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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력이 널 구할거야

aliceon 2008. 10. 22. 16:13



얼마전 KBS1 에서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하나 진행했었습니다.
10월 17일 밤 11시 30분 KBS1에서 방영된 <특집 뉴 미디어 아트 - 상상력이 널 구할거야> 라는 특별 프로그램이었는데요, 지금 서울 시립 미술관에서 진행되고 있는 서울 국제 미디어 아트 비엔날레 2008을 배경으로, 비엔날레에 참여한 미디어 아트 작가와 관련 인물들을 좇으며 '미디어 아트'라는 미술의 모습을 살펴보는 장이었습니다.


제목이 어딘가 낯익어서 기억을 더듬고 검색을 해 보니 예전 디씨를 비롯해 네이버와 각종 온라인 공간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던 블로거 김치샐러드님의 좌우명이었네요^^ 2006년도였나요... 쳇바퀴 돌듯 흐르는 사회에서 무미건조함과 그냥 그냥 일상 그 자체의 궤도를 벗어나 색다른 무언가를 얻기 위해, 시스템에서의 '나'가 아닌, 나로서의 '나'로 존재하기 위한 '상상력'이라는 어구에 당시 저도 많은 감명을 받았었습니다. 제작 PD의 입장도 이러한 활력을 주기 위한 방법으로서 미디어 아트를 소개하고 싶어하셨는지도 모르겠네요.^^

참고로


본론으로 넘어가, 프로그램은 전반적으로 미디어아트 비엔날레에 참여한 작가들과 함께 진행되었습니다. 특히 라파엘 로자르 해머rafael lozano-hemmer와 김윤철이 비중이 높았습니다. 이들과 이들 주위의 인물과 환경을 통해 지금 진행되고 있는 미디어 아트의 모습과 위치가 어떠한 것인지 잘 보여졌습니다. 특히 TV라는 매체의 특성을 잘 이용해 여러 인터뷰와 작업실 방문, 다양한 사이트 방문 등을 통해 직접 피부에 와 닿는 느낌이 좋았습니다.

방송된 몇 가지 이야기들을 소개해 보자면, 아래는 라파엘 로자노 해머의 작업들과 이야기들입니다.


<맥박뛰는방Pulse Room, 2006>

간단하지만 참 인상적인 작품이었고 예시였습니다. 사람들의 맥박을 잡아내어 전구의 점멸로 표시하는, 기술 자체는 그리 새로울 것이 없는 작업이지만 시각적 효과와 의미가 참 인상깊었습니다. 방송을 통해 보여졌듯 최대 100명까지의 맥박의 기록과 시각적 표현에 의한 이미지도 멋지지만 개개인의 나이와 건간상태마다 틀린 그 맥박 하나하나가 사람의 삶을 나타낼 수 있고 내가 살아있다라는, 그리고 나아가 죽음마져 상기시킬 수 있다는, 메멘토모리를 드러낼 수 있다는 점에서 참 인상이 깊은 예시였습니다.




<body movie 신체영화, 2007>

거대한 스크린에 기록한 영상을 시간차를 두어, 그리고 여러 레이어를 함께 투영하는, 역시 기술적으로는 새롭지 않은 작업이지만 한 공간에 함께 살아가고 있다라는 것과 시간차를 두고 벌어지는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충분한 유희성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역시 인상깊었습니다.


TV 인터뷰에서, 몇 가지 기억에 남는 그의 말들입니다.

"상호작용의 개념은 외루움과의 싸움에서 비롯된다"
"더 극적인 경험,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 더욱 연결되는 경험을 만들어 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인터넷은 굉장히 효율적으로, 빠르게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게 만든다. 하지만 그것이 예술은 아니다."
"예술은 당신이 커뮤니케이션을 느리게 할 때,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때 생겨닌다."
"연대 혹은 공동체라는 느낌을 가지는 것, 그것이 내가 지향하는 것 중 하나이다."
"뉴미디어 아트와 관련된 많은 사람들이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관심 없다."
"나는 공동체, 친밀함, 느림에 관심이 있다. 빠르게 하는 것 말고."

그의 말과 그의 작업들을 살펴보며, 그리고 작가 김윤철과 뉴욕의 대표적 미디어 센터 아이빔의 큐레이터 사라 쿡의 인터뷰를 살펴보며 미디어 아트가 강박적으로 걸어 온, 그리고 미디어 아트에 대한 이해의 한 가지 강박적인 방향이었던 '기술'과 '새로움'이라는 요소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등속이 아닌 등가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기술을 보면서, 그리고 이 기술이 기반인만큼 그에 따라 무섭게 변해가고 있는 사회와, 그리고 그 속도에 동조될 수 밖에 없는 미디어 아트의 모습을 보면서 저도 알게모르게 기술중심주의와 무조건 새롭게 혁신적이게라는 강박관념이 자리잡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새로운 것을 따라가고, 무조건 앞서가는 것이 새로운 것도, 그 힘이 상상력 그 자체인 것은 아닌거죠. '상호작용'이 있다면 상호작용의 틀 아래 새로운 모습을 창출해 나가는 것도 상상력이지만 그 상호작용에 대한 새로운 의미찾기와 해석도 상상력이 가진 중요한 힘입니다. 새로운 기술을 사용하고,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닌, 오히려 캔버스와 청동을 사용하더라도 틀을 깨고 새로운 시각을 가지고 있다면 그 역시 좋은 미디어아트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모습이 만들어지고 보여짐을 통해 내가 변할 수 있고 다른 사람들도 변화할 수 있습니다. 그 변화의 모습을 선보이는 가장 강력한 매체가 예술이었고, 기술을 기반으로 여러 장르를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있는 미디어 아트가 그 상상력을 보다 효율적으로 혹은 파격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훌륭한 수단 중 하나일 것입니다. 아트는 디자인이나 영화, 기타 다른 대중매체에 비해 표현과 실행에 있어 상대적으로 훨씬 자유로우니까요. 상상력은 자유를 줄 수 있습니다.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KBS홈페이지에서 다시 보기를 통해 감상해 보세요. 다행히 KBS는 다시보기가 무료군요^^; 시간이 아깝거나 무료하지 않은, 흥미로운 시간이 될 것이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