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서울역은 거대한 하나의 성이었다. 명절 대구 외갓집에 내려가기 위해 다다른 그곳은 거대한 아치형 입구로 맞이했고 너무도 단단하고 차갑고 굳건했던 계단의 레일은 한줌의 흔들림없이 나를 다음 공간으로 인도했다. 단단하고 거대한 대합실 공간은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로 가득했으며 끊임없이 울리는 주목을 위한 기계음, 열차의 도착 및 출발 안내음으로 가득했다. 마지막으로 다다른 곳은 우주선과 같은 캡슐형의 창문을 가지고 있는 길고 긴 파란 강철 열차들이 즐비하게 모인 기계들의 휴식공간이었다. 차갑고 단단하고 굳건했으며 빨랐다. 모든 것들이 유동적이고 불안했지만 단단하고 안정적이었다. 이러한 서울역에 이라면 어떤 형태로 다가올 수 있을까. 우선 전시제목의 무서운 단어들이 압도해 들어온다. 사회학도이던,..