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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비’는 미디어 아트의 힘! _aliceview

알 수 없는 사용자 2008. 3. 17. 06:08


미디어아트 작품에서 장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나 될까? 작가의 입장에 서보지는 못했지만, 장비는 미디어아트 작품의 기획과 창작과정 그리고 결과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미디어’나 ‘테크놀로지’라는 큰 말들 대신 ‘장비’라고 부를 수 것들 말이다. 전자의 것들이 이론적 설명이나 큰 담론에서 쓰일 수 있는 말이라면, 장비는 작품의 구상하고 또 그것을 작품으로 실현시키는 바로 그것이라고 할 수 있다. 작품의 구상과 창작과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작품이라는 결과물의 완성도까지 결정짓는 것이 바로 장비이기 때문이다. 이번 앨리스뷰에서는 미디어 아트 작가들의 상상에 불을 켜고, 작품으로 현실화시키는 장비에 대해 다루어보고자 한다.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미디어 아트작품과 장비에 관한 관심은 작가들마다 남다른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에는 컨셉적인 차별성뿐만 아니라 그것을 구체화하는 방식이 있다는 것을 재차 확인하면서부터였다. 즉 작가들마다 작품의 효과를 극대화하고 완성도를 높이는 노하우가 있고, 그것은 상당부분 장비의 선택에 달려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작품을 이해하고 감상하는 방법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도 곧 뒤를 이었다. 사실이 그렇다. 작품에 어떤 구조로 이루어져 있고, 또 작가의 아이디어를 어떤 방식으로 담아냈는지를 파악하는 것은 곧 작품과 작가를 읽는 것과 다름없다. 따라서 작품의 구조와 장비를 이해하는 것은 단순히 기술적인 흥미거리를 찾아내기 위함이 아니라 작품을 감상하고 이해함이며, 따라서 큐레이터나 비평가는 물론 관람객들도 이러한 부분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대부분에 미디어 작품에는 이미지가 출력되는 모니터가 사용된다. 모니터 혹은 스크린의 크기와 화질은 천차만별이고, 그 자체도 작품의 특징과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작가 신기운은 자신이 고안한 분쇄기계를 사용해 사물을 갈아없애고 그것을 영상으로 담아내는 작품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여기서 작가는 고화질 HD 모니터를 상용했다. 물론 큰 크기에 스크린에 상영한 경우도 있었지만, 그의 작품에서 작품의 해상도는 오브제가 미세하게 가루로 분쇄되고 다시 오브제로 되살아는 과정속에 시간이나 기억이라는 메시지의 전달과 그것을 바라보는 관객의 몰입도에 큰 영향을 미친다. 보통 프로젝터를 사용한 영상설치의 경우, 프로젝터는 작품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일반적으로 싱글채널 비디오 작품의 경우 2500에서 3000안시 정도면 괜찮은 화질로 작품을 보여줄 수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일반적인 경우가 아닌 경우도 많다. 작가에 따라 프로젝터 자체를 자신의 작품에 맞게 개조하여 작품의 스타일을 완성하는 경우가 있다. 프랑스 작가 마리 세스터Maries Sester의 경우가 한 예가 될 수 있다.  마리 세스터는 스스로 개조한 프로젝터를 사용하여 360도를 회전하면서 확장된 공간에 영상을 투사하고, 일상적인 공간을 가상의 공간으로 변화시키는 작품을 선보이고 있따. VR(가상현실)은 이미 90년대부터 작가들과 이론가들에게 주목 받은 이슈였다. 그런데 사실상 CAVE시스템을 작품에 활용할 수 있는 작가는 거의 없었다. 그래서인지 VR을 활용한 미디어아트 작품하면 아직까지도 Jeffery Show의 작품이 거론된다. 가상현실에 대한 논의는 분분한데 그것을 뒷받침해줄 작품이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가상현실에 대한 논의는 자연스럽게 컴퓨터게임이나 세컨라이프와 같은 온라인 공간으로 옮겨진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작가들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가상현실을 실현한 작품들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앞서 언급한 언급한 마리세스터는 <BEAM>이라는 작품에서 흔히 공연장에서 사용되는 프로젝터를 개조하여 상하좌우를 이동해가며 프로젝션되는 영상과 영상에 등장하는 캐릭터들과 관객들이 관개를 맺는 작품을 선보였다. 세이코 미카미와 소타 이치카와Seiko Mikami & Sotak Ichikawa의 경우 그들의 공동작품 <Gravicells> 바코BARCO 사의 단초점렌즈를 사용하여 지면을 밟은에 따라 중력감을 느낄 수 있는 장치에 고해상도의 영상을 결합시켜 마치 가상공간을 체험하는 듯한 경험을 극대화하였다. 아르스일렉트로니카에서 개발한 VR시스템인 아르스박스를 이용한 VR작품에서도 케이브 대신 자체개발 소프트웨어와 5000안시 이상의 고해상도 프로젝터를 사용하여 가상현실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그런데 작품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단지 프로젝터의 경우가 다는 아닐 것이다. 이렇게 고가의 프로젝터의 선택을 통해서뿐만 아니라 작가들 스스로가 고안해낸 장치들이 개성 있는 작품을 만들어내는 경우는 수없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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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 리포트

미디어 아트 작가들의 작업실을 찾으면 과연 여기가 작가의 작업실인지 아니면 공학자의 연구실인지 의아해지는 경우가 많다. 이젤과 물감대신 컴퓨터와 공구들, 온갖 기계잡동사니가 어지럽게 널려있는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공간에서 탄생한 작품들은 정말 특이한 기계장치들을 포함하는 경우가 많다. 이장원의 <썬트레이터(sun tracer)>와 기계장치를 개조하여 만든 크고 작은 설치작품들, 최성록의 <록버프로젝트>시리즈의 작품들, 진기종의 거짓뉴스를 조합해내는 미니스튜디오와 같은 작품들, 셀 수 없이 많은 작품들이 있을 것이다. 미디어 아트 작품과 장비에 관한 막연한 관심은 이렇게 우리 작가들이 작품으로 이어졌고, 이들이 작품을 만들기 위해 자주 찾는다는 청계천은 과연 어떤 곳일까 궁금해졌다. 이번 앨리스뷰를 계기로 청계천에 한 번 가보리라 마음을 먹고 그곳에 다녀왔다. 그런데 말 그대로 무작정 나선 탐방에서 큰 소득은 없었다. 작가들이 이곳에서 어떤 재료들을 구하고 어떤 아이디어를 얻어가는 지에 대한 실마리는 사실 얻을 수 없었다. 그래서 이번 청계천 탐방은 큰 소득 없이 끝났지만 청계천 상가들의 구조를 파악하고 어디에 무엇들이 있는 것을 본 정도를 만족해야 했다. 재미있는 것은 청계천에 왜 그렇게 CCTV를 많이 파는 것일까? 청계천은 CCTV의 천국? 그리고 중고 게임기, 노래방기계, LED 전구, 모터 등…잡다한 장치와 부속들이 작가들에게 어떤 아이디어의 실마리가 될지 궁금해졌다. 이부분이 좀 더 실질적이고 재미있는 이야기가 될 것 같다. 이렇게 초자의 탐방기록은 사진 몇컷으로 대신해겠다. 이번에 미처 다루지 못한 작가들과 함께한 청계천 탐방기를 구상하며 우선 이번 앨리스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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