다. 옛날부터 미술품은 자기과시의 대상이자 지적,물적 충족의 대상이었고, 계층 내부에서의 훌륭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이었습니다. 돈이 모이고, 사람이 모이면 이슈가 생겨납니다. 그 이슈를 따라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됩니다. 시선의 집중은 시선의 집중을 부르고 이 증가율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납니다. 커뮤니케이션 매체와 기술이 발달한 현대에는 이 속도가 더하죠. 즉, 보다 많은, 엄청난 사람들이 관심과 시선을 돌리게 되며 이는 새로운 생산의 기회가 됩니다. 미술을 생산하는 작가에게 있어 미술시장은 몇 안되는 생명줄입니다. 그 영향력은 관심에 힘입어 절대적인 것으로 변하며 작가와 미술시장은 서로의 존립을 위해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로 굳어집니다. 시장의 근간, 즉 '돈'과 '상품', 다시말해 자본과 미술작품은 떼어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그런 시대가 바로 지금입니다.
이제 미술에서 돈을 이야기하면 천박하다던지, 미술과 돈을 떼어놓은 채 가치를 생각해야 한다는 등의 말은 통하지 않습니다. 서로 부정하는 단계가 아닌, 각각의 가치의 차이와 그로 인해 발생하는 충돌에 대해 이야기해야 할 때입니다. 이는 이번 세미나의 당위성이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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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변화에서 심보선씨가 미술상art prize을 가지고 재미있는 발제를 들려주셨습니다. (재미있는 모습이 잡혔네요^^)
근 대까지 예술상prize과 예술의 진정성authenticity은 서로에게 안티테제였습니다. 그러던 것이 현대에 이르러 미묘하게 변화하게 됩니다. 예술상의 권위가 증가하게 되는데 이는 예술의 자율성 혹은 진정성 원리의 위축이라는 현대적 추세를 반영하는 동시에 이를 촉매하기 때문입니다. 예술상은 예술가 개인의 명성과 그에 따른 소득을 둘러싼 경쟁의 경제체계로 변화한 예술장art field의 요구에 정확히 부응하는 장치입니다. 현대의 명예는 브랜드들 간의 동종교배 속에서 증식하는 브랜드 파워의 다른 이름입니다. 그리고 예술장의 공간 안에서 작가들에게 예술상은 가장 강력한 브랜드 파워 업 장치로 급부상했습니다.
즉, 위에서 언급했듯 마케팅에서의, 살아있기 위한 '나의 예술활동은 성공적으로 관심을 받고 있는가?'로 예술의 평가가 넘어가있는 이 시점에서 예술상은 가장 권위있고 효율적인 평가 기제일 것입니다. 현재의 미술의 한 위치와 모습을 재미있게 잘 이야기해 주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오픈토론 중 루프의 서진석씨와 강남대 경제통상학부교수 서진수씨와의 토론이 참 흥미로웠습니다. 시간관계상 깊게 진행되지는 못했지만 재미있더군요. 앞서 이야기했던대로 미술계 vs 비미술계의 시각이라는 신선한 충돌이다보니까요. 조선일보 문화부 미술담당기자인 이규현씨의 발제내용 중 평론가들이 이야기하는 좋은 미술작품과 시장에서 이야기하는 좋은 미술작품의 차이, 즉 미술가치와 시장가치와의 대립이었습니다.

서진수 교수는 명쾌하게 구분을 지었습니다. art value와 market value는 분명히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요. market value, 즉 시장가치는 재미, 장식성, 과시성이 근간이라고요. 시장은 미술비평가들이 미술사와 미학 전반에서 평가 근거들을 끌어와 토론하고 평가할 시간을 기다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즉 긴 평가시간을 기다리지 않으며 또한 그 근거를 통한 좋다와 나쁘다라는 개념을 요구하지도 않는다고 합니다. 즉 시장과 평론 사이의 접점은 없습니다. 하지만, 어느쪽이 우월하거나 옳고 그름의 관계가 아닌, 분리되어 있는 시장이라고 이해할 수 있겠네요.

이에 서진석씨는 미술품과 미술 행위가 가지는 예술적 가치와 '커뮤니케이션 지향과 그에 따른 가치'는 다르다고 이야기합니다. 미술이 가지는 예술적 가치 안에서 자기 목적성과 정당성은 사라지지 않으며 지금까지 그래 왔고 앞으로도 미술의 역할, 즉 미술이 미술이기 위한 존재목적인 새로운 담론제시와 시각에너지 제시, 문화 선도와 리딩의 지향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요. 이는 미술 가치는 '커뮤니케이션 지향'이라는 디자인과 문화적 가치와는 분명한 선을 긋고 있으며 여전히 그 존재를 명확히 드러내고 있다는 것을 짐작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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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평론가들이 주축이 되는 미술계 내부에서 평가하는 좋은 작품과 옥션 등의 2차 시장에서 이야기하는 좋은 작품과는 괴리가 있습니다. 그 예들은 이규현씨의 발제중 예시가 나왔었습니다. 미국의 미술잡지 아트뉴스Art News가 작년 11월 발간 105주년을 기념해 흥미로운 기획을 내놓았었습니다. 앞으로 105년 후에도 거론될 작가들, 즉 미술적, 미술사적 가치가 있는 작가를 꼽았는데 그 중 현재 가장 비싼 작가 중 하나-즉 시장가치가 높은 작가죠-인 제프 쿤스와 데미안 허스트의 이름은 빠져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기획기사가 나간 후 벌어진 옥션 경매에서 제프쿤스의 작품 Blue Diamond가 종전 자신의 작품 최고가를 경신한 1,180만달러(약 112억원)를 기록한데 이어 다음 경매에서 그의 작품 Heart가 2,350만 달러(약 약 223억원)로 또 다시 연속으로 최고가를 경신했습니다. 옥션 크리스티의 에드워드 돌먼 회장은 인터뷰에서 아트뉴스의 이러한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평론가들의 평가는 시장의 평가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 즉 세상이 요구하는 좋은 작품은 이런 것이다라며 역으로 받아쳤다죠. 그리고 우리나라 미술시장의 예에서도 미술계에서 학적 검증이 이루어지지 않은 젊은 작가군이 중국 옥션 등 해외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는 예도 함께 들었습니다.
즉 현대에 들어와 시장가치는 예술 가치에 못지않은, 오히려 능가하기까지 하는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두 가치는 서로 대립만 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이규현씨는 프랑스 미술시장의 애널리스트 주디스 벤하무-위에Judith Menhamou-Huet의 "경매회사는 현대에 들어서 미술사학자의 역할을 하고 있다"라는 말을 인용하며 옥션 도판에 실릴 글을 쓰며 또한 그 글을 자신의 논문 등에 재이용하는 등의 순수미술을 전공한 평론가들이 시장과의 결합과 시장은 미술사학자들의 견해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미술과 자본주의의 결합의 현상을 이야기했습니다.

이들 이외에도 세션1의 여러 발제들과 세션 2의 아시아 아트페어와 상하이 비엔날레를 통한 여러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있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시장이라는 것이 형성된지 얼마 되지않아 정착되지 못한, 불안정한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후기 자본주의라는 모습으로 갈수록 가속화되어가는 '자본'주의의 흐름 아래 이런 논의들이 다양하게 진행이 되면서 제대로 된 정착과 더불어 인식이 정립되었으면 합니다.


짧은 재 소견으로는, 그리고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필요한 것이라면,
예술과 자본사이에서 발생할 수 있는 관계와 여러 현상들에 대한 논의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투명하고 접근하기 쉬운 시장이라고 생각합니다.
미 술시장이라는 것이 생긴지도 얼마 되지 않은데다가 특히 최근의 몇몇 대형 사건들에 의해 이 미술시장과 미술 거래에 대한 일반인의 시선 자체는 그리 좋지 않습니다. 특히 옥션의 경우 파는 것이 목적이기에 미술품의 하한선은 옥션 내부에서 스스로 정하지만, 상한선은 결코 정하지 않습니다. 즉 과하게 말해 비싸게 팔아먹으면 땡인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더더군다나 1차 시장인 갤러리에서 거래되지 않은 새 작업들이 마음대로 올라가고 그로 인해 마음대로 가격 조작이 가능한 상황이다보니 무척 불안한 상황인 것이 사실입니다.
주식시장정도까지의 오픈된 장까지는 아니더라도 가격추적이 용이한, 특히 온라인상에서의 열람과 구매가 가능한 시스템이 구축된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물론 이를 위한 세법이나 관련 자본법의 개정과 지속적인 평가과정이 필요하겠지요. 미술시장을 차지하는 대부분은 결국 상위 몇 %이며 이들에 의해 지탱되는 일반 사회와는 독립된 시장입니다. 하지만 자본을 통해서든, 이슈와 정보의 확산을 통해서든 미술 본연이 가진 여러가지 힘들이 사회에 파급되고 그를 통한 긍정적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의 접근이 필요하며 이를 위한 쉬운 접근과 신뢰 확보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